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03화 〉 703화 흐름의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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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을 위해 나서기 전 윤정호 의원은 현관에 배웅을 나온 그의 부인 혜선을 바라보았다.
“오늘도 저녁에 늦게 오시나요?”
“늦진 않을 거야.”
“오늘이 무슨 날인지는 알죠?”
고개를 끄덕인 윤정호 의원이 다시 입을 열었다.
“우리 결혼기념일이잖아.”
“알면 됐어요.”
“갈게.”
“조심해서 잘 다녀와요.”
현관문을 열고나선 윤정호 의원이 대기해 있는 차량을 향해 다가갔다. 그러자 수행비서가 조심스럽게 뒷문을 열어주자 올라탔다. 조심스럽게 다시 문을 닫은 뒤 운전석에 올라 안전벨트를 맨 후 차량을 몰아 저택을 빠져 나갔다.
“약속 시간이 몇 시라고 했지?”
“9시입니다.”
“그럼 곧장 가도록하지.”
“알겠습니다.”
등받이에 머리를 기댄 윤정호 의원이 눈을 감으며 잠시 잠을 청했다. 그렇게 차량이 달려 도착한 것은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미국 대사관이었다. 차량이 도착하기도 전에 이미 40대 중반의 중후 한 인상의 마크 토벨로 주한대사가 나와 기다리고 있었다. 차량이 대사관저 안으로 들어가 앞에 멈추어 서자 직접 문을 열어주기까지 했다.
“이렇게 나와 계시지 않아도 되는데 말입니다.”
“과저 입구에서 기다리는 것도 어려운 일이 아닌데 이 정도는 당연한 일입니다.”
가볍게 악수를 나눈 두 사람은 그렇게 안으로 들어섰다. 윤정호 의원이 마크 토벨로 대사를 따라 들어간 곳은 손님을 맞아 대화를 나누는 접대실이었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자 거기엔 40대 초반의 또 다른 한 사람이 기다리고 있었고 자리에서 일어나 윤정호 의원을 맞았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그쪽이 대통령 직무수행 보좌관이요?”
“그렇습니다. 토마스 에딜이라고 합니다.”
가볍게 악수를 나눈 후 자리에 착석하자 두 사람도 맞은편에 앉았다.
“그런데 이렇게까지 자리를 마련하면서 날 보고자 한 이유가 무엇입니까.”
“양국의 미래 발전을 위해서라고 하면 될 것 같습니다.”
“미래발전?
토벨로 대사의 말에 윤정호 의원이 반문을 하며 바라보았다. 그러자 이번엔 옆에 앉아 있던 토마스가 다시 말을 받았다.
“그렇습니다. 현재 돌아가는 시국을 보면 어느때보다 두 나라는 더 기밀해져야 하고 협력을 해야 합니다. 그런 차원에서 보면 윤정호 의원님은 우리 정부 측에서도 아주 중요한 사람이라 할 수가 있습니다.”
“그 시국이라는게 북한의 핵문제를 두고 하는 말인 것 같은데...”
“그것도 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지금 한국정부, 김현수 대통령의 행보에 동맹국들에게 큰 우려를 느끼게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우려라 하면 어떤 것을 말하는 것이오?”
“알다시피 동맹국의 수호를 위해 미국이 그동안 얼마나 노력을 해왔는지 윤정호 의원도 잘 알고 있을 겁니다. 그 중에 하나가 바로 북한 비핵화를 위해 개최한 육자회담이고 거기서 쏟아 부은 노력이 어느 정도 인지도 잘 아고 있으실 걸로 압니다.”
고개를 끄덕이는 윤정호 의원을 보고 토마스가 다시 말을 이었다.
“그런데 지금 그러한 노력이 모두 물거품이 되려고 하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북한이 원하는 대로 독단적 대화를 하려는 것 자체에 미 정부는 큰 우려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동안 북한의 행태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한국에 단독으로 핵문제를 두고 대화를 하자는 것 자체가 믿을 수 없는 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에 대사 또한 거들며 말했다.
“불안을 야기하는 대대적인 숙청을 벌인 뒤로 이런 대화를 하자는 것 자체가 전체적으로 보면 맞지가 않는 그림입니다.”
“그에 대해서 우려를 느끼고 있다면 행동을 보여 대화를 하면 될 것 아니요.”
청와대와 백악관 사이에 핫라인이 개설되어 있는 것은 윤정호 의원도 잘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그 때문에 이렇게 윤정호 의원님과 만남을 가지기 위해 이렇게 한국으로 들어온 것입니다.”
“그래서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이 뭐요?”
윤정호 의원은 자신에게 이러한 얘기를 하는 본론에 대해서 물었다. 이러한 구구절절하게 애기를 풀 듯 자신에게 말을 꺼내는 이유에 대해서 말하라는 것이다. 그러자 토마스가 잠시 말을 멈췄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이걸 바로 잡을 수 있는 게 윤정호 의원님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바로 잡을 수 있다니... 이상한 얘기를 하시는군.”
“행동을 보여 대화를 하면 될 것 아니냐고 하셨는데 이미 마이클 대통령께서는 직접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김현수 대통령에게 전화를 들였다는 말이요?”
“그렇습니다. 이번 북한이 제안한 회담을 받아 드린 것에 대해서 직접 대화를 통해 우려를 표현 하셨습니다. 하지만 아쉽개도 대화 내용은 다시 좋은 방향으로 잘 흘러가지가 않았습니다.”
거기까지 얘기를 듣던 윤정호 의원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날 보고 이 일에 대해서 좀 나서달라 이 말이요?”
“그렇습니다.”
“나를 아주 높이 사고 계시는군.”
말을 하는 윤정호 의원의 입가에 쓴웃음이 지어졌다. 윤정호 의원은 마크 토벨로 대사가 이렇게까지 자신을 이곳에 부르려 했는지에 대해서 생각하면 절로 쓴웃음이 지어졌던 것이다.
“높이 사는 것이 아니라 윤정호 의원님은 그만한 힘이 있기에 이런 부탁을 드리는 겁니다. 이 나라의 차기 대통령이 되어 이끌어나가실 분이 아닙니까.”
“내가 출마를 하였지만 그렇다고 당선이 된 것도 아니요. 선거란 얼마든지 결과가 뒤바낄 수도 있다는 걸 모르시나보군.”
“그것도 어느 정도 지지층을 확보가 되어 있는 상태에서나 가능한 일이지 지금 같은 한국의 지지도에서는 예측된 결과가 뒤바끼는 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대통령 직무수행 보좌관이라는 사람이 앞일을 너무 쉽게 예단하시는군.”
“앞일을 쉽게 예견 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을 말씀드렸을 뿐입니다.”
“현실이라...”
더욱 진해지는 쓴웃음에 토마스가 다시 말을 이었다.
“무엇보다 양국의 미래를 위한 일이라 생각해 주셨으면 합니다.”
“육자회담이 마치 양국의 미래라 말하는 걸로 들리는구려.”
“육자회담이 개최된 이유가 북핵문제를 해결하고 한반도 안정을 도모하며 한 발 더 나아가 한국의 통일을 위한 자리이이기도 하지 않습니까. 북핵문제를 두고 독단적으로 행동하는 것은 결과를 안 좋게만 불러올 것이 분명하고 이럴 때 일수록 협력을 통해 더욱 좋은 방향으로 북한을 인도해서 개방시켜 나가는 것이 바람직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북한이 제의했던 단독 회담은 결국엔 북한이 원하는 방식으로 끌려 갈 수밖에 없을 거라는 얘기였다. 그러니 단독회담이 아닌 육자회담으로 돌려서 동맹국들과 협력을 통해 북핵 비홱화 문제를 해결하고 나아가 한반도 안정과 통일을 도모 할 수 있게 나아가는게 이상이라는 말과도 일맥상통했다.
“사실 육자회담이 중요하기도 하지만 마이클 대통령께서는 미국과 한국의 동맹을 위한 윤정호 의원님과의 기밀한 협력관계를 깊이 내대보며 생각하고 계십니다. 앞으로 양국 FTA재협상에서 한국이 원하는 가전제품이나 자동차 부품, 쌀과 같은 농산품에 대해서 좀 더 서로 좋은 방향으로 나눌 수도 있다고 하셨습니다.”
즉 FTA를 체결하면서 한국이 가지고 있는 불만인 분분에 대해서 재협상을 통해 어느 정도 양보를 해줄 의양도 있다는 얘기였다. 특히 주력상품인 가전제품과 자동차분야에서 한국이 원하는 반향으로 좀 더 규제나 조항에서 조정을 할 수 있을 것이고 쌀과 같은 취약한 농산품 부분에서도 더 이상 시장개방에 대해서도 가지는 불만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겠다는 얘기였다.
말 그대로 윤정호 의원이 대통령이 되면 임기 첫 해에 외교적 성과를 과시 할 수 있는 선물을 안겨주겠다는 얘기나 다름없었다.
“더불어 한국에 판매하는 F35에 대한 부분적 기술이전에 대해서도 정부 차원에서 심도 깊게 다뤄볼 의향도 있다고 전해달라 하셨습니다.”
유로파이터나 F15사일런스 이글과 같은 경쟁상대 들을 물리치고 F35를 택한 상황이었다. 전투기 기술이전과 라이센스 생산 등 경쟁사 들이 여러 가지를 거론하고 경쟁을 벌였지만 공군이 운용하는 무기 체계 호완이나 부품을 포함해 기종의 성능을 따졌을 때 종합적으로 보면 결국엔 최신형 스텔스기라 할 수 있는F35로 의견이 모아졌고 채택을 하게 되었다.
최근 들어 여러 문제점들이 발견되고 시간이 흐르면서 전투기대당 가격이 올라가 논란이 일어나고 있는 시점이었지만 스텔스기능을 포함해 여러 복합적 기능을 따졌을 때 두 경쟁사의 모델들 보다는 F35가 더 낫다는 결론이 난 것이다.
그런 F35에대한 부분적 기술이전에 대해서 더 나아가 국내 라이센스까지 포함해 정부 차원에서 긍정적으로 검토를 해보겠다는 얘기였다. 참으로 파격적인 얘기가 아닐 수 없었고 노후화된 전투기를 대체하기 위한 F16이상의 성능에 부분적 스텔스 기능을 갖춘 한국형 전투기 개발 사업에 있어 좋은 일인 것도 분명한 사실이었다.
이정도면 확실히 미국 입장에서는 통 큰 양보라 볼 수도 있었고 파격적이라 해도 이상할 게 없었다.
“놀랍구려... 확실히 양국 미래 발전을 위해서도 그렇고 충분히 구미가 당기는 제안입니다.”
윤정호 의원의 말에 토마스의 입가에 웃음이 지어진다.
그가 윤정호 의원의 입장이라도 당연히 흔들릴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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