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47화 〉 747화 그의 대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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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자세히 알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최여사 또한 이만석에 대해서 진짜 정체가 뭔지 의문이 들었다.
적어도 높은 지지율로 차기 대권주자로써 청와대에 입성할 확률이 높은 그가 자신의 딸을 내주었을 정도면 분명 그에 준하는 먼가가 있기 때문임이 분명했다.
그렇게 최여사는 조금 불편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지만 장남인 민우 또한 무릎을 꿇은 데다 지나가 이만석이 아니면 안 된다고 해서 결국엔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고 허락하게 되었던 것이다.
여러 얘기들을 나누며 그렇게 나쁘지 않은 식사시간이 조용히 흘러갔다.
“그럼 우린 서재로 가도록할까.”
식사를 끝내고 정석환 회장이 자리이동을 권했다.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잘 드셨다니 다행이네요.”
희경에게 감사인사를 건넨 후 이만석은 민우와 함께 정석환 회장을 따라 식당을 나서 서재로 발걸음을 옮겼다.
“지나 네가 차 준비해서 가져가거라.”
“그럴게.”
최여사의 얘기에 웃음을 지으며 말한 지나가 차 세잔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서재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선 세 사람은 자리를 잡고 앉았다. 당연히 상석엔 정석환 회장이, 오른편에 이만석이, 맞은편에 민우가 몸을 앉혔다.
“식사도 끝났고.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대화를 나누어 보도록 할까.”
진중한 표정으로 말문을 여는 정석환 회장의 말에 민우가 저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이만석을 그저 저녁식사에 초대하기 위해 이 자리에 부른 것이 아니었다.
저녁식사에 초대한 것은 오랜만에 지나를 보는 것도 물론 있었고 아내인 최여사는 그게 컸겠지만 정석환 회장은 물론이고 민우도 다른 쪽에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 다른 쪽이라는 것은 두 말 할 것도 없이 원스타에 투자를 했던 것에 대한 얘기, 더 깊이 들어가면 나라가 떠들썩하게 화제가 되고 있는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그 내막이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거기엔 세진생명에 대해서 소유하고 있는 민우의 지분도 포함이 된다.
“무엇이 알고 싶으십니까.”
이만석은 그런 정석환 회장에게 물음을 던졌다.
“이미 예상을 하고 있겠지만 민우가 자네를 만나고 와서 나에게 어떤 얘기를 나누었는지 말을 해주었네.”
정석환 회장의 말에 이만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까?”
“거기서 아주 믿기지 않는 대화를 했더구만.”
민우의 얘기를 듣고 정석환 회장은 속으로 적잖이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만석이 민우에게 세진생명의 지분의 반을 달라고 한 것도 분명히 놀라운 얘기였다.
김종일이 왜 그렇게 숙청을 하였는지에 대해서 이번 남북정상회담의 포석을 위해서 작업을 한 것이라는 얘기를 들었을 때도 물론 놀랐다.
통일에 대한 얘기가 나올 때는 두말 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하지만 민우와 얘기를 하고 나서 정석환 회장은 다른 것이 더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 없었다.
바로 이만석이 스스로를 그 일의 중심에 힘을 실어 줄 수 있는 추가 바로 자신이라고 했기 때문이었다.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땐 허황되고 오만한 말이라 웃음이 나왔다.
아무리 이만석이 특출 나기로서니 그건 자신을 너무 높이 평가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동안 이만석이 벌인 일들과 그가 보인 행보를 생각 할 때 그게 또 쉽게 볼일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그가 알기로 이만석은 그런 걸로 없는 말을 지어낼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이만석은 스스로를 추라고 했다. 자신이 힘을 실어 주는 쪽에 따라서 방향이 움직일 수 있다는 말이나 다름없었다. 생각하면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말이다.
하지만 정석환 회장은 지금은 그걸 가볍게 웃어넘길 수도, 받아드리지도 않고 있었다.
“자네가 원하는 세진생명에 민우의 지분을 반을 넘기도록 하지.”
“얘기가 좋게 흘러간 모양이군요.”
지분의 반을 넘긴다고 하자 이만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전이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네.”
“말 해보십시오.”
당연히 지분을 그냥 넘길 리는 없었다. 그만큼 바라는 것이 있는 것은 당연한 이치였다. 세진그룹 같은 대기업의 지주회사라 할 수 있는 곳의 지분에 대한 것이다. 그에 상응하는 것이 없다면 오히려 말이 안 되었다.
아무리 대단한 정보와 이권이 걸려있다고 해도 지분을 함부로 넘겨줄 수도 없는 일이다.
더욱이 경영권이 달려있는 상황에서는 말이다.
“여기 있는 민우가 말하길 이번 남북정상회담에 자네가 아주 깊이 관여되어 있다고 하더구만. 그 말이 사실인가.”
“사실입니다.”
이만석은 빼는 것 하나 없이 순순히 인정하는 대답을 했다.
“스스로를 추라고 했는데 그렇게 자신할 수 있는 이유가 뭔가.”
정석환 회장은 단도직입적으로 이만석에게 핵심적인 질문을 던졌다.
자신이 깊이 관여 되어 있다는 것도, 스스로 추라고 말했다면 그에 대한 사실을 말해달라는 것이었다.
정석환 회장은 그렇게 말한 이유를 듣고싶었다.
민우는 그런 아버지의 질문을 들으며 또다시 저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지금 아버지가 던진 질문은 이만석에게 노골적으로 속내에 대해서 물어본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만큼 중요한 얘기가 지금 나누어지고 있는 순간이었다.
똑똑!
마른 침을 삼키는 순간 문 밖에서 노크를 하는 소리가 들려오며 묘한 긴장감을 깼다.
살며시 문이 열리는 곳을 바라보니 지나가 쟁반에 차 세잔을 가지고 들어서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차 한 잔씩 하시면서 얘기 나누도록 하세요.”
조용히 다가온 지나가 정석환 회장 앞에 살며시 찻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고맙구나.”
차례대로 민우와 이만석의 앞에 내려놓은 지나가 조용히 다시 서재를 나가자 민우가 작게 숨을 내쉬었다.
순간적으로 긴장감이 풀려버린 탓이었다.
김이 올라오는 녹차를 들어 올린 이만석이 코로 향기를 맡으며 한 모금 마셨다.
그러고는 살며시 내려놓으며 닫혀 있던 입을 열었다.
“그런 질문을 하시는 걸 보니 저에 대해서 의심을 하시고 있으신가 보군요.”
“의심정도가 아니지. 전에 지나를 두고 자네가 나에게 했던 얘기이후로 줄곧 생각을 해왔네.”
“저에 대해서 말입니까.”
“그렇지.”
“윤정호 의원이 저와 관련이 있다고 해도, 김현수 대통령과도 깊이 연관이 있다고 해도 그걸 로는 부족하겠군요.”
“그런 얘기를 들으려고 자네를 초대 한 게 아니야.”
“복잡하게 됐군요.”
“자네보단 내가 더 복잡하지 않겠나.”
“생각을 해왔다니, 지금 무슨 얘기를 하는 거예요, 아버지?”
두 사람이 나누는 대화에 민우는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말하는 걸 보면 민우는 자신과 나누었던 대화를 중점으로 말하는 것은 분명해 보였다.
하지만 의심을 해왔다고 생각을 했다면서 이만석에게 물어보는 저 말과 김현수 대통령까지 거론하며 부족하다는 말하는 말을 들으면서 말속에 묘하게 다른 얘기를 품고 있는 듯 한 늬앙스가 풍겨왔다.
이만석에게 저 말을 하는 정석환 회장의 표정은 더없이 진지했다.
그래서 민우는 당황 한 듯 중간에 물음을 던졌던 것이다. 아버지가 저런 말을 하는 이유에 대해서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민우 너는 느낀 것이 없느냐.”
“예?”
“그동안 이 친구가 벌인 일들이 그저 윤정호 의원의 사위라서 가능했다고 보느냐.”
“그건 아니죠.”
물론 그것이 전부임이 아님을 알기에 민우는 바로 부정을 했다.
“그럼 뭐라고 생각하지?”
“거기까진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사실 이 자리를 빌어 알아내려 하는 거잖아요.”
“사실 윤정호 그 사람이 이 친구를 자신의 사위로 받아들였다는 것부터가 믿기지가 않는 일이야.”
“그야 딸이 납치 되었던 것을 구해주어서 그런 것 아닙니까.”
민우는 의아한 표정으로 그렇게 답했다.
이만석에 대해서 조사를 하면서 민우는 그렇게 하란이와 교제를 하게 된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그전 까지는 윤정호 의원이 이만석을 탐탁치않게 생각했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일성회의 손을 빌어 이만석을 자신의 딸에게서 떼어내려고 했었던 것이다.
그때는 이만석도 일성회에 소속되기 전이었으니 이상 할 것도 없었다.
분명히 윤정호 의원도 이만석을 받아 드리지 않았었다. 그랬던 것이 필리핀 갱에게 납치를 당하고 이만석이 구해 주는 것으로 상황이 급반전 되는 것처럼 보였던 것이다.
깊은 내막은 알 수 없지만 조사한 바로는 그랬던 것이다.
그래서 민우는 그에 대해서 답변을 하였던 것이다.
“그 납치란 것이 자네가 원인이지 않나.”
민우의 답변에 정석환 회장은 반대로 이만석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이만석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런 셈이죠. 결국엔 저에게 복수를 하겠다고 한 행동이었으니 말입니다.”
“내가 아버지였으면 자네에게 아주 화가 났을 일이지.”
“딸을 가진 아버지라면 그럴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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