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50화 〉 750화 그의 대답
* * *
“바로 이것입니다.”
이만석이 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갑자기 손을 내미는 행동에 의문을 느꼈던 정석환 회장이나 민우는 잠시 후 그대로 놀랄 수밖에 없었다.
“허어!”
그 순간 정석환 회장의 입에서 헛바람이 들이켜지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가, 갑자기 손이...”
민우 또한 상당히 충격을 받은 듯 바라보았다. 그도 그럴 것이 이만석의 손이 붉게 달아오르더니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마치 쇠가 불에 달구어 진 것처럼 그렇게 달아오른 것이다.
“도대체 이 무슨...”
그걸 바라보는 담담하던 정석환 회장의 시선에 믿을 수 없다는 빛이 엿보였다.
민우는 충격이 상당했던지 입까지 벌리고 바라보고 있었다.
이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그거야 말로 비현실 적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이게 무엇인지 알겠습니까.”
붉게 달아오른 손에선 마치 수증기가 증발하듯 뜨거운 김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얼마나 뜨거운 것인지 그 열기가 그대로 다 전해져 올 정도였다. 충격을 받은 표정으로 바라보던 민우는 이게 정말인지 믿기지가 않았다.
“이게 도대체 뭔가?”
굳은 표정으로 물어오는 정석환 회장을 향해 이만석이 차분한 어조로 말문을 열었다.
“뜨겁게 달아오른 손입니다.”
“......”
그건 당연히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누가 봐도 붉게 달아올라 수증기가 모락모락 올라오고 있는 모습이었다. 정석환 회장은 이만석에게 물은 것이 이 손의 변화가 뭔지 물은 것이 아니었다.
“어떻게 손이 그렇게 될 수가 있지?”
저렇게 뜨거운 열기를 뿜어내며 달아 오른 손을 물어보는 것이었다.
손이 뜨겁게달아 오른다는건 정상적인 일이 아니었다.
갑자기 손이 저렇게 된 다는건 보고서도 믿기지가 않는 신기한 기현상이었다.
“신기한가 보군요.”
“......”
이건 신기하다는 말로 끝날 정도가 아니었다.
그때 이만석이 자신 앞에 놓여 있는 녹차 쪽으로 손을 가져갔다. 손잡이를 잡는 사이 어느새 손에서 뿜어지던 열기가 옅어져갔다.
이어 또다시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열기가 사라지고 그 자리를 대신 한 것은 차가운 한기였다. 이어 뜨거웠던 녹차가 식었는지 금세 서리가 끼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도대체 이 무슨...!”
그 모습에 정석환 회장은 정말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 기현상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한단 말인가. 뜨거운 녹차가 순식간에 서리가 끼며 얼다니.
“놀라우십니까.”
“......”
말을 잇지 못하는 정석환 회장이나 민우를 보면서 이만석이 입가에 작은 미소를 지었다.
“차갑군요.”
서리가 끼어 살짝 얼어 있는 녹차를 가져다 편안하게 한 모금 마신 이만석이 다시 탁자에 내려놓았다.
그 후로도 잠시간의 침묵이 서재안의 공간을 맴돌았다. 그런 침묵의 시간이 지나가고 먼저 입을 연 것은 민우였다.
“어, 어떻게 손에서 그런 일이 가능한 거지?”
너무나 충격적이고 놀랍다.
“기운을 순환시켜 찬 성질과 뜨거운 성질을 활성화 시킨 것뿐이지.”
“활성화? 도대체 무슨 뜻이야 그게?”
납득 할 수 없는 말을 내뱉는 말에 민우는 저도 모르게 다시 반문을 했다.
“간단히 초능력이라고 생각하면 편해.”
“초, 초능력?!”
전혀 믿기지 않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는 모습에 민우는 당황해했다.
“그래.”
“지금 날보고 그걸 믿으라고 하는 소리냐?!”
“믿지 않으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딱 잘라 말하는 이만석의 되받아 치는 말에 민우는 뭐라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지금 눈으로 확인하고 열기와 한기를 느꼈다. 그리고 눈앞에 놓여 있는 녹차엔 그 증거로 서리가 끼어 있지 않은가. 참으로 믿기지가 않는 일에 민우는 상당히 당황스러웠다.
“다른 것도 가능한가.”
“원한다면 다른걸 보여 줄 수 있습니다.”
“......”
50이 넘어가는 평생 동안 이렇게 놀란 적이 있었던가.
“지금 내가 본 게 거짓은 아니지?”
민우가 믿기지 않는다는 듯 중얼거리며 바라보았다. 보고도, 느끼고도, 눈앞에 아직 그 증거가 남아 있다 해도 도저히 믿을 수가 없는 현상이 눈앞에 펼쳐진 것이다. 어떻게 이걸 받아들일 수 있단 말인가.
“세상엔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닙니다. 그건 회장님도 잘 알고 있으실 겁니다.”
그건 당연한 일이었다.
자그마치 수만 명이 넘어가는 대기업을 운영하는 회장이다. 그런 사람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지 않다. 오히려 영향력을 뻗칠 수 있는 사람 중에 한 명이라 할 수가 있는 일이었다. 그 영향력도 작은 게 아니다.
“하지만 이건 내가 생각하는 그런 범주의 것이 아니군.”
세상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닌 것은 잘 알고는 있다. 하지만 지금 이만석이 보여주는 것은 그런 것으로 설명 할 수 있는 선을 넘어선 것이다. 이건 자신뿐만이 아니라 이걸 본 다른 모든 이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라 생각했다.
“놀라는 것도 당연합니다. 오히려 놀라지 않는 게 이생한 일이겠죠.”
두 사람은 한동안 충격과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자주 찾아와. 그렇게 멀리 사는 것도 아니잖아?”
“그럴게.”
아쉬움을 뒤로하는 최여사와 가볍게 포옹을 한 지나가 아버지와 오빠를 바라보았다.
“그럼 가볼게요.”
“조심해서 가거라.”
“네. 다음에 봐, 오빠.”
“잘 가라.”
“다음에 봐요, 언니.”
“네, 아가씨.”
“그럼 가보겠습니다.”
“조심해서가게.”
그렇게 이만석과 지나가 나가고 최여사가 현관으로 나가 차가 떠나는 모습을 마지막까지 봐주었다. 그렇게 두 사람이 떠나고 안으로 들어온 최여사가 입을 열었다.
“그래도 얘가 잘 지내고 있어서 다행이에요.”
“그렇군.”
“당신 무슨 일 있었어요?”
표정이 굳어 있는 정석환 회장을 보며 최여사가 의아한 듯 말했다.
“일은 무슨...”
그렇게 몸을 돌린 정석환 회장이 다시 서재로 향했다.
민우 또한 어느새 2층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아무래도 무슨 일 있어 보이지?”
“그런 거 같아 보여요.”
최여사의 말에 희경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보기에도 시아버지는 물론이고 남편인 민우조차 표정이 어딘가 심각해 보였기 때문이다.
2층으로 올라와 침실로 들어선 민우는 그대로 침대에 몸을 앉혔다. 침대에 걸터앉아 있는 민우의 모습은 어딘가 모르게 멍해 보였다. 아니, 멍한 정도가 아니라 나사가 하나 빠진 것 같은 모습이다.
그만큼 큰 충격을 받은 것 같은 형색이었다.
“도대체 내가 뭘 보고 뭘 들은 거지.”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민우의 목소리에는 불신이 가득했다.
그만큼 이만석이 정석환 회장과 민우 앞에서 풀어놓은 얘기와 능력은 충격 그 자체였다. 손이 달아오르고 타오르며 그 열기가 그대로 전해져온 것을 시작으로, 녹차 잔을 잡은 때에 온도가 하강해 그 한기로 인해 차가 식어버린 것은 물론 서리가 낀 것은 상당히 충격적인 일이었다.
믿을 수 없는 그 현상이 초능력이라는 이름으로 풀어서 설명을 해왔던 것이다. 그것 자체만으로도 상당히 충격을 받은 민우다. 초능력이 실제로 존재했다는 것 자체가 보고도 믿을 수가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것이 실제로 존재 할 리가 없다는 게 당연한 얘기였다. 그런데 그걸 이만석이 증명을 해보였던 것이다. 미스테리 프로나 신기한 현상을 추적하는 그런 가십 적 예능프로에서나 나올법한 일이 실제로 눈앞에서 현실이 되어 나타난 것이다.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라 할 수가 있다. 그런데 그게 전부가 아닌 것이다. 그 후로 나운 이만석의 얘기와 능력들은 민우로 하여금 머리를 멍하게 만들었다. 그건 정석환 회장이라고 다르지 않았다.
저러한 이능력이 실제로 존재가 하다니.
보고도 믿어지지가 않았다.
그리고 이어진 이만석의 대답은 더욱더 놀라웠다.
단 한 번도 통합이 된 적이 없던 이 나라의 조직세계가 일통되고 정치권에서 저렇게 비호를 해주며 감싸는 모습까지 그 모든 게 이만석에게 그들을 압박할 수 있는 능력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리자 아마사피 총리가 대통령이 될 수 있었던 일에 대해서도 이만석은 자신이 관여하였다고 말해주었다.
초능력을 보여주었다고 해도 그 말들을 믿을 수가 없었다.
그건 당연한 일이었다. 아무리 초능력자라고 해도 혼자서 그만한 일을 해내는 게 불가능하다 보기 때문이었다. 조직세계는 어떻게 힘으로 눌러 그렇다고 해도 그 많은 인원들의 입을 막는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그 모든 것을 컨트롤 할 수 있다는 것 자체를 믿지 않았다.
하지만 초능력은 정말로 충격적인 장면이었다.
허나 이만석은 그에 대한 말에 단 한 마디로 일축해버렸다.
{그럼 무엇으로 설명을 하시겠습니까.}
이만석은 그럼 지금 일어난 이 모든 일에 대해서 왜 자신을 중심으로 그렇게 돌아가고 있는지에 대해서 되물었다. 그러자 정석환 회장과 민우는 아무런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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