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91화 〉 691화 놀라운 소식
* * *
“많이 들어요.”
이만석의 왼편의 빈자리에 착석한 세린의 앞에 지나가 수북하게 푼 밥 한 공기를 놔주었다. 미역국에 불고기, 그리고 나물 무침에, 비엔나볶음 등 반찬종류만 해도 7가지가 넘는 푸짐한 한 상이었다. 보기만 해도 맛있어 보여 절로 입맛을 돋우기엔 충분했다.
하지만 세린은 수저를 들지 못 하고 가만히 앉아 있기만 했다.
“왜 그래요?”
수저를 들지도 않고 그저 앉아만 있는 모습에 하란이 작게 물음을 던졌다.
“별로 입맛이 없어요?”
입맛이 없어서 그런것인지 의아했다.
“아, 아니에요. 지금 먹으려고 했어요.”
어색하게 웃음을 지은 세린이 수저를 들어 미역국을 떠서 맛을 보았다. 밍밍하지도 않고 감칠맛이 나는 게 맛이 좋았다.
“맛있어요.”
“그거 먹고 말해요. 더 떠다 줄 테니까.”
“네...”
대답을 한 세린이 힐끔 이만석을 바라보았다. 어느새 수저를 들어 식사를 이어나가는 모습을 보니 자신과는 다르게 평온해 보였다. 다른 여자들을 바라보니 그녀들 또한 크게 다르지 않았다.
‘언제부터 함께 지냈던 걸까.’
가족처럼 전혀 거리낄 것 없는 그 모습을 보고 있으면 이렇게 함께 지낸지가 짧지는 않은 것 같았다.
보통 같이지낸 기간이 짧은데 이런 풍경을 보일수가 없었다.
그래서 기간이 굼금했다.
언제부터 함께한 것인지.
“쓰고 있는 거 가발이지?”
“네?”
“머리에 쓰고 있는 거 말이야.”
“네, 가발 맞아요.”
“사람들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서겠네?”
가발을 썻다함은 변장이라 볼 수 있었다.
“네.”
“거리 돌아다니는데 불편하겠다~ 마음 편히 다닐 수도 없고.”
“제가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인데요... 감내해야죠.”
대답을 하는 세린은 최대한 떨지 않고 침착하게 말하려 애썼다. 두 사람이 말 한 것처럼 크게 긴장하지 않으려 해도 그게 안 되니 불안했다.
솔직히 안그런게 이상하다.
“입맛이 없어요?”
“입맛이요?”
“먹는 듯 마는 듯 해 보여서요.”
그런세린의 모습이 신경이 쓰였나보다.
“속이 불편하면 억지로 먹지 않아도 괜찮아.”
“아, 아니에요. 불편하긴요.”
수저를 한 숟가락 가득 떠서 입으로 가져가 우물거리며 먹는 세린은 전혀 그런 것 없다는 것을 보여주려 노력했다. 그 모습이 귀여웠던지 차이링이 입 고리를 말아 올렸다. 젓가락으로 무말랭이 하나를 집더니 세린의 숟가락 위에 얹어 주었다.
“많이 먹어.”
“고, 고맙습니다.”
세린은 밥을 먹는 내내 평소의 그녀답지 않게 상당히 경직 된 모습을 보였다. 그래서 능동적으로 말하기보다 수동적으로 물어오면 대답하기만 했다. 확실히 반찬이나 국은 맛있었지만 음식이 잘 넘어가질 않았다. 특히 힐끔 안나 쪽을 바라본 세린은 곧 괜히 봤다는 생각을 하며 후회했다.
잠시 자신을 바라보다 다시 식사를 이어가는 안나였지만 그 짧은 사이에 눈이 마주친 순간 절로 몸이 얼어붙은 듯 경직 되었다. 눈빛만으로 사람의 마음을 얼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은 안나를 보면서 뼈저리게 느끼는 세린이었다.
그렇게 꾸역꾸역 식사를 다 먹은 세린이 이만석화 함께 자리에서 일어나 응접실로 향했다. 차이링과 하란이, 그리고 지나는 뒷마무리를 하고 차와 후식을 준비하기 위해 주방에 남았다. 안나는 잠시 화장실로 향해서 이만석과 세린만 응접실로 나온 것이다.
“많이 불편해?”
“불편하거 아니에요.”
“그럼?”
“좀... 긴장이 돼서 그래요.”
사실 세린은 불편한 것 보다는 긴장이 되었다.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당차게 노래 부르며 춤도 추더니 의외네.”
콘서트 장에서 보았던 세린의 모습은 전혀 긴장 같은 것은 없었다. 팬들을 향해 윙크를 하고 귀여운 표정을 지으면서 안무에 맞춰 춤을 추는 모습은 말 그대로 인기 아이돌 가수 모습이었다. 헌데 지금 보면 그런 세린의 모습을 전혀 찾아 볼 수가 없었다.
“아까도 말 했지만 널 인정했으니까 오라고 한 거지 나쁜 마음으로 부른 게 아니야.”
그녀들이 인정했으니 부른것이다.
그게 아니면 부르지도 않았다.
“그렇게 보였어요.”
하란이도 그렇고 지나, 차이링 그녀들은 모두 세린에게 미소를 지어보이며 편하게 대해주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긴장이 되요.”
“익숙하지 않아서 그래.”
“그런 걸까요?”
걱정스레 바라보는 세린의 볼을 잡고 가볍게 흔들어 주자 세린이 입술을 삐죽였다.
“하지마요~ 저 어린애 아니에요.”
그때 화장실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안나가 걸음을 옮겨 이쪽으로 다가왔다. 그에 자연스럽게 세린은 다시금 긴장이 되었다. 무심한 표정으로 걸음을 옮겨 다가온 안나가 그대로 멈춰 섰다.
“거기 서서 뭐해? 앉아.”
“......”
소파에 앉지 않고 멀뚱히 서있는 안나를 향해 이만석이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안나는 여전히 소파에 앉을 생각은 없는 듯 보였다.
“두 사람은 아직 한 번도 얘기 안 했지?”
그걸 알았는지 이만석은 다른 얘기로 화제를 돌렸다.
“네...”
안나의 눈치를 보며 세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가볍게 인사 정도만이라도 나눠.”
고개를 돌려 안나를 잠시 바라보곤 바로 시선을 거두었다. 넷 중에 제일 대하기 힘든 사람이 있다면 당연 안나였다. 사실 아까 전에도 말 걸었다가 무심하게 쳐다보고 지나쳐 가는 모습을 보아서 더 얘기를 꺼내는 게 힘이든 세린이었다.
‘아까 전에도 말 걸었다가 아무 대답 없었는데...’
이번에도 먼저 말을 했다가 그녀가 대답이 없으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런지 세린은 쉽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래 말하자. 소심하게 굴 거 없잖아.’
이런다고 좋게 해결 되는 것도 아니고 시간만 끌었다가 더 무안해 질 수 잇다는 생각에 마음을 먹은 세린이 고개를 돌려 안나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곧장 다시 시선을 돌려 버리는 세린이었다. 그녀는 자신을 무심한 표정으로 내려다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무서워.’
눈을 마주치자마자 자신을 다독이며 조금이라도 얻었던 자신감이 순식간에 꼬랑지를 말고 감추어 버리고 말았다. 생기가 도는 것은 고사하고 저 눈빛에선 아무것도 느낄 수가 없었다. 이질적인 느낌까지 들 정도로 말이다.
눈빛이 너무나 차가웠다.
“갈게.”
그때 안나에게서 작은 음성이 들려왔다.
고개를 돌려 바라본 세린은 어느새 그녀가 몸을 돌려 발걸음을 옮기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마음에 담아 두지마.”
이만석은 세린이 느끼고 있을 감정이 어떤지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네?”
“얘 성격이 원래 저러니까. 세린 너에게만 그런 게 아니야.”
힘내라고 위로의 말을 건네는 이만석이었지만 그래도 안낭에 대한 부담감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안나양은 방으로 간다니?”
그러는 사이 어느새 쟁반을 들고 소파로 다가온 차이링이 안으로 들어간 안나에 대해서 물어보았다.
“어.”
“같이 과일도 먹고 하면 좋을 텐데.”
쟁반에 있는 접시를 조심스럽게 탁자에 내려놓고 포크를 두 사람 앞에 놔두었다. 바나나와 참외를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서 접시에 담겨있었다.
“많이 먹으련”
생긋 웃음을 지는 차이링의 말에 세린이 당황해했다.
“이렇게 신경써주지 않으셔도 되는데...”
오히려 자신에게 잘 해주니 긴장해서 죄송한 마음도 들었다.
“우리집에 유명 스타가 방문해 주었는데 이정도는 당연해 해줘야지~”
이어서 하란이와 지나가 왔고 수박이 썰어져 있는 쟁반은 한 쪽에 놔두었다. 지나는 차이링이 들고 온 것처럼 참외와 바나나가 담겨 있는 접시를 놔두고 포크를 세팅해두었다. 차이리은 어느새 차를 가지로 다시 주방으로 향했다.
“일어나지 않아도 되요.”
그에 세린이 소파에서 도와주려는 듯 일어나는 모습에 하란이 만류했다.
“손님 인데 앉아 있어요.”
지나까지 그렇게 말하니 다시 소파에 몸을 앉힐 수밖에 없었다. 마지막으로 차 까지 각자 앞에 다 놓아지고 난 후에야 그녀들도 소파에 몸을 앉혔다.
“과일 많으니까 먹고 더 드시고 싶으면 말씀하세요.”
“네, 잘 먹을게요.”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대답한 세린이 포크를 들어 참외를 집어서 입으로 가져가 먹었다. 달달하고 시원한 게 나쁘진 않다. 하지만 밥 먹을 때와 마찬가지로 과일을 음미 할 그런 평온한 심정이 아니었다. 눈치를 보며 과일을 먹고 있는 세린을 향해 지나가 다시 입을 열었다.
“리나하고는 잘 지내요?”
지나는 리나와 친분이 있었다.
“리나 언니요?”
“로즈걸스 리더인데 잘 해줘요?”
“네, 저도 그렇고 잘 챙겨줘요. 상담도 해주고.”
“리나가요?”
“네...”
대답을 했던 세린이 다시 말을 이었다.
“그런데 저에게 그렇게 말 안 놉 혀도 되요. 저 나이 생각보다 어려요.”
“몇 살이에요?”
지나가 바로 물어보았다.
“저 이제 20살이에요. 그러니까 말 편하게 놓으셔도 되요. 저보다 언니들이시잖아요.”
“그럼 그럴까?”
말을 높이지 않아도 된다고하니 바로 말을 편하게 하는 지나였다. 사실 지나의 입장에서도 이게 편하다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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