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대에 나만이 유일한 마법사가 되었다-745화 (745/812)

〈 745화 〉 745화 흐름의 방향

* * *

이만석이 고개를 끄덕이자 지나가 곧 수긍한 표정을 짓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

“아마도 그때 오빠와 나누었던 대화 때문이겠죠?”

왜 아버지를 만나러 가는 것인지 지나도 사실 짐작이 가는 부분이 있었다.

“그렇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대화가 오고 갔는지 그 장소에 있지 않아 몰랐지만 남북정상회담을 두고 한 한 얘기라는 건 잘 안다.

민우가 냄새가 난다고 했던 것처럼 잘만하면 정말로 큰 건을 잡을 수도 있을만한 뭔가가 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참 지나씨 오빠가 같이 왔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오빠가 저도 데려오라 했단 말이에요?”

“예. 두 분 다 지나씨를 많이 보고 싶어 한다고 하더군요.”

“돌아가기 전에 그런 말을 하긴 했어요.”

지나는 차를 타고 돌아가 기전 민우가 했던 말을 기억하고 있었다. 아버지는 물론이고 어머니도 자신을 보고 싶어 한다고 말이다.

“저녁 먹기 전에 가면 되니까 6시쯤에 나가면 될 겁니다.”

“그럼 미리 말해놔야겠네요.”

자신하고 이만석은 저녁을 못 먹는다고 하란이와 차이링 두 사람에게 연락을 해야 했다.

“그런데 샤워 했나봐요?”

“시간도 남아서 좀 했습니다.”

“민준씨 뜨거운 몰에 몸 담구는 거 좋아하니까요...”

이해가 간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옷 좀 갈아입어야겠군요.”

그렇게 몸을 돌려 안방으로 향하는 이만석을 두고 지나도 방으로 향하려다 말고 뒤이어 문을 열고나서는 속옷 차림의 안나를 보고는 그대로 멈칫했다.

“안나씨도 샤워실에 있었어요?”

지나의 물음에 안나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단 말은...”

“본 그대로야.”

“본 그대로?”

다시금 고개를 끄덕인 안나가 몸을 돌리더니 자신의 방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안나가 말한 본 그대로라는 말은 샤워실에서 나옴 모습에서 떠오르는 이미지 대로라는 소리였다.

‘민준씨와 샤워를 했다는 얘기야?’

놀라운 얘기여서 지나가 손으로 입을 가리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속옷 차림도 그렇고 이만석과 함께 샤워를 즐겼다는 얘기였다. 물론 이만석이 함께 샤워를 한 모습을 처음 본 것은 아니었다.

가깝게 보면 하란이와 차이링, 이렇게 셋이서 샤워를 하고 나오는 모습을 본 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나가 이렇게 놀라는 이유는 그 대상이 안나라는 대에 있었다.

두 사람이 함께 샤워를 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 했기 때문이었다.

너무나 놀라운 말이다.

‘민준씨와 완전히 함께하기로 했다는 것은 이미 알고는 있지만...’

안나 또한 이제 이만석과 비서와의 관계가 아닌 남자대 여자의 관계로 함께하게 되었다는 것을 지나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렇게 두 사람이 함께 샤워를 하고 나오는 모습을 보게 될 줄은 생각지 못 했다.

‘정말로 행동이 달라졌구나.’

그때 차이링의 임신을 두고 얘기를 나누던 때에 안나와 약간 다툼이 있었던 적이 있었다.

그 일로인해 안나가 이만석과 함께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녀가 이만석에게 가지는 마음가짐도 달라져 있다는 것도 알았다.

그런데 이렇게 함께 두 사람이 샤워까지 하고 나오는 모습을 보게 될 줄은 전혀 생각지 못 했다.

“여러 모습을 많이 보게 되는 구나.”

놀라긴 했지만 그래도 지나는 충격까지 받지는 않았다. 충격은 이미 그때 다툼이 있었을 때 받았었고 지금은 풀어진 상황이었다.

‘민준씨가 먼저 하자고 했을까?’

안나보고 같이 샤워 할 건지 이만석이 권유를 했을 지에 대해서 생각을 했던 지나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럴 수도 있지만 확답을 해서는 안 돼.’

이만석이 먼저 하자고 했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아닐 수도 있는 일이었다. 그렇다는 것은 안나가 적극적으로 나섰을 수도 있다는 말이었다. 그때 안나의 모습을 보면 그러고도 남았다.

‘무뚝뚝 할 줄 알았는데.’

지금까지 봐온 안나의 행동을 보면 먼저 그렇게 적극적으로 다가가는 여자로 보지는 않았다. 언제나 냉기가 풀풀 풍기고 과묵하며 가까이 하기 힘든 스타일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제 무뚝뚝할 것이라는 그런 생각은 버려야 할 것 같았다.

안나가 먼저 나섰다면 말이다.

“가만... 둘이 샤워만 하지 않았을 거 아니야?”

허나 그것도 잠시.

청춘남녀가 아무것도 입지 않은 채 샤워를 했다는 건데 둘이서 조용히 샤워만 하고 나오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지나였다.

생각은 거기까지 지나의 발걸음이 안방으로 향했다.

노크를 하고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니 폰으로 전화를 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렇게 알고 지나씨하고 난 저녁을 못 먹을 것 같아. 어... 그래.....알았어.”

“누구에요?”

“하란이입니다.”

“함께 저녁 못 먹는다고 연락 한 건가요?”

“그렇죠. 이제 차이링에게도 연락해야죠.”

그러고는 이만석이 이어서 차이링에게 전화를 걸었다. 지나는 잠시 동안 통화를 하는 이만석을 지켜보았다.

[무슨 일이야 자기?]

“별 일은 아니고. 오늘 집에서 저녁 못 먹을 것 같아서 말이야.”

[왜?]

“저녁은 지나씨 집에서 먹게 됐어.”

[갑자기 왜? 무슨 일이라도 생겼어?]

“회장님이 할 얘기가 있다더군.”

[저번에 지나씨 오빠가 왔던 것과 연관 된 일이지?]

“맞아.”

[그럴 줄 알았어. 하긴 주가가 그렇게 오르는데 가만히 지켜볼 사람들은 아니지. 잘 다녀와.]

“지나씨도 함께 가게 될 거야.”

[알았어. 그럼 저녁은 셋이서 먹을게.]

“그래...”

그렇게 전화 통화를 끝낸 이만석이 기다리고 있는 지나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무슨 일입니까?”

안방으로 찾아왔다면 할 말이 있다는 것이고 그래서 찾아온 이유를 물어 보았다.

이만석이 통화를 할 때까지 기다리고 있던 지나가 물음에 드디여 입을 열었다.

“아까 민준씨 가고 나서 샤워실에서 안나씨가 나오는 걸 봤어요.”

“아... 그 일 때문이었군요.”

웃음을 짓는 이만석을 보며 지나가 묘한 질투심을 느꼈다.

“민준씨가 먼저 같이 하자고 한 건가요?”

“제가 그랬을 거 같습니까?”

“그건... 아니에요.”

당연히 이만석이 먼저 하자고 했을것 같지는 않지만 안나의 무심한 성격을 생각하면 또 달랐다.

“말을 끄는 걸 보니 확신을 하지 못 하겠다는 애기군요.”

맞는 얘기여서 지나는 변명을 하지 않았다.

“맞습니다. 제가 같이 하자고 했습니다.”

“네?!”

반문을 하는 목청이 커지는 지나의 모습에 이만석의 웃음이 더욱 진해졌다.

“농담입니다. 샤워를 하고 있는 와중에 안나가 들어온 겁니다.”

“그, 그랬군요...”

뭔가 안심을 하는 것 같은 모습이 귀엽게 느껴지는 이만석이었다. 하지만 그와는 반대로 지나는 곧장 다른 질문을 던져왔다.

“샤워 했나요?”

“샤워했냐라... 그 질문의 요지는 목욕 말고 다른 뭔가를 안 했냐는 질문인거 같은데 안타깝지만 그건 아닙니다.”

“그렇군요...”

“실망 했습니까?”

“아니에요... 예상하고 있었어요... 저라도 샤워만 하진 않았을 테니까요.”

누가 먼저 권유했냐는 그렇다 쳐도 샤워실에서 다른 일을 치루었을 것이라는 것에 의심은 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만석의 대답에 실망은 없었다.

“그 말은 지나씨도 같이 샤워 했다면 끝을 보았다는 얘기군요.”

“모, 몰라요.”

당황한 지나가 순식간에 방을 나가버리자 이만석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다시 옷을 차려 입기 시작했다.

“못하는 소리도 없어.”

방을 나선 지나가 얼굴을 붉히며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대놓고 그런 질문을 던지니 당황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사실인데 뭐...”

그러나 그 말에 대해서 전혀 부정할 생각이 없는 지나였다.

“나쁘지 않았어.”

방으로 돌아온 안나는 여전히 옷을 입지는 않은 속옷 차림으로 거울 앞에 서있었다.

작은 거울 속에 비춰진 자신의 나신을 보면서 조심스럽게 손으로 몸을 어루만졌다.

아직도 몸 구석구석을 어루만져주고 혀로 핥아주던 그 촉감이 살아있는 듯 했다.

몸속으로 깊이 파고들어올 때의 그 격함이 그대로 느껴지고 있었다.

처음 관계를 가질 때는 쓰라렸고 아팠다. 처녀성을 잃으면서 처음으로 남자의 성기를 받으면서 찾아오는 고통인 것이다.

하지만 안나는 그보다 더한 삶을 겪으며 살아 왔기에 그 정도는 참아낼 수 있었다.

자신이 원해서 맺은 관계였음으로 고통에 대한 별다른 느낌도 없었다.

고통 말고도 거기서 찾아오는 심리적 안정감이 안나의 기분을 편안하게 만들었다.

그게 이만석에 대한 자산의 마음 때문에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안정감이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관계를 거듭 할수록 안정감 말고 다른 것도 느낄 수고 있었다.

그게 성적쾌감이라는 것을 그녀 또한 잘 알고 있었다.

이젠 그녀도 쾌감이라는 것을 관계를 통해 느낄 수 있게 된 것이다.

“더 가지고 싶었는데...”

거울 속에 비춰 보이는 자신을 무심한 시선으로 바라보면서 안나가 그렇게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