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66화 〉 766화 가치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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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싫어?”
안나가 별다른 말이 없는 이만석에게 이 말이 기분 나쁘냐는 듯 물어보았다. 분명히 이만석의 여자들 또한 더 이상 여자들을 받아드릴 수 없다는 말을 했었다. 안나 또한 그걸 잘 알고 있다. 이만석이 그녀들의 얘기를 받아들였다는 거 까지도.
하지만 안나는 거기서 만족 하지 않았다. 이만석이 그녀들 말고 다른 여자들과 함께 하는 모습을 그녀는 볼 생각이 없었다. 용납 할 수가 없는 일이었다. 고용이 된 입장이었을 때는 그가 어떤 여자를 만나든 안나가 상관 할 바가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가 않았다. 자신을 자기 여자로 받아들였으면 이만석이 어떤 여자를 만나든지 그에 대해서 안나도 관여 할 이유가 성립되기 때문이었다. 어떤 여자라도 좋아하는 남자가 따른 여자를 함부로 만나고 다니는 것을 좋아할 여인은 없었다.
그건 안나또한 다르지 않았다.
똑 바로 두 눈을 직시하는 안나의 시선에 이만석이 결국엔 쓴웃음을 지었다.
“하란이나 그녀들을 안을 때 별 관심도 없기에 이런 쪽으로 별 신경을 쓰지 않을 줄 알았는데 말이야.”
자신의 몸을 내어 준다고 말하면서도 무덤덤한 모습이나 이집에 들어 올 때에도 뜨거운 시간을 보내는 자신을 보면서도 별다른 관심이나 놀라지도 않는 안나를 보면서 이쪽으로는 그래도 프리 할 것이라 생각했던 이만석이었다.
“그때는 내가 네 여자가 아니었으니까.”
무심하게 중얼거린 안나가 다시금 이만석을 향해 말을 이었다.
“아까도 말했지만 이건 네가 감당해야 할 일이야.”
한국이 남북고위급회담과 정상회담을 앞두고 시끄러운 가운데 아침부터 리자 아마사피 또한 상당히 바쁜 관료들을 보면서 웃음을 지었다. 그도 그럴 것이 오늘은 미국에서 손님이 찾아왔기 때문이었다.
카이로 국제공항에서부터 기자들이 몰려 플래시셔터를 터트리며 한 몸에 집중을 받았고 취재진들이 북새통을 이루었다. 공항을 빠져나와 차에 오를 때까지도 사람들이 바글바글 거렸다.
이처럼 많은 기자들과 취재진들이 몰려오게 된 되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었는데 다른 누구도 아닌 미국의 국무장관인 루이스 칼센이 미 대통령을 대신해 외교에 대한 그의 권한을 일임 받고 이렇게 이집트에 직접 찾아왔기 때문이었다.
미국 이집트 정상회담은 아니었지만 대통령이 직접 신경을 써서 그를 보낸 만큼 이번 만남이 두 국가의 미래에 많은 영향이 끼칠 것은 당연한 일이어서 관심이 집중 될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아침 10시에 도착한 루이스 칼센 국무장관은 정부 고위급 인사들의 환영을 받으며 대통령궁에 들어왔다. 중요한 만남인 만큼 대통령이 나와 맞아주지 않겠는가하는 사람들의 시선도 있었지만 아쉽게도 대통령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귀빈실로 안내받은 루이스 국무장관과 외교단원들은 저마다 방으로 들어가 가볍게 짐을 풀었다. 1박2일의 짧은 일정이었지만 시간을 내서 이집트까지 온 것인 만큼 절대 가벼운 만남으로 찾아온 것은 아니었다.
가볍게 짐을 풀고 함께 온 그의 측근이자 보좌진을 맡고 있는 이들과 함께 응접실에 자리해 몸을 앉혔다.
“아마사피 대통령이 얼굴을 비출 줄 알았는데 의외입니다.”
루이스 장관의 보좌진들 중에 한 명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마커스 에딜이라는 인물로 루이스 대외 실무 외교관들 중에 한 명이었다.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줄 참인 거겠지.”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많은 이들이 지켜보고 있는데 좀 기분이 좋지는 않습니다.”
대통령이 아니라고 하지만 엄연히 미국을 대표해서 찾아온 이들이었다. 특히 루이스 국무장관은 존 마이클 대통령이 백악관에 입성하기 전부터 함께 했던 인물로 절대 가벼운 인물이 아니었던 것이다. 이집트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그를 반겨주었다고 해도 하등 이상할 게 없었다.
“카일러가 저지른 일 때문에 동맹관계라고 해도 생황이 좋지가 않아. 암살까지 당할 뻔 했으니 아마사피 대통령으로썬 이렇게 모습을 비추지 않는 것으로 항의를 하는 거야.”
카일러와 엔더슨이 이집트에서 저지른 일은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니었다. CIA가 이집트 국정에 깊숙이 개입하여 투랍 대통령을 도와 이익을 취하려던 것이 그대로 드러났기 때문이었다. 물론 이 일이 대외적으로 거론이 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그걸 그냥 지나칠 수도 없는 일이었다.
공식적으로 이집트에서 항의서한을 보내거나 성명을 발표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미국의 입장에서는 다행인 일이었다.
오히려 이정도 항의는 크게 기뿐 나쁜 일이 아니라고 생각 할 수도 있는 일인 것이다.
아마사피 대통령은 함께 식사자리에 함께할 점심시간에 보게 될 것으로 보고 있었다. 서둘러 일정을 잡고 이렇게 이집트에 온 이유는 중동이 지금 심상치 않게 돌아가는 상황이 있다는 것을 잊어선 안 된다.
그리고 그 중심에 이집트가 있다는 것은 두 말할 것도 없는 사실이었다.
“조금 전에 도착했네.”
[생각보다 빨리 왔군요.]
“아무래도 신경이 많이 쓰였던 모양일세.”
창가에서서 이만석과 통화를 나누고 있는 아마사피 대통령은 루이스 국무장관이 대통령궁에 들어서는 것을 멀리서 지켜보았다. 외교의 전권을 일임받고 온 인물임만큼 그가 직접 나서서 맞이해준다고 해도 이상할 게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아마사피 대통령은 전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정부 고위 관계자들을 통해 마중을하게 했고 그는 얼굴을 비추지 않았던 것이다.
귀빈실로 안내 받았다는 것 또한 비서관을 통해 보고 받았다.
[이집트를 중심으로 중동의 각 국가들이 가깝게 모여들고 있으니 당연히 그럴 겁니다.]
“이렇게 빨리 찾아온 것을 보면 아무래도 이스라엘이 상당히 다급했다고 볼 수밖에 없을 것 같네.”
[미국경제를 잡고 있는 그들의 입김이 정치 쪽으로 많이 움직였겠죠.]
하원을 잡고 있는 공화당이나 상원을 잡고 있는 민주당이라고 하지만 두 양당에 유대계자본이 상당수 흘러 들어가 있다는 것은 부인 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공화당은 물론이고 민주당 내에서도 정부에 상당한 압박을 가했을 것이 틀림이 없었다.
그들의 압박이 아니라고 해도 존 마이클 대통령 입장에서도 중동이 뭉치는 것은 관가해선 안 되는 일이었다. 유럽연합이라는 나라들의 거대 경제권과 이익이 묶여 있는 단체가 만들어져 있다고 하지만 중동의 경제가 하나의 연합단체로 탄생 하는 것은 마냥 좋게 볼 수가 없는 일이었다.
특히 이스라엘의 입장에서는 극구 반대해야 할 상황이었다. 중동국가들과 전쟁을 치루었던 이스라엘의 역사를 보면 이건 절대 좋은 징조가 아니었다.
[그 쪽에서도 저지른 잘 못이 있으니 경제적지원이라든지 등을 통해서 좋은 반향으로 이끌어 내려고 할 겁니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중동이 뭉쳐서 하나의 단일 경제권형성이 되는 것을 아직은 바라지 않았다. 중동전체에 팽배한 반미정서가 퍼져있는 상태에서 중동연합이 탄생이 되기라도 한 다면 상당히 골치 아픈 일이기 때문이었다.
“알고 있네...”
[어떤 조건을 제시해 와도 계획한 대로 밀어붙이십시오.]
“그러도록 하겠네.”
이미 이번일을 두고 미국에서 어떻게든 대처를 하려고 움직일 것이라는 걸 아마사피 대통령 또한 잘 알고 있었다. 요르단, 시리아, 이라크를 차례대로 순방을 하며 정상회담을 가진 아마사피 대통령은 이집트와 삼국과의 경제적 합의를 두고 회담을 하기로 약속을 했다.
각국의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만큼 쉽지 않은 일정이었는데 아마사피 대통령은 외교 성과로써 그걸 이루어내었던 것이다. 이걸 두고 이집트 언론들은 아마사피 대통령의 리더쉽을 치켜세우며 분위기를 띄었다.
현재는 시리아와 요르단, 이라크뿐이었지만 이집트를 중심으로 이 삼국에 경제협력합의를 위한 사자회담을 하기로 하는 등 큰 파란을 일으키고 있었다. IS 때문에 불안한 정국을 이어가고 있는 현 시국에서 이루어진 이 정상들의 만남을 두고 중동의 평화가 찾아오는 출발점이 되기를 바라는 이들이 많았다.
예정되어 있는 사국의 정상들의 회의가 좋게 끝나고 경제적 합의에 진정 뜻을 모으게 된다면 나머지 주변국들도 자연스럽게 참여하게 되리라 보는 이들도 적잖이 있었다. 실제적으로 사우디아라비아나 쿠웨이트, 예멘, 오만 등 여러 중동 국가들이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렇게 이만석과 짧은 통화를 끝낸 아마사피 대통령이 뒷짐을 진 채 창문 밖을 바라보았다. 화창한 날씨에 태양이 내리쬐는 밖은 선선한 느낌마저 들게 했다. 사실 선선하기보단 포근한 날씨라고 하는 게 맞겠지만 한국은 가을에 접어들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그여서 잠시 그렇게 느꼈다.
“먼 길을 찾아왔는데 안타깝게 됐어.”
존 마이클 대통령과의 통화로 이번 자리를 마련하게 되었지만 그쪽에서 바라는 성과를 가지고 돌아가지는 못 할 것이었다.
12시가 넘어서 루이스 장관은 귀빈실을 나서 식당으로 향했다. 대통령이 초대한 식사자리인지라 1층에 마련된 연회장엔 눈으로 보기에도 수많은 음식들이 나열되어 있었다. 생전 처음 보는 음식들도 많이 눈에 띄었지만 하나같이 전부 맛이 있어 보이는 음식들이었다.
“어서들 오시오.”
사람 좋은 얼굴로 식당에 들어서는 그들을 맞이하는 사람은 다른 누구도 아닌 아마사피 대통령이었다. 천천히 다가간 외교단에서 루이스 장관이 대표로 나서 아마사피 대통령에게 인사를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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