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97화 〉 697화 놀라운 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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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뭐가 더 필요하오?”
“저걸 보고 다른 건 느끼는 게 하나도 없다 이 말인게냐.”
“방금 말했잖소. 그분은 감히 범접 할 수 없을 정도로 대단한 존재라고.”
박동구는 자신을 한 심하다는 듯 바라보는 김철중 의원의 시선에 눈살을 찌푸렸다.
“아니 뭘 그렇게 한 심하다는 듯 바라보는 거요?”
그분은 인간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러니 범인인 자신이 감히 함부로 잣대를 댈 수도 평가 할 수도 없다고 생각했다.
한 심하다는 듯 바라보는 저 시선이 오히려 이해가 안되었다.
“심복이니 뭐니 하는 네놈에게 뭘 기대하겠느냐만은... 됐다. 말을 말자.”
김철중 의원은 그런 박동구를 보며 한 심한 것을 넘어 혀를 찼다.
“그럼 장인어른은 저걸 보고 뭘 느꼈는지 한 번 들어나 보십시다.”
자신에게 어떤 대답을 기대했는지는 몰라도 저런 질문을 한다면 저걸 보고 느끼는 바가 이는 것이기에 이런 질문을 한다는 것쯤은 박동구도 알고 있었다.
그러니 뭘 느끼고 자신에게 저러는 것인지 한 번 들어보고자 했다.
“어쩌면 내가 생각한 것 보다 더 잔인한 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잔인하다는 게 뭘 얘기하는 거요?”
“네가 보기엔 저런 대대적인 숙청이 무엇 때문에 일어나는 걸로 보이느냐?”
“방송에서 말하는 것처럼 후계자 구도는 아닌 건 확실하고 그분과 관계된 일 아닙니까?”
“그러니까 왜 저런 일을 벌이느냐 이 말이야. 이유가 있을 거 아니냐.”
“그야 남북정상회담을 위한 포석으로...”
“정상회담을 하는데 저리 많은 인원을 숙청해야 한다는 말이냐?”
“그야 방해되는 인물을 제거해야...”
“그 정도라면 최고인민회의에서 숙청한 수뇌부정도면 충분해. 거기서 깔끔하게 정리를 했는데 군권을 장악하고 있는 인물들 중에 누가 반기를 들겠냐는 말이야.”
“장인어른 말을 듣고 보니 그런 것 같기는 한데... 아무래도 뒤탈 없게 하기 위해서 그런 거 아니겠소?”
수뇌부들 중에 걸러 내서 제거를 하였다고 하면 더 이상 반발을 하거나 반기를 들이들은 없었다. 남은 이들은 전부 이만석이 금제를 가하여 따르도록 만들었는데 누가 반기를 둘 수 있겠는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저렇게 손쓰는 것도 이상하게 볼 일은 아니었다.
“그것만으로는 부족하지.”
하지만 김철중의 생각은 달랐다.
“아니 그럼 또 뭐가 있다는 말이요?”
박동구는 뭐가 더 있다는 건지 궁금했다.
“사실인지는 모르겠지만 들리는 정보로는 김종일에게 충성을 맹세하고 체제안정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들이 대거 포함 되어 있다는 얘기가 나돌고 있어.”
“그게 어쨌다는 말이요?”
“뒤탈 없게 만드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그걸 빌미로 씨를 말려버리겠다는 게야. 핵심적인 인물들만 추려서 처리 하면 될 것을 숙청을 하는데 수백명이 넘어가고 있다는 것은 아예 끝장을 내버리겠다는 것과 다름없는 애기지. 말 그대로 인물들을 뽑아 한 명도 남김없이 무차별적인 대대적인 숙청을 지시했다는 게 옳아.”
그에 박동구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거면 오히려 잘 된 일 아니요?”
“이놈아, 중요한 것은 잡아들인 이들은 모두가 하나같이 다 처형을 당한다는 거야. 잡히는 족족 다 죽어나간다는 소리야. 이걸 누가 지시 했을까? 김종일이? 지시는 그자가 했겠지. 결국에 서민준이가 그렇게 하라고 한 거란 말이야.”
“그분이 전부다 죽이라 지시를 했다는 말이요?”
“소문이 사실이라면 잡아들이는 이들은 김종일에게 충성을 다하는 자들이야. 그런데도 그들을 모두다 하나같이 죽인다는 게 말이 돼? 아무리 성격이 포악하고 잔인하다해도 체제안정에 힘쓰며 자신에게 모든 충성을 다하는 이들을 한 번에 다 싸그리 죽이는 자는 없어. 사실 충성을 한 이들만 대거 쓸어버린다는 게 말이 안 돼지. 거기다 체제안정을 위해 힘쓴 이들을 위주로 말이야. 결국엔 서민준이가 그렇게 했다고 박에 설명 할 수가 없는 게야.”
거기까지 듣고 보니 박동구도 확실히 김종일이 다 죽이라 지시 했을리는 없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사실 체제 안정을 위해선 그들이 꼭 필요한데 잡아들여 죽이는 것이 웃기는 일이었다. 아무리 후계구도라는 이름을 대도 말이 안 되는 상황이었다.
“서민준이가 냉정한 자라는 것은 이미 잘 알고 있었지. 하지만 이번 일을 보면서 생각 이상으로 위험한 자라는 걸 알았어.”
“그래서 장인어른은 소름이라도 돋는다 그런 거요?”
“그런 1차원적인 걸 말하는 게 아니야. 앞으로의 일을 생각하면 좀 마음이 무거워서 그런 게지.”
그러고는 한 숨을 내쉬는 김철중 의원을 바라보던 박동구가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장인어른은 쓸데 없는 걸로 걱정을 다 하십니다.”
“뭐가 쓸데없다는 게야?”
“전에 말했지 않소? 그분을 잘 만 따르면 돌아오는 이득이 얼마나 큰 것인지 말이요.”
“헛소리 하려거든 집어치워라.”
“그럼 장인어른은 그분을 벗어 날 수 있다고 보시오?”
“음...”
당연히 벗어 날 수 있을 리가 없다. 북한에 가서 저런 큰일을 저지르는 자에게 가서 자신이 어떻게 벗어날 수 있단 말인가. 그리고 금제에 대한 고통을 두 번이나 당해봤던 김철중 의원이어서 다시는 그런 고통은 경험하고 싶지 않았다.
“날 보시오 날.”
박동구가 당당하게 가슴을 펴며 말했다.
“그분은 날 다음 대 대통령으로 점찍어 놓은 것을 보셨지 않소? 이렇게 나처럼 심복다운 심복의 모습을 보이면 그분도 그에 따른 인정을 이렇게 내려 주시니 장인어른은 이런 날 보고도 한 번쯤 생각을 해봤으면 좋겠소.”
“뭘 생각해보란 말이냐?”
마음에 안 든다는 듯 말하는 김철중 의원을 향해 박동구가 웃음을 지었다.
“사위가 그분의 마음에 제대로 들었으니 어떻게 하면 내가 사위에게 좋게 대해 잘 꼬드겨서 나도 한 발을 걸칠 수...”
“이 개 같은 놈...”
순가 날아오는 순을 잽싸게 옆으로 피한 박동구가 웃음을 지었다.
“아니 장인어른 그렇게 화를 낼 것도 아니고, 한 숨을 내쉬며 걱정을 할 것도 없소. 날 보시오 날... 내가 다음 대 대통...”
“그전에 네놈이 내 손에 먼저 작살이 나겠지.”
순간 탁자 밑에서 골프채를 집어 들어 휘둘러와 미처 피하지 못 하고 옆구리를 한 대 맞은 박동구가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 손으로 문질렀다.
“아니 골프채가 왜 거기서 튀어나오는 거요?!”
“가지러 가면 네놈이 도망치니까 미리 준비해둔 게야.”
그러고는 자리에서 일어나려 하자 박동구가 서둘러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버렸다. 이미 그럴 줄 알고 있었다는 듯 다시 몸을 앉힌 김철중 의원이 인상을 찡그렸다.
“겨우 한 대라니...”
두 세대는 때려야 하는데 저만치 도망가 버려서 한 대밖에 못 맞춘 것이 못내 아쉬웠다.
“아파죽겠네.”
“아니 언제 탁자 밑에 골프채를 준비해뒀데?”
설마하니 아래에서 골프채가 튀어 나올 줄은 상상도 하지 못 했다.
“뭔 대화를 한 번 하기가 이리 힘드니 원...”
간만에 한 대 맞은 박동구였지만 이상하게 여러 대 맞은 것 보다 이 한 대가 더 아프게 느껴졌다.
그렇게 계속 될 것 같던 숙청도 다시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지나가면서 잠잠해졌다. 여기서 끝내려는 것인지, 아니면 내부적으로 사정이 있는 것인지에 대해선 밝혀진 게 없었다. 다만 더 이상 숙청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에 대해서 시간이 지나면서 전자에 대해서 무게가 실리는 것은 사실이었다.
이미 수백명을 잡아들이고 숙청을 하였으니 잡을 이들은 다 잡아들인 게 아니냐는 말이었다. 사실 이상한 점이 하나있다면 아직까지 검정철이나 김종은을 북한으로 부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 숙청작업이 후계구도를 위한 것이라면 이쯤에 두 사람을 불러야 함에도 김종일은 그러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게 다시 며칠이 지난 후 그에 대해서 한국을 포함해 여러 나라가 주시하는 가운데 북한에서는 놀라운 얘기가 흘러나왔다.
금강산 관광재개를 두고 대화를 나누어 보고 싶다는 얘기가 나왔던 것이다.
거기다 아산가족상봉 또한 한국이 원한다면 그에 대한 대화도 충분히 해볼 용의가 있다는 말을 하게 되었다.
이소식이 한국에 전해진 순간 대북전문가들 사이에서 수많은 얘기들이 흘러나왔다.
갑자기 북한에서 왜 저런 말을 하는 것이냐와 대화를 제의하는지 그 이유에 대해서 몰랐기 때문이었다.
살벌한 분위기 속에서 숙청작업을 이어가던 북한이 갑작스럽게 중단 된 금강산관광 재개와 이산가족 상봉에 대해서 대화를 나누어 보자? 이걸 그대로 믿기도 힘들뿐더러 강경책에 이어 다시 유화책으로 태도를 바꾼 것이 아니냐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그에 대한 내막으로는 다음 달에 있을 유엔안보리 회의에서 미국이 북한에 대한 추가 제제를 강력하게 요구를 하며 의제에 들고 나올 것을 두고 머리를 쓰는 것이 아니냐는 얘기였다.
정확이 어떤 생각으로 그런 것인지는 몰라도 이것하나만으로도 정치평론가들이나 패널들을 당황시키기는 발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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