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68화 〉 768화 가치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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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스 국무장관은 이 뜻을 알게 되었을 때 더 뭐라 말을 할 수가 없었다. 투랍 대통령과 갈라서고 이렇게 정권을 쥐게 된 것을 두고 하는 말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루이스 장관 또한 아마사피 대통령이 투랍 전 대통령과 절친한 사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정계에 입문하였을 때 두 사람은 언제나 함께였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아마사피 대통령이 정계에 입문하게 된 원인도 투랍 전 대통령 때문이었다.
그 내막을 알고 있는 루이스 장관은 그 것을 두고 가슴을 아파하는 줄 알고 한 말이었다. 비록 두 사람이 갈라서게 되었지만 지금은 그가 나라를 잘 이끌어가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루이스 장관이 잘 이끌어 가고 있다는 말을 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는 것은 이어진 말을 통해 바로 알게 되었다. 아마사피 대통령이 안타깝다고 한 것은 갈라서게 된 친우 때문이 아니라 지금 자신과 마주하고 있는 이 상황이 애석하다 여기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애석하다는 말에는 여러 뜻이 담겨 있다는 것을 루이스 국무장관은 잘 알고 있었다.
“무엇이 그렇게 애석함을 느끼게 하는지 여쭈어 봐도 되겠습니까?”
이미 그 말뜻에 대해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는 루이스 장관이었지만 직접 듣는 것과 짐작하는 것은 천지차이였다. 짐작은 자신이 생각해서 유추해내는 것이고 듣는 것은 그 상대의 입을 통해 나오는 말이었다. 당사자가 그렇다는 것과 남이 마음대로 짐작하는 것은 그 차이가 분명히 컸다.
“그대와 내가 이러한 상황에서 자리하게 됨을 말함이오.”
아마사피 대통령의 말에 루이스 장관은 속이 편치 않은 것을 느꼈다. 예상했던 말이긴 했지만 듣고 나니 확실히 더 기분이 좋지가 않았다. 허나 그걸 대놓고 불편하다고 내비 출 루이스 국무장관이 아니었다. 그 정도로 어리 숙한 사람이었다면 이런 자리에 올라오지도 못 했을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입가에 사람 좋은 미소를 지은 루이스 장관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러셨군요. 사실 저도 그 점에 대해선 참으로 애석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루이스 장관은 아마사피 대통령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듯 그렇게 대답했다. 비록 그 상황이 자신이나 존 마이클 대통령이 알고서 생긴 일이 아니라 카일러 부국장과 엔더슨이 미국 경제를 쥐고 있는 유대세력과 손을 잡고 저지른 일이었지만 이런 자리에선 그런 것을 따지는 것은 어리석은 행동이었다.
내용을 보면 루이스 장관과 존 마이클 대통령 또한 그들과 대치하고 있는 상황이고 어느 정도 피해자라 할 수 있었지만 어찌됐건 지금 정권을 지고 있는 이들은 그들이었다. 보이지 않는 힘은 그들이 더 세고 미국에 영향력이 크다고 해도 눈에 보이는 힘은 어찌되었든 존 마이클이 미국의 대통령과 정부에 쏠릴 수밖에 없었다.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라고 해도 어찌됐던 미국의 대통령은 존 마이클이었고 루이스는 그런 미국에서 대표해서 이집트에 찾아온 외교관이자 얼굴이었다.
카일러가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고 목숨을 잃었다고 하지만 아직도 그 사건은 현재 진행형이었다. 비록 그의 의문에 죽음에서 벌어진 사건이었지만 그 내막을 보면 흑막을 벌이던 그들과 존 마이클 대통령의 힘겨루기가 아닐 수 없었다. 물론 지금은 상황이 존 마이클 대통령도, 그리고 자본 세력들에서도 확실한 우위를 점하고 있지는 못하고 있었다.
상황을 보면 존 마이클 대통령 쪽이 유리하게 흘러가고 있었지만 진정 그 일을 이끌어가고 상황을 움직이는 것은 언론을 잡고 여론을 움직이는 이만석이었기 때문이었다.
카일러 사건으로 시작된 일이 미 전역을 덮쳐 시끄러운 상황이지만 어찌됐건 미국을 대표해서 찾아온 루이스 장관이니만큼 그 일에 대해서는 자신들의 잘 못으로 생각해야했다.
“그 마음을 저는 물론이고 우리 대통령께서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이 자리에 오게 된 것 아니겠습니까.”
루이스 장관은 전적으로 아마사피 대통령의 말에 동감을 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이리 말했다. 사실 자신이 여기까지 오게 된 것도 확실히 좋은 일이 아니었다. 엔더슨이 그런 쓸데없는 행동만 하지 않았다면 이런 자리까지 가지도 않았을 것이었다.
딴에는 잘 대처 할 수 있을 걸로 생각했고 실패할 것이라 생각지 않았겠지만 현실은 엔더슨은 실종이고 카일러는 스스로 부국장직을 물러나고 살해를 당했다. 그 두 사람에겐 참으로 비참 한 일이라 할 수 있는 사건이었다.
그리고 그게 끝이 아니었다. 투랍 정권이 물러나고 새로 들어선 아마사피 정권은 미국의 입장에선 상당히 부담스러운 행보를 이어가기 시작했다. 과감하게도 그는 지금 이집트를 중심으로 유럽연합이라는 롤모델을 참고해서 중동연합을 만들려하고 있었다.
그 출발점이 시리아, 요르단, 이라크를 차례대로 순방을 마친 후 사국의 정부 지도자들이 만나 경제협력합의를 이끌어내는 회담의 자리였다. 분위기를 보아선 허튼 변수가 생기지 않는 한 사국의 단일경제권을 현성하기 위한 합의가 어느 정도 진척이 생길 것으로 보았다. 이집트를 잡고 있는 아마사피 대통령의 국정지지도는 최고를 달리고 있었고 요르단이나 시리아, 그리고 이라크 또한 테러와 반군세력들의 내전으로 인해 시끄러웠지만 정권의 힘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특히 이번 회의를 바라보는 사국의 국민들의 시선은 희망과 염원을 담고 있었다. 어지러운 시국에 정상들의 만남이 새로운 돌파구가 되기를 희망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분위기를 알고 있기에 이스라엘은 상당히 당황스러워 했고 미국 또한 부담스러움을 느꼈다. 중동이 어느 정도 평화가 찾아오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그들이 하나의 세력으로 뭉치게 되면 일이 피곤해진다.
중동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이 그대로 흔들릴 수가 있는 사안이었기에 그랬다. 거기다 한 대로 뭉친 그들이 이스라엘과 경쟁을 한다면 그것 자체도 상당히 골치 아파지는 일이었다. 언젠간 중동연합이 하나의 대안일 수 있겠지만 지금은 아직 그걸 논의할 시기가 아니었다.
그걸 어떻게 늦추거나 생각을 돌려보고자 이렇게 루이스 장관이 이집트에 날아오게 된 것이다. 대통령의 특명을 받고 왔다 해도 틀리지 않은 일이었다.
“음... 그렇구려.”
아마사피 대통령이 고개를 끄덕이며 루이스 장관의 말에 어느 정도 수긍한다는 듯 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자 그에 분위기를 이어가려는 듯 다시 말을 이었다.
“대통령께서도 잘 아시겠지만 투랍 정권하에 관여 되었던 우리 요원들은 현재 처벌을 받거나 그에 유명을 달리하였습니다.”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아마사피 대통령은 그 또한 알고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변명으로 들리실지 모르겠지만 우리 대통령께서는 상당히 미안해하고 계십니다. 동맹국에 그러한 흑심을 벌였던 카일러 부국장의 행동에 분통을 터트리시고 계십니다.”
이번 일을 두고 존 마이클 대통령 또한 상당히 가슴 아파 한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분노하고 있다고 하고 있었다.
“하지만 CIA또한 정부 산하에 있는 기관조직이요.”
존 마이클 대통령이 미안해하고 있다고 하지만 결국에 이 일은 미 정보조직인 CIA의 개입이 핵심이었다. 당연히 그런 차원에서 보면 그들을 단속하지 못 한 존 마이클 대통령의 책임 또한 없지 않았다.
아마사피 대통령은 그걸 루이스 장관에게 일깨워주었다. 어찌되었건 결국엔 어지러운 시국에 투랍 정권을 도와 큰 흑심을 품었던 일이고 결국엔 미국의 개입인 것이다.
“그래서 제가 여기에 온 것입니다.”
흔들림 없는 루이스 장관은 아마사피 대통령을 바라보며 여전히 웃음을 잃지 않았다.
“이번 회담을 통해 나라에 안정을 찾아가는 이집트의 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을 주려 합니다.”
“큰 도움이라?”
“앞으로 5년간 이집트에 150억달러에 달하는 차관지원을 약속하는 것은 물론 진행되고 있는 FTA협상에서 최대한 이집트가 바라는 쪽으로 배려를 해주시겠다고 했습니다. 그에 대해선 앞으로 두 번의 회담에서 구체적인 얘기가 오고가겠지만 이건 우리가 이집트에 저지른 잘 못과 더불어 돈독한 동맹관계를 이어가기 위한 우리 대통령과 정부의 뜻이기도 합니다.”
“......”
루이스 장관의 말에 아마사피 대통령은 적잖이 당황한 모습을 보였다.
‘경제적으로 꾀하려는 것은 알았지만 이런 파격적인 조건이라니...’
무바라크 독재 정권으로 인해 그동안 쌓여오던 부패가 무너지며 터지면서 경제가 흔들렸고 투랍 정부의 국정혼란으로 이집트가 흔들렸다. 지금 아마사피 대통령이 수습을 잘 하고 있고 급성장하는 모하메드가 경제에 이바지하고 있다고 하지만 경제가 제대로 바로 서려면 아직 멀었다는 게 현실이었다.
그런 차에 루이스 장관이 말한 대로 저렇게 이루어진다면 이집트 입장에서는 상당히 숨통이 크게 트일만한 경제지원이었다. 어디 그 뿐만이 아니라 투랍 정부에서 진행되어 오던 FTA가 잠시 중단된 상황인데 앞으로 협상이 재개 되면 이집트 정부가 바라는 조건에 최대한 배려를 해주겠다는 말도 했다.
미국을 상대로 외교적 성과를 과시한다면 아마사피 대통령의 큰 업적으로 남을 수 있는 조건이었다.
‘아무리 아마사피 대통령이라고 해도 상당히 흔들릴 수밖에 없을 거다.’
루이스 국무장관은 이 조건을 아무리 그라고 해도 뿌리치기 힘들 것이라 생각했다. 한 차례 한국에서 이와 비슷한 사례를 윤정호 의원을 통해 제시했지만 그는 미련하게도 그런 거절해 버렸다.
하지만 지금의 이집트 상황을 생각한다면 미국의 이런 통 큰 경제지원을 한 나라를 이끌고 있는 아마사피 대통령이 거절하기 힘든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국회에서 또한 이걸 두고 크게 이견을 보이지 않고 있었는데 그 이유를 들자면 중동연합이 생기는 것 보다는 이게 났다고 보기 때문이었다. 윤정호 의원에게 비슷한 얘기를 했을 때 고심했던 것과는 천지차이였다.
당연히 그 이면엔 중동연합의 탄생을 바라지 않는 유대계 자본세력들의 힘이 국회에 미쳤다는 것은 두말 할 것도 없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그들이 아니라도 미국의 입장에서 또한 껄끄러운 중동연합 보다는 이집트를 지원해서 이쪽으로 끌어들이는 게 훨씬 괜찮은 방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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