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40화 〉 740화 흐름의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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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네 말은 서민준이가 그 대가로 세진생명에 소유하고 있는 네 지분의 반을 넘기라 했다 이 말이냐.”
“그렇습니다.”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버린 정석환 회장을 보면서 민우는 예상하고 있었다는 심정이었다.
다른 것도 아니고 세진생명의 자신의 지분 반을 넘기라고 한 일이었다. 경영권을 지키는데 세진생명 지분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다면 저렇게 표정이 굳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화가 단단히 나셨나 보구나.’
저렇게 급속도로 안색이 굳어진 것은 그만큼 마음이 좋지가 않다는 뜻이었다. 그렇다고 대답을 하고 난 뒤로는 별다른 말이 나오지 않고 있었다. 그렇게 굳어 있는 채로 가만히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민우는 다시 아버지가 말하기 전 까지 별다른 말없이 가만히 기다려 주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정석환 회장의 닫혀 있던 입이 다시 열렸다.
“다른 것도 한 번 얘기해 봤느냐.”
“그게 불가라고 했습니다.”
“불가라했다?”
“예. 쉽지 않다고 얘기를 하긴 했는데 그 녀석은 딱 잘라 불가라고 말을 했습니다.”
“그것 말고는 다른 것은 받지 않겠다는 얘기구나.”
“그런 것 같습니다.”
세진그룹의 지배구조에서 제일 중요한 것이 바로 세진생명이었다. 세진전자나 세진건설 들 다른 계열사들에 대한 지분이 없는 것도 아니지만 이에 대한 세진생명이 계열사에 대한 소유하고 있는 지분이 모두 35%이상이었다.
특히 세진전자에 대한 세진생명의 지분은 50%에 육박한다.
그만큼 지주회사인 세진생명에 대한 지분구조에 상당히 민감 할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이만석이 그런 세진생명에 대해서 민우가 소유하고 있는 21%지분에서 반을 넘기라 한 것이다.
이건 도저히 쉽게 받아 드릴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아무리 이만석이 중요한 정보나 도움을 준다고 해도 말이다.
“제 생각일지는 모르겠지만 어쩌면 처음부터 그것만 생각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정보와 도움을 주는 조건으로 세진생명에 대한 지분을 생각하고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게 아니면 그러한 중요하고 큰 정보를 지금 생각해보면 그렇게 넘겨 줄 것 같지가 않았다.
“너도 알겠지만 네가 다음 대 회장에 올라서는데 있어 세진생명에 대한 지분은 중요하다.”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서민준이 자신 말대로 김종일이 한국에 오는 이유가 통일을 논하기 위해서고, 정말로 이권사업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면 나쁘지 않은 조건이라 봐도 돼.”
“예?”
순간 민우는 자신이 잘 못 들었나 싶어 저도 모르게 반문을 하고 말았다.
“만약 그게 전부 사실이라면 네가 가지고 있는 지분의 반을 넘겨줘도 상관없을 것이라 했다.”
“정말이십니까?”
놀란 표정으로 되물어오는 민우를 보며 정석환 회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너를 두고 서민준이 되도 않는 말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걸 생각해보면 그렇다는 얘기다.”
“그럼 아버지는 정말로 그 녀석이 영향력을 행사 할 수 있다고 보고 있는 겁니까?”
“그래. 어느 정도는 사실일 게다.”
“......”
놀라서 말을 하지 못하는 민우를 두고 정석환 회장이 다시 입을 열었다.
“전에 지나를 두고 나와 둘이서 대화를 나누었던 거 기억하고 있을 게다.”
“책임을 지겠다며 찾아온 그일 말씀입니까?”
고개를 끄덕이는 정석환 회장을 보면서 민우는 그날 둘이서 대화를 나누었을 때 뭔가 일이 있었을 것으로 보았다.
“지나 문제를 두고 대화를 나눈 것은 사실이지만 내가 알고 있던 것 보다 서민준의 배경이 심상치 않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 배경이라는 게 윤정호 의원이라 생각은 들었지만 그것뿐이라면 이런 말을 하시지는 않았겠지요.”
자신도 이만석의 배경에 윤정호 의원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걸 두고 심상치 않다고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윤정호 그 사람뿐만이 아니야.”
“그럼 누가 더 뒤를 봐주고 있다는 것입니까.”
“이번에 서민준과 만나면서 너도 어느 정도 느낀바가 있었겠지만 윤정호 그 사람뿐만이 아니라 김철중 의원 또한 서민준과 깊이 연관되어 있다.”
“김철중 그 사람도 말입니까?”
윤정호 의원을 두고 당내 계파를 양분하고 있는 사람이 바로 김철중이었으니 당 실세 두 사람이 전부 이만석과 깊이 연관되어 있다는 말이었다.
“김철중 뿐만이 아니지. 언론사들과도 깊이 연관되어 있다.”
“그 정도의 실세들과 관련이 있다면 언론사 정도야 영향력 끼칠 수 있는 건 그럴 수 있다고 봅니다.”
이만석이 정말로 정치권 영향력을 행사하든, 아니면 비호를 받고 있든 그 정도의 인물들과 엮여 있다면 언론사들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칠 수가 있었다. 권력이란 그런 것이기 때문이었다.
“물론 영향력은 끼칠 수가 있다. 하지만 그것도 마음이 맞거나 가까이 지내는 쪽과 연관이 되는 거지 그 사람들에 대해서 부정적인 생각을 취하고 있는 언론사들에게선 오히려 먹잇감이 되기 십상이다.”
성향이 다르거나 좋지 않게 보고 있다면 분명히 비리나 그런 일에 대해서 집요하게 파고들어갈 것이 당연한 일이었다.
그렇게만 본다면 조폭의 신분인 이만석은 알아만 낸다면 아주 좋은 빌미가 될 수가 있는 일이었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그런 마음이 맞는 언론사들뿐만이 아니다. 이 나라에 존재하는 언론사들 모두를 말하는 거야.”
“그렇게 생각하시는 이유에 대해서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얘기였지만 아버지 또한 자신에게 실없는 말을 하실 분이 아님을 알기에 민우는 진지하게 물어보았다.
“전에 오산에 들어설 반도체공장에 대한 악성루머들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포털 사이트 뉴스태그에 올라온 사건을 기억 할 거다.”
“예, 갑자기 그런 기사가 실려서 상당히 당혹스러웠던 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공장 부지를 두고 돈을 건네받았다든가 리베이트를 주고받은 정황에 대해서 이럴 것이라는 추측성 얘기를 하나하나 장문을 통해 파헤치듯 기사가 올라갔고 순식간에 댓글이 올라오며 충격을 받았다느니 비난하는 말들이 수없이 올라왔다.
일단 빠른 조치를 취해서 기사를 내리게 하긴 했지만 그 때문에 해명기사도 내야했고 상당히 곤혹스러운 일을 겪었었다.
“그 모든 일이 서민준이가한 일이다.”
“그것 모두가 말입니까?”
이 얘기는 처음 듣는 거라서 민우가 다시금 되물었다.
“그때 지나 문제를 두고 서민준이와 둘이서 얘기를 좀 나누었다. 그때는 그런 식으로 압박을 가해 올 줄은 전혀 예상 하지 못 했다.”
순식간에 기사가 포털 메인을 타고 노출 되었고 화제의 기사로 올라갔다. 그에 연락을 받은 정석환 회장은 빠르게 직접 전화를 해서 기사를 내리게 했다.
“전체가 한통속이다. 서민준과 관계 된 대해서 왜 그렇게 기사가 나지 않는지 보면 알 수가 있는 일이지.”
“그 정도란 말입니까?”
“정치권내에서 비호정도를 받는 것 치고는 미심적은 부분이 많았는데 이번 일을 통해서 한게 알게 되었어.”
“그게 무엇 입니까.”
“서민준이가 갑자기 그렇게 튀어나온 인물이 아니라는 걸 말이다.”
“갑자기 튀어나온 게 아니라고 하시면...”
“너도 알고 있겠지만 일성회 와의 일이 있기 전엔 어떻게 살아왔는지 행적을 하나도 찾아 볼 수가 없지 않느냐.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건 일성회와 연관되면서 부터인데 그 전에는 하나도 나오는 게 없어. 마치 일부러 존재 자체를 지운 느낌이다.”
이만석에 대해서 알면 알수록 더욱더 복잡하고 혼란만 커질 뿐이었다.
“어찌 되었건 서민준이가 한 말이 사실이라면 네가 가지고 있는 지분의 반을 넘겨주어도 괜찮다고 생각이 돼. 물론 그게 사실인지 좀 더 지켜보고 알아봐야겠지만...”
영향력을 끼치는 게 상당하다면 북한 전역에서 일어날 건설붐과 지역산업에 참여하려는 기업들에 대해서 힘을 실어 줄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만약 틀어지게 된다면 그건 세진생명의 지분을 주는 것 보다 더 큰 손해를 입게 되는 일이었다.
2차 산업화가 북한에서 일어나면서 얻을 이익에서 소외가 된 다면 그것만으로도 한 순간에 뒤처질 수도 있는 일이었다. 당장에 그런 일은 없겠지만 한국이 발전하면서 더불어 기업이 성장하기위한 밀어주는 이권의 힘이 상당했다.
지금 그런 일이 북한에서 다시 벌어 질 수도 있다는 말이었다. 여기서 제대로 탄력을 받게 된다면 지금보다 한 단계, 아니 두 단계는 더 성장 할 수 있는 이익을 얻게 될 지도 모를 일이었다.
반대로 거기서 소외를 당하면 그만큼 처지게 되는 것이다.
정석환 회장은 이만석이 한 말이 사실이라고 가정한다면 민우가 가지고 있는 지분의 반을 넘겨줘도 상관없었다.
오히려 그게 사실이기를 바랐다. 이만석이 그런 영향력이 있다면 그만큼 세진 쪽으로 더 큰 이익을 끌어 들일 수 있게 되기 때문이었다.
지분을 넘긴 만큼 이만석도 세진의 식구가 된다. 그렇다면 당연히 더 신경을 쓰게 될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이만석이 애지중지 키워온 딸아이를 채간 사위이니까 한 식구이기는 했다.
“지분을 줘도 괜찮으니까 서민준이가 한 말이 사실이었으면 한다.”
“그 녀석이 경영권을 흔들 가능성은 없다고 보십니까?”
“없을게다.”
생각할 것도 없다는 듯이 대답하는 모습에 민우는 입을 닫아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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