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07화 〉 707화 흐름의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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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그쪽분이 너무 아름다우셔서 제가 선물로 드리는 거예요.”
양말 한 켤레를 하나 가져와 넣어주면서 하는 말에 차이링이 조금 놀라더니 곧이어 밝게 미소 지었다.
“서비스 고마워요.”
서비스를 주겠다는데 안 받는건 또 예의가 아니었다.
“예쁜 옷 많으니까 다음에 또 들려주세요!”
“네, 그럴게요.”
그렇게 가게 문을 열고나선 차이링이 옷이 담겨 있는 종이 백을 바라보았다.
“구경만 하려고 했는데... 기분이 너무 좋아서 나도 모르게 사버렸네. 어차피 나중에 샀어야 했으니까... 상관없겠지.”
오늘은 구경만 허더라도 아기가 태어나기 전에 필요한 옷가지나 물품들은 사둬야 했다.
그 생각을 하면 지금 예쁜 옷들을 사둔건 전혀 잘 못된 일이 아니다.
그렇게 차이링이 기분 좋게 집으로 돌아갔다.
“어지간히도 신경이 쓰이는 모양이군.”
박동구에게서 전화를 받은 이만석은 그가 중요한 소식이라며 장인어른인 김철중 대표에게 들었던 얘기를 전해주었다. 미국 대통령인 존 마이클이 자신의 직무수행 보좌관을 한국에 보내와 윤정호 의원을 만나 어떤 대화를 나누었는지를 말이다.
그 얘기를 들은 이만석은 쓴웃음을 짓지 않을 수 없었다. 북한의 저런 행동을 보면서 많이 당혹스러웠던 모양인데다 흘러가는 기류를 보니 이대로 관과해선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던 모양이었다.
그러니 재협상이니 전투기 부분적 기술이전을 검토해 주겠다면서 하는 얘기들을 꺼낸 것이다. 그만큼 미국이 아시아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했다. 사실 치고 올라오는 중국이 의식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었다.
동남아 해역을 두고도 한 참 서로 기 싸움에 열을 올리고 있는 상황에서 동북아세 중국에게 패권을 빼앗겨 버리면 아시아에서의 미국의 영향력은 그대로 꺾일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G2로써 성장해 무섭게 치고 올라오고 있는 중국이 그만큼 미국의 심기를 건드리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대로 물러서지 않을 거야.”
조수석에 앉아 있던 안나가 지나가는 투로 말했다.
“그렇겠지.”
이만석이 생각해도 당연히 이대로 물러선다는건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고 그게어 먈로 말이 안 되는 일이다.
“CIA쪽에선 특히 더 민감해.”
카일러를 필두로 엔더슨이 저지른 일 때문에 이집트에서의 CIA는 상당히 난처한 상황에 처했었다. 투랍 정권과 합심을 하여 국민들을 탄압하려 했으니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 그런 일을 저지르고 엔더슨은 그대로 모습을 감추었으니 CIA로써는 참으로 답답한 일이었다.
거기다 한국에서도 몰래 작전을 펼치다 된통 당하게 되었고 지부까지 당했었다. 그 일로 인해 한국 내에서 CIA의 활동도 상당히 제약을 받게 되었고 그건 자국에까지 피해를 주게 되었다.
안 들키면 모르지만 들키면 곤혹스러운게 사실이었다.
그리고 걸려버렸다.
만약 작정하고 CIA가 민간 지역에서 작전을 펼쳤던 것을 폭로해버리면 그건 그대로 국제사회로부터 비난을 받고 자국 내에서까지 큰 이슈를 불러일으킬게 틀림이 없었다.
메케인은 국장직에서 물러나야 할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러니 이 상황이 그들의 입장에서는 상당히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는 일이다.
“이런 상황에서 그렇다고 또 해결사를 보내어 제거를 하려거나 하는 행동은 하지 않겠지.”
여기서 걱정되는 점은 해결사를 또 보내는 것이다.
“......”
자신에게 저질렀던 짓이나 이집트에서 리자 아마사피 대통령이 총리 였을 때 암살을 하려했던 일을 말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CIA의 해결사로 나서 리자 아마사피 총리를 제거 하려 했던 사람이 바로 옆에 타고 있는 안나였다.
“어떻게 할 거지.”
무표정한 얼굴로 안나가 이만석을 향해 질문을 던졌다.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어떤 방법으로든 존 마이클 대통령이 다시 움직이려 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허튼짓 못하게 흔들어 줘야지.”
“언론을 이용해서?”
“그래.”
이만석이 잘 사용하는 방법이 무엇인지 아는 안나는 바로 언론을 거론했고 이만석은 당연하다는 듯 그렇다는 대답을 해주었다.
“지금 같은 시대에 그만한 무기가 없다는 것을 이번에 뼈저리게 경험했지.”
언론을 마음대로 주무른다는 것이 얼마나 큰일인지 이만석은 확실하게 깨우쳤다. 정보화 시대에 사람들은 빠르게 정보를 습득하고 지식을 공유한다. 당연히 언론매체들을 통해 얻는 정보들도 상당히 많았다. 이만석은 필리핀 갱단이나 야마구찌회 사건을 시작으로 언론을 처음 이용했고 결과는 상당했다.
보도를 통해 민낯이 나날이 까발려진 직후 여론이 들끓어 올랐고 곧바로 경찰력과 검찰력이 집중 투입되어 단속과 처벌에 들어갔다.
그 결과 이만석은 일성회와 삼합회마저 몸을 사리게 만드는 것을 넘어 순식간에 전국의 조직을 장악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되었다.
이어서 정국혼란에 빠져 있는 이집트에 넘어가 언론들을 길들였고 그 결과 일을 진행 하는데 덕을 톡톡히 보았다.
투랍 정권이 저지른 만행이 만 천하에 까발려지자 불만은 더욱더 커져갔으며 당연하게도 리자 아마사피 총리가 암살 위협까지 당하는 모습을 보면서 적극적으로 지지를 표명해 힘을 실어주었다.
그 결과 상황이 정리 되었을 때 드러난 결과는 리자 아마사피는 대통령으로써 이집트를 이끌어 가고 있었다.
미국 내에서 벌어지는 카일러 사건도 이와 무관하지 않았다. 현대 사회에서 언론 장악이 얼마나 대단한 힘이 되고 무서운 것인지 이만석은 톡톡히 경험을 하였다.
막무가내로 족칠 것이 아니라 사전에 여론을 움직일 수 있는 입부터 단속을 해야 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던 것이다.
“메케인이 내가 여기에 있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왜 움직이지 않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어.”
“않았다는 것은 이제 이해가 된다는 말인가?”
안나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고개를 끄덕이는 그녀를 보고 이만석이 다시 말을 이었다.
“랭리에 있는 CIA본국이 들쑤셔졌으니 내부적으로 자존심이 많이 상했을 거야.”
“그런 일을 벌였을 줄 생각지도 못 했어.”
안나는 이만석이 설마하나 그때 거기까지 제대로 손을 썼을 줄은 몰랐다. 나중에 되어서야 이만석을 통해 알게 되었고 메케인이 왜 잠잠한 것인지 어느 정도 알 수가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아는 것을 넘어 이해를 하고 있었다.
미국 내에서 메케인의 상황이 그렇게 좋지가 않았던 것이다. 카일러의 불화가 부각 되고 그의 죽음에 내막이 있는 거 아니냐는 언론의 보도가 타면서 지금까지도 곤욕을 치루고 있는 상황이었다.
외부가 아니라 내부의 일에 골머리를 썩고 있는 형국이었다.
“이대로 집에 갈 거야?”
“돌아가야지.”
“들렀다가.”
“들리다니 어딜?”
“조용한 곳에.”
신호를 기다리던 이만석은 순간 고개를 돌려 안나를 바라보았다.
“조용한 곳?”
고개를 끄덕인 안나가 무표정한 얼굴로 이만석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날 이후 며칠 동안 못 했어.”
“그래서 하러 가자?”
안나가 다시 고개를 끄덕인다.
‘갑자기 이런 말을 하니까 좀 당혹스러운데.’
이만석은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안나에게 뭐라 대답을 하지 못 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가 이렇게 적극적으로 하러가자고 할 줄은 생각지 못 했기 때문이었다. 춘배들하고 노래방에 있었을 때는 그래도 술 한 잔도 들어갔겠다, 파트너로써 따라 왔으니 상대를 해주었을 걸로 생각했는데 지금은 그런 게 전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특히 안나 성격에 먼저 하러 가자고 하다니 충분히 놀라웠다. 이만석 조차 지금 이 상황은 순간적으로 할 말을 잃고 당황했다.
“싫어?”
신호가 바뀌고 다시 차량을 몰고 가는 이만석을 향해 안나가 의사를 물었다.
“좀 당황스럽군.”
“그럼 가.”
“......”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 그녀의 차가운 두 눈이 이렇게 부담스러웠던 적이 있었을까.
아무래도 진심인 모양이었다.
사실 안나가 농담을 하는 성격이 아니니 진심이고 아니고를 따질 필요도 없었다.
‘하고 싶으면 자신에게 말하라더니.’
이만석은 안나를 처음 안으면서 별다른 반응이 없는 것을 보고 그녀가 느끼지 못했다는 것을 알았다. 물론 처음이고 피까지 흘린 상황에서 기분이 좋다기 보다는 고통이 차이가 있었을 것이다. 이만석의 성기가 작은 것도 아니어서 꾀나 고통이 컸을 텐데 그녀는 인상 한 번 찡그리지도 않았고 여전히 평소와 다름없는 얼굴을 유지했다.
그 후에 다음으로 관계를 가진 것은 저번 노래방이었다. 거기서는 의외로 안나가 먼저 옆방으로 가자고 해서 좀 놀라긴 했지만 그녀가 스스로 파트너로써 따라온 것이기 때문에 소신에 따른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전혀 그럴 필요가 없는 일이었다. 말 그대로 수행비서로써 옆에 붙어 있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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