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58화 〉 758화 그의 대답
* * *
분명 이만석은 그때 그런 말을 했었다. 하지만 정석환 회장과 민우는 전혀 그런 경고에 신경을 쓸 틈이 없었다. 이만석의 정체에 대해서 알게 되는 순간인데 거기서 내 뺀다면 바보 같은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짧은 대답을 나누는 사이 어느새 두 사람은 넓은 공터에 멈추어 섰다. 정석환 회장이 먼저 서서 기다렸고 민우와 이만석이 도착했다.
“먼저 이 늦은 시간에 불러내서 미안하네.”
“미안해 할 것 없습니다. 여기까지 오는데 어려운 것도 아니니까 말이죠.”
워프를 통해 단번에 이곳으로 온 것이 이만석이다. 귀찮게 차를 타고 말고 할 것이 없었던 것이다. 그러니 자신에게는 그렇게 귀찮은 일이 아니었다.
“먼저 한 가지 짚고 넘어 갈 것이 있어.”
“물어보십시오.”
“자네가 보여준 그게 정말로 초능력이 맞나?”
아직도 그때 보여주었던 것이 초능력인지 믿기지가 않았다. 오랜 세월을 살아온 정석환 회장으로썬 당연한 일이었다. 젊은 민우조차 이렇게 믿기 힘들어 하는데 세상을 통찰하고 대기업의 회장으로써 세상을 살아온 그로써는 보아도 의심이 가는 게 사실이었다.
그래서 이렇게 이만석에게 재차 확인을 하듯 질문을 던진다. 물론 이만석은 그렇다는 대답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말로 할 것이 아니라 보여드리죠.”
그렇게 대답한 이만석이 오른손을 들어올렸다. 그 순간 민우와 정석환 회장은 그때처럼 놀란 표정을 지었다. 어느새 이만석의 손에서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열기가 전해져 왔기 때문이었다.
“보고도 믿기지 않아...”
기가 차다는 듯 말하는 정석환 회장의 시선이 이만석의 손에서 떠나지를 않았다.
“이거... 만져 봐도 되냐?”
손을 바라보던 민우가 이만석에게 잠시 만저도 되는지 허락을 구했다.
“물론.”
이만석이 괜찮다는 말을 해오자 민우가 천천히 조심스럽게 손을 들어 이만석의 손에 자신의 손을 뻗었다.
“앗 뜨거!”
천천히 가져다 손을 잡았던 민우가 화들짝 놀라며 잡았던 손을 떼면서 소리쳤다.
저게 진짜인지 알고 싶어서 손을 가져다 댔는데 정말로 뜨거웠던 것이다.
“뭐, 뭐가 이렇게 뜨거워?!”
빠르게 손에 바람을 불면서 열기를 식히는 민우가 이만석을 향해 따지듯 물었다.
“뜨거운 거 느껴보려고 만진 거잖아.”
“맞는 말이지만 이렇게 뜨거울 줄은 몰랐다고!”
불에 대인 것처럼 화끈한 손의 열기에 민우는 계속해서 입김을 불어 바람으로 식혔다. 정석환 회장은 민우의 그럼 모습을 보면서 저도 모르게 감탄사를 내뱉었다. 민우의 저 모습을 보아 저 열기가 거짓이 아님이 드러났기 때문이었다.
“아주 신비한 일이로구만.”
이게 가능한 것인지 믿기지 않아 달아오른 이만석의 손을 탐구의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요리보고 저리 봐도 트릭을 이용한 마술이라고는 볼 수가 없었다.
일반적인 손인데 열기가 느껴지는 것이다. 실제로 그것을 만진 민우는 아직도 입으로 손을 식히고 있었다.
“많이 뜨거운 모양이군.”
민우를 바라본 이만석이 다시 손을 내밀었다.
“잡으면 괜찮을 거다.”
“뭐?”
입김을 불어대던 민우가 이만석의 말에 반문을 했다가 차가운 한기가 느껴지는 것을 보고는 녹차가 식었던 것을 떠올리곤 냉큼 달아오른 손을 잡았다.
“앗 차거!”
그 순간 저도 모르게 손을 뗀 민우는 또다시 소리쳤다. 손을 잡는 순간 뜨거운 열기가 확 가시는 것을 느꼈지만 반대로 얼얼할 정도의 한기가 손 전체로 전해져 왔다. 순식간에 떼서 살펴보니 어느새 손이 차갑게 얼어 있었다. 물론 동상이 걸릴 정도는 아니었지만 상당히 얼얼했던 것이다.
“볼수록 놀랍구만.”
민우가 직접 만져서 확인을 시켜줌으로써 정석환 회장은 연이어 감탄사를 터트리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런건 두 눈으로 보고도 이게 정말로 현실인가 믿어지지 않을 정도였다.
초능력이다.
“전에 보았던 것이 거짓이 아니었어.”
한기가 서려 있는 이만석의 손을 보면서 정석환 회장은 이제 확실히 그때 자신이 본 것이 거짓이 아니라는 것을 인정 할 수밖에 없었다. 이젠 바람이 아닌 따뜻한 입김으로 얼얼한 손을 식히는 민우 또한 저게 거짓이 아니라는 것을 제대로 느꼈다.
“어떻게 손이 그렇게 될 수가 있지?”
잠깐 잡은 것만으로도 뜨거움에 아팠고 차가움에 얼얼했는데 그렇게 변한 이만석의 손이 아무렇지도 않아보이자 신기하기만 했다.
“내 손 자체가 아닌 그 주변이 기운이 감싸고돌고 있다고 보면 돼.”
“무슨 말이야?”
“말 그대로다.”
그렇게 말한 이만석이 다시 고개를 돌려 정석환 회장을 바라보았다.
“아직 이걸로 감탄하기엔 이릅니다.”
“전에 본 것이 사실임을 확인 한 것만으로도 놀랍네.”
이만석은 이르다 했지만 정석환 회장은 이것만으로도 상당히 놀랐다. 멀쩡한 손이 저렇게 될 수가 있다는 것이 참으로 믿어지지가 않았다.
“그 후로 저에 대해서 알아보았습니까.”
갑자기 던지는 이만석의 질문에 정석환 회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알고 있는 자네의 모습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으니 그 이후 더 알아보았지. 물론 민우가 직접 나나서 챙겼지.”
이만석이 고개를 돌려 민우를 바라보자 어느 정도 얼얼함이 가신 민우가 정석환 회장에게 보고를 했던 것을 이만석에게 풀어주었다. 특히 두 사람이 알고 싶어 했던 것을 이만석에게 물어보았다.
“그래서 말인데... 그 신의 사자와 네가 혹시 연관이 있어?”
연관 있다고 해도 놀라운 얘기고 없다고 해도 놀라운 얘기였다. 어쩌면 그 신의 사자라는 자 또한 초능력자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만석이 이렇게 초능력이 실제하다고 보여주는데 그자 역시 그럴 수도 있다고 보았다.
“맞아.”
이만석은 그런 민우의 대답에 숨길게 없다는 듯이 가볍게 그렇다고 대답을 했다.
“그 자가 정말로 너라고?”
고개를 끄덕이는 이만석의 모습에 정석환 회장이 혀를 내둘렀다.
“그게 정말로 자네였다니...!”
민우의 말을 통해 이만석이지 않을까 의심은 해보았지만 사실임에 밝혀지자 정석환 회장은 눈을 크게 떴다. 중동에서 엄청난 반향을 일으키는 그 존재가 바로 눈앞에 있는 사내임에 밝혀졌기 때문이었다.
민우가 알아온 신의 사자에 대한 정보만 들었을 때 그 존재로 인해 중동 전체가 발칵 뒤집혔다는 것을 알았다. 그 존재 하나만으로 중동지역이 큰 내란이 일어날 수도 있는 정도였다. 어쩌면 IS보다 더 무서운 존재가 나타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런데 그러한 존재가 자신이라는 것을 이만석 스스로 시인을 한 것이다. 참으로 놀라운 대답이 아닐 수 없었다.
“그, 그럼 신의 사자에 대해서 난 과장 된 소문 중에 무엇이 사실인지 말해줄 수 있겠나?”
신의 사자에 대한 소문에는 많은 것들이 과장되어 떠돌고 있다고 했다. 그 중에 하나가 손에서 불과 바람을 만들고 땅을 뒤흔들며 하늘의 심판을 내리는 존재라고 했다. 반군과 알 카에다에게 내려진 자연재해는 다 신의 사자가 내리는 알라신의 징벌이라는 것이다.
터무니없는 말이었지만 지금은 그 중에 어느 정도는 사실일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과연 과장된 소문일까요.”
긴장 한 듯 보이는 두 사람에게 미소를 지은 이만석이 몸을 돌려 공터를 바라보았다.
“일단 작은 것부터 하나 보여드리도록 하지요.”
그 순간 이만석의 몸속에 잠재되어 있는 마나의 고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순간 대지에 퍼져있는 기운들이 몰려들었고 순간 이만석의 눈앞에 하나의 작은 빛이 생겨나더니 점점 덩치를 키우기 시작했다.
“저, 저런!”
그건 점점 커지기 시작하더니 곧이어 사람 머리통만한 거대한 불덩어리로 변했다.
순간 정석환 회장은 저도 모르게 경악성을 내뱉었고 민우는 입을 벌린 채 멍하니 바라보았다.
“항간에 떠도는 신의 사자가 불을 다스린다는 얘기가 아마도 이걸 두고 나온 얘기일 겁니다.”
공중에 떠있는 화염구는 조금 전에 이만석의 손에서 느꼈던 열기와는 다른 강대한 뜨거움을 내뿜으며 타오르고 있었다.
“이어서 나온 바람을 부린다는 것은 이걸 두고 한 말이겠지요.”
이만석이 파이어 볼을 향해 가볍게 손을 휘저었다. 그 순간 옅은 돌풍이 부는 가 쉽더니 순식간에 불덩어리가 잘게 갈라지며 순식간에 일렁이다가 그대로 부서지듯 사라져버렸다.
“......”
“......”
그걸 보고 있는 정석환 회장은 물론이고 민우 또한 뭐라고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칼날에 베어지듯 불덩어리가 잘게 잘리며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강철뿐만이 아니라 바람 또한 이러한 칼날의 모습을 갖출 수가 있습니다.”
평안한 목소리로 설명을 하는 이만석이었지만 그걸 듣고 있는 정석환 회장은 솜털이 곤두 서는 것 같았다.
‘어찌 저런 일이 가능 할 수 있단 말인가!’
도저히 입 밖으로 나오지 않는 말이었다. 그만큼 지금 이만석이 보여주는 저것이 너무나 충격이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