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대에 나만이 유일한 마법사가 되었다-774화 (774/812)

〈 774화 〉 774화 여러생각

* * *

끓어오르는 냄비의 불을 끄고 행주로 조심스럽게 잡아서 컵에 적당량의 물을 부었다. 그러고는 작은 숟가락으로 저어서 커피가루가 잘 녹아들게 한 후에 조심스럽게 쟁반을 든 지나가 문을 열고 방안으로 들어섰다.

“여기 한 잔들씩 드세요.”

지나가 웃는 얼굴로 커피를 권했다.

“잘 먹을게 아가씨.”

먼저 할머니에게 한 잔을 건네주자 이어서 아주머니들이 잔을 들었다. 마지막으로 지나 또한 커피잔을 들어올렸다.

“커피 잘 타네~”

잠시 할머니가 코로 향을 맡다가 입으로 살짝 맛을 보더니 웃음을 지었다. 물 양이 적당했는지 아주머니들 또한 고개를 끄덕이며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여기까지 오느라 힘들었을 텐데 커피까지 타고...”

“커피 타는 게 어려운 일도 아닌데요, 뭘...”

“보일러라도 틀어주고 싶은데 형편이 형편인지라...”

“올라오면서 열이 올라 그런지 춥기보다는 더워요. 그러니 그렇게 미안해하지 않아도 돼요.”

도움을 주기위해 생필품들을 가지고 이렇게 힘들게 올라왔는데 뭣 하나 제대로 해줄 수 있는게 없어 할머니가 많이 미안한 듯 했다. 하지만 지나는 이렇게 신경을 써주려 하는 것만으로도 그저 고마웠다.

“애들은 언제쯤 와요?”

할머니하고 같이 살고 있는 손자 손녀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지나가 그렇게 질문을 던졌다.

“3시가 좀 넘으면 올거구먼. 누나하고 동생사이가 좋아서 둘이 하교를 같이 해.”

“그렇구나...”

학년이 틀리니 마치는 사간도 다를 텐데 둘이서 하교를 한다는 것이 동생이 누나가 학교 마칠 때까지 기다린다는 소리였다.

“아가씨도 형제 있어?”

강영이라는 아주머니가 궁금하다는 듯 지나에게 질문을 던졌다.

“위에 오빠 한명 있어요.”

당연히 지나는 그렇다고 대답을 했다.

“사이는 좋고?”

잠시 민우를 떠올렸던 지나가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절 많이 사랑해주고 아껴주는 그런 오빠에요.”

이거는 거짓말이 아니라 진심으로 하는 말이다.

“그렇지 남매가 서로 아껴주고 지내야지... 사이가 좋은 게 좋아.”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할머니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다고 대답하는 지나였다. 그 후로 커피 하나를 두고 이런저런 사소한 얘기들을 하며 잠시 쉬는 시간을 가진 후 본격적으로 집안청소와 가지고 온 식기도구들이나 생필품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싸가지고 온 반찬들을 정리해서 냉장고에 채워 넣어주고 라면들도 정리해서 안으로 넣어 두었다.

쌀통에 새롭게 쌀이 채워지고 밀린 빨래들과 청소를 했다. 그렇게 이것저것 하다 보니 어느덧 시간이 제법 많이 흘렀는지 3시 30분이 넘어서고 있었다. 어느 정도 집안정리와 청소와 빨래를 돌려놓고 밥을 짓는 것으로 마무리 한 후 잠시 동안 숨을 돌리며 쉬고 있는데 그때 밖의 낡은 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애들이 왔나보구먼.”

끼익 거리는 소리가 제법 크게 나서 할머니도 들었던 듯 했다. 이어서 이쪽으로 다가오는 발소리와 함께 현관문을 여는 소리가 들려왔다.

“학교 다녀왔습니다!”

소녀의 낭랑한 목소리가 닫혀 있는 문 너머로 들려왔다.

“할머니 집에 손님 왔어?”

이어서 남자아이의 우렁찬 대답이 들려왔다.

드르륵 거리는 소리와 함께 닫혀 있던 문이 옆으로 밀려 열리고 9살에서 10살 정도 되어 보이는 짧은 머리의 소년과 10살에서 11살 정도 되어 보이는 여자애가 눈에 들어왔다.

“어! 아주머니들이다.”

“학교 잘 다녀왔어?”

“네... 안녕하세요.”

아주머니들과 이미 안면이 있는지 남자애가 놀란 듯 말했고 누나로 보이는 소녀가 대답을 하며 인사를 했다.

“추울 텐데 들어와.”

신발을 벗고 안으로 들어선 두 남매는 매고 있는 가방을 풀어 한 쪽에 내려놓더니 자리에 앉았다.

“누나는 누구에요?”

할머니 옆에 몸을 앉힌 남자애가 지나를 바라보며 질문을 던졌다.

“우리하고 함께 왔어.”

그에 아주머니가 대답을 해주자 소년이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

“누나도 우리 보러 온 거야?”

“응, 맞아.”

“와...”

지나가 미소를 지으며 말하자 소년이 뭔가 감탄사를 터트리며 놀라워했다.

“왜 그렇게 놀라니?”

그에 지나가 귀엽다는 듯 물음을 던지자 갑자기 뒷머리를 긁으며 개구쟁이처럼 웃었다.

“예쁜 누나가 우리 보러 왔다는 게 놀라워서요...”

“뭐? 풋...!”

그 말이 웃겼는지 지나가 작게 웃음소리를 내었다. 그러자 소년의 얼굴이 그대로 붉어졌는데 아마도 부끄러워서 그런 듯 했다. 그게 재밌었던지 아주머니들도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이름이 뭐야?”

“내 이름?”

“응.”

지나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자 잠시 우물쭈물 거렸다. 그 모습에 옆에 앉아 있던 소녀가 옆구리를 찌르며 작게 중얼거렸다.

“뭘 그렇게 부끄러워해. 알려주면 되잖아.”

“부, 부끄러워서 그러는 거 아니야.”

누나의 그런 행동에 동생이 부정을 하면서 지나의 눈치를 보았다. 그러다 작게 입을 열었다.

“석준혁.”

“석준혁?”

“응.”

“이름 멋지네.”

“헤헷...”

칭찬을 들어서 기분이 좋은지 머리를 긁적이며 웃음을 짓는 준혁이었다.

“네 이름은 뭐야?”

이어서 지나가 옆에 앉아 있는 누나에게 질문을 던졌다.

“유라예요.”

“유라?”

“네... 그게 제 이름이에요.”

“유라도 이름 예쁘네?”

웃음을 짓는 유라를 뒤로하고 지나가 고개를 돌려 할머니를 바라보았다.

“저기 유라하고 준혁이 데리고 잠시 나갔다 와도 되나요?”

“애들이 좋다면 나야 괜찮지.”

고개를 끄덕이는 할머니의 말에 이번엔 아주머니들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두 분 또한 괜찮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5시까지만 돌아오면 돼.”

“알았어요.”

그렇게 말한 지나가 고개를 돌려 준혁이와 유라를 바라보았다. 방금 전의 지나의 말에 둘의 얼굴엔 기대감이 서려 있었다.

“유라야, 준혁아. 우리 나갔다 올래?”

“응!”

준혁이는 생각 할 것도 없다는 듯 바로 고개를 끄덕이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그런 준혁이와 다르게 유라는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면 언니 힘들지 않아요?”

“힘들게 뭐있어? 같이 나가서 맛있는 것도 먹고 놀다오는 건데.”

“맛있는 거?!”

“응, 뭐 먹고 싶은 거라도 있어?”

“치킨도 먹고 싶고, 피자도 먹고 싶어!”

“준혁아.”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동생을 보여 유라가 눈치를 주었다. 하지만 지나는 그런 준혁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입을 열었다.

“너 그거 다 먹을 수 있겠어?”

“응! 나 이렇게 보여도 배 엄청 커요!”

일어나서 작은 배를 최대한 크게 보이게 내미는 모습에 지나가 다시 작게 웃음을 지었다.

“그럼 우리 나갔다 올까?”

고개를 힘차게 끄덕인 준혁이 할머니를 바라보았다.

“나 예쁜 누나하고 나갔다 와도 돼 할머니?”

“그려러무나.”

흐뭇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할머니의 모습에 준혁이는 마냥 기쁜지 헤실 거리며 웃었다.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할머니와 아주머니들에게 인사를 했다. 그렇게 집을 나서는 세 사람을 현관문 앞까지 마중했다.

“5시까진 돌아올게요.”

“혹시 일이라도 생기면 연락해.”

“네, 그럴게요.”

신발을 신고 나온 유라와 준혁의 양손으로 손을 잡고는 얼굴을 번가라 보며 말했다.

“그럼 갈까.”

“네, 언니.”

“응!”

기분좋아하는 손녀와 손자를 보면서 할머니는 마냥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경사진 골목길을 따라 내려오면서 준혁은 맛있는 걸 먹으러가는 게 그렇게 기분이 좋은지 계속해서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그와는 다르게 유라는 힐끔거리며 지나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할 말 있어?”

“아, 아니에요.”

부끄러워하는 유라를 보며 지나가 웃으면서 다시 입을 열었다.

“괜찮으니까 말해봐.”

“저... 언니 이름이 뭐에요?”

“내 이름?”

“네.”

이름을 알고 싶어 이렇게 힐끔거렸다는 것을 안 지나가 유라라는 이 여자애가 참으로 귀엽게 느껴졌다.

“지나야.”

“지나요?”

“응, 정지나. 그게 내 이름이야.”

“그렇구나...”

“그럼 앞으로 지나 누나라고 부르면 되겠다. 헤헤헷...!”

마냥 즐거운 미소를 지으며 헤실 거리는 준혁이도 그렇고 고개를 끄덕이며 수줍어하는 유라의 모습도 참으로 귀엽게 보였다.

골목을 내려와 차들이 다니는 차도와 상점 길로 나선 세 사람은 그렇게 걸음을 옮겨 시내를 걸었다. 그러다 전방에 보이는 유명체인점 피자가게를 보고는 지나가 다시 입을 열었다.

“피자 먹고 싶다고 했지? 저기 갈까?”

“응 응!”

고개를 끄덕이는 준혁 과는 다르게 유라는 눈치를 보았다.

“저기 비싼데 아니에요?”

딱 봐도 유명브랜드 피자가게여서 작은 레귤러 사이즈만 해도 한 판단 적어도 2만원 대여서 비싼 측에 속했다. 그래서 부담을 느낀 것인지 유라가 지나를 조심히 바라보았다.

“괜찮아. 내가 사주고 싶어서 그런 건데 뭘. 언니가 이정도도 못 사줄 거 같아?”

“하지만...”

“괜찮아. 자 가자.”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