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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에 나만이 유일한 마법사가 되었다-713화 (713/812)

〈 713화 〉 713화 흐름의 방향

* * *

닫혀 있던 안방문이 열리고 이만석이 밖으로 나왔다. 그 뒤를 따라 하란이도 함께 나온다. 걸음을 옮겨 소파로 돌아온 이만석이 자리에 앉고, 하란이 또한 빈 자리에 몸을 앉혔다.

“하란씨 괜찮아요?”

리나가 옆에 앉는 하란이를 향해 그렇게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어보았다.

“네, 이제 진정됐어요..”

그에 하란이 차분한 목소리로 대답을 했다.

“괜히 저 때문에 분위기 망쳐서 미안해요.”

이어서 대답을 하는 하란이가 미안하다는 듯 말하자 이번엔 차이링이 입을 열었다.

“미안 할 게 뭐 있니? 나도 처음에 얘기 들었을 떼 하란이 너처럼 그렇게 놀랐어.”

하란이 뿐만이 아니라 차이링도 처음 얘기를 들었을 때 정말로 놀랐다.

“차이링 언니 말 맞아요. 저도 민준씨에게 그런 아픔이 있었는지 몰랐는걸요? 하란씨가 그러는 거 충분히 이해해요.”

“네...”

지나도 그렇고, 차이링도 이렇게 말을 해줘서 하란이는 고마웠다. 이만석은 다 식어 버린 찻잔을 들어 올려 목을 축이듯 한 모금 먹었다.

“이제 하란이도 물론이고 안나 역시 내 어릴적 일에 대해서 알게 되었군.”

그렇게 입을 땐 이만석이 입가에 잔잔한 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분명히 슬픈 일이고 안 좋은 추억이긴 하지만 나름대로 그때의 일에 대해서 잘 이겨 내왔어. 물론 쉽진 않았지만. 지금은 그때의 일에 크게 연연하지 않으려 하고 있어.”

이만석은 그 일이 있을 직후 친척집에 생활하며 자리를 잘 잡지 못 했다. 말 그대로 하란이가 그랬든 방황을 겪었던 것이다. 거기다 특히 사춘기가 찾아오면서 그런 방황 기는 사춘기때 심해졌었다. 어머니를 돌아가시게 만든 것은 아버지 였지만 자신을 감싸다 그렇게 되어서 자기 잚 못인 것만 같았다. 아니 이만석은 오랫동안 그렇게 생각했고 죄책감을 느꼈다.

지금도 사실 그에 대한 미안함을 다 떨쳐낸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때처럼 거기에 마음이 끌려가지 않고 자괴감에 빠져 있지 않다.

“그런다고 아버지를 미워하는 것도 사라진 것 역시 아니지만. 원망한다고 달라지는 것도 아니니 아픈 추억으로 한편에 묻어 둘 거야. 그게 앞으로의 일을 위해서도, 나 자신을 위해서도 맞다고 생각하니까.”

그렇게 말한 이만석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그녀들의 얼굴을 한 번씩 처다봐 주었다.

“분위기 우울하게 만들려고 꺼낸 얘기가 아니야. 나에게 이런 추억이 있었다는 것 정도로 받아줬으면 좋겠어.”

말을 끝낸 이만석이 다시 찻잔을 들어 입으로 가져가 목을 축였다.

“자기가 그렇다면... 우리도 그렇게 할 수 있게 존중해 줘야겠지, 안 그러니?”

차이링이 하란이와 지나, 그리고 안나를 바라보았다.

“언니 말이 맞아.”

이만석의 말에 끝나자 얘기를 전부다 들은 차이링이 존중의사를 밝히며 물었고 그에 지나가 동감하며 답해주었다.

“하란이도, 안나도 그렇게 해줬으면 좋겠어.”

“응...”

“......”

샤워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선 이만석은 입고 있는 옷을 벗었다. 욕조에서는 뜨거운 수증기가 모락모락 올라오고 있었고 거울엔 습기가 차서 뿌옇게 변해 있었다. 걸음을 옮겨 샤워기 앞에선 이만석이 꼭지를 들어 올렸다.

쏴아아­

그러자 시원한 냉수가 쏟아져 나오며 머리와 몸을 적셨다. 손으로 얼굴을 세수하듯 씻겨내면서 머리를 뒤로 쓸어 넘겼다. 그렇게 몸 이곳저곳을 가볍게 냉수로 씻겨낸 뒤 다시 수도꼭지를 잠그고는 욕조로 향해 몸을 담갔다.

이렇게 욕조에 몸을 담그는 이 순간이 이만석에겐 이제 하루를 마감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다리를 쭉 뻗은 상태로 머리를 기대고 눈을 감은 이만석이 날짜를 떠올렸다.

“벌써 기일인가...”

1년이라는 시간이 길다 생각하면 길고, 짧다 생각하면 짧은 시간이었다.

이번주 금요일이 어머니의 기일이었다. 기일이라고 해도 혼자서 잠깐씩 찾아가 잡초를 뽑아서 정리해 드리고 인사를 드리는 것이 다였다.

군에 있을 때 말고 지금가지 살아오면서 이만석이 하루도 빠지지 않고 챙긴 것이 있다면 어머니 기일이 유일했다.

‘처음으로 제일 신나게 떠들었을 때가 작년이었을 거야.’

이만석은 작년에 어머니에게 찾아 갔을 때의 일을 생각하면 웃음이 다나온다.

다시 회춘하여 젊어지고 달라진 자신의 인생에 대해서 그렇게 얘기를 하고 말을 했었다.

물론 목숨을 끊으려 했던 그 얘기를 할 때는 얼굴을 들 수가 없었다. 어떤 말과 이유가 있어도 그건 해서는 안 되는 행위이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이만석은 그런 자신이 저지른 잘 못에 대해서 얘기를 할 때는 경건한 마음으로 사죄를 올렸고 용서를 빌었다.

당당하고 자신감 있게 살아가는 자신의 모습을 보여 드리겠다고 약속했다. 달라진 외모와 인생만큼이나 제2의 목숨을 부여받았다는 생각으로 그렇게 당당히 살아가겠다는 약속을 들였었다.

하지만 그렇게 한다고 해도 역시나 한 순간에 달라진 자신의 인생을 두고 이만석은 많은 혼란과 갈등을 겪었었다. 사실 어머니를 찾아 가기 전에도 겪었던 혼란이었다. 그렇게 어머니에게 찾아가 말한 것은 스스로에 대한 확신과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시간이었을 지도 모를 일이었다.

물론 그 후로도 계속해서 자신에게 잠재 된 힘에 대해서 깨우쳐 가면서 점점 달라져가는 성격과 마음가짐에 계속해서 인간이냐, 아니냐를 두고 혼란을 겪었어야 했다.

그건 갑작스럽게 달라진 자신을 두고 찾아온 필연적인 갈등일지 모를 일이었다.

바쁘게 살아가던 이만석은 그렇게 차이링이 자신을 위해 준비해준 목도리를 보며 다시금 어머니의 생각이 떠올랐다. 직접 자신을 위해 손을 떠주었다는 그 목도리를 보는 순간 이만석은 자신을 위해서 목도리를 떠준 어머니의 생각에 저도 모르게 울컥 했었다.

어머니 이후로 처음으로 받은 직접 손으로 뜬 목도리 였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더욱더 어머니의 모습이 생각났는지 모를 일이었다.

몸이 달리지고 여러 일들이 있었지만 어머니의 기일에 맞춰 1년이라는 시간 동안에도 참으로 많은 일들이 있었다.

‘다 같이 한 번 찾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언제나 혼자 찾아갔던 어머니의 빈소였다. 하지만 이만석은 이번에 처음으로 혼자가 아닌 함께 찾아가보려 한다.

그래서 느낌은 지금까지와는 다르다.

샤워를 끝내고 나온 이만석이 방으로 들어가 머리를 말린 후 나왔다. 그러고는 그녀들을 다시 응접실로 불러 모았다.

“할 말이라는 게 뭐니?”

안나까지 다 참석을 하고나자 차이링이 이만석에게 이렇게 전부다 부른 이유에 대해서 물었다.

“탕욕을 즐기면서 생각을 좀 해봤는데 말이야.”

“생각?”

“이번 주 금요일이 어머니 기일이거든.”

“기일?”

“어머니 기일이요?”

반문을 하나는 차이링에 이어 지나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작년 까지는 혼자서 다녀왔어. 오늘 이렇게 모두 알게 됐고. 이번엔 같이 가면 어떨가 해서.”

“그걸 말이라고 하니?”

“어머니 기일인데 당연히 가아죠!”

생각 할 것도 없다는 듯 말하는 차이링과 지나의 대답에 이만석이 쓴웃음을 지었다. 고개를 돌려 하란이를 바라보니 애틋한 시선으로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안나 역시 말은 없었지만 같은 생각인 듯 했다.

“그동안 혼자서 매년 찾아갔던 거예요?”

“그렇죠.”

이만석의 대답에 지나가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가족사에 대해서 들어보면 이만석이 지금까지 혼자서 지내왔던 것이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친척들 집에서 살아왔다고 하지만 관계는 원만하지 못 했고 성인이 되자마자 바로 독립을 하여 나와 살았다고 하니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자기도 이제 혼자가 아니니까 이렇게 함께 찾아가면 어머니도 좋아하실 거야.”

“그래요... 차이링 언니 말처럼 함께 가면 분명히 어머니도 좋아하실 거예요.”

생각 할 것도 없다는 듯 반응을 보이는 그녀들이 이만석은 참으로 고마웠다.

“참... 세린은 어떻게 할 거니? 여기에 없어서 모른다고 하지만 그래도 받아들였으니까 이왕 함께 가는게 좋지 않을까?”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세린을 거론하는 차이링이었다.

“일단 얘기라도 해봐야겠지.”

“세린에겐 얘기 안 했죠?”

“나중에 상황 봐서 해줘야죠. 다 알고 있는데 혼자만 모르고 있으면 서운해 할 테니까 말입니다.”

이런 일에 대해서 자신에게만 말 안했다면 분명 서운해 할 게 틀림이 없었다.

“활동한다고 바쁠 텐데 그래도 한 번 전화라도 해보는 게 좋을 거예요.”

가지를 못 한다고 해도 일단은 물어보는게 맞다고 생각했다.

“이왕이면 지금 여기서 해봐. 받을지는 모르겠지만.”

고개를 끄덕인 이만석이 폰을 꺼내들어 세린에게 바로 전화를 걸었다. 그렇게 잠시간 통화음이 들려오다가 곧 밝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와~! 신기하네요?]

전화를 받자마자 들려오는 목소리는 세린의 감탄사였다.

“뭐가 신기하다는 말이야?”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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