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81화 〉 681화 놀라운 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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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오쯤에 산책로에서 뵙도록 하겠습니다.]
“그때 말해주겠다는 소린가.”
[안 그래도 오늘 연락드리려고 했습니다.]
“알겠네. 그럼 그때 보는 것으로 하지.”
전화통화를 끝낸 김현수 대통령이 폰을 종원찬 비서실장에게 넘겨주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상황으로 봐서 이만석이 최고인민회의에 맞춰서 간 것은 이제 확실해 보였다.
다만 거기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게 중요했는데 숙청된 이들의 면면을 살펴봐도 보통 예삿일이 아니었다.
당 핵심인사들이 대거 숙청을 당한 상황이었다. 특히 서열 5위안에 드는 감참진 인민무력부장이 당한 것은 상당히 놀랄만한 사안이었다. 그를 포함해 숙청된 장성들의 숫자가 세 명이 넘어갔다.
이건 말 그대로 피의 숙청이 제대로 이루어졌다고 봐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니 예의 주시하고 있던 미국에서도 연락이 왔고 핫라인을 통해 이 사안을 두고 대화를 주고받았던 것이다.
‘만나보기 전까진 알 수 없는 일이겠지.’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진지 직접 만나서 들어보기 전 까지는 섣불리 예측 할 수도 없을뿐더러 긴장의 끈도 놓아선 안 되었다.
특히 지금과 같이 여론이 대화의 타협점을 찾고 있는 시점에서는 더욱 그러했다.
물론 이 모든 것이 이만석이 주도해서 일어난 것이라는 걸 알고 있지만 그렇다고 안심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북한은 정말로 쉽게 예측 할 수 없는 그런 나라였기 때문이었다.
이 문제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필요성이 있었다.
9시쯤 되어서 응접실에 잠들었던 춘배와 일행들이 하나 둘 잠에서 깨어났다.
새벽까지 폭음을 해서인지 모두 머리가 지끈거리며 아파왔고 속도 편치는 않았다.
너무나 많이 마셔서 어쩔 수가 없는 일이었다.
“잘 잤어요?”
햇 살이 좋아 마당에 빨래를 널고 테라스를 통해 안으로 들어온 하란이 기지개를 켜며 비몽사몽 한 그들을 향해 아침인사를 건넸다.
“예, 형수님도 잘 잤습니까?”
“네, 어서 씻고 와요. 해장국 다 끓였으니까.”
“해장국 말입니까?”
머리가 지끈거리는 숙취를 느끼고 있던 이원종이 해장국이라는 말에 입맛을 다셨다.
“네.”
“해장국까지 끓여주지 않으셔도 되는데...”
현석이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말하자 하란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제가 끓인 게 아니에요. 전 빨래하고 너느라 도와주지 못 했어요. 지나씨하고 차이링 언니가 한 거죠. 잠 깨고 식당으로 와요.”
그렇게 말한 하란이 빨래 바구니를 들고 세탁실로 향했다.
“저 보스의 형수님 이름이 하란이라고 했지?”
“왜? 관심이 가냐?”
춘배의 물음에 데르말로가 고개를 끄덕였다.
“사글사글한 것도 그렇고 딱 내이상형인데.”
“오르지 못 할 나무는 처다도 보지 말라 했지만, 사실 눈으로 보고 호강하는 건 상관없지.”
“보스는 진짜 봉을 타고 난 것 같다.”
하란이의 저 귀엽고 사글사글하면서도 주위가 환해지는 저 웃음이 너무나 마음에 드는 데르말로 였지만 하란이 말고도 지나나 차이링, 그리고 안나또한 눈으로 호강하는데 전혀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미녀들이었다.
열여자 마다 하지 않는 게 남자라지만 저런 여자들이라면 한 명도 빠짐없이 만나다 보면 욕심이 날 것 같았다.
보면 볼 수록 너무나 부러웠다.
“야, 형님이 봉탈 일 있냐?”
“뭔 소리야?”
하란이가 사라진 섹타실 쪽을 바라보며 이만석에게 부러움을 느끼고 있던 데르말로가 춘배의 느닷없는 말에 눈살을 찌푸렸다.
“멍청한 놈...”
그에 이원종이 실실 쪼개며 놀려댔다.
“아침부터 웬 시비야?”
“봉이 타고 난 게 아니라 복이 타고 난거겠지.”
“같은 말 아니야?”
“봉은 네 가운데 다리를 말하는 거고, 복은 네가 알고 있는 뜻 그대로야.”
이원종의 설명에 데르말로가 자신의 아랫도리를 바라보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런데 이게 왜 봉이야?”
이걸 왜 봉이라고 부르는지도 의문이었다.
“그걸 육봉이라고 하는 거다.”
“육봉?”
“그래. 육봉.”
“남자의 거기를 가르킬 때 한국 사람들은 육봉이라고 하나보지?”
“뭐 그렇지.”
“육봉이라... 이거 이름이 한국어로 육봉이었구만.”
신체의 하나를 지칭하는 단어 하나 또 배워다는 듯 작게 중얼거리는 데르말로는 보면서 현석은 입을 열려다 말았다.
‘은어로 사용하긴 하니깐 틀린 말은 아니지.’
그때 샤워실 문이 열리며 팬티 차림으로 나서는 이만석을 보고 춘배가 인사를 건넸다.
“잘 주무셨수, 형님.”
“어. 해장국 차려났다고 하니까 간단히 씻고 나와.”
수건으로 머리를 닦으며 안방으로 걸어가던 이만석이 멈칫했다.
“오늘 같이 회장님 만나러 가니까 알고 있어.”
“회장님이요?”
현석이 놀란 듯 되묻자 고개를 끄덕여준 이만석이 그대로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회장이라면 최고 보스를 만나러 간다는 소리야?”
“그런 것 같다.”
춘배가 고개를 끄덕이자 데르말로의 눈이 커졌다.
“와우~ 드디어 내가 이 조직에 들어와서 제일 높은 사람을 만나는구만.”
“너 뭔가 신난 것 같다?”
“당연하지~ 과연 저 보스를 과감하게 스카웃해서 데려온 사람이 누구인지 한 번 보고 싶었거든.”
이만석이 어떻게 일성회에 들어갔는지 들어서 알고 있던 데르말로여서 그 통찰력을 가진 최고 윗사람을 한 번 만나보고 싶어 했다.
저런 남자를 후계자로 삼았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안목이 대단하다는 증거였다.
그렇게 하나 둘 비몽사몽한 상태에서 정신을 차린 그들은 샤워실로 향해 간단한 세안과 머리를 감았다.
샤워를 하기엔 시간도 많이 걸렸고 인원도 많아 세안과 머리를 감는 것으로 합의를 봤던 것이다.
다 씻고 나서 하란이 건네준 헤어드라이기로 머리를 말린 후 식당으로 향하니 맑은 콩나물국에 속에 부담이 없는 반찬들로 한 상 가득 차려져 있었다.
“먹고 나서 더 먹고 싶으면 말해요.”
“그런데 차려진 게 7명 분 밖에 없는 거 같은데요?”
“우린 아침 일찍 먹었어. 식탁에 모두 둘러 앉아 먹기도 힘드니까.”
차이링 설명에 고개를 끄덕인 현석이 수저를 들었다.
“이거 누가 끌인 겁니까?”
“제가 끓였어요.”
“짜지도 않고 간이 딱 적당합니다. 형수님 요리 잘 하시네요.”
먼저 맛을 본 이원종이 칭찬을 하자 차이링이 밝은 표정을 지었다.
그녀들이 그렇게 식당에서 잠시 물러난 사이 데르말로가 국을 떠먹고는 말했다.
“어제부터 느꼈는데 한국에서는 저런 여자들도 스스로 밥을 만들어 먹나?”
“왜?”
“보통 잘사는 집 보면 메이드나 가정부 두잖아.”
“여기도 다를 거 없다.”
“그럼 저건 뭐야?”
지나와 차이링, 그리고 하란이를 보면서 묻고 싶었던 말이었다.
그래서 그녀들이 물러나고 나서 바로 이렇게 질문을 던진 것이다.
신분을 보면 메이드나 가정부가 있는게 정상이었기 때문이었다.
“그게 다 형님 때문이잖아.”
“보스?”
“사랑 앞에서는 사람도 달라 질 수 있다 이거 어니겠냐.”
“보스를 위해서 매일 같이 이렇게 밥을 지어주고 빨래도 해준다 이거지?”
“그렇지.”
“햐~ 부럽네.”
한 숨을 크게 내쉬는 데르말로의 모습에 춘배가 어깨를 두드려주었다.
“너도 크게 성공하면 형님만큼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기회는 생길 거다.”
“돌아가서 더 열심히 하라는 소리 아니야.”
“별 수 있어? 부러우면 성공해야지.”
맞는 말이었음으로 데르말로는 더 이상 말없이 국을 떠먹었다.
“한국 음식도 먹을만하네. 안 그래 샤킵?”
말없이 식사를 하고 있던 샤킵이 역시나 별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콩 나물 국을 두 그릇이나 먹고 해장 식으로 아침을 먹은 일행들은 그렇게 다시 응접실로 모여 후식으로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준 참외와 바나나를 포크로 찍어 먹었다.
“누님도 같이 가는 거요?”
스커트 정장 차림의 차이링의 모습에 춘배가 물음을 던졌다.
“그럼 나도 출근해야지.”
“너희들은 뭐 옷을 갈아입을 필요는 없겠네.”
캐주얼 복장에 양복차림이어서 갈아입을 필요는 없었다.
사실 갈아입으려 해도 줄 옷이 없기도 했지만 말이다.
후식으로 과일까지 다 먹고 난 뒤에 그렇게 그들은 그녀들의 배웅을 받으며 집을 나섰다.
“잘 머물고 갑니다.”
“시간나면 다음에 또 오세요.”
“예, 형수님.”
마당까지 나온 지나와 하란이에게 인사를 건넨 후 승합차에 다시 올라타 저택을 빠져나왔다.
주차장 맨 바깥쪽에 세워져 있던 승합차가 먼저 출발하고 이어서 이만석, 그리고 차이링이 그 뒤를 따랐다.
“곧장 본사로 가는 거냐?”
“그렇지.”
“드디어 화장인가 하는 그분을 만나겠구만.”
내심 기대감을 보이는 데르말로와 다르게 샤킵은 창밖을 바라보며 차분하게 앉아 있었다.
“이집트에서 바쁘게 생활하다 보니까 본사 건물이 어땠는지도 아득하다.”
“나도 그래.”
작년 여름에 갔으니 시간이 지나긴 제법 많이 지났다.
“한국도 교통체중이 장난 아니네.”
도로에 들어서자 빽빽하게 돌아다니는 도심 속에 차량을 보고 데르말로가 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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