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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에 나만이 유일한 마법사가 되었다-702화 (702/812)

〈 702화 〉 702화 흐름의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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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하려고 해도 희망이 있어야 하는 것이지 그것조차 없는 상황에서 걸어 볼 만한 게 하나도 없었다. 최고인민회의에 참석했다 살아남은 모든 이들이 전부 이보다 더 완벽할 수가 있나 싶을 정도로 한 몸이 되어 움직이고 있었다.

그 만큼 가슴깊이 두려움과 공포심이 자리했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고 이만석을 인간이라 생각하지 않고 있을 지도 모를 일이었다. 아니 인간이라 보지 않고 있을게 분명했다.

그저 초능력이라 치부하기엔 이만석이 보여준 능력들이 너무나 엄청나고 두려움을 느끼게 해주었기에 그런 것이다. 순식간에 죽어나간 이들의 시신이 하늘로 떠올라 미라처럼 수분이 사라지며 말라가고 가루가 되어 흩날리며 사라져가는 모습은 그 어떤 것보다 강한 공포심을 안겨주었다.

신이라 보지는 않을 지라도 적어도 인간의 탈을 쓴 악마쯤으로 보는 이들은 많을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인간이 가질 수 없는 능력으로 보였기 때문이었다. 생각하는 것과 실제로 보는 것은 다른 것이고 현장에서 그러한 끔직한 모습에 당사자들이 되었다면 느끼는 공포는 가히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다.

그러니 이렇게 움직이는 것이다.

그 공포가 너무나 상당하니까.

김종일도 이만석을 초능력자라 생각하지만 한 편으론 정말로 그가 사람이 아닌 다른 존재라 생각하기도 한다. 신이 존재한다면, 악마나 그러한 존재들이 실제로 있다면 이만석이 보여준 능력을 펼쳐 보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인간으로 환생한 악마일지도 몰랐다.

“안타깝게도 치주석께서 바라는 대로 따를 수는 없을 것 같소.”

그로부터 며칠이 지난 후 한국 정부는 이 문제를 두고 북한과 판문점에서 만남을 가져 얘기를 나눌 것을 제의했다. 국내에서 첫 회담을 가졌으면 한다는 것을 북한이 받아드린 만큼 날짜와 시간을 정하기 위해 만남을 가졌으면 한다는 것이다.

소식을 전한지 만 하루도 되지 않아 다음 주 토요일쯤이 어떻냐는 말이 나왔고 정부는 이에 대해서 수용을 하여 받아들였다.

이 소식이 다시 전국으로 전해진 순간 또다시 크게 술렁이기 시작했다. 이번 대화만 잘 만 되면 정말로 북한 측 인사가 한국으로 입국해 회담을 벌이는 역사적인 사건이 눈앞에서 일어나는 것이다.

순식간에 이 소식은 기사로 타진되었고 국내뿐만이 아니라 외신들도 빠르게 이 소식을 전했다. 과연 이번 대화를 통해 북한이 말을 했던 것처럼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여줄지에 대해서 기대를 가지고 핵문제에 진전이 있기를 바랐던 것이다.

허나 이 소식을 듣고 중국은 물론이고 미국도 또다시 당황 할 수밖에 없었다. 얘기가 이렇게 빨리 순조롭게 진행 될 줄은 미처 생각지 못한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반응은 즉각적으로 나타났는데 치엥피엔 주석이 김종일에게 연락을 한 것처럼 존 마이클 대통령이 핫라인을 통해 김현수 대통령에게 연락을 취했던 것이다.

“한 참 나랏일로 바쁘실 텐데 연락을 다 주셨군요.”

[나랏일로 바쁜 거야 어디 저 뿐이겠습니까?]

“듣고 보니 그것도 그렇군요.”

[돌리지 않고 바로 본론을 말하겠습니다. 왜 그런 말과 결정을 내렸습니까.]

“말이라 함은 어떤 것을 말씀하시는 것이고, 결정이라 함은 또 무엇을 얘기하시는 것인지요.”

[북한이 육자회담을 들고 나왔다면 그것을 진정성있게 보지 않는다고 했던 것을 말씀드리는 겁니다. 김현수 대통령께서도 육자회담이 갖는 의미를 알고 있지 않습니까.]

“물론 그렇지요.”

[그런데 대변인을 통해서 왜 그런 뜻을 전했습니까.]

“좋은 취지에서 출발 한 것은 저도 존중하고 이해하고 있습니다. 육자회담에서 좋게 해결되면 저도 기분이 좋겠지요. 하지만 지금까지 여러 회담을 거쳐 왔지만 달라진 것은 크게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건 북한이 일방적으로 회담을 결렬 시켰기에 그런 것이지 진전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물론 북한이 회담내용을 불만을 품고 자리를 박차고 나간 뒤로 어렵게 된 것은 분명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게 모든 문제는 아니었던 것이다.

“육자회담이라고 했지만 내용을 풀어보면 일방적인 제제에 대한 얘기와 공방만 오간 것이 다였지 않습니까? 그에 대해서 불만을 품고 북측인사가 자리를 떴던 것이고 중국도 이에 동조를 했지요. 서로 양보 없이 대립만을 거듭해온 게 육자회담이었고 어느 정도 타협 선을 가지고 대화를 좋게 풀어가는 과정에서도 북한은 2차 핵실험을 감행하며 무력시위를 하였습니다. 취지는 좋았지만 풀려가는 게 없었다는 게 사실이지요.”

[지금 같은 상황에서 한국과 미국은 좀 더 기밀하게 행동하여야 합니다. 육자회담이 아닌 핵문제를 두고 한국 혼자서 해결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물론 쉬운 일이라 생각하지는 않지요. 하지만 불가능하다고 보지도 않습니다.”

[이런 결정은 좋은 게 아닙니다.]

“이런 일이 흔한 것도 아니지요.”

김현수 대통령은 존 마이클 대통령이 진정 바라는 것이 육자회담으로 돌려서 다시 북한을 회담테이블에 앉히는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 속내를 보자면 결국에 패권을 놓지 않기 위한 연장선이었고 핵을 빌미로 회담이 결렬 되더라도 군사력을 더 집중 할 수 있는 기회를 엿보려함이 분명한 사실이었다.

당연히 견제 대상은 실질적으로 북한이기보다 중국인 것 또한 사실이었다. 말 그대로 말이 육자회담이지 한국과 북한을 앞세워 놓고 기 싸움과 협상을 벌이는 자리나 다름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육자회담에 참석했던 북한이 중간에 불만을 품고 2차 핵실험을 감행하며 나중에 가선 판을 뒤 엎고 자리에서 일어났던 것이다. 그 후로 지금까지도 아직 재개가 되지 않고 이었는데 그런 상황에서 나온 이번 발표는 충분히 당황스러운 내용이었다.

[결국엔 이렇게 나가시겠다는 말씀입니까.]

“존 마이클 대통령께서 미국을 위해 일하시듯 저 또한 나랏일을 하기 위해 대통령 자리에 앉아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임기도 1년이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이러는 것은 차기 정부입장에서는 큰 부담이 되지 않을 수 없을 겁니다.]

“저 다음으로 대통령 자리에 누가 앉는지에 대해서는 장담 할 수 없지만 제 이러한 마음을 이해해주리라 믿습니다.”

[나랏일 좋지요. 한 나라의 대통령이면 당연합니다. 하지만 자신의 치적을 위해서가 아닌 진정 나라를 위해서 해야 하는 일이 무엇인지를 한 번쯤 깊이 생각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진정 나라를 위해서 해야 하는 일이 무엇인지를 한 번쯤 깊이 생각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명심하지요.”

그렇게 통화를 끝낸 김현수 대통령이 쓴웃음을 지었다.

“그래서 제가 이렇게 마음을 먹은 거 아니겠습니까.”

임기가 채 1년도 남지 않은 상황인데다 레임덕을 겪고 있어 힘이 빠진 정부의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많지가 않았다. 그리고 대통령이 되면서 자신의 뜻대로 나라를 이끈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도 뼈저리게 체감하고 있었다. 정부 출범식에서 먹었던 마음가짐과 포부는 컸지만 현실은 경제위기를 동반한 한반도 위기였다.

지지율을 바닥을 치고 있었고 국민들의 불만은 높아져 있는 상황이었다. 김현수 대통령은 이에대해서 가슴이 쓰라리고 씁쓸했지만 현실이었음으로 받아드리고 있었다. 전에 자신이 받았던 스포트라이트는 이제 자신이 아닌 차기 대선후보로써 높은 지지율을 받고 있는 윤정호 의원을 비추고 있었다.

그러한 상황에서 그의 앞에 나타난 것이 바로 이만석이었다. 그는 믿을 수 없는 능력을 보여주었고 경악과 전율을 느끼게 해주었다. 사실 전율보다는 떨릴 정도의 소름이 맞을 것이다. 그는 진정으로 대통령으로써 다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고 김현수 대통령은 그것을 받아 들였다.

그리고 지금은 정치권뿐만이 아니라 국민들의 시선도 청와대로 다시 쏠려 있는 상황이었다. 엄밀히 말하면 김현수 대통령에게로 향해 있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진정 이 나라를 위해서 해야 하는 일이 무엇인지 고심해 봐도 역시 힘 있게 이 일을 추진하는 것이 진정 이 나라를 위하는 길이라는 게 내 생각이요, 마이클.’

미국 입장에서는 충분히 걸리는 일일 수 있지만 김현수 대통령은 이에 대해서 전혀 문제 될 것이 없었다. 바로 이일을 추진 할 수 있게 판을 깔고 일을 벌인 것이 바로 그, 이만석이었기 때문이었다.

“마음을 돌릴 생각이 없어 보여.”

다시 한 번 생각을 해보라 했지만 존 마이클 대통령은 김현수 대통령이 이 문제에 대해서 마음을 바꾸거나 전혀 생각을 돌릴 것 같지가 않다는 것을 바로 느낄 수가 있었다.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군.”

레임덕을 겪고 있는 사람이, 그것도 임기가 채 1년도 남지 않은 현 시점에서 저런 무리한 일을 벌이는 것 자체가 이해가 되질 않았다. 거기다 북한의 저러한 태도도 쉬이 납득이 되지 않았다.

잠시 동안 생각을 하는 듯 하던 존 마이클 대통령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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