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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에 나만이 유일한 마법사가 되었다-767화 (767/812)

〈 767화 〉 767화 가치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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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장관직을 맡고 있는 루이스라고 합니다. 아마사피 대통령님을 만나게 되어 영광입니다.”

“잘 오셨소이다. 내 바쁜 일이 있어 얼굴을 보이지 못 했습니다.”

“아닙니다. 이런 좋은 식사 자리에 대통령께서 초대를 해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할 따름입니다.”

가볍게 인사를 나눈 후 자리에 착석한 아마사피 대통령과 루이스 국무장관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면서 웃음을 지었다. 주로 루이스 장관이 이집트를 빠른 시간에 정국을 안정시키고 나라를 이끌어 가는 그의 국정능력에 찬사를 보내는 내용들이었다.

과한 찬사가 아닌 것이 실제로 투랍 정권하에서 혼란스러웠던 정국을 아마사피 대통령이 이렇게 안정적으로 이끌어가는 것은 과장 된 일이 아니었다.

“존 마이클 대통령께서도 참 걱정이 많겠구려.”

“아직 소란스럽긴 하지만 그래도 혼란을 수습하는 일이 잘 진행되고 있습니다. 아마사피 대통령께서 이렇게 걱정을 해주시니 우리 대통령께서도 좋게 생각하실 것입니다.”

“아무쪼록 일이 잘 수습되길 바라겠소.”

“대통령께서 바라는 그 마음 잘 전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입에 바른 말일 수도 있고 좋은 덕담일 수도 있는 말이었다. 하지만 좋은 웃음이 오고가는 이 대화속에서 루이스 국무장관은 마음이 편치가 않았다.

‘말은 걱정한다지만 아직까지 수습하지 못한 현 상황을 지적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카일러 사건으로 정국이 어수선한 미국의 현 상황을 루이스 국무장관에게 대놓고 거론을 하면서 자신은 이렇게 빨리 나라를 안정시키는데 미국은 뭐하고 있느냐는 말로 들려왔다. 참으로 자존심이 상하지 않을 수 없는 덕담이었다.

말이 걱정이 담긴 덕담이지 참으로 쌔게 담긴 발언이 아닐 수 없었다. 아무리 아마사피 대통령이 이집트 정국을 휘어잡고 있다고 하지만 국무장관인 자신 앞에서 저러한 말을 할 줄은 전혀 예상을 하지 못 했다. 특히 이러한 자리에서 말이다.

그에 대통령과 함께 했던 고위관료들은 좀 당황한 듯 보였고 외교관들은 내심 불쾌한 듯 언짢은 표정을 지었다.

허나 그것과는 다르게 식사는 큰 불평불만 없이 소소한 대화들이 오고가며 기분 좋게 마무리 되었다.

“오랜만에 맛있는 한 끼 식사를 한 듯합니다.”

“만족하셨다니 다행이구려.”

너털웃음을 지으며 말한 이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식사도 했으니 차 한 잔 하지 않겠소?”

“차 말씀입니까?”

“식사 뒤엔 티타임을 가지는 게 보통 아니겠소.”

순간 외교관들의 눈빛이 바뀌었다. 원래 이 자리엔 식사 시간을 가지기 위해 온 것이 실질적인 이유는 대통령과 처음으로 인사를 나누는 자리였다. 본격적인 회담은 오후5시와 다음날 10시로 예정되어 있었다.

보좌진이자 외교관으로 함께한 이들은 이 자리에 함께한 아마사피 정부 관계자들의 얼굴을 살펴보았다. 허나 그들은 전혀 당황하거나 그러한 빛이 없어보였다.

‘사전에 얘기가 오고갔었구나.’

아무리 대통령이라고 해도 정부를 이끌어 가는데 모든 걸 독단적으로 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설사 막대한 실권을 쥐고 있는 힘 있는 대통령이라 해도 말이다. 그렇다는 것은 사전에 이미 얘기가 오고갔다고 볼 수가 있는 사안이었다.

“저 또한 식사 뒤에 커피나 차 한 잔을 즐기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럼 되었구려. 내 준비 되면 부르지요.”

사람 좋은 얼굴로 웃음을 지은 아마사피 대통령이 몸을 돌려 걸음을 옮겼다. 잠시 동안 그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귀빈실로 돌아온 루이스 장관을 주심으로 그의 보좌진들이 다시금 자리했다.

“차 한 잔을 하자고 했지만 이거 장관님에게 독대를 청한 것이잖습니까.”

“무슨 생각일까요?”

“아마사피 대통령이 소문과는 좀 다른 면이 있는 듯합니다. 설마하니 그런 자리에서 카일러 사건을 거론하다니요.”

저마다 의문스러운 점과 불만을 토로하며 입을 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카이로 국제공항서 보였던 높은 관심과 취재열기를 보았을 때 대통령이 모습을 보여 환영한다는 제스처 정도는 보여줄 줄 알았던 것이다. 허나 전혀 그런 것은 없었고 얼굴조차 내비치지 않았다.

그에 대해서 언짢았던 상황에서 첫 만남자리에서, 그것도 식사자리에서 카일러 사건을 대놓고 거론하다니 아무리 일국의 대통령이라도 외교사절단에 대한 무례한 처사라고 느끼는 그들이었다.

보좌진들의 여러 얘기에도 루이스 장과는 별다른 말없이 그저 침묵만 지키고 있을 뿐이었다.

그때 노크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며 남자 한명이 들어서더니 인사를 올리곤 차가 준비되었으니 가시면 된다는 말을 했다. 그에 자리에서 몸을 일으킨 루이스 장관이 보좌진들을 바라보았다.

“일단 다녀오도록 하겠네.”

그러고는 안내를 해주는 남자를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대통령 집무실로 안내받은 루이스 국무장관은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차 두 잔과 함께 뒷짐을 진 채 창밖을 쳐다보며 서있는 아마사피 대통령을 볼 수가 있었다.

“여기 앉도록 합시다.”

인사를 올리는 루이스 장관에게 웃음을 지으며 자리를 권한 아마사피 대통령이 걸음을 옮겨 몸을 앉혔다.

“잘 마시겠습니다.”

“카르카디아라고하지.”

“차 이름입니까?”

선홍색을 띄고 있는 차를 보며 루이스 장관이 물음을 던졌다.

“그렇소. 히비스커스꽃으로 우린 차라오. 좀 신맛이 강하지만 맛은 괜찮으니 먹을 만 할 겁니다.”

찻잔을 들어 조심히 맛을 보니 확실히 향도 향이지만 신맛이 좀 강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그 맛이 나쁘지는 않아 거부감 같은 것은 없었다.

“향도 그렇고 괜찮습니다.”

“우리 이집트에서 자주 마시는 차들 중에 하나라오.”

아마사피 대통령 또한 잔을 들어 코로 향을 음미하고 입으로 한 모금 마셨다.

그러고는 다시 찻잔을 내려놓은 아마사피 대통령이 루이스 국무장관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내가 왜 이렇게 차 한 잔 같이 하자고 했는지 궁금 할겁니다.”

“사실 그렇긴 합니다.”

아마사피 대통령의 말에 루이스 국무장관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저 식사 한 끼 했으니 그냥 차 한 잔 마시자고 불렀을 리는 없었다. 이유가 있으니 이렇게 차 한 잔 하자며 독대하는 자리를 마련했을 것이다.

“나라 일이라는 게 참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것 같소.”

“대통령직에 오르면 여러 생각이 또 든다고 들었습니다.”

“그 말이 맞소. 사실 나는 내가 대통령자리에 앉을 것이라 생각도 못했던 사람이라서 말이요.”

“......”

“총리가 된 것만 해도 난 아주 크게 성공한 사람이라 생각했소. 이 나라가 나에게 아주 큰 감투를 씌워주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지. 투랍 대통령이 그런 나쁜 마음만 먹지 않았다면 난 여전히 투랍 대통령의 성공을 빌었을 거요. 안타까운 일이지.”

씁쓸한 듯 말하는 아마사피 대통령의 말을 들으면서 루이스 장관이 갑자기 왜 이런 얘기를 자신에게 하는지에 대해서 생각했다. 그저 푸념을 하기위해 이런 얘기를 했을 리가 없었다.

“존 마이클 대통령께서 나에게 전화를 청하고 이렇게 루이스 장관을 보낸 것을 보면 이 일을 중요하게 보고 있다고 생각이 듭니다.”

짧은 시일 안에 이러한 회담이 이루어지게 된 것은 전부 존 마이클 대통령이 직접 핫라인을 통해 전화를 걸어 대화가 오고갔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직접 그렇게 청을 하니 이러한 자리가 만들어지게 되었던 것이다.

“그 입장을 이해 못 하는 것도 아니지. 그래서 이러한 자리를 하게 된 것이니 말이요.”

루이스 장관의 눈빛이 순간 달라졌다. 갑자기 자신에게서 차 한 잔을 하자며 독대를 청했다. 그리고 지금 존 마이클 대통령을 거론하며 그의 입장을 이해 못 하는 것도 아니다며 얘기를 꺼낸다?

‘어쩌면 생각 보다 일이 어렵지 않게 풀릴 수도 있겠어.’

대통령궁에 입궁 할 때 모습을 보이지 않았을 때만 해도 일이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이라 보았다. 그건 식사자리에서 카일러 사건을 거론할 때 다시 한 번 느꼈다. 하지만 지금 자신을 앞에 두고 저러한 말을 하는 것을 보면 그건 일종의 엔더슨이 저지른 일에 대한 항의 일 수 있다고 보았다. 아마 그게 맞았다. 다만 아까 전엔 그 일이 이번 자리에서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 보고 있었고 그게 사실이었다.

헌데 지금 이 말을 들어보면 어쩌면 좀 생각을 달리 해볼 수도 있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게 아니라면 대뜸 차 한잔 하자며 단 둘이 마주한 자리를 내지 않았을 걸로 보았다.

“이해를 해주신다니...”

혹시나 하는 마음에 루이스 장관은 빠르게 분위기를 좋게 만들기 위해 입을 열었다.

허나 아마사피 대통령의 얘기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가슴이 참 아픈 일이요.”

이 자리에서 좋게 얘기를 풀어가 볼 수 있을까 싶어 입을 열었던 루이스 장관은 자신의 말을 자르며 다시 입을 여는 아마사피 대통령의 애석하다는 말에 다시금 입을 닫았다.

찻잔을 들어 입술을 축인 아마사피 대통령이 다시 말을 이었다.

“조금 전에 말했다시피 난 총리로써 이 나라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다 하겠다는 심정이었소. 하지만 투랍 대통령과 난 갈라서게 되었고 애석하게도 생각지도 못 한 대통령이라는 자리에 지금 이렇게 앉아있게 되었다오. 참으로 애석한 일이오.”

“아마사피 대통령께서는 잘 하고 계시지 않습니까. 제가 잘 알지는 못하지만 이집트 국민들 또한 지지도가 상당히 높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루이스 국무장관은 스스로 애석하다 말하는 이 말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는 투랍 정권이 물러가고 대선을 통해 선출되어 지금까지 잘 이끌어오고 이었다. 어지러웠던 나라가 안정을 찾았고 다시 관광산업 또한 활기를 띠어가고 있었다.

그에 대한 지지율이 70%가 넘을 정도로 국민들은 신뢰를 보내주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까지 그를 보면 앞으로는 어떨지 모르지만 말 그대로 성공한 대통령의 표본이라 할 수가 있었다.

“그래서 애석하다고 한 것이요.”

“무슨 뜻인지 여쭈어 봐도 되겠습니까.”

그게 애석한 일이라는 이 말이 루이스 국무장관은 정말로 이해가 가질 않았다.

“그 기대를 제가 저버릴 수 없어서 드리는 말이오.”

“기대를 저버릴 수 없다 함은...?”

“존 마이클 대통령께서 이렇게 청을 하여 자리까지 마련하게 되었고, 나 또한 미국을 동맹국으로써 우방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국민들의 바람을 저버릴 수는 없다는 말이요.”

“......”

루이스 장관은 다시금 말이 없어졌다.

이 애석하다는 말이 자신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니라 바로 이 상황을 두고 하는 말이었던 것이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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