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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에 나만이 유일한 마법사가 되었다-712화 (712/812)

〈 712화 〉 712화 흐름의 방향

* * *

“나오는 게 늦네요.”

“자기가 한 번 가볼래?”

고개를 끄덕인 이만석이 자리에서 일어나 화장실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화장실 앞에 도착하려는 쯤에 문이 열리며 하란이 밖으로 나왔다.

“오빠...”

“괜찮아?”

“으, 응.”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는 하란이였지만 눈물을 얼마나 흘린 것인지 충혈 되어 있었다.

“둘이서 얘기 좀 해.”

몸을 돌려 안방으로 향하는 이만석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하란이 따라서 걸음을 옮겼다.

뒤따라 안으로 들어선 하란이 살며시 문을 닫는다.

“여기 앉아.”

말없이 걸음을 옮겨 침대에 걸터앉아 있는 이만석의 옆에 살며시 몸을 앉혔다.

“내가 지금까지 하란이 너에게만 말하지 않은 걸 나쁘게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쁘게 안 봐.”

“괜히 네가 힘들까봐서 그래.”

“힘들께 뭐 있어. 지금가지 오빠가 제일 힘들었을 텐데.”

고개를 든 하란이 이만석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미안해 오빠.”

“미안해하지 않아도 돼.”

“내가 오빠에게 힘이 되어주었어야 하는데...”

지금까지 제대로 힘이 되어주지 못 한것 같아 너무나 미안했다.

여자친구라면 응당 이런 상처를 보듬어주고 이겨낼 수 있도록 함께해야했다.

하지만 그러지 못 한 것 같았다.

“충분히 힘이 돼주었어.”

“오빠가 그런 아픔을 가지고 있는지 몰랐어...”

이만석은 흘러내리는 눈물을 보곤 자리에서 일어나 티슈를 뽑아와 눈물을 닦아 주었다.

“그런 상처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는 거 나도 알아.”

손을 들어 눈가에 흘러내리는 눈물을 엄지손가락으로 훔쳐 주었다.

팔을 들어 올린 하란이 이만석의 목을 끌어안았다.

“불쌍해서 어떡해?”

목을 끌어 안고 있는 하란이의 눈에서 쉴세 없이 눈물이 흘러내린다.

“오리 오빠 불쌍해서 어떡해...?”

이만석이 그런 고통을 겪었다는 걸 생각하는 것 만으로도 하란이는 마음이 너무 미어지는 것만 같았다.

지금까지 그것도 몰라준 것 같아서 너무나 마음이 아팠다.

물론 이만석이 그러한 얘기를 하지 않아서 그런 것도 컸지만 마음은 그게 아니었다.

“다 지난 알이야.”

이만석이 하란이의 등을 살살 토닥여 주었다. 물론 기억하고 싶지 않은 기억이긴 하지만 옛날 일이었다. 아파한다고, 괴로워한다고 그 일이 없어지지 않는다. 생각하면 가슴이 아픈 일이지만 말 한 거, 처럼 다 지난 일이었다.

물론 하란이도 이게 다 지난 일이라는 건 알고 있다. 하지만 하란이는 이만석이 받았을 그 상처에 공감하고 슬퍼하는 것이다. 자신의 아픔만 생각했지 이만석의 아픔은 생각하지 않았다. 다만 좋지 않은 일이 있어 가족사에 대해서 얘기를 꺼내지 않는 건 아닐까 정도로만 넘어갔던 것이다.

헌데 오늘 들어보니 하란이가 생각했던 것 이상을 넘어 너무나 충격적이었다. 자신이 겪었던 어머니와 오빠들의 냉대, 그리고 그 이유에 대해서 알았을 때의 충격과 상처도 컸지만 이만석이 받았을 고통과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

아버지에게 가정폭력에 씨달리고 어머니가 눈앞에서 그렇게 돌아가는 모습을 직접 보았다. 자신이라면 절대 제정신으로 살아가지 못 했을 것이다. 그래서 이만석이 너무나 불쌍하게 여겨졌다.

“미안해 오빠.”

괜히 자신만 지금까지 위로받고 그런 것 같아 더욱더 이만석이 안스러웠다.

“네가 미안할 게 뭐 있어...”

하지만 이만석은 이런 하란이의 모습을 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이러한 모습을 보일껄 알았기 때문에 그런 거였다.

“그런 줄도 모르고 내가 너무 오빠에게 기댔던 거 같아. 응성만 부렸던 것 같아...”

이만서이 하란이의 등을 천천히 토닥여 주었다. 하란이가 자신에게 미안할 건 하나도 없었다. 그리고 하란이를 만나서 이만석은 하루하루가 즐거웠고 외로움을 잊을 수 있었다. 그래서 고백을 했고 사귀게 된 것이다.

밝게 웃으면서 다가오는 하란이가 이만석은 신선했고 귀여웠다. 함께 지내면 즐거웠고 좋았던 것이다. 처음 하란이를 만났을 때 여느 여자처럼 생각하고 대했던 것은 사실이었다. 생긴 게 예쁘고 귀여워서 더 만났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한 번 두 번 만날 때마다 의외로 생각했던 것 것과는 다르게 심성이 착하고 자신을 위해줘서 다르게 보았다.

그렇게 만남을 가지면서 이만석은 하란이와 함께 지내는 것이 즐거웠고 만나는 날이 기대가 되었었다.

자신에게만 기댔다고, 응성만 부렸다고 하는데 전혀 그렇지가 않았다.

어머니 말고 처음으로 누군가를 진심으로 좋아하게 됐고 사랑받는다는 느낌을 준 여자가 바로 하란이었기 때문이었다.

하란이의 몸을 바로 새운 이만석이 티슈로 다시 눈물을 닦아 주었다.

“내가 왜 너하고 사겼겠어? 그만큼 나도 너에게 많은 위로를 받고 웃을 수 있었어. 어머니 말고 날 그렇게 사랑해준 사람은 하란이 네가 처음이었어.”

그러고는 작게 미소를 지어주었다.

“그러니까 미안하다고 하지도 말고... 눈물 흘리지 않아도 돼.”

알아주고 미안해 한다고 다가 아니었다.

이런 쪽이 아니라도 이만석은 충분히 하란이를 통해 마음의 위로를 받았다고 생각했다.

“오빠... 아파하지마.”

“응...”

“나 정말로 오빠에게 잘 할게. 내가 그 상처를 지울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좀 더 웃을 수 있게 노력할게.”

“알았어.”

자리에서 일어난 하란이 이만석의 머리를 감싸더니 자신의 품으로 끌어 당겨 안았다.

이만석의 어머니가 따뜻하게 안아준 것과 비교가 안 되겠지만 하란이는 자신의 품속에 따뜻하게 안아주고 싶었다.

‘아파하지마, 오빠...’

하란이와 이만석이 그렇게 둘이서 대화를 나누는 사이 응접실에 있는 지나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바라보았다.

“하란씨 괜찮을까 언니?”

“생각보다 강한 면이 있으니까 괜찮을 거야.”

차이링은 하란이의 강한 면모를 보았었다. 직접 방으로 찾아와 심란해 하는 자신을 위로해주고 힘을 복 돋아 주었던 것은 정말로 의외의 모습이었다. 제일 충격을 받았을 애가 하란이었을 텐데 오히려 자신을 위로 해주었던 것이다.

“안나양도 처음 듣는 거죠?”

차이링의 물음에 안나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많이 놀랐어요?”

이번에도 안나가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그럴 거예요 저도 그이에게 그런 아픈 추억이 있었을 줄은 전혀 생각지 못 했거든요.”

“언니뿐만이 아니라 다 생각지 못 했을 거야. 나도 민준씨에게 그런 아픔이 있었을지 전혀 예상하지도 못 했어.”

그래서 지나 또한 이만석의 가족사에 대해서 처음 들었을 때 충격이 컸었다. 충분 하란이가 저렇게 슬퍼하는 것이 이해가 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자신과는 다르게 하란이가 심성이 여린 여자라는 것을 지나도 잘 알고 있었다.

어쩌면 그 때문에 더 자신이 받았던 충격보다 컸을지 모른다. 따지고 보면 이만석과 정식으로 교재를 하고 사귄 유일한 여자이기도 했다.

자신도 충분히 이만석을 사랑하고 그 때문에 목숨도 걸었었다. 하란이가 그에 뒤질 거라 생각하지 않았다. 의외로 자신보다 더 이만석을 특별하게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제 좀 진정이 됐어?”

“응.”

하란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에 이만석이 다시금 미소를 지으며 바라보았다. 아직 눈은 충혈이 되어있고 촉촉하게 젖어 있지만 아까처럼 눈물이 흘러내리지는 않았다.

“오빠.”

“응?”

“힘든 일 있으면 숨기지 말고 나에게 말해줬으면 좋겠어.”

“말해주라고?”

“응... 오빠에게 힘든 일이 생겼을 때 그걸 내가 해결해 줄 수 있다고 장담하지는 못 하지만 오빠 혼자서 마음고생하며 아파하게 나두고 싶지 않아.”

이만석은 대답 하지 않았다. 그저 가만히 하란이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게 연인이잖아.”

앞으로 이런 아픔이 있으면 숨기지 않았으면 했다.

자신에게 솔직히 다 말해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너무나 컸다.

하란이가 팔을 뻗어 이만석의 손을 살며시 감싸 쥐었다.

“나... 이손 앞으로 절대 놓지 않을 거야. 나에게 어떤 일이 생기든... 오빠에게 무슨 일이 생기든 절대로 이 손 안 놓을래.”

지금 이만석에게는 그를 사랑해주 여자가 자신뿐만이 아니라는 걸 하란이는 잘 안다. 차이링도, 지나도, 그리고 지금 안나에 세린까지 있었다. 자신이 바라보는 사람은 이만석 한 명이었지만 그에게는 자신 말고도 네 명의 여자가 더 생겨버렸다.

당연하게 자신이 쏟은 것만큼 자신에게 사랑이 돌아오지 않을 거라는 걸 잘 안다. 그는 혼자지만 그의 곁에 있는 여자는 자신을 포함해서 다섯 명이었다.

하지만 하란이는 그렇다고 해도 이만석에 대한 자신의 마음이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걸 잘 안다.

아픈 상처를 할 수만 있다면 자신이 보듬어 주고 싶었다. 슬퍼하는 모습도 보고 싶지 않았다. 이만석이 진심으로 행복해 했으면 했다.

“사랑해 오빠.”

하란이가 잡고 있는 이만석의 손을 꽉 지었다. 그녀가 말 했던 것처럼 절대 놓지 않겠다는 듯이.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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