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86화 〉 686화 놀라운 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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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수 대통령과 만남이 있은지 얼마 후 이만석은 폰에서 울리는 벨소리에 확인을 해보았다. 거기엔 정민우라는 이름이 찍혀 있었는데 전화를 한 이유에 대해서 바로 알 것 같았다.
“무슨 일이야.”
[무슨 일이고 자시고 너 뉴스 봤어?]
역시나 이만석이 생각한 그 내용이 맞았다.
“뉴스는 왜.”
물론 이만석은 모르는 척 물었다.
[아니 지금 난리 났잖아. 지금 김종일이 무슨 일 저질렀는지 몰라?]
“숙청한 거 말이냐.”
[알고서도 모른 척 했어?]
목소리만 들어보면 민우가 꾀나 심각하게 이 사안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 그대로 느껴졌다.
사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게 이렇게 수뇌부들 중에 장성급들을 여러 명 포함하여 이런 숙청작업을 벌인 것은 김이성이 생을 마감하고 김종일이 정권을 잡은 그때 말고는 없었다.
중간에 숙청이 여러 번 있긴 했지만 이렇게 수뇌부들을 물갈이 하듯 이렇게 수뇌부들을 한번에 숙청작업을 벌인 일은 없었던 것이다.
민우도 아마 이 소식을 듣고 그 때문에 심각하게 여기고 있는 듯 했다.
그럴 밖에 없는 게 이번일로 인해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간다고 생각하고 있을 께 뻔했다.
[지금 정부가 비상체제에 들어가고 전방부대는 데프콘3로 격상되었다고 하는데 이러다 정상회담은 고사하고 고위급 회담도 위태로운 거 아니야?]
목소리에서 상당한 걱정이 묻어나왔다.
“걱정하지마라 그런 일은 없을 테니까.”
대답을 하는 이만석의 목소리는 그와 반대로 침착했다.
[이유를 말 해봐.]
“이유?”
[그래, 괜찮을 거라고 하는 이유를 말해보라고.]
“이주.”
[이주?]
“그래, 딱 이주만 지켜봐라. 그러면 모든 게 다 순조롭게 진행될 테니까.”
[혹시 뭔가 내막이라도 있다는 소리야?]
이만석의 이 대답에 조금 흥분했던 민우의 목소리가 다시 낮아졌다.
“내막이라고 하면 내막이 맞겠지.”
[......]
잠시 동안 폰에서 아무런 목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그에 이만석이 다시 입을 열었다.
“침착하게 기다려.”
[사실 걱정되긴 하지만 여기서 빼는 것도 사실 좀 그렇긴 하다.]
“믿고 지켜봐.”
그렇게 통화를 끝낸 이만석이 폰을 다시 품에 갈무리했다.
“호들갑을 떠는 것도 이해 못 할 것도 아니지.”
한 두 명도 아니고 수십명이 숙청을 당했다.
그것도 그저 그런 이들이 아닌 수뇌부라고 할 수 있는 이들이 당한 것이다.
민우가 저렇게 전화를 해서 물어오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안 그대로 핵실험 때문에 민감한 시기에 저런 대대적인 숙청작업을 벌였으니 긴장도가 더 올라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앞으로 좀 더 시끄러워 지겠군.”
숙청은 저게 끝이 아니라 이제 시작이라 할 수가 있었다.
그러니 앞으로는 더 많은 것들이 알려지게 될 것이다.
이번 주는 꾀나 시끄러운 시간이 될 것이라 생각이 드는 이만석이었다.
“후계구도 때문에 그런 거겠지.”
“지금으로썬 그렇게 생각 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한국에 있는 요원들은 어떻게 되가고 있나?”
“지부가 무너지고 나서 다시 어느 정도 안정은 찾았는데 민간지역에서 총을 들고 작전을 펼친 것 때문에 주시하는 눈들이 많이 늘어서 예전보다 움직이는데 쉽지는 않습니다.”
“가볍게 볼 일은 아니니까.”
동맹국에서 아무 통보도 없이 무장을 한 요원들이 민간인 지역에서 실탄을 쏘며 작전을 펼친 일이었다.
방송을 통해 대대적인 보도가 났으면 국제적으로 큰 비난을 받았을 일이었다.
자연스레 미국에 대한 불신이 동맹국들 사이에서 생기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물론 한국의 입장에서 이걸 보도한다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그대로 두고 볼 일도 아니었다.
지금 한국 정보국에서 CIA를 감시한다고 뭐라고 할 입장은 아닌 것이다.
무엇보다 지금 CIA여론은 미국내에서도 좋지가 않은 상황이다.
그런데 동맹국에서 그런 작전을 민간인지역에서 몰래 마음대로 벌였다는 것이 알려진다면 엄청난 비난을 받을 것은 물론 어쩌면 메케인 국장이 책임지고 사임을 해야 할 지도 몰랐다
CIA를 감시한다고 뭐라고 할 입장이 아닌 것이다.
“김정철이나 김종은에게선 아직 별다른 움직임은 없습니다.”
“숙청작업을 벌였으니 조만간에 부르겠지. 김종일의 수명은 길어야 3년도 힘들어. 이런 대대적인 숙청작업을 벌인 것만 해도 그걸 증명해주고 있어.”
북한 내부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니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기가 힘들었다.
내부 소식통을 통해 들여오는 정보나 위성사진으로 살펴보고 감시하는 것도 한계가 있는 것이다.
폐쇄적인 국가에다 중국의 인사들도 함부로 들어갈 수가 없는 나라가 북한이어서 미국으로썬 정보를 얻는데 참으로 까다롭지 않을 수 없었다.
“어쩌면 그보다 더 적을지도 몰라. 아무리 후계구도를 정리한다고 해도 이렇게 빨리 정리를 해버릴 정도면 그만큼 상황이 좋지가 않다는 생각 하에 벌였을 테니까.”
김종일은 이미 후계자로 발탁이 되어 어렸을 때부터 차근차근 밟아왔다.
하지만 지금 후계구도는 전혀 그렇지가 않았다. 장남인 김정철과 차남인 김종은을 두고 아직도 정식 후계자로 누구로 할지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었다.
물론 지근 분위기를 보면 김종은이 후계자로 들어설 확률이 높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분위기가 그렇게 탄 것이지 공식적으로 김종일이에게 인정을 받은 것은 아니었다.
그런 상황에서 이런 대대적인 숙청작업을 벌였다는 것은 어쩌면 김종일이 생각을 굳혔다고 볼 수도 있는 일이었다.
“김종은은 김종일처럼 체계적으로 후계자수업을 받고 올라서는데 시간이 빠듯해. 그러니 이런 식의 숙청작업을 벌인 것이겠지.”
아무리 봐도 지금 숙청을 벌인 것은 후계구도를 위한 작업으로 밖에 볼 수가 없었다.
그게 아니라면 왜 숙청을 벌였는지 지금으로썬 설명을 할 수가 없기 때문이었다.
지금은 그렇게 보는게 합리적이다.
“상황을 보면 물건 너 가버렸군.”
“이런 상황에서 아무리 한국의 여론이 한반도 안정을 위해 대화를 원한다고 해도 쉽지가 않을 겁니다.”
“김현수 대통령의 목소리도 상당히 굳어있었어. 그도 당황스럽겠지.”
한국의 분위기가 지금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김현수 대통령도 잘 알고 있었다.
경제상황이 좋지가 않은데다 북한발 위기로 인해 악재를 거듭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이 계속해서 이어지고 먹고살기 힘들어지니 결국에 국민들이 들고 일어난 것이다.
“상황을 지켜보자는 입장인 것 같지만... 쉽지는 않겠지.”
그가 한국의 대통령이었다면 참으로 복잡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임기도 채 1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이런 악재가 거듭해서 터지는 상황에서 레임덕에 추진력까지 떨어져 있는 지금 이 일을 풀어 가는데 상당히 어려움이 클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고 보면 복잡한 건 우리도 마찬가지야.”
카일러 부국장에 더들리 드폰 국장까지 피살을 당한 상황이었다.
이에 내막에 대한 수사를 확실히 진행해 제대로 밝혀 줄 것을 국민들은 바라고 있는 상황이었다.
CIA도 여기에 연관이 되어 있다고 보고 내부적으로 수사관이 들이닥쳐 들쑤시고 나간 뒤였다.
그래서 지금 메케인에 대한 여론은 좋지가 않은 상황이었다.
“센더슨은 어떻게 하고 있나?”
“따로 검찰에 출두해 조사를 받았지만 자신은 아무런 연관도 없고 그저 억울하다는 입장만을 피력했다고 합니다.”
예상하고 있던 상황이어서 별로 놀랄 것도 없는 일이었다.
사실 센더슨에 대한 조사는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았다.
연방수사국은 물론이고 검찰 내에서도 그들을 비호하는 세력들이 여전히 요직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었다.
더들리 드폰이 그들과 결별하고 나선 것은 정말로 이례적인 일이었다.
아무런 별일이 없었다면 FBI는 여전히 그들이 전권을 지고 있을 상황이었기 때문이었다.
그가 당하고 난 뒤에도 수사가 제대로 진행되고 있지 않다는 것은 그만큼 그들의 힘이 미국전반에 지대한 힘을 끼치고 있다고 봐야했다.
사실 지금까지 별 탈 없이 여기까지 온 것은 언론사의 침묵이 가장 컸다.
지금 일이 이렇게 커진 것도 사이가 틀어지고 대대적으로 보도에 나선 언론사들의 공이 제일 컸다.
물론 피해는 이쪽도 적지 않게 입고 있었지만 말이다.
“이놈이고 저놈이고 다 마음에 드는게 없어...!”
검찰에 출두하여 조사를 마치고 나온 센더슨3세의 표정은 상당히 좋지가 않았다.
그도 그럴 결국에 이번일로 인해 이미지 실추가 말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이대까지 자선사업을 한 것도 모두 돈세탁과 연관을 짓고 있는 상황에다 더들리 드폰의 죽음과 자신을 연관 짓고 있어 그에 대한 수사방향이 상당히 복잡하게 돌아가고 있는 일이었다.
그 뿐만이 아니라 카일러의 죽음에도 실은 센더슨이 관여되어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퍼져 있는 지금 그에 대한 이미지 실추는 보통 심각한게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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