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26화 〉 726화 흐름의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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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니아에서 여기까지 찾아온 것을 보고 직접 보고해야 할 심각한 일이 있는 줄로만 말았다. 그래서 이렇게 독대를 해서 얘기를 들어보는데 그 내용이 참으로 가관이었다. 지금까지 모두 벌어진 일들이 배후세력이 있고 그걸 통칭 ‘제3의 세력’이라고 불렀다.
지금까지 모든 일들이 그들이 조종을 한 것이며 카일러 사건은 센더슨3세가 저지른 미련한 사건이었지만 그걸 그들이 언론을 이용해서 이렇게 파이를 키웠다는 것이다.
센더슨이 카일러를 죽인 범인임에 알고 있을 것이지 그를 잡아들지 않는 것은 그만큼 이 사건을 키우는데 좋은 인물이었고 그 결과 더들리 드폰 FBI국장의 죽음이라고 했다.
결과적으로 메케인은 아무것도 몰랐던 자신이 거기에 말려들어 이런 난처한 상황에 빠지게 되었다고 하는데 결국엔 그들이 배후에서 조종을 했다는 게 결론이었다. 이집트도 그렇고, 지금 남북한의 문제 또한 분명히 배후에 그들이 있을 것이라 말했다.
그저 의심이 아니라 메케인은 확신에 찬 어조로 호소하듯 말을 했다. 그래서 지금 존 마이클 대통령이 기가 찬 것이다.
버지니아에서 이곳까지 찾아와 한다는 얘기가 세상에 떠도는 그런 음모론이었다.
CIA국장이나 되는 사람이 지금 자신 앞에서 진지하게 음모론, 즉 비밀결사단체에 대해서 얘기를 늘어놓고 갔다. 그게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었고 자신이 신임하던 메케인 국장이 맞는지 의심이 들 정도였다.
“내가 살다가 메케인 국장에게 이런 얘기를 듣게 될 줄은 생각도 못 했어.”
모든 일의 배후엔 그들이 관여했고 어디든 존재 할 수 있다고 했다. 정부조직에도, CIA내에서도 가면을 쓰고 활동하고 있을지 모른다고 했다. 있을 수도, 또는 없을 수도 있다는 그런 추상적인 얘기도 들어놓으면서 이 모든 일에는 배후가 있다는 말을 주구장창 해왔다.
“결국에 서민준인가...”
메케인 국장이 저렇게 생각하는 그 원인엔 ‘서민준’이라는 이름을 가진 사내 때문이었다. 사실 메케인 국장이 한 말이 틀리지도 않은 것이 이 모든 일에 ‘서민준’이라는 이름이 꼭 등장하고 관여가 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비밀결사단체니, 음모론이니 하는 허황된 얘기를 믿지는 않았지만 존 마이클 대통령은 이만석에 대해서는 다시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안 그래도 윤정호 의원의 거절이 있고난 후부터 지금까지 계속 그 이름이 머릿속에서 어른거리고 있었다.
“정체가 무엇인지 알 수 없는 건 맞는 말이지...”
메케인 국장이 말을 한 것처럼 이만석에 대해서 아무런 정보를 얻을 수가 없었다. 어디 출생인지, 한국에서 태어났는지 조차 알 수가 없었다.
일성회라는 조직과 갈등이 시작 된 그 시점부터 ‘서민준’이라는 이름이 등장했고 빠르게 이름을 알렸다.
그때부터 행보를 보면 참 특출 난 사람이라는 건 맞는데 그 이전에 뭘 했는지에 대해서는 하나도 알아 낼 수 있는 게 없었다.
“서민준... 머리를 아프게 하는 사내로군...”
미국의 대통령이라는 자리에 올라서 한 사람 대문에 이렇게 머리가 복잡해 진 적은 대선에서 상대 후보 였던 로버트 티치 이후로 처음이었다. 어찌됐건 지금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카일러 사건에 배후에는 이만석이 있다는 것 하나만큼은 메케인이 안나를 두고 전화를 한 일 때문에 확실하긴 했다.
허나 그렇다고 해도 음모론에 대해서 믿기엔 그 내용이 너무 어처구니가 없었다.
‘일루미나티가 생각나는 군...’
실제로 존재하고 이는 프리메이슨이나 역사에 이름이 남겨져 있는 일루미나티가 떠올랐다. 메케인 국장이 말하는 걸 보면 딱 그런 비밀결사단체였던 것이다.
믿을 수 없는 말이긴 했지만 이만석을 보면 그대로 무시하고 지나가기엔 상당히 찝찝한 그런 얘기였다.
“흠...”
존 마이클 대통령의 입에서 무거운 숨소리가 흘러나왔다.
“여기야?”
“응.”
고개를 끄덕인 차이링이 조심스럽게 이만석의 팔짱을 꼈다. 이만석은 그에 신경 쓰지 않고 잠시 동안 매장을 바라보았다.
‘내가 이런 곳에 오게 될 줄은 생각도 못 했군.’
아가들의 옷을 파는 그런 아동복 매장을 보며 이만석은 감회가 새로웠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아니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자신이 이런 곳에 오게 될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헌데 차이링이 임신을 했고 그녀의 배속에는 아가가 자라고 있었다.
말 그대로 그녀는 엄마가 되고 자신은 아빠가 되는 일이었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 이런 곳에 온다는 것이 전혀 이상한 일은 아니었지만 느낌이 감회가 새로운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가만히 매장을 바라보고 있는 이만석의 팔짱을 더욱 강하게 낀 차이링이 이만석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나중에 태어난 아가를 위해서 옷을 바라보던 차이링은 매장의 사장이 생각이 났다. 진심으로 축하해주고 예쁘다며 말해주는 데 참 사람이 됐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래서 다시 또 찾아가도 좋은 가게라 생각했는데 문득 차이링은 이만석에게 같이 가보자고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물어보았다.
물론 이만석의 성격을 봐서 이런 곳에 갈지 장담 할 수는 없었지만 물어볼 수는 있는 일인지라 차이링은 그렇게 얘기를 꺼냈던 것이다. 다행이 이만석은 그에 대해서 나쁘게 생각하지 않았고 가주겠다고 해서 속으로 많이 기뻐했다.
그리고 지금 이렇게 이만석과 둘이서 매장에 찾아온 것이다.
“그럼 들어가.”
고개를 든 차이링이 달달한 목소리로 이만석에게 그렇게 말했다. 그러자 고개를 끄덕인 이만석이 걸음을 옮겼다.
딸랑~!
“어서오...”
경쾌한 방울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자 옷가지들을 정리하고 있던 여사장이 친절한 목소리로 인사를 건네며 고개를 돌려 바라보다 그대로 놀란 표정을 지었다.
“다시 뵙네요?”
다소곳한 미소로 인사를 건네 오는 차이링의 웃음에 여사장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입을 열었다.
“또 오셨네요!”
“전에 산 옷이 예뻐서 더 보러 왔답니다.”
“잘 오셨어요. 이렇게 다시 보게 되어 너무나 반갑네요! 그런데 옆에 분은...”
차이링이 팔짱을 끼고 있는 남자에게 시선을 돌리며 말하다가 팔짱을 끼고 있는 것을 보고는 둘이 어떤 사이인지 바로 알아차렸다.
“남편분이시군요!”
“왜 그렇게 생각하시나요?”
“그렇게 팔짱을 끼고 있으니까요. 그런데... 그때 손님처럼 아름다운 분을 채간 행운아가 누군가 싶었는데 이분이셨군요?”
그러고는 이만석을 가볍게 아래에서 위로 살펴보는데 깔끔한 정장차림에 훤칠한 키, 그리고 뚜렷한 이목구비에 시원하게 뻗은 콧날은 누가 봐도 잘생겼다고 할 만큼 훤칠한 키에 훈남이었다.
‘와... 무슨 남자가 이렇게 잘 생겼데?’
지금까지 많은 남자를 보았지만 이렇게 잘생긴 사람은 처음 본다는 듯 저도 모르게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 모습에 차이링이 작게 입을 열었다.
“어때요? 저하고 잘 어울리는 사람 같아보이나요?”
“네?”
순간 저도 모르게 반문을 했던 여사장이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는 작게 웃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어울리는 정도가 아닌데요? 솔직히 말하면 진짜 키도 훤칠하고 잘생기셨어요! 혹시 죄송한데 모델이나 그런 쪽에서 일하시는 분인가요?”
“아닙니다.”
차분한 목소리로 아니라고 말하는 이만석의 말에 어색한 웃음을 지은 여사장이 다시 작게 물음을 던졌다.
“그럼 혹시 연예계...”
그러자 이번엔 이만석이 아닌 옆에 있던 차이링이 다소곳하게 말을 이었다.
“아니랍니다. 우리 그이가 연예계에 데뷔했다면 이미 얼굴이 알려지지 않았을까요?”
“듣고 보니 그것도 그러네요.”
차이링의 말이 공감이 가는지 여사장이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도 그럴 것이 오늘 이만석을 처음 보는데 말 그대로 정말로 훤칠하고 잘생겼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연예계에 데뷔를 했으면 순식간에 소문이 났을 정도로 그런 빼어난 마스크를 소유하고 있었다.
“너무 잘생기셔서 그쪽으로 밖에 생각을 하지 못 했네요.”
“우리 그이가 그런 얘기를 좀 듣는 편이에요.”
차이링이 기분 좋게 받아주자 다시금 천성이 밝은 것인지 금세 밝은 음성으로 다시 말을 받았다.
“그런데 두 분 진짜 잘 어울리시네요? 미남미녀커플이라는 말을 티비에서 심심하면 써먹던데 그 말이 어울리는 사람들이 여기 있었네~!”
“우리가 그렇게 잘 어울려 보이나요?”
“그럼요~ 전에 손님보고 도대체 이렇게 아름다운 분을 낚아채간 남자가 누구일까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지금 보니까 데려 갈만한 분이 데려가셨다는 생각이 들어요. 어쩜 이렇게 잘 어울리실까~ 그림이 사는데요?”
“후후후후훗!”
그 말이 기분이 좋은 듯 차이링의 입에서 웃음소리가 새어나왔다. 차이링이 이렇게 웃을 수밖에 없는 것이 지금 이 여사장이 하는 말이 그저 입에 발린 말이 아니라 진심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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