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39화 〉 739화 흐름의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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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그림이라... 그냥 하는 말은 아닐 테고 분명히 들은 게 있으니 그렇게 말하는 것이겠지.”
남북정상회담이 열린다는 것 자체가 작은 일이 아니지만 그걸 두고 큰 그림이라고 할 정도면 그만한 중요한 일이 그 속에 숨어 있다는 얘기였다.
“말해봐라. 서민준이가 무슨 얘기를 꺼냈는지.”
“아버지의 말씀대로 역시 이번 남북정상회담은 예전부터 대화가 이어져오고 있었던 것이 분명합니다. 무슨 대화를 나누었는지는 알지 못하나 김종일이 한국으로 오는 것이, 첫 회담을 한국에서 개최가 된다는 게 다 그만한 이유가 있었기 때문에 그런 것이었습니다.”
“그만한 이유가 뭐지?”
잠시 동안 마음을 가다듬은 민우가 자신을 바라보도 아버지인 정석환 회장을 향해 진중한 목소리로 대답을 했다.
“그 녀석이 말하길... 이번 정상회담의 만남엔 그 주요 주제가 4차 핵실험에 대한 것이 아니고, 그렇다고 이산가족상봉이나 금강산 관광재개도 아니었습니다. 서민준은... 이 만남에 대해서 그 목적이 바로......통일이라고 했습니다.”
“통일?”
순간 정석환 회장의 두 눈이 크게 떠졌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민우의 입에서 나온 말이 예사로 지나칠 그런 얘기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지금 통일이라고 했느냐?”
“예, 아버지.”
“통일이라니... 서민준이가 그런 말을 했어?”
“거짓을 말하는 것 같지가 않았습니다. 김종일이 한국에 오는 이유도 다 그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믿을 수가 없구나. 통일이라니... 이 시기에 그게 가능한 일이란 말인가.”
많이 놀란 듯 대답하는 아버지의 모습은 민우도 짐작하고 있던 바였다. 남북이 만나서 터트릴 제일 큰 사건이라고 한다면 역시나 핵문제보다는 통일일 것이었다. 분단이 된지 70년이 되어가는 세월에서 통일은 아직까지 요원한 일이었다.
지금처럼 급박한 시기에 남북정상회담은 고사하고 고위급 접촉만으로도 화제가 되는 게 바로 이 시기였다. 그러니 서울에서 고위급 회담에 대해서 얘기가 나오니 사람들이 놀라고 세계의 시선이 집중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데 판문점대화가 끝난 직후 서울에서 열릴 고위급 회담은 정상회담으로 격상 되었다고 하니 이건 놀라운 일 정도가 아니었다.
그래서 연일 화제가 바로 남북정상회담이 열리니 마니였고 주변국들이 뉴스 속보를 전하며 긴장을 하면서 바라보는 것이었다.
그것만 성사 되도 엄청난 일인 것이다. 그런데 지금 민우의 입에서 나온 말은 그것보다 더 놀라운 말이었다. 이번 정상회담이 열리는 일 뒤에 바로 그 숨어 있는 목적이 ‘통일’이라는 것이다.
“믿기 힘든 게 사실이겠지만 분명히 서민준 그 녀석이 그렇게 말했습니다. 김종일이 한국에 오는 이유가 바로 통일을 논하기 위해서라고 했습니다.”
진지한 표정으로 잠시 생각을 하는 듯 하던 정석환 회장이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네 말대로 만약 그 목적이 통일이라고 한다면 김종일의 이해 할 수 없는 숙청작업이 왜 벌어 졌는지 알만하구나.”
“후계구도 때문에 그러한 숙청을 하였다고 하기엔 확실히 의심스러운 점이 많았습니다. 숙청을 한 이들 중엔 사상에 투철하고 근간을 바로 잡으려는 이들이 많았다고 합니다. 아무리 다음 대 후계를 위해서 그런다고 하지만 숙청된 인원들이 적지가 않을뿐더러 나라의 기강이 흔들 릴 수도 있을 정도로 크게 일을 벌였습니다.”
“그 말이 맞다. 김종일이 후계구도를 바로 잡기 위해 그랬다고 하기엔 일을 너무 크게 벌였어. 그 점에선 마음이 언짢은 부분이 좀 컸는데 서민준이가 말했던 대로 통일이 그 목적이라면 맞아떨어지는 일이야.”
통일을 하는데 사상이 투철한 이들은 분명히 그에 대해서 좋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었다. 물론 그들도 통일을 바라겠지만 그건 한국을 중심으로 한 그런 통일이 아니라 북한을 중심으로 한 적화통일이었다.
당연히 그들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지도자인 김종일이 한국으로 직접 찾아간다는 것조차 기분이 편치 않을 수 있었다.
당연히 내부적으로 분란과 여러 말들이 흘러나올 수도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김종일은 그런 분란과 말들이 나오기 전에 정리를 해버렸다.
그게 바로 후계자 구도를 빌미로 시작한 숙청작업이었던 것이다. 거기서 불만세력으로 변할 수 있는 이들을 대거 잡아들여 처리를 해버렸다.
김종일이 북한 정권을 장악하고 사상을 전파 할 때는 큰 힘이 되는 이들이었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자신의 생도 얼마 남지 않았을 뿐더러 후계구도는 물거품이 되어 버렸다. 이만석의 손아귀에 벗어날 수도 없는 상황에다 최고인민회의에 참석했던 지도부 또한 이만석의 충직한 수하가 되어버렸다.
그가 보여준 능력은 인간의 것이 아니었고 사람이 부릴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잔인하다 볼 수 있지만 이만석은 그들의 가슴속에 두려움과 공포심을 안겨주었다. 벗어 날 수 없는 금제를 가하였다.
짧은 시간 내에 이러한 피바람이 불어 닥쳐 군소리 없이 숙청작업이 이루어진 것도 전부 지도부들이 한 몸으로 움직였기 때문이었다.
고위급 회담이 남북정상회담으로 격상 되었을 때 북측에서는 이에 대해선 불맨 소리를 할 수 있는 자는 더 이상 존재 하지 않았다.
숙청작업을 통해 그들을 다 걸러내었기에 가능한 일인 것이다.
“그런데 의문이로군. 아무리 서민준이 특출나기로써니 어찌 거기까지 알 수가 있는 거지.”
“그 점은 저 또한 같은 생각입니다. 하지만 이어진 말에 전 경악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뭘 듣고 경악을 했는지 말해 보거라.”
“그 녀석은 자기 스스로를 추라고 하였습니다.”
“추?”
“예, 아버지.”
“추라면 무게를 자는 기계를 말하는 게 아니냐.”
“맞습니다.”
“스스로를 추라고 칭하였다 하면 그 자신이 중심축이라 이 말을 하였다는 것이냐.”
“그렇습니다.”
“상당히 대범한 말이구나... 웃음이 나올 정도야.”
자기 스스로를 무게를 저울질 할 수 있는 추로 비유하다니 정석환 회장은 웃음이 다나왔다. 하지만 그게 이만석이 하는 말이 허풍을 떤다고 해서 웃긴 게 아니라 그 말속에 담겨 있는 뜻이 대범해서 웃음이 나왔던 것이다.
“마냥 웃을 일만은 아닌 듯합니다. 그 말을 하는 서민준의 눈빛이나 목소리, 그리고 말투에서 전혀 거짓을 느낄 수 없었습니다.”
“암... 그렇겠지. 그런 일로 거짓말을 한 사내는 아니야.”
고개를 끄덕이는 정석환 회장 또한 이만석이 절대 보통 인물이 아님을 잘 알고 있다. 지나의 문제로 집에 찾아왔을 때 느꼈던 것이다. 예사로운 자가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실제로 그 후로도 이만석을 지켜보았던 사람이 바로 정석환 회장이었다.
그가 무얼 이루고 있는지 또 어떻게 해나가고 있는지 말이다. 한국에서 일어나는 일도 일이지만 이집트에서 들려온 얘기들을 보면 모두 하나같이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정권이 뒤 바뀌고 일성회가 자리를 잡으면서 유흥주점에 대한 규제를 풀어버리고 사업을 번창 시키고 있었다. 그건 개인적으로 하고 있는 사업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무엇보다 이만석은 모하메드의 자금까지 끌어들이고 있었다.
개인사업의 투자처가 다른 누구도 아닌 모하메드였고 그 때문에 무스타파와도 만남을 가졌다는 정보도 있었다.
알아보면 알아 볼 수 록 정말로 대단한 자였던 것이다. 그리고 이번 일도 그렇다. 원스타는 제대로 큰돈을 거머쥐게 되었던 것이다.
“서민준은 통일 후의 일에 대해서 얘기를 했습니다. 개발되지 않은 땅에 누가 차지 할 것인지, 지역개발 사업에 있어 이권을 따낼 기업에 대해서 얘기를 꺼냈습니다.”
“서민준 스스로가 추라고 한 것이 바로 그 이권을 움직일 수 있다고 한 말이지 않더냐.”
“그렇습니다.”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민우를 보면서 정석환 회장이 다시 말을 이었다.
“아직 서민준에 대해서 아는 것 보다 모르는 게 더 많아. 윤정호 의원 그 자만 봐도 그렇다. 차기 대권후보로써 이 문제를 두고 당연히 정치권 중심에 서서 자신 쪽으로 화두를 띄울 수도 있을 것인데 그렇게 하지 않고 있어. 그 말은 김현수 대통령이 하려는 일에 대해서서 공감을 하고 있고 그에 얘기가 끝났다는 거겠지. 자그마치 남북정상회담이야.”
“이미 대권으로 불던 바람이 이번 사안으로 인해 미풍으로 바뀌었습니다. 온통 김종일이 정말로 한국에 내려오는 것인가에 대해서 밖에 얘기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다른 대선후보들은 그렇기 때문에 지금 이 문제에 대해서 신중해질 필요가 있다며 발언을 하며 어필을 하고 있지. 하지만 그에 대해서 사람들의 관심은 이미 멀어져 있어. 이번 대선은 윤정호 그 사람에게 힘이 쏠려 있는 상태로 치루어지게 되어 있어 결과가 뻔해. 당연히 여느 때보다 후보라고해도 힘이 실리지가 않는 거야.”
대선이 시작하기 전부터 윤정호 의원에 대한 기세는 꺾일 줄을 몰랐다. 어느 여론조사 기관이 누구를 지지하는지에 대해서 알아보아도 윤정호 의원이 60%이상을 달리고 있었다. 다른 후보들 중에 그나마 높다는 이들이 10%대에서 15%사이로 고만고만했던 것이다.
어느 여론조사를 해도 마찬가지였고 정당지지도에서는 갈려도 사람으로서 윤정호 의원을 지지하겠다는 이들도 생각 이상으로 많았던 것이다.
사실 그렇지가 않으면 60%이상이 나오기가 힘든 게 현실이었다.
“서민준이는 알고 있는 것 보다 정치권과 더 복잡하게 얽히어 있어. 대통령이 될 사람이 자신의 딸이 아무리 특출나다고 해도 조폭에게 시집보내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야.”
이번 대화를 나누고 난 뒤에 민우는 이만석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볼 수밖에 없었다. 그 자의 진짜 정체가 무엇인지. 얼마나 정치권과 연관되어 있고 힘이 있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자, 말해봐라. 서민준이가 그냥 알려주지는 않았을 테고 무엇을 원했지?”
“그것이...”
말하기를 망설이는 민우를 보면서 정석환 회장이 웃음을 지었다.
“걱정하지 말고 말 해 보거라.”
“서민준이 원하는 것은 지분이었습니다.”
“지분?”
“예, 제가 가지고 있는 세진생명의 50%의 지분을 자신에게 넘기라 하였습니다.”
웃음을 짓던 정석환 회장의 안색이 그대로 굳어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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