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14화 〉 714화 흐름의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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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그래도 저 오빠에게 전화 하려고 했거든요? 그런데 텔레파시가 통했는지 이렇게 전화가 온 거 있죠? 그게 놀라웠어요.]
밝고 명량한 그 목소리로 하는 말이 절로 피식 거리게 만드는 대답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무슨 일로 전화 했어요? 혹시 저 생각나서 한 건가요?]
“그것도 있고. 실은 물어 볼게 있어서 이렇게 전화 했어.”
[물어볼 거요?]
“어.”
[물어볼게 뭔데요?]
전화상의 목소리에서 기대에 가득한 음성이 그대로 전해져온다.
“이번 주 금요일이 어머니 기일이거든.”
[어머니 기일이요?!]
이번엔 놀라는 음성이 그대로 전해져왔다.
“그래서 같이 갈 수 있나 싶어서 이렇게 연락해 봤어.”
[당연히 가야...]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가겠다고 말을 하려다 말고 세린의 목소리가 멈추었다.
[하아... 어떡하죠? 그날 과천에서 CF촬영이 있는데.]
“바쁘면 안 와도 돼. 그냥 물어보는 거야.”
[거기에 다른 언니들도 함께 갈 텐데 혼자 빠지면 그렇잖아요.]
“다음에 가면 돼지 뭐. 꼭 기일에 맞춰서 인사드리러 갈 필요는 없으니까.”
[촬영만 없다면 어떻게 시간을 내보는 건데...]
아무래도 많이 아쉽고 서운한 모양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렇게 혼자 떨어져 지내고 있는 것도 자신 혼자인데 이런 자리마저 참석을 하지 못하게 된 것이 정말로 안타까운 모양이었다.
“마음에 담아 두지마. 다음에 시간 나면 같이 한번 가도록하자.”
[네... 언니들에게도 안부 전해 주세요.]
말하는 세린의 목소린 함께하지 못해서 너무나 아쉬워 하는게 그대로 느껴질 정도다.
“그래.”
[참... 오빠 자기 전에 내 꿈꾸는 거 잊지 말아요!]
그렇게 통화를 끝낸 이만석이 폰을 내려놓고는 입을 열었다.
“CF촬영이 있어서 못 올 것 같다고 하더군.”
“한 참 바쁠 때니까.”
“민준씨가 말 한 대로 다음에 한번 또 같이 가요.”
“그래야겠습니다.”
잠시 간의 대화를 나누고 시간이 늦어 잠자리에 들기 위해 모두 자리에서 일어났다. 안방으로 들어가기 전에 테라스로 나와 밤바람을 쐬며 담배 한 대를 물었다.
치이익!
라이터 불에 심지가 타들어가는 소리가 약하게 들려왔다. 깊이 한 모금 빨았다가 내쉰 이만석은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구름 한 점도 없네.”
맑게 갠 하늘엔 반쯤 어둠에 가려진 흰색의 달빛이 밤하늘을 빛 추며 그렇게 나 홀로 떠 있었다. 날이 맑다고 해도, 별이 보이지 않아 혼자서 그렇게 떠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게 담배 한 개비를 다 피고 들어서 안방으로 향했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니 놀랍게도 거기엔 잠옷 차림의 하란이가 기다리고 있었다.
“언제 온 거야?”
“아까 전에. 방에서 잠옷으로 갈아입고 왔어.”
그렇게 말한 하란이 눈을 맞추며 수줍게 입을 연다.
“나 오늘... 오빠하고 같이 자도 돼?”
“자는 거야 상관없어.”
켜져 있는 불을 끄고 침대로 향한 이만석이 이불속으로 들어갔다. 하란이 또한 이만석을 따라 옆에 누웠다. 그러고는 몸을 이만석에게 돌리더니 가만히 처다 본다.
“왜 그렇게 처다 봐?”
“우리 오빠 얼굴 얼마나 잘생겼나보려고.”
“뭐야 그게?”
피식 거리는 이만석의 웃음에 하란이도 작게 미소 지었다. 바라보는 그녀의 두 눈엔 애정을 넘어 애틋함이 깃들어 있었다. 아까 전에 응접실에서도 하란이는 애틋함이 깃든 시선으로 이만석을 바라보았다.
“오빠.”
“음?”
“오빠만 괜찮다면 내 품에 안겨서 자도 돼.”
“품에 안겨서 자도 된다고?”
하란이의 뜻 밖에 말에 이만석이 반문을 하며 바라보았다.
“응... 오빠가 원한다면 그렇게 해도 돼.”
“무슨 생각이 든 거야?”
“오빠가 말했었잖아. 어머니 품에 안기어 잤을 때 그때의 포근함은 절대 잊을 수 없을 거라고. 비록 내가 어머니와 같을 수는 없겠지만... 비슷한 느낌이라도 다시 느끼게 해주고 싶어.”
손을 뻗은 하란이 이만석의 뺨을 조심스럽게 어루만졌다.
하란이의 눈빛은 정말로 진심을 담고 있었다. 정말로 그렇게 해주고 싶다고, 애틋한 눈빛으로 그렇게 얘기를 하고 있었다.
“그럼... 한 번 안아줄래?”
“응...”
얼굴을 쓰다듬던 손을 때고 이만석의 머리를 끌어안은 하란이 자신의 품속으로 끌어당겼다. 그리고는 양팔로 감싸 포근하게 감싸 안아주었다.
“아무 생각하지 마. 그냥... 편히 쉬어 오빠.”
손으로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하란이의 손길은 아들을 안아주는 어머니의 손길이 그러하듯 진항 애정이 묻어나 있었다.
‘아직 어머니를 한 번도 뵙지 못 했지만 저 어머니가 그랬던 거처럼 정말로 아껴주고 사랑해 줄 거예요.’
어떻게 생기신 분인지 모른다. 이만석의 애기로만 오늘 처음 알았을 뿐이었다. 하지만 어머니에 대해서 말을 하는 그 목소리엔 그리움이 묻어나 있었다. 말로만 들어도 얼마나 깊이 생각을 하는지, 보고 싶어 하는지 다 느껴질 정도였다.
사실 하란이는 어머니의 품이 얼마나 따뜻하고 좋은지 알지 못 한다. 어렸을 때 갓난아기일 적 자신을 놔두고 친어머니는 그렇게 돌아가셨다고 들었다. 고아원에 맡겨진 것을 알고는 아버지가 데려왔다고 했던 것이다.
그래서 하란이는 어머니의 따뜻한 품이 무엇인지 알지 못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포근하게 안아 줄 수 없다는 것은 아니었다.
비록 자신의 품속이 어머니와 같지는 않겠지만 안아주고 보듬어 주는 데는 비슷하게는 느끼게 해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만큼 하란이 스스로도 이만석을 진심으로 품어 줄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어머니가 이만석을 사랑하는 것만큼 하란이 또한 그를 사랑한다. 자식에 대한 어머니의 사랑과 똑같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하란이는 진심으로 이만석을 진심으로 사랑했고 품어주는 애정은 비슷할 거라 생각했다.
‘어머니께서 그러셨던 것처럼... 저 오빠가 쉬고 싶으면 편히 기대어 쉴 수 있는 그런 여자가 될 거예요. 오빠가 힘들어 하면 언제든지 편히 쉴 수 있도록 이렇게 품어 줄 거예요.’
쓰다듬던 손을 멈추고 다시 양팔로 가마 가슴으로 천천히 끌어 당겨 품속으로 안아주었다.
‘이런 느낌 오랜만이야.’
머리를 감싸 끌어안아 품어주는 손길에서 하란이가 자신을 생각하는 마음을 그대로 느낄 수가 있었다. 어렸을 때 어머니가 이렇게 등을 토닥여주며, 머리를 쓰다듬어주면서 품에 안아 잠을 재워준 적이 있었다.
자장가도 불러 주었던 것 같은데 그때는 너무 어릴 때라 노랫말 가사는 희미해서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잠이 들지 못하면 그렇게 안아주어서 재워주셨다. 아버지의 폭력에 시달려 만이 소심해져 있었던 이만석은 정서불안증세까지 보였었다.
그런 자신을 괜찮다며, 달래주고 토닥여 주었던 것이 어머니였고 제일 편히 잠들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어머니의 품이었다.
오랜만에 이런 따스한 품속에 안기어 누워 있어서 그런 걸까. 그때의 어머니의 얼굴과 손길이 떠올라 울컥한 마음이 들었다. 한 편으로는 그와는 반대로 마음이 안정되는 것도 느껴졌다.
어느새 이만석의 두 눈이 천천히 감겼다.
그렇게 이만석을 품에 안은 지 20여분이라는 시간이 지났는데도 하란이는 계속해서 머리를 쓰다듬으며 안아주고 있었다.
‘좋은 꿈 꿔...오빠.’
오랫동안 안아주고 있어도 전혀 불편하지가 않았다. 그저 어머니의 품에 안기어 편안하게 잠들었던 것처럼 그렇게 포근한 단잠에 들었으면 했다
다음주 토요일에 있을 판문점에서의 만남을 두고 뉴스에서는 여러 보도와 얘기들이 연일 쏟아져 나왔다. 급속하게 냉각 되고 살벌했던 분위기속에서 이렇게 얘기가 진전 될 줄은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특히 북한에서 벌어진 일을 생각하면 더 그렀다. 피바람이 몰아치는 숙청에서 최전방 지역은 데프콘3의 전투준비태세를 발령하고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혹시 모를 도발에 대비해서 육해공은 만반의 준비를 갖추었던 것이다.
허나 우려했던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고 도리어 금강산 관광 재개와 이산가족상봉과 같은 카드를 꺼내들며 대화를 시도해서 북한을 주시했던 국가들은 모두 당황시켰다.
그에 대한 한국정부의 대화에 앞서 핵실험에 대한 진정성을 거론하며 전제조건을 달았고 놀랍게도 이에 북한는 저자세를 보이며 4차 핵실험은 하지 않겠다는 말과 이 문제를 한국과 대화를 나누고 싶다고 까지 했다.
그러니 하루가멀다하고 이에 관한 얘기가 나오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이라 할 수가 있었다. 특히 제일 당혹스러움을 느끼고 있는 것은 역시나 동북아 패권을 두고 다투고 있는 미국과 중국이었다.
한미일이라는 삼국동맹을 국축하여 한국과 일본을 이용해 동아시아의 패권을 잡으려는 미국과 북한을 견제 대상으로 내세운 뒤 뒤에선 힘을 키우며 역량을 과시해 동북아의 패자로 올라서려는 중국은 해가 지날수록 서로에 대한 견제와 기 싸움은 더 켜져만 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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