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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에 나만이 유일한 마법사가 되었다-709화 (709/812)

〈 709화 〉 709화 흐름의 방향

* * *

“이것들 어디서 구매한 거예요?”

“집에 오는 길에 매장이 눈에 띄어서 들렸다가 산거야.”

방에 들어가 머리 말리려던 하란이 어느새 걸음을 옮겨 앞으로 다가와 소파에 몸을 앉혔다.

“진짜 예쁘네요.”

“언니 이거 살 때 기분 좋았겠다?”

“그치 예쁘지? 그리고 좋기도 좋았지만... 뭔가 기분이 이상하기도 했어.”

엄마가 된다는 것도 아직 제대로 실감이 나지 않는 상황에서 이러한 아기옷을 살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상해?”

“응... 뭐라고 할까. 내가 정말로 엄마가 되었다는 실감을 하게 됐다고 할까? 그런 이상한 기분이었어.”

“엄마가 된 다는 게 어떤 기분인지 아직 잘 모르겠어.”

“아기를 가지지 않는 한 모를거예요.”

탁자에 펼쳐져 있는 옷가지들과 잠옷, 양말을 바라보는 차이링의 눈엔 따스한 빛이 머물러 있었다. 살대는 기쁜 마음에 샀는데 매장 밖으로 나와 돌아오는 길에 차이링은 어머니라는 글자가 머릿속에 맴돌았다.

그러다 어렸을 때의 일이 떠오르며 따스하게 안아주던 어머니의 품이 생각났다.

‘어머니는 날 사랑하셨을까.’

자신을 떠나보낼 때 어머니의 얼굴을 차이링은 볼 수가 없었다. 집 밖으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딸이 팔려가는 마당에 어머니는 어떤 마음이었을지 차이링은 궁금했다. 이렇게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아가를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뭉클하고 그런데 자신이 그런 험한 꼴을 당할 때, 팔려갈 때 어머니의 심정이 어땠을지 궁금했다.

그때의 상황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알기는 쉽지 않겠지만 마음에서부터 자신을 버리지는 않았을 것이라 생각했다. 아니 그렇게 믿고 싶었다.

배속에서 자라는 아기를 생각하면 차이링은 누구보다 행복하게 키워주고 싶었다. 자신 같이 부모님에 대한 아픔을 느끼게 하고 싶지 않았고 밝고 건강하게 키우고 싶었다. 이걸 두고 모성본능이라고 한다면 맞을 것이다.

모성본능이든 그렇지 않든 차이링은 자신이 어머니가 되었다는 것이 신기하면서도 기분이 묘했다.

“언니 무슨 생각해?”

“응?”

“아기 생각한 거예요?”

“내가 좋은 어머니가 될 수 있을까도 싶고... 그냥 여러 생각이 좀 드네.”

“그렇게 아기의 미래를 걱정하는 것 자체가 좋은 어머니의 모습이라 생각해요.”

“그렇게 보여?”

“네.”

웃음을 지으며 말하는 하란이를 보며 차이링도 따라 미소지었다.

“그 모습조차도 나는 참 행복한 고민으로 보이는 거 알아, 언니?”

“행복한 고민?”

“응. 우리는 민준씨와 사랑의 결실을 맺지 못 했지만 언니는 맺었잖아. 나도 민준씨 아기 가지고 싶은데.”

“행복한 걱정이긴 하네.”

지나나 하란이가 가지는 마음이 어떠한지 알고 있는 차이링도 자신이 하고 있는 이 걱정도 그녀들에겐 부러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차이링은 지나의 말에 금세 수긍했던 것이다.

그렇게 대화를 좀 나누다 정리를 하고 자리에서 일어난 차아링은 방으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었다. 하란이 또한 머리를 말리는 동안 지나는 주방에서 저녁을 준비했다. 머리를 다 말린 하란이 지나를 도우기 위해 나왔고 편한 복장으로 옷을 갈아입은 차이링도 세안을 끝낸 후 주방으로 향했다.

오늘 저녁은 미역국에 고추장불고기였는데 이만석이 좋아하는 메뉴 중에 하나였다. 맛있는 음식 냄새가 솔솔 풍겨 나올 때 쯤 밖에서 희미하게 대문이 열리는 듯 한 소리가 들려왔다.

“오빠 왔나봐요.”

식탁에 반찬들을 놔두던 하란이 그렇게 말하고는 현관문으로 향했다. 가스렌지 불을 약하게 줄인 차이링과 지나도 마중을 위해 주방을 나섰다. 잠시 후 도어락 비밀번호를 누르는 소리가 들려오는가 싶더니 문이 열리며 이만석이 안으로 들어섰다.

“어서와 오빠.”

“잘 다녀왔어요?”

“자기 수고 많았어.”

“응... 음식 냄새 좋은데?”

“자기 좋아하는 고추장 불고기 만들고 있었지~”

“그래?”

“안나씨도 수고 했어요.”

“두 사람 다 들어와요. 씻고 나오면 저녁 다 차려질 거 같으니까 옷 갈아입고 씻어요.”

구두를 벗고 안으로 들어선 이만석이 안방으로 향했다. 안나 또한 옷을 갈아입기 위해 자신의 방으로 향한다. 하란이와 차이링, 지나도 다시 주방으로 향해 저녁을 마주 차렸다.

‘한 다섯 번은 한 것 같은데...’

마이를 벗어 옷걸이에 걸친 이만석이 넥타이를 풀면서 속으로 중얼 거렷다. 30여분 동안 이만석은 사정 만해도 다섯 번은 한 것 같았다. 그만큼 안나는 적극적이었고 강한 쾌감을 참는 데는 아직 힘들다는 반증이기도 했다.

“그녀들이랑은 다르게 기력소모가 큰 거 같다.”

그만큼 쾌락에 젖어들수록 끝나고 나면 찾아오는 떨어지는 기력은 그녀들과 할 때보다 더 심했다. 물론 이정도로 이만석이 앓는 소리를 낼 사람도 아니고 몸속에 노폐물을 배출시키며 기운을 순환시키면 금세 다시 회복하기에 문제없다고 하지만 빨려 나가는 기력 소모가 확실히 크기는 했다.

건장한 사내라도 한 달이면 골골 될 정도로 기력이 빨려 나갈 것 같았다. 물론 그만큼 안나와 관계를 가지면 헤어 나오지 못 할 것은 당연하고 계속해서 생각이 날 것이다.

그녀와 세 번째 관계를 맺으면서 이만석이 내린 결론이었다.

하란이와 지나, 그리고 차이링과 관계를 맺을 때도 물론 좋았다. 세린 또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안나는 말 그대로 질속에 삽입하는 순간 달라붙는 것 자체가 차원이 틀렸던 것이다. 순식간에 조여 오며 빨판처럼 핥듯이 빨아 당겨주니 정신이 아득해질 정도였다.

천상이 있다면 바로 이곳이다라고 해도 될 정도였다.

‘내가 이정도니 다른 사람이었으면 운전할 기운조차 없었겠어.’

아직 몸속의 기운을 순환시켜 회복하지 않은 상태여서 몸이 처져 있는 이만석이었다. 지금 그의 몸은 일반 사람과는 비교가 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한 육체로 탈바꿈 되었지만 기력이 빠지면서 찾아오는 무거운 느낌은 이런 몸이라도 별 수 없는 것 같았다.

속옷까지 싹다 갈아입고 티 한 장에 추리닝을 입은 이만석이 문을 열고 나와 세탁기에 빨래거리를 넣고 간단히 세안을 했다.

저녁 식사가 끝난 후에 한 숨 돌린 후 샤워를 할 생각이었다. 지금 샤워를 해봤자 식사시간에 맞출 수 없으니 하지도 못 한다.

주방으로 향하니 식탁엔 음식들이 한 상 가득 차려져 있었다. 이만석이 자리에 착석하려는 쯤에 안나가 모습을 드러내 자리에 앉았다.

자리에 앉은 안나와 눈이 마주쳤지만 평소처럼 고개를 돌리며 무심하게 지나친다. 아까 전에 차안에서 적극적으로 달라붙던 그녀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그렇게 모두가 자리한 가운데 저녁식사가 시작되었고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며 여느 때처럼 식사시간을 이어갔다.

“안나씨 화장품 써요?”

식사를 하다말고 지나가 안나를 향해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안나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상하네?”

“뭐가 이상하단 말이에요?”

하란이 의아한 표정을 물음을 던지자 지나가 다시 말을 이었다.

“뭔가 머리카락이 윤기가 나는 것 같기도 하고 피부가 전보다 생기가 도는 것 같아서요.”

지나의 말에 차이링도 안나를 유심히 바라보다 고개를 끄덕였다.

“흐응~ 그러고 보니 정말로 생기가 도는 것 같네?”

“정말로 화장품 같은 거 안 써요?”

“안 써.”

별다른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지금까지 스킨로션도 제대로 사용해보지 않는 것이 안나여서 화장품과는 거리가 멀었다.

“뭔가 전 보다 얼굴색이 더 좋아진 것 같은데...?”

“내가 보기에도 그래요.”

하란이 까지 동의를 하듯 말하자 지나가 신기하게 바라보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안나는 별일 아니라는 듯 조용히 식사를 이어갈 뿐이었다.

‘관계 때문인 거 같은데...’

전에 노래방에서도 그렇고 오늘도 안나의 생기가 넘치는 모습에 이만석도 의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기력이 빨려서 그런가 싶기도 한데 그것 말고는 설명할 길이 없었던 것이다.

‘그쪽으로 타고난 건가.’

속된말로 명기라 표현하는 그러한 질의 구조를 가지고 있는 안나 여서 그것만 봐도 타고났다고 해도 틀리지 않았다. 하지만 성관계를 통해 생기를 돌 정도면 정말로 이쪽으로 안나가 타고났다고 봐야했다.

‘확실히 평범한 여자는 아니야.’

처음 만났을 때부터 느꼈지만 성격도 그렇고 뭐 하나 평범한 게 없는 안나였다. 그래서 흥미가 생겼고 팔찌 까지 주면서 수행비서로까지 데리고 있었다. 지금은 그것을 넘어 자신의 여인이 되었지만 말이다.

“참... 식사 끝나고 나 자기에게 보여 줄 거 있어.”

“보여줄 거?”

“응. 뭔지 기대되지 않아?”

“뭔데.”

“안 알려 줄 거야. 응접실에 가서 보여줄게.”

“전자제품이나 그런 물건 같은 건가?”

“그런 거 아니에요.”

“지나씨도 봤습니까?”

“네, 저 뿐만이 아니라 하란씨도 봤어요.”

“뭡니까?”

“식사 끝나고 보여줄게. 기대해도 좋아.”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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