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59화 〉 759화 그의 대답
* * *
몸을 돌린 이만석이 충격을 받아 굳어 있는 두 사람을 바라보며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
“이 두 가지에 비하면 조금 전에 보여준 손을 열기와 한기는 정말로 아무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순간 민우가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방금 보여준 이것과 비교하면 조금 전의 그 손의 열기와 한기는 정말로 별거 아니었다.
이거야 말로 진정한 초능력이라 할 수 있었다.
“자, 자네가 만들어 방금 그 불이 터지면 어느 정도의 위력이 나타나게 되나?”
정석환 회장은 바람이 잘게 썰어 벌인 불덩어리의 위력이 어느 정도인지 내심 궁금했다.
보기에도 사람 머리통만했고 위압적이었다.
그게 터지면 과연 어떤 위력을 자아낼 수 있을까.
“작은 건물 한 채는 순식간에 무너트릴 수 있습니다.”
“수류탄 보다 더 강하단 말인가?”
“순식간에 화마가 주변을 태워버리니 소형 폭탄이라고 하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
소름 돋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폭탄이라니... 그게 가능하단 말이야?”
이제야 조금 진정이 된 것인지 민우가 이만석을 향해 질문을 던졌다.
“보고 싶다면 보여 줄 수도 있지.”
“자네의 말이 사실이라면 여기서 터트린다면 아무리 인적이 드물다지만 난리가 날 수도 있네.”
이만석의 말이 사실이라면 시험 한답시고 여기서 그 불덩어리를 터트렸다가 정말로 폭탄같이 커다란 위력을 뽐내면 순식간에 사고가 발생 한 줄 알고 난리가 날 수 있는 일이었다.
민우 또한 그 점이 염려가 되는지 선 뜻 이만석에게 보여 달라 할 수가 없었다.
“이 자리가 아니면 가능합니다.”
“설마 아까 전에 말했던 그게 이 이유 때문에...”
이만석의 대답에 민우는 조금 전에 다른 곳으로 이동을 원하게 될 것이라는 이만석의 얘기를 떠올리며 저도 모르게 말했다.
정석환 회장도 민우처럼 차를 끌고 왔는지에 대해서 물었을 때 이만석이 한 말이 떠올랐다.
“그래서 자신했구만...”
거절 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는 이만석의 모습에 정석환 회장은 수긍 할 수밖에 없었다. 방금 전에 보였던 그 불덩어리의 위력이 어느 정도인지 민우처럼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정말로 이만석이 말한 그 정도라면 이건 말 그대로 엄청난 일이었다.
“덤으로 제가 차를 끌지 않고 이 자리에 어떻게 왔는지도 알 수 있습니다.”
그때 가면 알게 될 것이라 말했던 이만석이다. 정석환 회장은 망설이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동하도록 하지.”
민우 또한 이마석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두 사람이 몸을 돌려 다시 차량으로 걸어가려는 그때 이만석이 가까이 다가왔다.
“제 어깨를 잡으십시오.”
“어깨?”
느닷없이 어깨를 잡으라는 말에 정석환 회장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너도.”
허나 대답이 아닌 이만석은 민우보고도 자신의 어깨를 잡아라 말했다.
갑자기 왜 어깨를 잡으라는지 몰랐지만 조금 전에 보여준 그 엄청난 초능력에 두 사람은 더 이상 의문을 표하지 않고 이만석이 일단 하라는 대로 어깨에 손을 얹었다.
“이렇게 하면 되나.”
“충분합니다.”
그렇게 말한 이만석이 천천히 마나의 고리를 움직이며 좌표를 읽어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대충 이동할 정소가 정해 졌을 때 이만석을 중심으로 옅은 바람이 일렁이다 돌풍이 일기 시작했다.
“갑자기 웬 바람이?”
갑자기 이는 돌풍에 민우가 당황한 듯 대답했다. 순식간에 주변을 감싸고도는 바람을 느끼며 눈에 먼지가 들어가서 그런지 절로 두 눈을 감아버렸다.
민우뿐만이 아니라 정석환 회장 역시 당혹스러운 듯 한 표정을 짓다 먼지바람에 눈을 뜨고 있기 힘들어 인상을 찡그리며 눈을 감아버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만석의 어깨에 손을 얹고 있던 손을 떼지는 않았다.
잠시 동안 두 사람은 그렇게 눈을 감고 있었는데 불었던 바람이 조금 시간이 지나자 다시 잠잠해진 것을 느꼈다.
“이제 눈 뜨셔도 됩니다.”
그에 이만석이 다시 눈을 떠도 된다는 말로 확인을 시켜주는 듯 했다. 손으로 눈 부분을 가려 먼지가 들어오지 않게 하고 있던 민우와 정석환 회장이 천천히 팔을 내리며 눈을 떴다.
“뭐, 뭐야 이게?!”
눈을 뜨고 주변 시야가 다시 눈에 들어오자 민우는 저도 모르게 당황한 소리를 내고 말았다.
완전히 다른 장소다.
기적같은 일이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그건 민우뿐만이 아니라 정석환 회장 또한 상당히 당혹해 하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도 그럴 것이 공터에 서있던 두 사람은 지금 전혀 다른 장소에 서있었기 때문이었다. 다른 장소에 서있는 것뿐만이 아니었다. 어둠이어야 할 것이 대낮처럼 밝았기 때문이었다.
“아이쿠!”
순간 발을 잘 못 디딘 정석환 회장이 모래구덩이에 발이 푹 빠지며 저도 모르게 엉덩방아를 찍었다.
“괜찮으십니까?”
그에 이만석이 쓴웃음을 지어주며 손을 아래로 내밀어 주었다.
“고, 고맙네.”
내밀어준 손을 잡고 다시 일어선 정석환 회장이 엉덩이에 묻은 흑을 털어냈다. 정석환 회장이 넘어 진 줄도 모를 정도로 민우는 입을 벌린 채 멍하니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다. 엉덩방아를 찍었던 정석환 회장도 별로 쪽팔려 하는 것 같지 않았다.
민우처럼 완전히 달라진 풍경과 하늘을 바라보는 민우는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었다.
“어, 어떻게 된 거지? 아니 도대체 여기가 어디야? 그리고 하늘은 또 왜 이렇게 밝은 거야?!”
입을 반쯤 벌리고 주변을 바라보던 민우가 이만석을 향해 소리치듯 말했다. 도대체 이 믿기 힘든 일에 대해서 설명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공터에서 도대체 왜 자신들이 여기에 서있는 것인지 이해 할 수가 없었다.
이만석이 어깨를 잡으라고 해서 시키는 대로 한 것뿐이었다. 그러다 갑자기 휘몰아치는 바람에 눈을 뜨고 있기 힘들어 감았었다. 돌풍이 휘몰아치던 것이 순식간에 잠잠하게 잦아들었고 이만석이 괜찮다고 눈을 떠도 된다는 말에 가렸던 팔을 치우고 눈을 뜨니 드러난 풍경은 더 이상 한적한 공터가 아닌 끝이 알 수 없는 허허벌판의 넓은 모래사장이 지평선 넘어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보는 바와 같이 사막이다.”
물어 볼 거 있냐는 듯 이만석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말했다.
“아, 아니 사막인건 알겠는데 왜 우리가 여기에 있는 거냐고?!”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건가?”
민우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정석환 회장 또한 긴장 된 표정으로 이만석에게 물음을 던졌다. 전혀 뜻밖의 장소에 서있는 이 상황에 대해서 제대로 설명이 필요했다.
“공간을 이동한 겁니다.”
“뭐?”
“공간을 이동했다?”
“영화 보면 그런 거 나오지 않습니까. 무슨 장치를 이용해서 다른 장소로 이동한다든지 하는 거 말입니다.”
“......”
“......”
이만석의 말에 두 사람은 할 말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너무 믿기 힘든 얘기를 저렇게 하고 있으니 뭐라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일종의 순간이동이라고 보면 되겠군요.”
싱긋 웃으며 말하는 그 모습에 민우와 정석환 회장은 한 동안 침묵에서 헤어 나오지 못 했다.
“도대체 무슨 일 때문에 오빠가 그렇게 나간 걸까요?”
“이번 일을 두고 우리 오빠하고 민준씨하고 할 얘기가 있어서 그런 거겠죠.”
“투자하는 것 하고도 관련이 있겠네요?”
“아마도 그럴 거 같아요. 300억을 투자하고도 크게 아쉬워했던 사람이 오빠였으니까요.”
“그렇겠네요.”
지나의 오빠인 민우가 두 번이나 찾아와서 이만석과 따로 얘기도 나누고 다시 집으로 찾아가 서재에서 정석환 회장과 셋이서 대화를 나누었다고 하니 아마도 그럴 것이라 생각이 되었다.
“그런데 지나씨.”
“네?”
하란이의 물음에 지나가 싱긋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진짜 안 나갈 거예요?”
“뭐 어때요? 서로 다 보여주는 것도 처음이 아닌데요, 뭘.”
“그래도 갑자기 이렇게 들어오면 어떡해 해요.”
“같이 이렇게 목욕하면 좋잖아요.”
그러면서 욕조에 더욱더 몸을 담구는 지나를 보면서 하란이는 작게 한 숨을 내쉬었다. 혼자서 편안하게 뜨거운 탕 안에 몸을 담궜는데 어느새 지나가 문을 열고 난입을 한 것이다. 당황한 하란이 나가달라고 말 해씨만 지나는 막무가내로 입고 있는 옷들을 벗어서 옷 바구니에 담아 넣고는 그대로 물로 몸을 행구고 욕조 안으로 들어왔다.
“못 볼 거 다보고 그보다 더한 짓도 했는데 여자끼리 같이 목욕하는 건 괜찮잖아요? 목욕탕에 가면 모르는 사람들이랑도 같이 목욕하는데요.”
“그렇긴 하지만 다음에는 미리 말해주었으면 좋겠어요.”
“그럴게요.”
그렇게 웃음을 지은 지나가 그대로 손으로 물을 뜨더니 하란이에게 뿌렸다.
“앗! 이러기에요?”
“재밌잖아요.”
그러면서 계속해서 얼굴에 물을 뿌리자 하란이가 마주 손으로 지나 쪽으로 물을 뿌렸다.
“눈 쪽으로 뿌리는 게 어딨어요~”
“먼저 시작한 건 지나씨에요.”
그렇게 서로에게 물을 뿌리며 놀고 있는 그때 갑자기 닫혀 있던 욕실의 문이 열리며 한 명의 인영이 안으로 들어섰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