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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에 나만이 유일한 마법사가 되었다-689화 (689/812)

〈 689화 〉 689화 놀라운 소식

* * *

광고들이 여러 편 지나가고 드디어 상영관 내부의 전등이 꺼지며 어두워졌다.

짐시 후 영화제작사와 배급사가 대형스크린 화면에 나오더니 영화가 시작했다.

처음 화면에 멍한 얼굴의 사람들이 정색을 하며 천천히 걸어가는 장면이 눈에 들어온다.

피부와 살점은 떨어져 나가 있고 걸음걸이는 상당히 느릿느릿 했다.

그것만 보더라도 그들이 누구인지 알 만 했다.

‘좀비잖아.’

첫 화면부터 등장하는 좀비의 모습에 세린은 몸에 소름이 돋으며 절로 징그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퀴벌레만 봐도 소스라치게 놀라며 호들갑을 떠는 게 세린이어서 징그러운 것 자체를 상당히 싫어했다.

그런 자신이 이런 좀비물을 찾아서 본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렇게 보러 온 것은 역시나 이게 일반적인 좀비물이 아닌 멜로물이라고 들었기 때문이었다.

이어서 독백과 같은 대사들이 나오는데 놀랍게도 좀비들이 누구인지 1인칭 시점으로 설명을 해주었다.

허나 다음에 등장한 남자주인공의 모습에 세린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남주가 좀비에요?”

속삭이는 목소리로 이만석에게 세린이 물음을 던진다.

“어.”

그게 짧게 어라고 했을 뿐이지만 그것만으로도 대답은 충분했다.

다시 고개를 돌린 세린은 좀비무리들과 함께 어슬렁거리며 걸어가는 남주를 보면서 신기하다는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좀비가 주인공인 영화는 처음이네...’

그녀가 알고 있는 좀비영하는 밀폐된 공간에 갖춰 서로 생존을 하려고 머리를 맞대다 갈등이 일어나고 분열하여 결국 바리게이트가 무너지고 들이닥치는 좀비들과 난장판을 치르다 겨우 주인공 무리들이 도망쳐 살아남거나 하는 그런 내용이었다.

그게 보편적인 좀비물의 스토리라 할 수가 있었다.

로맨스 물이라고 해서 좀비들사이에서 고립이 된 청춘 남녀가 사랑을 하는 내용인줄 알았는데 보니까 그게 아니라 남자주인공이 좀비였다.

‘그럼 여주도 좀비인걸까?’

그런 생각을 하며 세린은 징그러워도 꾹 참으며 영화를 바라보았다.

세계는 좀비화가 되었고 살아남은 소수 사람들은 하나의 작은 군락과도 같은 도시를 형성해 살아가고 있었다.

거기서 사람들을 뽑아 무장을 하여 좀비 화된 도시로 나와 물건들이나 약품들을 가지고 다시 생존자들의 도시로 돌아오는 생필품 구호 팀이었다.

‘여주인공은 사람이구나.’

그 구호팀에 있는 존재가 여주인공이라는 것은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알게 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약품들을 구하기 위해 동료들과 이곳저곳을 뒤지다 들이 닥친 좀비들과 혈투를 벌이며 싸우다 위기에 처한 움찔 했지만 결국엔 별 탈 없이 살아남게 되었다.

서로 눈이 마주치고 묘한 분위기를 형성하는 과정에서 여주인 것을 바로 알아보았다.

그러다 동료들이 떠나가고 혼자 남은 여주를 남주가 자신의 서식지인 공항으로 데려가 좀비인척 하라며 행동을 취하는데 그에 두려워하며 경계를 하던 여주를 버려진 비행기로 데려가 머물게 했다.

그러면서 시간이 지나가며 둘은 묘한 분위기는 계속 되었고 자연스레 여주는 서서히 좀비인 남주 에게 마음을 열어가는 듯 보였다. 떨리는 손으로 만저 보기도 하는 등 두려움과 경계는 곧 인간을 뜯어먹지 않고 자신을 지켜주는 그에게 호기심으로 바뀌게 되었던 것이다.

처음엔 징그럽고 무서운 세린이었지만 점점 영화를 보다보니 저도 모르게 집중해서보았다.

좀비인 남자주인공과 사람인 여자주인공의 로맨스라니 뭐가 판타지 적이면서도 신선한 느낌을 받았다.

무엇보다 여주도 예쁘지만 좀비인 남주도 참으로 잘생겼다는 생각이 들었다.

좀비임에도 여주를 보며 심장이 뛰었던 그를 보면 다시 인간으로 돌아 갈 수 있는 희망을 암시 했던 것일까.

세린은 영화가 진행될수록 점점 내용에 빠져들어 가는 자신을 보았다.

그녀가 너무나 징그러워하는 좀비였지만 이성과 살아있는 사람을 물어뜯으려는 욕망과 갈등하는 남주의 모습이나 그런 그를 보고 호기심과 호감, 그리고 혼란을 느끼는 여주의 상황에 시간이 흐를수록 무섭기 보다는 뭔가 이루질 수 없는 사랑 같아 로맨틱해 보였다.

중간에 여주가 좀비 행동을 할 때 오버하지 말라거나 할 때는 웃음도 나왔고 전체적으로 좀비영화치고 어둡지 않은 영화였다.

세린은 영화가 클라이막스를 거듭해 가면서 급박한 전개가 벌어지고 마지막에 가서 사랑을 이루는 둘을 보면서 세린은 참으로 아름답다는 생각을 하기까지 했다.

90분이 넘어가는 상영시간 내내 세린은 좀비영화 임에도 시선을 떼지 않고 재미나게 보았다

그렇게 영화가 끝나고 상영관 밖으로 나온 세린 얼굴엔 여운이 깃들어 있었다.

“팝콘 거의 안 먹더군.”

이만석은 세린이 팝콘에 손을 거의 대지 않았던 것을 떠올렸다.

“영호 보느라 그랬나 봐요.”

“그래서 내가 다 먹었어.”

“괜찮아요.”

“볼만했어?”

“저 처음이에요. 좀비영화를 끝까지 다 본 게.”

“재밌었다는 말이네?”

“재밌는 정도가 아니라 너무 신기하고 로맨틱했던 거 같아요.”

“좀 특이한 케이스긴 했지.”

“오빠는 별로 였어요?”

“볼만했어.”

“그렇죠?”

그러고는 다시 조금 전의 영화를 생각하는데 아직도 둘의 첫 키스 장면이 머릿속에 생생히 떠오르는 것 같았다.

“좀비영화인데 왜... 커플들이 그렇게 많았는지 알겠어요.”

1층에 내려와 차로 향하면서도 세린은 계속해서영화에 대한 얘기를 조잘거렸다

차에 올라 주차장을 빠져나와 도로에 들어섰을 때 이만석은 결국에 쓴웃음을 지었다.

지금 세린이 하는 말에는 영화의 후기가 주된 내용이었다.

“아까 전엔 그렇게 걱정을 하더니... 지금은 계속 영화얘기네.”

“뭔가 상황이 너무 로맨틱 했잖아요. 좀비 남주와 사람여주의 사랑이라니. 저 이런 거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었던 거예요.”

좀비와 인간의 사랑이라니.

이 얼마나 로맨틱한 내용인가.

세린은 전혀 생각지도 않은 로맨틱 러브라인이 마음을 두근거리게 만들었다.

“인상에 남았나?”

“네! 그리고 한 가지 알게 됐어요.”

“알게 되다니 뭘?”

“사랑에 힘은 좀비도 제약이 될 수 없다는 걸요.”

“오글거리는 말도 잘도 하네.”

“오글거리는 게 아니에요! 사랑이란 말이에요.”

그러고는 이만석을 바라보는 세린의 두 눈은 진한 애정이 깃들어 있었다.

‘마치 내가 오빠를 생각하는 것 처럼요.’

아무리 세린이라도 이 말은 하기 부끄러웠는지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눈빛이 끈적 한데.”

“네?”

“날 보는 네 시선 말이야.”

“끄, 끈적 하다니 이상한 말 하지 말아요!”

속마음이 들킨 것 같은 기분에 당황하며 고개를 돌려버리는 그녀였다.

“그런데 점심은 어떻게 할 거예요?”

“집.”

“집?”

“그래.”

“집이라면 설마 오빠 집을 말하는 거예요?”

“그런 셈이지.”

“집에 아무도 없어요?”

“있어.”

“......”

세린이 아무런 말을 하지 못하자 그녀가 무얼 걱정하는지 알고 있는 이만석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렇게 걱정할 것 없어. 오히려 이건 너에게 좋은 일이니까.”

“저에게... 좋은 일이요?”

“그래.”

어째서 자신에게 좋은 일이라는지 이유를 물어보고 싶은 세린이었는데 마치 그 마음을 알 듯이 이만석은 바로 얘기해 주었다.

“널 데리고 오라고 한 것도 그녀들이야. 그 말이 뭐겠어.”

“글세...요?”

그에 이만석이 손을 들어 세린의 이마에 꿀밤을 한 대 약하게 때렸다.

“갑자기 꿀밤을 때리고 너무해요...!”

이마를 문지르며 울상을 짓는 세린을 투덜거림에 이만석이 웃으며 말했다.

“바로 대답하지 말고 생각을 해봐.”

이마를 문지르던 세린은 더 이상 투덜거리지 않고 이만석이 한 말을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날 데리고 오라고 한 거면 오늘 데이트하러 나간다는 걸 알았다는 얘긴데... 나에게 좋은 일이라고 했으니까.’

데이트를 하는데 보내줬다, 그리고 집으로 데려오라 일러주었다. 그 일이 자신에게 좋은 일이라고 했으니 안 좋은 소리를 하려고 불렀을 리는 없을 거란 얘기였다.

그렇다면 남은 건 하나였다.

“절 인정해 주었다는 얘기 인가요?”

“그래.”

“진짜요?!”

믿기지 않는 듯 화들짝 놀라는 세린을 반응에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주었다.

“미, 믿기지가 않아요. 절 인정해 주었다는게...”

좋아하는 남자가 다른 여자와 만난다? 그건 자신이라도 질투가 나는 일이고 간단히 볼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이만석을 만나고 있지만 그와 함께 생활하는 여자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편치 않는 세린이었다. 그녀들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할지는 물어보지 않아도 알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자신이 그녀들이라고 해도 쉽게 인정 해 줄 수 없는 게 여자관계였다. 그런데 전에 만났던 그녀들이 인정을 해주었다는 얘기에 세린은 쉽사리 믿기지가 않았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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