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41화 〉 741화 흐름의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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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비에서 연일 남북정상회담에 대해서 얘기가 나올 때 정작 그 일의 당사자라 할 수 있는 김현수 대통령은 생각보다 차분해 보였다.
연일 그 일로 인해 사회가 떠들썩하고 이쪽으로 이목이 쏠려 있지만 김현수 대통령은 전혀 그런 것이 싫지가 않은 듯 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정권 말기에다 레임덕으로 인해 사람들의 시선에서 멀어져 있었기에 그랬다.
이렇게 시선을 받는 것도 참으로 오랜만의 일이라 할 수가 있었다.
“내 살아생전에 김종일이 이곳에 오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 했어.”
“아주 놀라운 일입니다.”
“그렇지... 시민들이 저렇게 떠들어 대는 것도 당연해.”
삼삼오오 모였다고 하면 나오는 얘기가 바로 남북정상회담이 개최가 될 것인지, 그렇다면 정말로 그 김종일이가 방문을 할 것인지였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분단이 된 상황에서 두 정상이 만나는 일은 보통 일이 아니었다. 특히 김현수 대통령이 북으로 올라가서 김종일을 만나는 것 자체도 엄청난 일이었는데, 반대로 김종일이 한국으로 내려와 방문한다는 것은 말 할 것도 없었다.
“한 가지 의문이 느껴집니다.”
“무슨 의문 말인가.”
“고위급회담에서 왜 남북정상회담으로 격상시켰을 가에 대한 점입니다.”
보통은 고위급회담이 먼저 개최가 되고 거기서 논의가 이루어지고 진전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바로 정상회담으로 올라가버리니 놀랍지 않을 수 없었다.
“전에 그 친구가 말한 그대로겠지.”
“시간 말씀입니까?”
“그렇지. 그 친구 말대로 고위급회담이 열리고 차차 정상회담이 열리는데 까지 그 시간이 생각보다 길거네. 내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고 대통령 선거를 생각해보면 시간이 촉박해.”
이제 반년도 채 남지 않은 임기였다. 그 짧은 시간에 고위급회담에 이어 남북정상회담을 연이어 한다는 것이 쉽지가 않은 일이었다. 무엇보다 이건 한국과 북한의 문제라 할 수 있지만 주변국들의 관섭 또한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었다.
육자회담을 말하는 미국이 어떻게 행동을 나올지 모르며 중국 또한 저대로 가만히 지켜보고 있지만은 않을 터였다.
10월말 안에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하고 이어서 북에서 또 한 번의 만남을 가진다면 정석대로 나가면 임기 내에 불가능 할 지도 모를 일이었다.
판문점에서 열리는 남북대회가 고위급회담으로 격상되고 2차 회담이 다음 주 금요일이었다.
북측의 멤버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통보를 해왔었다.
회담에 응하는 한국 또한 멤버가 크게 변하지는 않을 터였다.
자리에서 일어난 김현수 대통령이 걸음을 옮겨 창가로 향했다. 잠시 동안 하늘을 올려다보던 그가 차분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통일은 어느 순간 갑자기 찾아 올 수도 있다는 말이 있네.”
“독일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렇지... 어쩌면 서민준이 나타난 순간부터 예정된 일이 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한 사람, 단 한 사람의 생각으로 인해 나라의 운명이 바뀌려 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이루어지지 못 하고 분단국가로 남아 있는 이 나라의 미래가 바뀌려 하고 있는 것이다.
세상 사람들은 그 중심에 자신과 김종일이 서있다고 보고 있었지만 그건 틀린 생각이었다.
자신과 김종일이 아닌 바로 서민준이라는 이름을 가진 그 한 사람만이 서있다고 봐야 했다.
40대 초반인 매갠타임즈의 정치사회보도국 편집장 코브 그레인은 팔이 뒤로 묶인 채 불안한 눈빛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퇴근을 하고 10시가 되어 집으로 돌아온 그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을 때 검은 그림자가 자신을 덮치는 것을 보고 놀라 소리치려다 그대로 입이 틀어 막힌 채 기절을 해버렸다.
얼마나 정신을 잃고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다시 눈을 떴을 땐 어두컴컴한 방 안에 팔과 다리가 묶인 채 의자에 앉아 있었다.
불빛이라곤 하늘에 매달려 있는 전등 하나가 전부였다. 납치가 된 것은 분명한 일이어서 깨어나자마자 불안에 몸을 떨었던 것이다.
테이프로 입이 틀어 막혀 있어 목소리를 낼 수도 없었다.
‘도대체 내가 왜 이런 곳에 있는 거지?’
떨리는 시선으로 주변을 둘러보지만 자신이 왜 납치를 당했는지, 이런 곳에 오게 되었는지 알 수가 없었다.
납치를 했다는 것은 자신에게 볼일이 있다는 것이고 당연히 좋은 의미로는 아닐 것이라는 것도 알았다.
고개를 돌려 주변을 둘러보지만 아무것도 없는 이 방은 먼지만 가득 한 데다 공기가 탁해 숨 쉬는 것도 편하지가 않았다.
‘지하?’
구조로 보아 이곳이 지상이 아닌 지하라는 것은 알 수가 있었다.
창문도 없고 달란 출입문 하나만이 오른편에 닫혀 있을 뿐이었다.
3평 남짓한 그런 공간에 의자에 앉혀진 채 팔과 다라기 묶여지고 입에 테이프로 틀어 막혀 있었다.
이게 자신이 처한 현재의 상황이었다. 팔에 힘을 주고 다리에 힘을 줘보지만 꽉 묶여 있는 것인지 꼼짝도 하지 않았다.
‘도대체 날 납치한 이유가 뭘까.’
두려움도 두려움이지만 자신이 왜 납치를 당한 것인지부터 생각을 해봐야했다. 이유가 있으니 이렇게 자신을 납치 한 것이 분명했다.
‘가족... 가족들은 무사할까?“
집에 남겨져 있을 아내와 딸이 생각이 났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습격을 받았으니 어쩌면 아내와 딸도 무사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
그런 생각이 들자 더욱더 큰 불안이 느껴졌고 어떻게 해서든 묶여 있는 끈을 풀기 위해 바둥 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런다고 끈이 풀릴 리가 없었다. 하지만 그레인은 계속해서 팔과 다리에 힘을 주며 벗어나려 애를 썼다.
그때 닫혀 있던 문의 손잡이를 돌리는 듯 한 소리가 들리더니 끼기긱 거리는 소리와 함께 천천히 문이 열렸다.
고개를 돌려 바라본 그레인의 시선에 정장차림의 사내들이 안으로 들어서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이어서 마지막으로 들어서는 사람을 보고는 그의 두 눈이 크게 떠지더니 동공이 흔들렸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마지막으로 안으로 들어선 사람은 그도 잘 아는 유명한 사람이었기 때문이었다.
“깨우려 했는데 때마침 정신을 차렸나보군.”
입가에 웃음을 지으며 다가온 그 사람은 자신을 보며 당황해 하는 그레인의 입을 막고 있는 테이프를 잡아서 뜯어 버렸다.
“나, 나한테 왜 이러는 겁니까? 내가 무슨 잘 못을 했기에 무고한 사람을 납치한단 말입니까!”
테이프가 입에서 떼어지자마자 그레인은 자신을 잡아온 이유에 대해서 강하게 따져 물었다.
“사람을 고르다보니 당신이 걸려든 거야. 하지만 억울해 할 필요는 없겠지. 매갠 쪽에서도 나에 대한 부정적인 소설을 마치 사실인 냥 보도한 일과 카일러 부국장의 논란을 키워온 언론사들 중에 한 곳이었으니까.”
“나, 나에게 원하는 게 무엇입니까."
자신을 납치한 사람이 누구인지 확인한 그레인은 큰 불안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 눈앞에 있는 사람은 다른 누구도 아닌 메케인 CIA국장이었기 때문이었다.
“알고 있는 사실만을 알려준다면 별 탈은 없을 거야. 묻는 말에 사실대로 말하기만 하면 돼.”
긴장한 표정으로 자신을 올려다보는 그레인을 향해 메키인이 무거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카일러 사건에 대해서 집요하고 파고들어 논란을 키운 이유와 목적을 말해라.”
“CIA부국장이 자택에서 피살을 당한 사건입니다. 보도를 하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닙니까.”
“보도를 한 것에 대해서 묻지 않았어. 네가 알고 있는 정보를 나에게 말하란 말이다.”
“나도 시키는 대로 했을 뿐입니다.”
“위에서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라고?”
“그렇소.”
“매갠에서 나오는 기사들을 보면 하나같이 사건에 대해서 내막을 강조하고 맥퍼쉬 지부장이 수사고삐를 조여야 한다는 사설도 실렸었지. 기자회견을 나서기 전 나와 카일러의 불화설에 대해서도 지역일간지로써 매갠은 아주 집요하게 파고들어 기사를 냈었다.”
“헉!”
순간 카일러가 그레인의 머리카락을 잡아 뒤로 재끼더니 사납가 노려보았다.
“언론사로써 국민의 알권리니 뭐니 하면서 그딴 헛소리 짓거릴 생각 말고 네가 알고 있는 사실을 말해라.”
“이, 이럴 수는 없소! 이런 무고한 시민에게 국가기관의 수장이 이래도 되는 것이오!”
“무고한 시민이라...”
잡고 있던 머리채를 놔준 메키인이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
“뭔가 잘 못 알고 있는 모양인데...”
여전히 긴장을 풀지 못하고 바라보고 있는 그레인을 향해 메케인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레인, 당신은 미합중국의 사회를 어지럽히며 국가분란을 일으킨 매국행위자이지 무고한 시민이 아니야.”
“그, 그게 무슨...”
“시작해.”
메케인의 말이 덜어진 순간 양쪽에 서있던 사내들이 걸아나와 그레인을 향해 사정 없이 주먹과 발길질을 해대기 시작했다.
뒤로 의자가 넘어지고 난 뒤에도 그 위로 사정없는 발길질이 계속해서 이어졌다.
그 모습을 메케인은 진지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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