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22화 〉 722화 흐름의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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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를 통해서 평화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겁니다.”
[그런 농담을 들으려 위원장께 전화를 한 갓이 아니요.]
“저에게서 그럼 무얼 듣고 싶으신 겁니까.”
표정변화 없이 김종일이 그렇게 질문을 던졌다.
[이렇게 저자세로 나가면서까지 대화를 하려는 그 목적에 대해서 묻고 있는 것이요.]
결국에 대화를 한다는 것 자체가 상당히 얹짢은 모양이었다.
그 말에 김종일은 쓴웃음을 지었다.
당연히 치주석의 입장에서는 그럴 수밖에 없을 테니까 말이다.
“핵실험을 하는 것을 치주석께서도 못 마땅하게 여기셨던 걸로 아는데 좋은 일 아닙니까?”
[내 말을 이해하지 못한 것이요? 난 이런 방식으로 일이 풀리는 걸 원하지 않는다는 걸 위원장께서도 잘 알고 있지 않소.]
“전에 주석께서 말씀하신 육자회담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봤는데... 아무래도 그게 영 아닌 것 같습니다.”
[......]
“시간만 낭비하는 그러한 회담일 뿐이지요. 그런 것 보다는 차라리 당사국과 해결을 보는 게 나은일이라 생각되어 일을 추진한 것인데 주석께서는 그게 불만이십니까?”
[김위원장... 난 지금 당신하고 농담을 하려고 이렇게 통화를 하는 것이 아니라고 했소.]
“중국 최고지도자이신 주석께 제가 시답잖은 농담을 할 수 있겠습니까? 시간 끄는 것 없이 이렇게 좋은 해결방안을 찾아보니 이게 결국은 당사국들 간에 문제라는 것에 인식을 하고 이렇게 풀어나가려는 겁니다. 결국엔 한반도 위기이고 우리 민족의 문제 아니겠습니까.]
[......]
전화상 너머에서 치엥피엔 주석의 목소리가 또 다시 안들려 왔다. 김종일은 그것이 기분이 상당히 언짢아 그렇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게 잠깐의 시간이 흘렀을까. 다시금 전화상 너머에서 걸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김위원장이 어떤 생각으로 이러는지 내 알리없지만 이거 하나는 말해 줄 수 있을 것 같소.]
“무얼 말입니까.”
[국제사회에서의 북한에 대한 인식이 앞으로 지금 같지는 않을 것이란 걸 말이오.]
“다행입니다. 지금 같지가 않다니... 내가 보기엔 지금 우리 북조선의 입지가 더 떨어질 곳이 없다고 보고 있었는데 이제 치고 올라갈 일만 남았나 봅니다.”
[분명 후회할 것이요.]
그러고는 전화 통화가 그대로 끊어져 버려다.
“결국엔 우리 북조선을 방패막이로 썼던 것에 지나지 않았으면서 생색은 다 내는구나...”
중국은 북한을 한반도에 들어서 있는 미군의 완충지대로써 세워두고 써먹고 있었다. 국경 바로 밑까지 미군이 들어서는 것은 중국으로써 상당히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북한은 그런 중국의 입장에선 참으로 써먹을 대가 많은 나라였다.
그래서 혈맹이라 띄우고 국제사회에서 제제를 가해도 쌀을 수출하고 밀수를 어느 정도 눈감아주는 것이다.
헌데 지금 저 말은 이제 그에 대해서도 단속에 들어가겠다는 압박이나 다름없었다.
“치주석 당신도 그 자를 만나면 과연 지금처럼 같은 생각을 할 수 있을까. 내 장담하는데 당신 또한 그러지는 못 해.”
김종일은 초능력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을 알았을 때 가슴이 철렁 내려 앉은 것은 물론 아무런 생각도 할 수가 없었다. 실제로 그러한 능력이 현실로 존재했다는 것이 믿을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손에서 불을 일으켜 타오르는 열기를 느꼈을 때 정신이 아득해 지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그건 시작에 불과했다. 반란분자를 처분한다는 말로 순식간에 리왕식과 감참진을 총살시켜 버렸다.
이어서 적개심을 드러냈던 이들을 망설임 없이 처단을 하였던 것이다. 그 후로 죽은 시신들을 하늘로 떠올리는 기행을 펼치더니 순식간에 미라로 재로 만들어버렸다.
하지만 진정한 공포는 그게 아니었다. 바로 그의 몸에서 일어난 안개가 모두에게 빨려들어간 후에 벌어진 일이었다. 조금만 잘 못 된 생각을 하면 바로 바닥에 쓰러져 사지를 뒤틀어대며 거품을 물었다.
끔찍한 비명이 난무했고 괴로워했다. 이만석이 사라진 뒤로도 그런 행동은 한 동안 계속되었다. 얼마나 고통스러운 것인지 사지를 뒤트는 이들 중에 대놓고 소변을 지리는 이들도 있었을 정도다.
그렇게 한 번의 고통을 격은 이들은 눈빛이 달라졌고 더 이상 이만석에 대해서 안 좋은 생각을 하지 않게 되었다.
채 2시간도 지나기 전에 상황은 모두 일단락이 되었고 질식한 것 같은 무거운 분위기와 두려움만이 자리하게 되었던 것이다.
사람이, 사람이 아닌 자에게 대항하는 것은 얼마나 부질없고 나약한 짓인지 깨닫게 되었다. 이간의 나약함에 대해서 알게 되었던 것이다. 김종일 또한 이만석이 인간을 벗어난 존재로 인식하고 있었다. 말이 초능력자지 그건 자신이 생각했던 그런 초능력의 범위를 한참이나 넘어선 능력이었다.
이 세상의 힘이 아닌 것으로 보였다.
이만석이 나가고 난 뒤에 보았던 풍경으로 김종일은 절망감을 맛보았다. 그 자리에 있던 어느 누구도 더 이상 이만석에 대한 반항을 꿈꾸는 이들이 없게 되었을 때 그는 처음으로 무력감을 느끼게 되었다.
“그와 같은 초능력자들이 세상에 또 있는지 모르겠지만... 지금의 세계질서는 이제 끝났다고 보는 게 옮다.”
이만석은 마음대로 죽을 수조차 없다고 했다. 자살을 하려고 마음만 먹어도 그 자리에서 사지를 뒤틀며 끔찍한 고통을 경험하게 되니 말 그대로 진정으로 목숨이 저당 잡힌 꼴이었다. 죽는 것도 허락을 받아야 죽을 수가 있다니 이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
시간이 지날수록 김종일은 그에 대한 무력감을 더 크게 느끼고 있었다. 사후세계가 존재 할지 모른다는 생각. 실은 인간보다 더 고차원 저긴 존재들이 있지 않을까 하는 그런 마음이 자신이 보잘 것 없는 존재로 여겨지게 만들었다.
“죽을 때가 다되어서 정신이 돌아버린 게 분명해.”
김종일과의 통화를 끝낸 치엥피엔 주석의 얼굴엔 불쾌함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
“대도록이면 김정철이 정권을 이어 받았으면 좋겠는데...”
중국이 원하는 열린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 검정철이 정권을 이어받게 된다면 지금 김종일 보다 더 공조를 제대로 할 수 있고 상황을 주도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보았다. 허나 북한 내부에서 분위기를 보면 김정철이 아닌 김종은이 정권을 이어 받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었다.
실제로도 분위기가 그렇게 흘러가고 있는 상황이었다.
“아직은 때가 아니야...”
만약 김종일이 정말로 정신줄을 놔서 실수를 하는데 그게 통일이라고 한다면 그 시기가 일렀다. 물론 북한중심이 아닌 한국을 중심으로 한반도 통일이 일어난 것은 이제 더 이상 이견이 없는 상황이었지만 그 시기가 중요했다.
중국이 아직 성장을 하였다고 하지만 미국에 대항하려면 시간이 좀 더 필요 했던 것이다. 그래서 북한이 필요한 것이고 지금까지 혈맹이라며 내세워 주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지금 북한이 하는 모습을 보면 불안하긴 했다. 중국에서도 상당히 민감한 핵에 대해서 절대 포기할 마음이 없는 모습을 보면 결국엔 때가 되면 버려야 한다는 것 보여주고 있었다. 북한이 핵보유국이 되는 순간 중국도 더 이상 강하게 압박을 하는 것도 힘들었다.
같이 죽자는 식으로 핵을 베이징이나 상하이와 같은 대도시로 쏴 버리면 이건 말 그대로 답이 없는 상황이 초례해 버리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되면 북한은 멸망할 지언정 중국 경제도 끝장이 나버리게 된다. 공황상태로 끝나버릴 일이 아닌 것이다.
북한이 핵을 고집하게 된다면 결국엔 중국으로써도 전혀 웃을 수 없다는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아직은 때가 아니었다. 그런데 지금 흘러가는 분위기를 보면 심상치가 않았다.
“정신이 오락가락 한다면 다시 차리게 해줄 처방이 필요한 법이지.”
치엥피엔 주석은 이번 통화로 인해 생각을 단단히 잡았다. 다음 달 열릴 안보리에서 북한에 대한 2차제제안에 중립이 아닌 찬성을 하여 채택을 하게 할 생각이었다. 그 뿐만이 아니라 북한에 들어가는 수출품이나 밀수품을 단속하여 국경을 강화하고 통제 또한 다시 제대로 이루어 지게 할 생각이었다.
말 그대로 북한의 숨통을 조여 버리겠다는 심산인 게다. 이렇게 되면 북한은 내부적으로 경제적 위기가 도래 할 수밖에 없게 된다. 1차 제제로 인해 그나마 무역을 하던 나라들과도 교역이 끊겼고 지금 북한의 무역 대상국은 중국으로 한정 되어 있다고 해도 틀리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런데 그런 무역을 통제하고 안보리제제에 동참하게 된다면 북한으로써도 상당한 압박감과 식량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무역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그렇게만 하게 되도 북한으로써는 경제적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치엥피엔 주석은 몸이 성치 않아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김종일에게 제대로 정신을 일깨워 줄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전화상으로 그가 하는 말이 참으로 가관이라 웃음도 안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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