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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에 나만이 유일한 마법사가 되었다-710화 (710/812)

〈 710화 〉 710화 흐름의 방향

* * *

웃음을 짓는 차아링을 보면서 이만석은 고개를 한 번 끄덕이곤 다시 식사를 이어갔다. 저렇게 말하는 걸 보면 뭔가 평범한 것 같지는 않아보였다. 그게 뭔지는 몰라도 응접실에서 보여준다니까 거기서 확인하면 될 것이다.

그렇게 식사를 끝내고 이만석은 응접실로 향했다. 헌데 보통이 먼저 같이 와야할 안나가 따라오지 않았다. 그에 고개를 돌려 주방 쪽을 발라보았다.

‘무슨 생각이지?’

주방에 남은 안나에 대해서 그렇게 의문을 표하며 바라보았다.

‘도와주려는 건가?’

그것 말고는 주방에 남을 이유는 없었다. 고개를 바로 돌린 이만석이 식후 땡을 하기 위해 곧장 테라스로 향했다.

‘나름대로 생각을 했겠지.’

이만석이 그렇게 나간 동안 주방에서도 지나가 의아한 표정으로 안나를 바라보았다.

“뭐 필요한 거 있어요?”

안나가 말없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할 말 있어요?”

안나가 남은건 당연히 할 말 있기 때문에 그런 거라고 생각했다.

“설거지 정도는 도와줄 수 있어.”

하지만 이어진 말에 지나는 자신이 잘 못 들은 거라 생각했다.

“네?”

그 말에 지나가 반문을 했고 식탁을 정리하던 하란이 고개를 돌려 안나를 바라보았다.

“그러니까 설거지를 도와주겠다는 말인가요?”

다시금 질문을 던졌다.

“요리는 안 맞아. 하지만 설거지 정도는 도와 줄 수 있어.”

이어진 안나의 대답은 역시나 의외의 말이었다.

“억지로 그러지 않아도 돼요.”

하란이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그렇게 말하자 행주의 물길을 짠 차이링이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안나양이 하고 싶다는 대로 나둬~ 이제 정말로 손님이 아닌 식구로 들어왔으니 상관없잖니?”

차이링 말도 일리가 있는 것 같아 지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그렇게 해요.”

싱크대로 향한 안나가 걸려 있는 고무장갑을 끼더니 물을 틀었다. 그러고는 키친타월에 세제를 묻어 그릇들을 하나하나 묵묵히 씻어내기 시작했다.

‘직접 나서서 설거지를 하겠다고 하고 별일이네.’

아무리 생각해도 진짜 별일이었다.

‘이젠 정말로 이상 손님으로 볼 수 없겠구나...’

묵묵히 설거지를 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녀들은 지나나 하란이는 여러 생각이 들었다. 차이링은 그 모습을 흥미로운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이만석이 담배 한 대를 다 피고 테라스에서 다시 들어섰을 때 주방에서 나서는 그녀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네 사람이 해서 그런지 생각보다 정리는 더 빨리 끝낸 것 같았다. 응접실로 다가오는 차이링을 향해 이만석이 입을 열었다.

“네가 말한 게 저 종이 백이야?”

“응.”

소파 한 켠에 세워져 있는 종이 백이 차이링이 말한 것이 분명해 보였고 역시나 정답이었다. 걸음을 옮겨 다가와 자리에 몸을 앉히자 차이링이 백을 들고 옆으로 다가와 앉았다.

“이게 뭘 거 같니?”

“글세.”

“자기도 보면 정말로 놀랄 걸?”

그러고는 조심스럽게 종이 백을 열더니 안에서 작은 아기 옷가지를 꺼내들었다.

“짜잔~!”

“아기 옷이네?”

“귀엽지?!”

곰돌이 캐릭터가 그려져 있는 후드티를 펼쳐든 차이링이 행복한 얼굴로 말했다.

“집에 오는 길에 들렀다가 샀어. 너무 귀엽지 않아? 다른 것도 보여줄게.”

그러면서 종이 백에서 바지와, 잠옷, 그리고 양말까지 이것저것 주섬주섬 꺼내들었다. 하나같이 모두 아담하고 앙증맞게 작았다.

“태어난 아가들이 이렇게 작을까 싶었다니까?”

그러고는 놓여져 있는 양말을 집어 들더니 차이링이 바라보고 있는 이만석을 향해 다시 입을 열었다.

“손 내밀어봐.”

“손?”

“응.”

차이링이 말하는 대로 손을 앞으로 내밀자 그 위에 조심스럽게 양말을 올려놓는다.

“이거 봐! 손바닥에 딱 올라오는 크기. 아기 발이 이렇게 작은가 봐.”

이만석도 손바닥 위에 올려 져 있는 작은 양말들을 보면서 흥미를 보였다. 그러는 사이 주방에서 차와 과일을 가지고 이쪽으로 하란이와 지나가 다가왔다.

“민준씨도 신기한가 봐요?”

“보니까 신기하네요.”

“오빠처럼 나도 아기가 이렇게 작은 옷을 입을까 해서 신기 한 더라.”

고개를 두 어번 끄덕인 이만석이 손바닥에 올려져 있는 양말 말고도 이것저것 더 살펴보았다. 태어난 아가기 입을 잠옷, 그리고 바지까지 이렇게 보니 또 느낌이 색달랐다.

‘아기 옷이라...’

차이링이 정말로 임신을 했다는 것이 사가지고 온 옷들을 살펴보니까 실감이 난다고 해야 할까. 그런 마음이 들었다.

‘내가 정말로 아빠가 되는 건가.’

옷들을 바라보고 있는 이만석은 차이링이 느끼는 어머니라는 말처럼 아버지라는 느낌이 마음속에 맴돌았다. 이만석의 기억 속에 있는 아버지는 무서운 사람이었고 어머니를 돌아가시게 한 그런 미운 존재였다.

이만석의 기억 속에 있는 아버지는 알콜 중독자여고 집으로 들어오면 가정폭력으로 자신과 어머니를 못살게 한 것 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만석의 어린시절 제일 행복했던 때가 아버지가 구치소로 들어가 지낼 때 였다.

차라리 이대로 아버지가 구치소에서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을 정도였다. 허나 시간이 흘렀고 돌아온 아버지는 다시금 폭력을 휘둘렀다. 그러다 결국 사고가 나버렸고 어머니는 그렇게 돌아가셨던 것이다.

아버지라는 이름은 이만석에게 그렇게 좋은 기억으로 추억되는 단어가 아니었다. 그런데 자신이 이제 한 하이의 아버지가 된다는 것이다.

‘차이링 에게서 아이가 태어나면 내가 좋은 아빠가 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이만석은 그에 대해서 두렵다거나 큰 걱정은 하지 않으려했다. 그녀들을 받아 들였을 때 언젠가는 찾아올 일이었다. 남녀가 사랑을 하고 함께 지내다보면 결국엔 그 결실이 생기게 마련이었다.

이만석도 충분히 그에 대해서 인지를 하고 있었고 만약 그녀들 중에 누구라도 아기를 가진다면 충분히 받아드릴 자세가 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기분이 뒤숭숭한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마음에 상처로 남아 있는 아버지는 이만석에게 지을 수 없는 그런 아픈 추억이었다.

“오빠 무슨 생각해?”

하란이 생각에 잠겨 있는 이만석에게 말을 걸었다.

“그냥... 아기 옷을 보니까. 옛날 일이 생각나서.”

“옛날일? 옛날일이라면 가족 생각 한 거야?”

“뭐.. 그렇지.”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이만석의 대답에 순간 지나가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차이링 또한 찹찹한 눈빛을 하고 있었다.

두 사람 다 이만석이 어렸을 때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고 있기에 그런 것이다.

“그러고 보니 오빠 부모님에 대해서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것 같네?”

그 내용에 대해서 모르는 하란이 의아한 표정으로 작게 말했다.

“궁금해?”

“응... 궁금해. 언니나 지나씨도 궁금하지 않아요?”

“구, 궁금하긴 하죠.”

어색한 표정으로 대답하는 지나의 모습에 하란이 의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때 화장실 물 내리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며 안나가 나왔다. 걸음을 옮고 이쪽으로 다가온 그녀가 빈 자리에 몸을 앉혔다.

“자기 잠시만 나하고 얘기좀 해.”

자리에서 일어난 차이링이 그렇게 말하고는 안방으로 향했다. 이만석은 별다른 말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차이링을 따라 안방으로 향했다.

“갑자기 무슨 일일까요?”

“......”

지나는 별다른 말없이 안방으로 향하는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이만석의 가족사에 대해서 차이링 또한 알고 있다는 것을 지나도 들어서 알고 있었다. 이 자리에서 모르는 사람이 있다면 하란이, 그리고 안나일 것이다.

안방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간 차이링을 따라 들어선 이만석이 문을 닫았다.

“내가 왜 자기 보자고 했는지 알지?”

“대충은.”

“당신 생각은 어때?”

“하란이에겐 별로 말하고 싶지는 않아.”

“마음이 여려서?”

이만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렇게 밝게 행동하고 그래도 차이링 너도 잘 알 거야. 하란이가 생각 이상으로 마음이 여려서 상처를 쉽게 받는다는 거.”

“그렇긴 해.”

지금까지 같이 생활 하면서 그에 대해선 차이링도 느끼고 있었다. 하란이가 이해심이 많다고 하지만 그만큼 잔정이 많고 마음이 여리다는 걸 말이다.

“네 임신 소식을 알았을 때 사실 제일 걱정 했던 것도 하란이었어.”

처음 그 소식을 들었을 때 하란이가 얼마나 상처를 받을지에 대해서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오히려 침착한 모습에 놀랐지?”

하지만 의외로 하란이는 침착한 모습을 보였다. 이만석이 우려했던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그게 또 놀라움을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그래. 나보고 지나씨에게 가서 달래주라고 한 것도 하란이었어.”

거기다 하란이는 지나에게 가서 달래주라는 말까지 했었다.

“나한테도 찾아와서 괜찮다며 위로해줬어.”

차이링에게도 마찬가지였다.

“그 모습은 확실히 의외이긴 했어. 제일 상처 받았을 애가 하란이일거라 생각했거든.”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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