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32화 〉 732화 흐름의 방향
* * *
“네가 가서 서민준을 만나 보거라.”
“제가 말입니까?”
“그래, 그리고 한 번 자세히 알아봐.”
“알아보라고 하심은...”
“네 말대로 윤정호 의원은 차기 대통령 감으로 국민들의 지지를 확고하게 받고 있는 사람이다. 만약 그에게서 이런 정보를 얻었다면 필시 이것만이 전부가 아닐 거다.”
“냄새가 난다는 거군요.”
아버지가 왜 서민준을 만나라고 하는지 민우는 알 것 같았다. 반신반의했던 일이 정말로 벌어지게 되었다. 남북정상회담이 어디 쉽게 생각이나 할 수 있는 일이란 말인가. 아직 확정 된 것은 아니라고 했지만 그쪽으로 대화를 하게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아주 큰일이었다. 절대 쉽게 볼 수 있는 그런 일이 아닌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정보는 아무나 얻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자그마치 남북정상회담이다. 정부 내에서도 고위직 인사라고 해도 함부로 알 수 있는 그런 내용이 아닌 것이다.
“알겠습니다.”
“얼마 전까진 서로 총탄을 쏘고 해도 할 말이 없는 그런 살벌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며칠 사이에 남북정상회담이 이루어진다는 것도 말이 안 된다.”
“사전에 물밑접촉이 있었다는 말씀입니까?”
“그게 아니면 말이 안 돼. 분명히 비밀리에 북한과 접촉이 있었을 거다. 어떤 내용을 주고 받았는지 알 수는 없지만 이미 대화는 그 전부터 진행되고 있었던 것이 틀림이 없다.”
정석환 회장은 한반도 위기까지 몰렸던 남북관계에서 고위급 회담만 해도 큰일인데 남북정상회담이 이렇게 갑작스레 이루어졌다는 것에 대해 전혀 믿지 않고 있었다 결과가 있으면 과정이 있는 법이고 과정이 있으면 다시 결과가 따라오게 되어 있는 것이다.
분명 남북정상회담이 이루어진 대에도 그만한 과정이 있었던 것이 분명했다. 중국에서 물밑 접촉이 있었을 것이라 생각이 되고 거기엔 국정원이 개입되어 있을 공산이 컸다.
“저도 사실 아버지와 같은 생각입니다.”
민우 또한 정석환 회장의 말에 동감한다는 듯 말했다. 자그마치 남북정상회담이었다. 다른 나라의 정상들과 만나는 것과는 또 다른 정말로 큰 사건인 것이다. 그러한 일이 갑작스럽게 이루어졌다? 이건 전혀 말이 되지 않는다.
“서민준이가 대단하긴 정말로 대단하구나.”
“보통 녀석은 아니죠.”
어떻게 이러한 정보를 얻었는지 모르겠지만 정석환 회장은 이만석에 대해서 정말로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확실히 특출난 인물은 맞는 듯 하다는 생각을 가졌다.
‘내 딸아이를 데려갔으니 평범해서는 안 돼지.’
이런 이만석에 대해서 정석환 회장은 한 편으로는 안도하는 마음도 느껴졌다. 지나가 그렇게 목숨까지 걸며 매달렸던 사내가 그저 그런 놈이었다면 딸아이를 위해 허락을 했어도 아주 실망을 했을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전혀 그러한 마음은 없었다. 딸아이를 보내준게 아깝지 않을 정도로 특출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목숨까지 걸었던 남자가 이런 사내였으니 어느 정도 마음이 놓이는 것이다. 능력좋고 뛰어난 남자라면 당연히 여자들이 꼬이게 되어 있었다.
정석환 회장은 그런 것에 크게 연연하는 성격도 아니었다. 그 또한 젊을 때 여러 여자들을 만나보고 했었기 때문이었다.
중요한 것은 그 남자의 옆에 붙는 여자들이 어느위치의 여성들인가 였다. 다행이도 이만석의 곁에 있는 여자들은 전부 평범하지가 않아다. 집안이 대단하거나, 아니면 그만큼 잘나가는 여자들이었다. 이정도면 정석환 회장도 넘어 갈 줄 수 있었다.
“오늘 저녁이라도 만날 수 있으면 당장에 만나보거라.”
“알겠습니다.”
안 그래도 민우 또한 오늘 이만석에게 연락을 하려던 참이었다.
“자 그럼 모두 기분 좋게 짠 할 까요?”
차이링의 말에 따라 모두가 영롱한 붉은 빛깔이 감도는 와인 잔을 높이 들었다. 식탁엔 와인에 어울리는 두툼한 스테이크와 아조뜨라는 생선으로 만든 스프와 샐러드 등 평소와 다르게 프랑스식으로 차려져 있었다.
수저 대신 나이프와 포크가 놓여져 이었고 식탁에도 분위기 있는 식탁보로 덮여 있고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모두가 잔을 들아 겹게 눈을 맞춘 뒤 한 모금씩 마셨다. 물론 차이링은 술은 조심해서 마셔야 하기 때문 살작 입술만 축이는 정도로 맛을 보았다.
“민준씨 덕분에 앉아서 돈 벌었네요?”
“우리가 투자한 거 다 합치면 단 하루만에 대충 70억이상 벌었을 걸?”
“별로 한 것도 없는데 이렇게 많은 돈을 벌게 될 줄은 아직도 어안이 벙벙해요.”
하란이가 믿기지 않는 다는 듯 말하자 차이링이 다시 입을 열었다.
“아직 그 정도로 좋아하긴 일러. 보니까 내일도 장이 열리자 마자 더 오를 거 같던데?”
“한 순간 폭락이 컸던 것 만큼 급등 하는 것도 가파른 것 같네요.”
“그렇지. 그래서 테마주로 울고, 테마주로 웃는다고 하잖니.”
“만약 잘 못 되면 또 다시 폭락 하는 거 아니에요?”
하란이 걱정스러운 음성으로 말하자 다시 화인을 한 모금 마시며 목을 축였던 이만석이 입을 열었다.
“그럴 일은 없을 테니까 걱정하지 마.”
“자기 너무 자신감이 강한 거 아니니?”
“그러게요. 도대체 민준씨는 그런 정보를 어디서 듣는 거예요? 정말로 하란씨의 아버지인 윤정호 의원님한테서 들은 거예요?”
“나도 그게 궁금해 오빠.”
전에 돈의 투자 건을 두고 아버지와 만난 적이 있던 하란이도 정말로 아버지가 정보를 알려주었을까 궁금함이 들었다. 물론 그때 대화를 나누어 본 결과 아버지도 이쪽에 대해서 알고 있는 듯 했지만 투자 건을 두고 대화를 해서 알아본 바로는 이만석에게 그런 정보를 알려주었는지 좀 의문이었던 것이다.
“아버님이 별말 안했어?”
“아버지도 알고 있던 것 같기는 한데... 확실한 답변은 듣질 못해서.”
“아버님이 아니면 누구에게 들었겠어.”
“역시 그런가...”
“그런 거야.”
“그런데 이런 기중한 정보를 아무 대나 흘려도 되는 거니?”
하란이의 아버지인 윤정호 의원이 알려주었다는 것은 그렇다고 쳐도 이런 기중한 정보를 밖으로 새나가게 했다는 것 자체가 좀 이해가 가질 않았다.
“날 좋게 봤나보지.”
“수상해 당신...”
“저도 수상해요.”
차이링과 지나가 미심적게 바라보자 이만석은 피식 거리며 스테이크 한 점을 썰어 먹었다.
“딱 좋네. 이거 누가 만들었어?”
“그거 제가 만들었어요!”
수상쩍게 바라보던 지나가 이만석의 묻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바로 대답을 했다.
“지나씨가 말입니까?”
“네~ 저도 이제 이 정도는 할 수 있다고요.”
“의외군요.”
“의외라니... 민준씨 제 요리실력 의심하는 건가요?”
“그건 아닌데 이정도로 지나씨가 이정도로 요리 실력이 늘었나 싶어서 말입니다. 그래서 난 하란이나 차이링이 만든 줄 알았거든요. 맛있게 잘 됐네요.”
백화점에서 비싼 소스를 사가지고 써서 그런지 스테이크에 배어든 두툼한 고기의 육즙과 한 대 어우러져 맛이 괜찮았다. 집에서 먹는 스테이크치곤 이정도면 좋은 편에 속했다.
“사실 옆에서 언니하고 하란씨가 좀 도와주긴 했어요.”
“그렇다고 해도 이정도면 팔아도 되겠네요.”
“정말 그래요?”
“먹어 보십시오.”
아직 입에 가져다 대지도 않았던 지나가 고기 한 점을 썰어서 먹었다. 잠시 오물거리며 맛을 보던 그녀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맛있네요.”
그렇게 맛을 평가하는 사이 아난는 이미 혼자서 스테이크를 썰어서 먹고 있는 중이었다.
“책자보고 만들긴 했는데 스프도 그렇고 맛이 있는지 모르겠네?”
아조뜨 스프와 식탁에 차려진 음식들은 전부다 처음 만들어 본 것들이었다. 요리 책자를 보고 만들긴 했어도 처음이니 서투른 부분이 분명이 있을 터였다.
스푼으로 스프를 떠서 맛을 본 이만석이 좀 비릿한 맛이 있긴 하지만 먹을만하다고 했다. 한 순간에 70억이상의 거금을 벌어들인 상황에서 치러진 자그마한 축하주를 곁들인 특별한 저녁식사 자리여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즐거운 식사시간을 가졌다.
“지나씨 오빠에게 전화 받았습니까?”
“우리 오빠요?”
“예.”
“오빠가 왜요?”
“오늘 집으로 오겠다고 하던데 연락 못 받으셧나보군요.”
“일끝나고 들린다고 했다고요?”
고개를 끄덕이는 이만석의 모습에 하란이 입을 열었다.
“아마도 투자 한 것 때문에 그런 거 아닐까요?”
“지나 너희 오빠도 300억 정도 투자했잖아.”
“아마도 그게 맞나봐요.”
지나가 생각해도 그 때문에 오빠가 이곳으로 오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식사 끝나고 전화해봐야겠어요.”
“그렇게 해.”
“수익도 올렸겠다... 주말에 쇼핑을 좀 해야겠네.”
“쇼핑이요?”
“응~! 보니까 아가에게 필요한 물품이 많은 것 같아서 더 준비해 두려고. 너희들고 같이 갈래? 간 김에 새로 나온 신상도 구경하고 어때?”
“음... 좋아요.”
“나쁘지 않네요.”
“안나양도 갈 거죠?”
조용히 식사를 이어가던 안나가 고개를 들어 바라보자 이만석이 입을 열었다.
“그렇게 해. 주말이라고 운동만 하는 것 보다는 그런 시간도 가져야지.”
“오빠도 같이 갈 거야?”
“특별 한 일 없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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