〈 775화 〉 775화 여러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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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는 망설임 없이 유라와 준혁의 손을 잡고는 피자가게로 향했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니 가게의 넓은 홀이 눈앞에 드러났다. 히터를 틀었는지 밖의 공기와는 다르게 포근한 기온이 느껴졌다. 거기다 맛있는 피자냄새가 가득해 절로 식욕을 자극해왔다.
“어서오세요~손님! 주문하시겠어요?”
친절한 직원의 말에 지나가 유라와 준혁을 바라보았다.
“뭐 먹을래? 저기 보이는 메뉴판 중에 골라봐.”
여러 메뉴가 카운터 뒤에 그림과 함께 나열되어 있었고 신 메뉴와 가격도 가지런히 적혀 있었다.
“저거 시켜도 돼요? 누나?”
준혁이 가리킨 것은 킹크랩골드쉬림프피자였다. 레귤러가 27000원이었고 라지가 36000원이나 하는 고급피자였다.
“준혁아.”
가격을 본 유라가 놀라며 준혁의 팔을 잡으며 눈치를 주었다. 그 모습에 지나가 유라의 어깨를 가볍게 잡아 준 뒤 입을 열었다.
“저거 라지사이즈로 하나 시킬게요.”
“먹고 가시는 거세요?”
“네.”
“킹크랩골드쉬림프피자 라지사이즈 결제해드리겠습니다.”
카드를 꺼내든 지나가 계산을 끝내고 직원의 안내를 받아 안쪽의 창가로 이동해 몸을 앉혔다. 레모네이드 한 잔과 탄산음료 두 잔을 추가로 주문하는 것은 물론 잊지 않았다. 얼굴가득 기대감이 드러내는 준혁을 보면서 자니가 입을 열었다.
“피자 먹는 게 그렇게 기분이 좋아?”
“응! 무지 좋아요!”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대답하는 준혁을 보면 피자를 참으로 오랜만에 먹는 것 같았다.
“얼마 만에 먹는 거야?”
“음... 전에 할머니하고 아주머니들이랑 다른 사람들이랑 소풍 갔을 때 한 번 먹고 처음 먹어요.”
“그래? 유라 너는?”
“저도 준혁이하고 같아요.”
아주머니라고 하는 것을 보면 봉사단체에서 갔을 것이 분명해 보였다.
“꾀나 오래됐네?”
“올해에는 처음 먹는 거예요.”
“진짜?”
“네.”
올 한 해 동안 한 번도 먹어본 적이 없다면 1년 정도 되었다는 소리 였다. 어쩌면 그보다 더 지났을지도 모른다.
‘확실히 좋아할만 하겠네.’
그 정도의 시간이라면 준혁이가 이렇게 기뻐하는 것도 전혀 이상할 게 없었다. 그렇게 기다리는 동안 유라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언니 대학생이에요?”
“응, 맞아.”
“그렇구나...”
“왜? 내가 대학생으로 안 보여?”
“아니요... 그냥 언니가 궁금해서요.”
“누나 어디학교다녀? 나는 은성초등하교다니는데.”
“은성초등학교?”
“응! 저기 쭉 가면 우리학교나와!”
“준혁이 몇 학년이야?”
“나? 3학년!”
손가락 세 개를 펴더니 준혁이 웃으면서 말했다.
“그럼 10살이겠네?”
“응!”
고개를 끄덕이는 준혁이의 말에 이어서 유라를 바라보았다.
“유라는?”
“저 6학년이에요.”
“그러면 13살이야?”
“아니요. 저 학교 1년 빨리 들어가서 12살이에요.”
11살쯤으로 봤는데 6학년이라는 말에 놀랐고 1년 빨리 학교에 들어갔다는 말에 다시 한 번 놀랐다.
“생일이 빠른가보네?”
“네. 저 생일 3월달이에요.”
생일이 빠르면 1년 빨리 학교에 들어가는 케이스를 본적이 있어 지나는 수긍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너도 은성초다니겠구나.”
“네.”
“네년에 그럼 중학생 되겠네?”
“맞아요.”
“누나는 학교어디에 다녀?”
학교이름이 나오자 준혁이 다시 아까 물었던 지나가 다니는 학교에 대해서 다시 질문을 했다.
“누나가 다니는 학교가 그렇게 궁금해?”
“응.”
강한 호기심을 드러내며 바라보는 준혁의 모습에 지나가 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고려대라는 학교에 다니고 있어.”
“고려대?”
준혁이 의아하다는 듯 반문을 하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직 어려서 대학교에 대한 인식이 크지 않아 그런 것 같았다. 그러나 그와는 다르게 유라는 놀란 표정으로 지나를 바라보며 눈을 크게 떴다.
“언니 고려대 다녀요?”
“그러네...”
“우와!”
유라가 놀란 듯 감탄사를 터트리자 준혁이 이상하다는 듯 바라보았다.
“누나, 고려대라는 곳을 다니는 게 그렇게 놀라운 일이야?”
“응, 거기 가려면 공부 진짜 잘해야 돼.”
“진짜?”
“시험도 잘 쳐야하고 학교성적도 전교순위에 들고 해야 갈 수 있는 학교라고 했어.”
“와...!”
유라의 설명에 그제야 준혁이 대단하다는 듯 지나를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초롱초롱한 눈빛을 보내었다.
“나 말고 같은 학교 다니는 사람들 많은데 뭘...”
놀라는 유라와 반짝이는 눈빛으로 바라보는 준혁의 시선에 지나가 쓴웃음을 지었다.
“누나 시험 1등도하고 그랬어요?”
“전 과목이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적지는 않지?”
“와...!”
“언니 수능이라는 시험도 잘 쳤어요?”
“못 보지는 않았지.”
존경의 시선을 보내는 유라와 입을 다물지 못하는 준혁을 보면서 지나는 애들 앞에서 공부 잘한 거 자랑하는 것 같은 느낌이라 조금 쑥스러웠다. 하지만 순수하게 이렇게 놀라워하는 애들을 보고 있으면 절로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사이에 어느새 음료수 세잔과 함께 피자가 나왔다. 라지 사이즈라 세사람이 먹기에 충분한 크기의 피자였는데 게살과 새우가 어우러진 피자가 상당히 맛있어보였다. 그걸 바라보는 준혁은 어느새 군침을 흘리고 있었고 유라 또한 시선을 떼지 못했다.
“누나가 덜어줄게.”
조심스럽게 접시를 든 지나가 피자 한 조각을 들어서 준혁의 앞에 놔주었다. 이어서 유라에게도 피자 한 조각을 덜어서 놔주었는데 늘어나는 치즈의 모습은 식욕을 당기게 하기 충분했다.
“앗 뜨거!”
손으로 들어서 급하게 한 입을 베어 물다 다시 내려놓는 준혁을 보며 지나가 못 말린다는 듯 입을 열었다.
“천천히 먹어. 누가 뺏어먹지 않으니까.”
“헤헷...!”
자신의 행동이 괜히 부끄러웠는지 뒷머리를 긁적이는 준혁이었다. 입천장이 데였던 준혁은 이번엔 조심스럽게 한 입을 베어 물었고 그렇게 떼어내니 치즈가 늘어나 떨어지지 않았다. 그걸 입으로 집어넣으며 먹는데 옆에서 먹는 유라 또한 마찬가지였다.
피자가 맛있는지 금세 입가에 행복한 미소가 지어지는 두 남매를 바라보던 지나도 입가에 미소가 끊이지 않았다.
그렇게 피자를 먹던 유라가 가만히 처다 보고 있는 지나를 향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언니는 안 먹어요?”
“난 괜찮으니까 너희들 많이 먹어.”
“누나 우리오기 전에 뭐 먹었어요?”
유라의 질문에 대답하는 지나를 보고 준혁도 자신들만 먹고 있는 것을 깨닫고는 질문을 던진다. 먹은 것이라고는 커피한잔이 전부였지만 지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그러니까 너희들 많이 먹어.”
“그렇구나...아깝다. 조금만 기다렸다가 우리하고 같이 피자먹지.”
“언니 정말로 안 먹을거에요?”
“왜? 내가 안 먹으니까 좀 그래?”
“네. 나하고 동생만 먹으니까 미안해서요.”
자신의 대답에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말하는 유라를 보며 지나가 조심스럽게 한 조각을 자신의 접시에 담아 덜었다.
“그럼 한 조각 먹을게.”
“원래 맛있는 거는 같이 먹어야 맛있다고 했어요.”
“응 누나말 맞아요. 지나 누나도 피자 먹어요. 맛있어. 나도 배불러도 피자는 먹을 수 있을걸요?”
“배부른데 어떻게 먹을 수 있어?”
“피자는 맛있잖아요!”
생각 할 것도 없다는 듯 대답하는 준혁을 보며 지나가 소리 내어 웃었다.
“네 말 맞아. 맛있는 음식은 배불러도 먹을 수 있지.”
그렇게 지나도 피자를 한 입 베어 먹자 그제야 다시 유라와 준혁이도 맛있게 먹기 시작했다.
‘보고만 있어도 배가 부르다는 게 이런 걸까.’
이 두 남매가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지나는 피자를 먹지 않아도 될 정도로 기분이 좋았고 뭔가 가슴이 차는 듯 한 흐뭇함이 느껴졌다.
오랜만에 먹는 피자라 그런지 준혁은 더 이상 말은 하지 않고 허겁지겁 먹는 데에만 열중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다 고개를 돌려 유라를 쳐다보며 멋쩍은 듯 웃음을 짓는데 아무래도 누나다보니 이쪽으로 의식을 좀 하는 듯 했다.
“닦으면서 먹어.”
입가에 묻은 핫 소스를 보고 지나가 휴지를 한 장 빼서 준혁에게 넘겨주었다. 입가에 묻은 약념을 닦아낸 준혁이 콜라를 벌컥이더니 크게 숨을 내쉬었다.
“피자를 이렇게 많이 먹어보는 거 처음이에요.”
“그렇게나 맛있어?”
“응!”
크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는 모습이 너무나 만족스러운 듯 해 보였다.
“전에는 이렇게 못 먹어봤어?”
“한 조각 먹었어요.”
대답은 준혁이 아니라 누나인 유라가 했다.
“사람들이 많아서?”
“네.”
단체로 갔다고 했으니 넉넉하게 사지 않았다면 아마도 그럴 수 있다고 보았다. 준혁이 저렇게 맛있게 먹으면서도 행복감을 짓는 것을 보면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 몰랐다.
“누나는 피자 맛없어요?”
“아니, 맛있지.”
“그런데 왜 반이나 남았어요?”
한 조각을 덜어가더니 아직도 반이 남아있는 것을 보며 의아한 듯 질문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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