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56화 〉 756화 그의 대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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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만 들어도 정석환 회장 역시 딱 한 명의 인물밖에 머리에 떠오르지 않았다. 그가 바로 이만석이었다.
지금의 상황에선 그럴 수밖에 없었다.
지금 민우가 하는 얘기를 들어보면 딱 이만석에 대해서 얘기를 하는 것처럼 들렸던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정석환 회장은 저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수가 없었다. 확인을 해봐야 한다.
“네가 하는 얘기를 들어보면 그 친구를 의심하는 것 같구나.”
“사실 저도 자신 있게 확정을 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 녀석을 의심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제가 그 의문의 사내를 민준으로 보고 있는 이유는 하나 더 있습니다.”
“그게 무엇이지?”
“그 사람과 함께 했다는 묘령의 여인 때문입니다.”
계속 말해보라는 듯 바라보는 정석환 회장을 향해 민우가 다시 입을 열었다.
“20대 초반에서 중반으로 보이는 여자가 그 사내와 함께 했다고 합니다. 신의 사자를 호위하는 집행자라는 그런 말이 나돌았는데 그 여의 생김새 또한 한 명의 여자를 떠올리게 했습니다.”
“아무래도 그 여자도 네가 본 적이 있나 보구나.”
“민준의 집에서 본 적이 있습니다. 대화도 나누어보지 않아 자세히는 모르는데 차가운 인상의 서양인으로 보이는 여인이었습니다. 지나에게 물어보니 수행비서라고 하는데 그 여자 구체적으로 어떠한 사이인지는 잘 모릅니다.”
“그 여자가 소문의 여자와 또 닮았더란 말이냐.”
“예, 신의 사자 옆에는 백인여성이 한 명 따라다니는데 연갈색 머리에 차가운 인상에 손속이 냉정한 여자라고 합니다. 제가 좀 그쪽으로 끼워 맞추려고 한 것일 수도 있는데 그 녀석과 수행비서라는 여자, 그리고 신의 사자로 소문난 동양인 남자와 백인여성 묘하게 인상착의와 분위기가 상당히 일치합니다.”
좀 어처구니 없어하며 웃으면서 지나갈 수도 있는 얘기였지만 그 얘기를 듣고 있는 정석환 회장의 얼굴은 더 없이 진지했다. 중동지역에서 소문난 신의 사자에 대한 얘기는 과장된 것을 넘어 마치 전능한 존재인양 포장되어 있었다.
민우가 해준 그 얘기 자체가 그저 헛소리에 치부하며 지나갈만한 그런 얘기들이었던 것이다. 또 그 얘기의 시작점이 IS에서부터 였으니 일부러 그러한 소문을 만들어 뭔가 꾸미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봄직 했다. 어찌되었든 얘기 자체가 너무나 허무맹랑했던 것이다.
하지만 정석환 회장은 전혀 그렇게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비록 손의 변화뿐이었지만 그건 분명히 마술이나 그런 트릭이 아니었다. 너무나 놀라운 기현상이라 할 수가 있었다. 민우의 저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지나칠 수도 없는 일이다.
“물론 저도 과장 되었다고 생각되고 실제로 일어난 자연재해가 더해서 소문이 부풀어졌다고 할 수도 있지만 그 녀석이 보여준 그 능력이 정말로 초능력이고, 지금 돌아가는 이 상황이 정말로 그 때문이라면...”
민우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 했다.
지금 자신이 하는 이 말이 현실적으로 말이 안 되었다. 그저 말장난을 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다. 하지만 민우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 했다. 이 말장난 같은 얘기가 전혀 웃으면서 넘길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만큼 이만석이 보여준 능력은 대단한 것이었다.
“......”
정석환 회장 또한 심각한 얼굴로 앉아 있었다. 그 신의 사자라는 자가 이만석이 아닐 수도 있었다. 실제로 초능력이 존재 한다면 그 혼자뿐만이 아니라 다른 존재도 있을 수 있었다. 초능력자가 그 혼자만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석환 회장은 민우의 말만 들어보면 그 신의 사자가 이만석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계속해서 들었다.
“허허허...”
그때 작은 웃음소리가 정석환 회장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갑자기 웃음을 짓는 아버지의 모습에 민우는 저도 모르게 마른 침을 삼켰다.
“민우야.”
“예, 아버지.”
“이 자리에서 지금 너하고 내가 나누는 얘기가 참으로 웃기다고 생각지 않으냐.”
“......”
“초능력이라는 그런 말장난 같은 허무맹랑한 얘기를 이렇게 너하고 내가 진지하게 나누고 있다니 네 어머니가 보면 기가차서 웃지도 않을 것 같구나.”
서재에서 남편하고 아들이 진지하게 뭔가 얘기를 나누고 있는데 그 얘기가 알고 보니 초능력이라는 이상한 주제였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어이없어 할 것이 분명했다. 정석환 회장도 자신이 이런 얘기를 한다는 것이 절로 웃음이 나오게 만들었다.
“초능력이라는 것이 존재했다면 왜 이제야 나왔는지도 궁금하구나.”
“......”
“그러한 신비한 힘이 존재 했다면 이미 세계 각국에서 계발을 하려고 노력을 했을 터인데 말이다.”
그건 국가 차원을 넘어 기업들 또한 그걸 이용하려 할 것은 분명했다. 그런데 지금까지 전혀 그런 것은 없었다. 적어도 이 대한민국 내에서는 그러했다. 다른 나라는 모르겠지만 정석환 회장이 보기엔 다른 나라들 또한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이런 커다란 기업을 운영하려면 그만큼 정보에도 민감해야 한다. 그래서 국가에서 운영하는 그러한 정보조직보다는 딸리겠지만 나름 자부한 산하에 둔 경제시장과 정보를 분석하는 여론 추이의 연구소가 존재했다.
일단 분위기를 알고 정보가 있어야 좀 더 사업을 하는데 원활하게 계획을 짤 수가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정석환 회장은 초능력의 초짜도 들어보지 못 했다. 그러한 신비로운 힘이 있다는 것도 생각지 않았다.
“저도 그 점이 의심스럽습니다.”
민우 또한 아버지인 정석환 회장과 다르지 않았다.
만약 그러한 힘이 존재했다면 왜 국가가 가만히 있는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한 존재가 있다면 나라의 국익에 충분히 도움이 될 터인데 확보를 하거나 계발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게 말이 되지 않는 일이었다.
“초능력이라...”
생각지도 못한 답을 들어버렸다. 웃을 수도 없는 그런 허무맹랑한 말이 아니었다. 그날 눈앞에서 보여준 그 기현상은 충분히 초능력으로 불러도 될 법한 그런 놀라운 광경이었다.
정체에 대해서 물어 봤는데 그 해답이 정말로 생각지 못 한 것이다.
말로만 그런 얘기를 했다면 기분이 나쁠만한 농담을 한 것으로 받아 들였을 것이다.
허나 그건 농담이 아니라는 것을 직접 시연해 보여줌으로써 증명을 해주었다. 그러니 정석환 회장으로써는 그 일을 심각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원한다면 더 보여 줄 수 있다고 했었지?”
“예, 아버지.”
“네가 한 번 더 가서 만나 보거라. 아니다 같이 보는 게 좋을 것 같구나.”
“같이 말입니까?”
정석환 회장 또한 함께 이만석을 만나자는 말에 민우가 조심스럽게 의중을 물었다.
“이번 일은 쉽게 결정을 내릴 수도 없는 일이고 쉽게 생각 할 수도 없는 일이다. 직접 봐서 초능력이라는 것에 대해서 어느 정도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은 들지만 그 실체가 무엇인지 보는 게 더 이로운 일이야.”
민우를 보내서 따로 확인 시켜 들어봐도 되지만 조금 전에 얘기했던 신의 사자라는 것이 내심 걸리는 정석환 회장이었다. 물론 과장되고 부풀려 졌다고 하지만 그 얘기 속에 등장한 기이한 일들이 조금이라도 그 신의 사자라는 존재가 관여 한 것이 맞다면 이건 세상이 뒤집혀 지는 엄청난 일이기 때문이었다.
그 존재가 만약 이만석이 맞다면.
“그럼 내일쯤에 연락을 해서...”
“아니다. 말 나온 김에 지금 볼 수 있는지 연락해 봐라.”
“예?”
민우가 놀란 표정을 지으며 바라보자 정석환 회장이 시계를 보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아직 10시도 안 되었으니 괜찮아.”
“그럼 일단 연락을 해보겠습니다.”
고개를 끄덕인 민우가 폰을 꺼내어 이만석에게 전화를 걸었다. 잠시 후 전화기 너머에서 이만석의 음성이 들려왔다.
[무슨 일이지.]
이만석의 목소리가 들려오지 민우는 바로 입을 열었다.
“지금 바쁘냐?”
[집에서 쉬고 있는데.]
“그럼 오늘 잠깐 볼 수 있어??”
[지금?]
“어.”
[며칠 전 그 일 때문인가?]
전화를 한 이유에 대해서 알고 있다는 듯이 물어오는 이만석의 말에 민우가 다시 입을 열었다.
“지금 아버지하고 함께 있어.”
[아무래도 궁금하긴 했던 모양이군. 알았다. 시간 내주지.]
“그럼 집으로...”
[아니. 내가 알려주는 장소로 와라.]
집으로 와줄 수 있는지 물어보려 했던 민우는 말을 자르고 자신이 알려주는 장소로 오라는 말에 정석환 회장을 바라보았다.
“알려주는 장소로 나왔으면 한다는데요?”
“그리 하겠다고 해.”
생각할 것도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하는 아버지를 보고 민우가 다시 전화기에 대고 입을 열었다.
“알겠다.”
그렇게 전화기 너머에서 이만석이 알려주는 장소에 대해서 얘기를 다 들은 민우가 전화 통화를 끝냈다.
“지금 나가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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