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대에 나만이 유일한 마법사가 되었다-753화 (753/812)

〈 753화 〉 753화 그의 대답

* * *

“지금보다는 나아지겠지.”

하란이와 차이링이 하는 얘기를 듣고 있던 지나가 잠시 뭔가를 생각하는 듯 해보였다.

“무슨 고민 있습니까?”

그런 지나의 얼굴에 이만석이 차분하게 물음을 던졌다.

“고민은 아니고... 잠시 생각할게 있어서요.”

“생각이라니 뭘까?”

차이링이 관심을 보이며 물음을 던지자 지나가 웃음을 지었다.

“언니하고 하란씨가 방금 한 얘기를 들으니까 전에 민준씨가 얘기해주었던 게 생각이 나서요.”

“오빠가 한 얘기요?”

“네.”

“내가 한 얘기라... 무엇인지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흥미를 드러내며 질문을 던져오는 이만석의 말에 하란이는 물론이고 차이링 또한 흥미를 보였다. 이만석이 한 얘기라면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었다. 그 중에 몇 가지 짐작이 가는 것은 있긴 했지만 얘기를 할 것 같으니 물어보지 않아도 될 듯 했다.

“투자를 하는 것을 두고 얘기를 나눌 때 뉴스와 토론방송을 보며 경제에 대해서 사람들의 관심이 어느 정도 인지에 대해서 말이 나왔었잖아요.”

“그때 저녁에 모여서 한 얘기를 말하는 거니?”

차이링이 알았다는 듯 물어오자 지나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날 생각보다 반응이 빨랐고 이만석은 한 달을 보았다고 한 상황에서 다시 15일로 줄였었다. 그때 지나는 최소한 두 달은 걸릴 것이라 말했고 이만석은 좋게 봤다고 까지 했었다.

분위기를 잡는데 한 달에서 15일로 줄인 것에 대해서 지나가 의문을 표했었다. 자신의 입장에선 두 달이었는데 이만석은 좋게 봤다면서 스스로는 한 달에서 15일로 줄였었던 것이다.

“그때 민준씨가 15일로 줄인 것을 두고 얘기를 해주었을 때 한 말이 생각났어요.”

“라면에 비유했던 얘기 말하는 거죠?”

“네.”

하란이가 확인 차 물어오자 지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도 그녀들은 거실에서 한 자리에 앉아 있었다.

1200원이라는 라면을 두고 지나는 그 정도면 싸다고 말했고 공짜나 다름없지 않냐고 했었다. 그에 이만석은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지나의 사정과 돈이 없어 쌀 밥 한 끼도 먹기 힘들어 하는 이들을 비유하여 얘기를 했었다.

그때는 이만석이 왜 그렇게 씁쓸하게 웃음을 짓는지 지나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나중에 이만석이 지었던 그 씁쓸해 보였던 웃음이 지워지지 않아 바로 찾아가 물어보았었다.

왜 그런 표정을 짓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거기서 이만석이 한 얘기는 지나로 하여금 상당히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모든 걸 다 가진 완벽해 보이는 이 남자에게 그런 아픈 과거가 있었을 줄은 몰랐던 것이다.

그건 자신만 그렇게 생각한 것이 아니었는지 하란이 또한 눈물을 흘렸었다. 지나에게는 이만석의 과거는 참으로 충격적인 이야기였다. 전혀 생각지도 못 한 그런 큰 충격을 안겨주었으니까.

“거기서 뭘 느낀 거라도 있었던 걸까?”

차이링이 흥미를 드러내며 지나에게 넌지시 물음을 던졌다.

“나에 대해서, 그리고 이렇게 사람들이 큰 관심을 드러내는 것을 보며 생각을 해봤어.”

“생각이요?”

“네.”

“그때 라면을 비유하며 했던 내 말이 돌아보면 너무 철이 없었다는 것을 알았어요.”

하루 한 끼 먹는 것도 힘들어 하는 이들이 있다는 것은 당연히 지나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저 흘러가듯 아는 것과 사랑하는 이를 통해서 가슴을 크게 뒤흔들며 스스로 부끄럽게 만들었던 것은 커다란 차이를 느끼게 만들었다.

“그 후로 내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생각을 해봤어요. 그랬더니 한 가지 느낀 게 있어요.”

“느낀 거?”

“응.”

차이링의 반문에 지나가 고개를 끄덕이곤 다시 말을 이었다.

“내가 얼마나 많은 것을 가지고 태어났는지, 그리고 축복을 받았는지에 대해서 확실히 알게 되었어요. 그동안 당연하게 여기고 가지고 누렸던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이고 행운이었는지 너무나 잘 알게 된 거에요.”

지나는 어릴 때부터 다이어트를 할 때를 제외하고 식사를 굶은 적이 없었다. 언제나 풍족하게 살아왔고 모든 걸 다 누리며 살아왔던 삶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그렇게 지내오다 보니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지내온 게 바로 그녀였다.

다른 생각은 없었다. 그저 당연하게만 여겼던 것이다.

“어쩌면 전 민준씨를 보면서도 저와 비슷한 부류로 생각했었는지 몰라요.”

자신처럼 그런 상류층 집안은 아니었지만 이만석은 분위기 자체가 상당히 고급스러웠다. 그날 하란이와 나란히 연회장에 찾아와서 말하는 그의 이미지는 절대 가볍지 않았다. 그래서 기자라고 알았을 때 얼마나 의외고 놀라웠는지 모른다.

그래서 뭔가 자신이 놀림 받았다는 생각에 골려줄려고 접근을 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는 만날 때마다 언제나 당당했고 자신감이 넘쳤다. 그런 이만석에게 지나는 서서히 끌림을 느꼈다.

물질적인 것을 떠나서 이만석과 만나면서 그 또한 자신과 비슷한 부류로 넣었었던 것 같았다. 그래서 지나는 자연스럽게 그를 만나는 것에 거부감이 없었는지도 몰랐다. 그리고 이만석과 함께하는 하란이가 윤정호 의원의 딸이라는 것을 알게 되어 더 그랬는지 모른다.

그런데 그날 이만석이 해주었던 과거의 얘기는 지나로 하여금 상당히 큰 충격을 안겨주었었다. 뻔뻔해 보이기까지 한 이 자신감 있고 당당한 남자에게 그런 과거가 있었을 줄은 전혀 생각하지 못 했던 것이다.

알고 보니 자신과는 전혀 다른 개천에서 용 났다고 하는 말에 어울리는 사내가 바로 눈앞에 이만석이었다. 그는 자신과는 전혀 다른 분류의 사람이었다.

“다 떠나서 분위기라는 게 있으니까.”

자신과 비슷한 분류로 보았다는 말에 차이링이 이해 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 이만석을 보았을 때와 지금 이만석을 두고 비교하면 전혀 다른 사람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다. 그만큼 사람이 성격 자체가,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말이었다.

하란이와 차이링과 다르게 지나는 이만석이 달라진 후에 만난 여자였다. 그러니 그전에 이만석이 어떠했는지 차이링이나 하란이를 통해 얘기만 들었을 뿐 전혀 알지 못 했다.

“그때 민준씨의 얘기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어요.”

어느새 안나또한 지나의 얘기에 듣고 있는지 먹던 것을 중단했다.

“폐지를 줍는 할아버지를 보고, 지나가다 노숙자 들이나 허름한 차림에 어딘가 힘들어 보이는 사람들이 보이면 모르게 처다 보고 그랬어요.”

이만석과 대화를 나눈 후 지나는 자신을 다시 돌아보게 된 것 뿐만이 아니라 주변을 좀 더 살펴보게 되었다. 엄밀히 말하면 사람들의 얼굴을 보게 된 것이다.

시장에 들릴 때면 그저 경기가 어려워서 그러겠거니 지나쳤던 한산 한 거리를 살펴보았다. 전에는 그저 생각 없이 지나쳤을 것들이 지금에서는 다르게 보였던 것이다.

라면 하나 사먹기 힘들어 굶는다는 것이 지나로써는 참으로 놀라운 말이었다. 마치 딴 세상 얘기를 듣는 것만 같았다.

이만석의 얘기가 있은 후로 지나는 생각을 달리하게 되었고 좀 더 자신을 되돌아보고 주변을 살필 수 있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던 것이다. 이 상황에서 지나가 이러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 차이링도 그렇고 하란이도 궁금한 마음이 일었다.

“무슨 생각이 든 거예요?”

그런 지나를 향해 하란이 왜 이런 말을 하였는지 그 속내를 알고 싶어 했다. 저러한 생각을 하였다면 그만큼 뭔가 마음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 여겨졌다. 역시나 그게 맞았던 것인지 지나는 다시 입을 열었다.

“이제 생각을 하기 시작한 건데... 좀 더 구체적으로 한 번 보려고 해요.”

“구체적이라니?”

“경기가 좋지 않다는 것은 그만큼 사람들이 생필품을 사기위해 지갑을 열지 않는다는 거잖아요. 결국엔 사회는 돌고 도는 것이니까 모든 게 다 연관이 되어 있을 테니까. 나부터 조금이라도 행동으로 옮겨보고 싶어서 그래요. 비록 작은 것이겠지만 그렇게 시작하는 것이라 생각해요.”

“불우이웃돕기 뭐 그런 거 말하는 거예요?”

“어떻게 보면 그것도 맞는 말이긴 하네요.”

지나가 하는 얘기는 그녀들로 하여금 조금 놀라게 만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런 얘기를 꺼낼 줄은 예상하지 못 했기 때문이었다.

“좋은 생각입니다.”

“아직 생각만 하고 있는 것뿐이에요.”

“그런 생각을 한다는 것 자체가 좋은 겁니다.”

“그래 보여요?”

“물론입니다.”

고개를 끄덕이는 이만석을 보며 지나의 입가에 작인 미소가 지어졌다.

“흐응~ 네가 그렇게 대견한 생각을 하고 있을 줄은 몰랐는걸.

“그 말 칭찬이지?”

“그럼~!”

“지나씨가 그런 생각을 학 있을 줄은 저도 몰랐어요.”

대단하다는 듯 말하는 하란이의 모습에서 지나는 그저 쑥스럽기만 했다.

식사를 하고 있는 그날 판문점에서 이뤄진 2차 협상 결과가 뉴스와 신문을 통해 대대적으로 발표 되었는데 2번의 만남을 걸쳐 이루어지는 이산가족상봉이 가결되었다는 것이 헤드라인에 올라왔다. 첫 만남에서 금강산관광재개와 이산가족상봉에 대해서 큰 틀에서 합의를 보았다고 했는데 이번 협상, 아니, 회담에서 확정을 지었다는 것이다.

1차 판문점 회담에서 나온 큰 틀에서 합의를 보았던 것이 이번 2차 회담에서 결과를 가져오게 된 것이었다. 1차에서 나누었던 대로 이산가족 상봉은 10월 초순에서 중순으로 날짜를 잡았고 세부적인 내용은 차차 진행해 나가기로 했다는 것이다.

이것이 발표가 되고 난 후로 순식간에 뉴스와 방송을 타며 언론을 뒤흔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산가족상봉은 5년 만에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 전에도 몇 번 대화가 오고가긴 했지만 남북의 분위기가 좋지 않아서 잘 이루어지지 않고 그대로 흐지부지되어버렸다.

그런데 그 결과가 드디어 나오게 된 것이다. 그 뿐만이 아니라 1차 이산가족상봉을 계기로 금강산 관광도 날짜를 맞춰서 같이 하기로 합의를 보았다고 했다. 아주 큰 이슈이자 대단한 소식이었다.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