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38화 〉 738화 흐름의 방향
* * *
“오빠 바로 가려고?”
“볼일은 끝났으니 이제 가봐야지. 그럼 가보겠습니다.”
“조심해서 돌아가요.”
“부담가지지 마시고 볼일 있을 때 언제든지 연락해요.”
“그러겠습니다.”
그렇게 인사를 건넨 후 민우가 밖으로 나섰다. 물론 지나는 차 앞까지 마중을하기 위해 따라 나섰다.
“나오지 않아도 되는데.”
“그래도 오빠 가는거 봐야지.”
“얼씨구... 아까 전에 차별 할 때는 언제고 이제 또 챙기는 척 하네?”
“차별 한 거 아니야. 원래 나 민준씨에게 그렇게 대한단 말이야.”
“그럼 나는?”
“오빠잖아.”
“오빠는 그렇게 대해도 되는 거야?”
“그럼 내가 오빠에게 이거 드시면서 얘기하세요라고 얘기할까?”
“그냥 먹으면서 애기해라 정도는 할 수 있잖아.”
“질투는 많아가지고.”
핀잔을 주는 지나의 말에 순간 민우가 호들갑을 떨며 말했다.
“누가 질투를 한다고 그래?! 당연히 오빠니까 여동생에게 서운한 점을 말 할 수 있는 거지! 내가 너 업어 키웠어. 알아 몰라?”
“알았어, 알았어. 우리 오라버니 밤길타지 않게 조심해서 돌아가셔야 해요, 알았죠?”
“소름 돋으니까 그런 말투 하지마.”
“오빠가 해달라며?”
“그렇게 대해 달라는 거지 말투를 그렇게 해달라는게 아니야.”
“바라는 것도 많네. 아무튼 잘 들어가.”
고개를 끄덕인 민우가 주차되어 이는 차문을 열고 올라탔다. 닫혀 있는 대문이 천천히 열리고 차를 빼려다 말고 창문을 내렸다.
“집에는 언제 한번 올거냐?”
“집?”
“안 찾아 온지 좀 됐잖아. 아머니도 그렇고 아버지도 너 많이 보고 싶어하신다.”
“조만간에 찾아 볼 거라고 전해줘.”
“알았어.”
그러고는 천천히 차량을 몰아 유유히 저택을 빠져나갔다. 민우가 떠나가고 닫히는 대문을 바라보던 지나가 몸을 돌렸다.
“요구를 해올 것이라 생각은 했지만 세진생명의 지분을 달라고 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 했는데...”
이만석이 원하면 그에 따라 충분히 보상을 해줄 생각을 하고 있었다. 소유하고 있는 강남에 위치한 수백억에 달하는 빌딩 한 채에 더해서 해외 휴양지에 있는 시가 백억이 넘는 호화 펜션을 달라고 하면 망설임 없이 그것도 줄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 말고도 다른 것들도 더 해줄 수가 있었다.
그만큼 지금 들은 정보의 가치는 어마어마했던 것이다. 다른 기업들은 가지지지 못한 정보를 세진이 가지게 된 것이었다. 그렇게 되면 몇 수 앞을 내다보고 준비 할 수가 있는 일이었다.
만약 정말로 통일이 된다면 들어오는 이득은 가히 상상이 불가능 할 정도로 어마어마했다. 수주를 따내기만 한다면 기업적 가치와 수익이 그만큼 증대대기 때문이었다.
북한은 말 그대로 개발되지 않은 노른자 땅이라 할 수가 있었다. 제대로만 잡으면 황금알이 아니라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잡는 격이나 다름없는 일이었다.
그정도로 이번에 이만석이 알려준 정보의 가치는 상상을 불허한다. 하지만 그 대가로 원한 것이 민우로써도 상당히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세진그룹의 지배구조의 정상에 올라 있는 세진생명의 지분을 달라고 했던 것이다. 그것도 민우가 가지고 있는 21의 지분에서 50%를 말이다. 그렇게 되면 자신의 지분은 10.5%가 되고 이만석도 똑같이 10.5%가 된다.
아버지 다음으로 세진생명의 2대주주로 올라있는 민우였지만 그렇게 되면 3대주주로 내려앉게 된다.
지나가 7%를 소유하며 8%를 소유하고 있는 국민연금 다음으로 4번째로 많은 주식을 소유하고 있지만 개인으로써는 3번째였다.
그렇게 보면 이만석에게 반을 준다고 해도 여전히 정석환 회장 다음이겠지만 그렇게만 되면 자신의 힘이 그만큼 쪼들아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또한 이만석은 세진생명의 3대주주로 올라서게 된다.
물론 여전히 지나와 아버지가 가지고 있는 주식을 더하면 40%를 넘겨버리게 되니 지배구조가 흔들릴 일은 없겠지만 지나를 제치고 순식간에 이만석이 10이상의 지분을 소유해 들어서게 된다면 그것 하나만으로도 경영권에 있어 심각하게 볼 문제였다.
물론 이만석이 거기에 대해서 흔들 것이라 생각하지는 않는다.
정석환 회장은 이제 장인어른이고 이만석은 사위이지 않은가.
가족의 연을 맺은 사이였다.
아무리 정보의 가치가 어마어마하다고 해도 이 문제를 두고 쉽게 생각 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민우는 마지막에 가서 이걸 두고 아버지와 상의해 보겠다고 했다. 이만석이 불가라고 해도 다른 것을 제시하려 했던 그가 다음으로 이어진 말에 의해서 그렇게 생각을 돌리게 되었던 것이다.
“사실일까...”
자신이 북한지역 개발과 투자에 쏠리는 예산과 기업들에게 떨어진 오더에 대해서 무게를 정할 수 있는 추라고 했었다. 그렇다고 한게 아니라 아니라고 할 수 없다고 했을 분이지만 그 말이 그 말로 들렸던 것이다.
민우는 이 말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아무리 이만석이 특출 난 자라고 해도 이건 광호한 발언이었다.
그동안 이만석이 정부에 재대로 큰 비호를 바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저 말이 사실이면 비호가 아니라 깊이 관여하여 영향을 끼치는 인물이라는 소리나 다름 없었다.
그 말은 즉 실권을 쥐고 있는 권력자와 마찬가지라는 소리였다. 그런 말을 해버렸는데 어떻게 민우가 믿을 수 있겠는가. 하지만 거짓이라고 하기엔 상대가 이만석이었다. 그동안 무수히 많은 놀라운 일들을 보였고 그가 짧은 시간이 이루어낸 것을 보면 불가능을 가능케 했던 인물이었다.
특출 나도 이렇게 특출 난 자는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여기서 다시 한 번 조폭이라는 신분을 가지고 있는 그에게 윤정호 의원이 자신의 딸을 내준 것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대통령으로써 나가는 사람이 자신의 딸을 아무리 특출나다고 해도 조폭에게 시집을 보내다니 그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민우는 아버지를 통해 윤정호 의원이 자신 만큼이나 딸을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었다.
아버지가 지나를 얼마나 아끼는지를 생각하면 그렇게 아끼는 딸을 넘겨준 윤정호 의원의 속내가 이해가 가지 않았던 것이다.
“아무래도 그 녀석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 보다 모르는게 더 많은 것 같다.”
이번 대화를 통해 민우는 이만석에 대해서 이젠 그래도 제법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잘 못 되었다는 것을 느꼈다.
권력의 그늘에 있는 자가 그런 중요한 일에 추 역할을 할 수 있다는게 말이 안 되기 때문이었다.
그늘이 아니라 함께 움직이는 자라면 몰라도 말이다. 그리고 그런 자는 곧 실권을 쥐고 있는 권력자라는 말과도 같았다.
차기 정부의 숨어 있는 실세라는 말이었다.
이만석에 대해서 알면 알수록 더욱더 미궁에 빠지는 듯 한 기분을 느끼는 민우였다.
똑똑
작은 노크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고 지나가 안으로 들어섰다. 창문을 열어두고 담배를 태우고 있는 이만석에게 다가온 지나가 조심스럽게 뒤에서 그의 목을 감싸 끌어안았다.
“오빠하고 무슨 대화 나누었어요?”
귀에 속삭이듯 작게 물어오는 지나의 말에 재떨이에 심지를 털어낸 이만석이 별거 아니라는 듯 했다.
“앞으로 벌어질 일에 대해서 얘기 좀 했습니다.”
“벌어질 일이라면 남북정상회담 후의 일인가요.”
“그런 셈이죠.”
“오빠가 왜 여기에 왔는지 민준씨도 알고 있었겠죠?”
“큰 이익을 볼 수 있는 기회를 보고 온 거 아닙니까.”
“맞아요. 사업가라면 자회사의 수익을 올리고 이익을 창출해야죠.”
지나 또한 남북정상회담이 전부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자신이 오빠라도 이만석을 찾아왔을 것이었다. 이만석은 분명히 남북정상회담이 개최 될 것이라고 확신했고 정말로 그런 일이 벌어지려 하고 있었다. 그에 감탄만 할 게 아니라 왜 그렇게 확신을 했는지 무엇을 더 알고 있는지를 생각해봐야 했다.
확신을 하고 있다면 이미 입이 맞춰졌다는 증거였고 그렇다면 두 정상이 만날 수 밖에 없는 큰 뭔가가 있다는 것은 확실했기 때문이었다.
“민준씨하고 오빠가 어떤 대화를 나눴고 결정을 내렸든... 전 민준씨의 의견에 따르겠어요.”
오빠가 원하는 것을 얻지 못했다고 하면 좀 안타까울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지나는 이만석에게 온정으로 좋게 봐달라고 부탁 같은 것은 하고 싶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온 민우는 곧장 아버지인 정석환 회장과 만남을 가졌다. 이번엔 사적인 만님이 아닌 공적인 목적을 가지고 가서 만났으니 보고를 해야 했다.
“어떻게 됐지?”
자리에 착석한 민우를 향해 정석환 회장이 곧바로 본론을 꺼냈다.
“아버지께서 생각하셨던 그대로였습니다.”
“역시 그랬어.”
북한이 대화제의를 했던 것과 판문점에서의 만남, 그리고 서울에서 열릴 것이라 보았던 고위급 회담이 정상회담으로 격상 된 것까지 모두 짜여 진 시나리오라 보았던 것이다.
“가서 무얼 알아왔느냐.”
“아무래도 보통 사안이 아닌 듯합니다.”
“보통 사안이 아니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은 큰 그림을 보고 이루어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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