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대에 나만이 유일한 마법사가 되었다-717화 (717/812)

〈 717화 〉 717화 흐름의 방향

* * *

“무엇보다?”

“소문에 나온 한 명의 동양인과 유럽인의 남녀 인상착의가 아무리 봐도 서민준과 안나같다는 겁니다.”

“......”

존 마이클 대통령은 뭐라 입을 열지 못 했다. 이번에도 서민준이라는 이름이 거론 되었고 한 발 더 나아가 그가 신의 사자라 의심하고 있었다.

만약 서민준이 정말로 신의 사자라면 이는 가볍게 볼 일이 아니었다.

그만큼 신의사자라는 존재가 중동에서 일으키는 방향이 너무나 컸기 때문이었다.

‘이번에도 결국엔 서민준인가.’

여기서도 또다시 그가 거론되자 참으로 심정이 복잡하고 무거웠다.

그로부터 며칠이 지난 금요일 이만석은 그녀들과 함께 집을 나섰다. 깔끔한 정장차림의 이만석과 차이링 또한 검은색의 정갈한 스커트 정장을 입고 있었다. 하란이나 지나, 그리고 안나 또한 틔지 않는 수수한 생각의 정갈한 옷을 입고 있었는데 그도 그럴 것이 오늘은 이만석의 어머니의 기일이었다.

이만석과 차이링이 각자 차량을 이끌고 집을 나섰다. 이만석의 차량에는 하란이와 안나가 탔고 차이링의 차량엔 지나가 탔다.

오늘은 마냥 웃으면서 갈 수는 없는 날이라 분위기가 차분했다.

아먼저 앞장서서 대문을 통과해 나서는 이만석을 따라 차이링이 뒤따라갔다. 아침을 7시에 먹고 8시쯤에 이렇게 집을 나서는 두 사람이었다.

“민준씨의 어머니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조수석에 앉아 있는 지나가 궁금증을 드러내며 그렇게 말문을 열었다.

“글세...그이가 말하는 걸 들어보면 그래도 상당히 예뻐하고 아껴주었던 것은 분명한 것 같네.”

“민준씨 어머니도 참 안 된 것 같아.”

지나가 찹찹한 목소리로 말을 받았다. 남편에게 가정폭력에 당하다못해 아들을 감싸다 그렇게 돌아가신 분이었다. 그 때문에 이만석은 많이 괴로워했고 슬퍼했었다. 그런 이만석 만큼이나 지나가 보기엔 어머니도 안타까웠다.

“나라면 그런 일을 겪으면 제정신으로 있을 수 있을지 모르겠어.”

얘기만 들어도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어떻게 그런 가정폭력을 견뎠는지 모를 일이었다. 어쩌면 어머니와 같이 둘이서 의지를 하며 위로를 해주었을 것이란 생각도 들었다. 허나 그 결과는 더 큰 고통과 상처를 안겨주었다.

“언니는 만약 그런 일을 겪으면 어떨 거 같아?”

“나 말이니?”

“응.”

“나도 참기 힘들었을 거야.”

“역시 그렇겠지?”

지나는 모르겠지만 차이링 또한 이만석 못지않게 아주 큰 고통과 상처를 가지고 있는 여자였다. 마을 사람들에게 질 속에 성기만 안 집어넣었다 뿐이지 성폭행을 당한 것이나 다름 없었다.

그러고는 자신을 시창가 업자에게 돈을 받고 넘기기까지 했다. 어머니는 그 자리에 없었지만 차이링은 손에 이끌려 걸어가면서 부모님에 대한 원망이 이만석 만큼이나 상당해고 충격도 컸다.

어렸지만 자신이 지금 어디로 끌려가는지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냥 데려가는 게 아니라 부모님이 자신을 버린 것이라는 걸 알았다.

장차오만 아니었다면 차이링의 운명은 정말로 어떻게 됐을지 모를 일이었다.

시창가에서 높은 인기를 구가하며 비참하게 생을 살아갔을 것이 분명했다.

물론 거기서 일을 잘하면 그쪽에서 높은 자리로 올라 갈 수도 있을 수 있지만 결국엔 비참한 인생인 것이다.

“지금 보면 그이도 잘 이겨낸 거야.”

“이렇게 보면 민준씨가 참 대단해 보여.”

차이링 또한 지나가 하는 말처럼 이만석이 참 대견스러웠다. 스스로 그런 일을 겪고도 이겨내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그녀 스스로가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말 그대로 자신을 더럽힌 사람들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그 일념하나로 버텼고 악착같이 성장했다.

힘든 일들이 많았고 죽을 고비도 두어 번 넘겼지만 당당하게 삼합회의 간부로 올라선 그녀는 더러운 행위를 저지른 자들을 모두 찾아 생을 마감시켜 주었다.

자신이 차이링이라는 것을 알고, 용서는 비는 이도 있었지만 차이링은 냉정하게 끝을 내버렸다.

용서를 빌기 전에 그런 짓을 한 것 자체가 죽을죄를 성립한 것이다.

부모님이 살아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찾지는 않았다. 자신을 시창가에 팔아버린 순간부터 인연은 거기서 끝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어머님께는 처음으로 인사를 드리네.’

차이링은 오늘 만큼은 절대 흐트러지는 것 없이 마음가짐을 바로 하려했다. 빈소를 찾아가는 것 자체가 정식으로 이만석의 여자로써 인사를 드리러가는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당연히 흐트러질 수 없는 일이고 올곧은 마음으로 대해야 했다.

‘민준씨의 어머니를 뵈러 가는 길이라 그런지 긴장이 안 풀려.’

지나 또한 지나 나름대로 많이 긴장되고 심장이 두근거렸다. 가족사를 듣고 상당히 큰 충격을 받은 지나였지만 그만큼 이만석을 위한 어머니의 사랑이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모정이란 무엇인지 얘기만으로도 다 느껴지는 것 같았다.

그렇게 서울을 벗어나 한 참을 달려 두 대의 차량은 남양주에 위치한 공동묘지로 들어섰다. 오전이라고 해도 공동묘지라 그런지 분위가 싸했고 산속이라 사람들의 인적이 없어 한기가 도는 것 같았다.

천천히 주차장에 차량을 멈춰 새운 이만석을 따라 옆에 차이링도 차를 대었다.

차에서 낼인 이만석이 트렁크로 이동해 돗자리를 비롯해 상에 올릴 청주와 음식들이 담겨 있는 바구니와 아이스박스 등, 이것저것 꺼내었다.

인사드리러 가는 자리라고 그녀 들어 어젯밤에 상에 올릴 음식들을 준비를 해놓은 것이었다.

그렇게 제일 무거운 아이스박스를 이만석이 들고 다음으로 무거운 바구니는 안나가 나서서 들었다. 나머지는 차이링과 하란이, 지나가 나누어서 들고 이만석의 뒤를 따라 올라갔다.

입구를 지나 묘지에 들어서자 싸한 분위기위 한기가 더 크게 느껴지는 것 같았다.

그렇게 길 따라 중간쯤 올라갔던 이만석이 왼편으로 틀어서 들어가더니 안 쪽에 자리한 무덤 앞에서 멈추어 섰다. 그녀들이 이 봉분이 바로 이만석의 어머니가 잠들어 있는 곳이라는 걸 바로 알아차렸다.

“어머니 저 왔습니다.”

아이스박스를 내려놓은 이만석이 그렇게 작게 말하더니 천천히 걸음을 옮겨 무덤으로 향했다. 그러고는 잡초가 무성한 풀들을 하나하나 일일이 손으로 뜯어내기 시작했다.

“1년 사이에 그세 또 많이 자랐네요.”

혼잣말로 작게 중얼거리는 이만석은 느린 속도로 정성스럽게 많이 자란 풀들을 잡아서 뜯거나 뽑아내었다. 자라난 풀들을 뜯어내는 행동이었지만 모습은 경건했고 조심스러웠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그녀들 또한 아무 말 없이 지켜봐주었다.

“이렇게 달라진 후 찾아뵙는 것은 올해로 두 번째네요.”

회춘을 한 이만석이 어머니에게 찾아와 달라진 자신의 인생에 대해서 신나게 떠들었었다. 이젠 열심히 살아볼 거라고, 누구보다 떳떳하게 살아서 이렇게 어머니 앞에 다시 인사드리러 오겠다고 말했었다.

“1년 사이에 우리 어머니 풀 많이 자라셨네...”

그렇게 삐죽 튀어나오고 길게 자란 풀들만 일일이 찾아 뜯어내고 뽑아냈다. 제법 많은 시간이 소요 되었지만 이만석은 전혀 싫은 기색 하나 없었다.

‘말은 그래도 오빠는 어머니가 많이 그리운 거야.’

하란이는 그런 이만석의 모습에서 어머니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을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을 보고 있자니 가슴이 아파왔고 울컥했다.

손을 들어 하란이 촉촉이 젖어 들어가는 눈 주변을 닦아 내었다.

‘아무리 그래도 역시 마음에 걸리겠지.’

목도리를 보며 눈물을 흘리던 모습을 차이링은 잊을 수 없었다.

넓고 강인해 보였던 등이 그 순간만큼은 한 없이 슬퍼보였다.

삐죽 솟아 있는 마른 풀들을 모두 정리를 한 후 이만석이 몸을 돌려 하란이에게로 향해 돗자리를 받아 앞에 깔았다.

“이제 그럼 상 차려 볼까?”

이만석의 말을 시작으로 그녀들이 고개를 끄덕였고 하나하나 준비해왔던 것들을 차리기 시작했다. 약과부터 시작해서 제사상에 올리는 전이나 생선, 그리고 준비해온 탕국까지 시간을 들여 꼼꼼하게 차렸다.

마지막으로 준비해온 향까지 피우고 잔에 술을 받아 올리고 난 후에 이만석이 차린 음식들을 바라보았다.

어머니의 빈소 앞에 처음으로 한 상 가득 많은 음식들이 차려지게 되었다. 그것을 보고 있자니 이만석은 마음이 온기가 전해져 오는 듯 했다.

이렇게 푸짐하게 한 상 차려진 것은 정말로 처음 이었다.

“이렇게 한 상 많이 받는 거 오랜만이시죠?”

웃음을 지으며 말한 이만석이 구두를 벗더니 돗자리 위로 올라갔다. 1년만에 어머니께 올리는 인사인 만큼 이만석은 어느때 보다 진지하고 신중했다.

“아들 어머니께 인사 올리겠습니다.”

중앙에 선 이만석이 빠르지도, 그렇다고 느리지도 않은 속도로 무릎을 꿇고 앉아 엎드리며 절을 올렸다. 잠시 동안 그렇게 엎드려 있다가 일어난 후 다시 공손하게 무릎을 꿇으며 어머니께 절을 드렸다.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