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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에 나만이 유일한 마법사가 되었다-676화 (676/812)

〈 676화 〉 676화 집들이

* * *

“그런데 과일들을 왜 이렇게 많이 사온 건가요?”

“인원이 많아서 넉넉하게 사왔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이건 너무 많은데.”

참외 두 박스 바나나 두 박스, 거기다 모두 작은 게 아니라 큰 상자에다 수박도 한 통당 크기가 보통 이상이어서 이정도면 한 달은 거뜬히 먹어도 남을 것 같았다.

“많은 거요, 누님?”

춘배는 이게 많은건지 의문이었다.

넉넉하게 배불리 먹으려면 이 정도는 사와야 할 것 같았고 정말 잘 샀다는 생각도 했었다.

그런데 이만석도 그렇고 차이링까지 저렇게 말하니 춘배로서도 의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천천히 먹지 뭐. 집들이 선물로 사온 건데 잘 먹을게.”

“그래도 푸짐해서 보긴 좋네요.”

“당분간 과일 걱정을 안 해도 되니까... 고마워요.”

“하하하! 누님하고 형수님들 모두 역시외모 만큼이나 마음씨가 비단결 같이 고운 것 같수다!”

뒤에 있던 이원종도 그에 동조 하는지 고개를 끄덕였고 나머지 이들도 입가에 웃음이 지어졌다.

“다들 시장하실 텐데 어서 들어가요.”

하란이 친절하게 응접실 쪽으로 안내하자 탁자를 비롯한 테이블들이 길게 늘어서 있었고 거기엔 여러 가지 음식들과 쌍추와 같은 채소들, 그리고 불판이 세팅되어 있었다.

“이야~!”

“이렇게 한 상 차려주시지 않아도 되는데.”

차려진 음식들을 보고 모두가 저마다 감탄사를 터트렸다.

척봐도 솜씨를 발휘 한 것이라는 걸 대번에 알 수가 있었다.

너무나 맛있어 보인다.

“너희들 온다고 해서 준비를 좀 했다.”

“이걸 전부 형님하고 형수님들이 만들었다는 말이우?”

“급하게 준비하느라 서툰게 많을 거예요.”

“아닙디다. 이런 진수성찬을 보고 불평불만 하는 놈 있으면 나와 보라고 하십쇼. 그놈은 내가 묵사발을 만들어 줄 테니까.”

“네, 고마워요.”

주먹을 들어 올리는 춘배의 행동에 하란이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실제로 춘배라면 그러고도 남을 놈이다.

“이렇게 신경을 써주지 않아도 되는데 감사드립니다.”

이어 안영만도 그녀들을 향해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고맙습니다.”

“음식들이 전부 맛있어 보입니다.”

데르말로와 샤킵 또한 최대한 발음에 신경 쓰면서 저마다 감사의 말을 한 마디씩 건넸다.

“고기하고 준비해 올 테니까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그렇게 그녀들이 모두 물러간 가운데 데르말로가 이만석을 바라보며 부러운 시선을 보냈다.

“도대체 저런 여자들은 어디서 찾은 거야 보스? 아니 저 세진 회장의 딸은 또 어떻게 꼬신거야? 보스가 보통 사람이 아니란 건 알았지만 이건 진짜 나도 배우고 싶을 정도야.”

사나운 외모 때문에 여자에게 인기가 별로 없었던 데르말로여서 저런 미녀들과 한 집에서 끼고 생활하는 이만석이 그저 부러울 따름이었다.

남자라면 당연히 부러워 해야한다.

“외모가 되잖아.”

“젠장...!”

이만석의 한 마디에 내심 기대감을 보였던 데르말로의 얼굴이 그대로 일그러졌다.

그가 보기에도 이만석은 정말로 잘생겼기 때문이었다.

그냥 농담 삼아 던진 말인데 풀이 죽는 모습에 이만석은 피식 거리며 다시 말을 이었다.

“서있지 말고 다 자리에 착석들 해.”

상석과 그녀들이 앉을 앞자리들을 제외하고 모두가 자리에 착석했다.

“한 자리 더 비워놔.”

“한 명 더 있수?”

그녀들이 앉을 세 자리만을 비워놓고 앉았다 춘배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물음을 던졌다.

“안나도 앉아야 하니까.”

“형님 교관님도 함께 있는 거요?!”

“교관님도 있다고?”

“정말입니까?”

순간 이원종과 현석이 저도 모르게 소리쳤다.

데르말로와 샤킵도 관심을 드러내며 바라보았다.

말하는 걸 보니까 아마도 한 사람이 더 있는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이제 교관 아니라고 했을 텐데.”

그때 한 쪽에서 무심한 음성이 들려왔고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이쪽으로 걸어오는 냉기를 풀풀 풍기는 무표정한 여인 한 명이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저 여자는...’

‘전에 보스 옆에 있던.’

그제야 데르말로와 샤킵도 교관이라고 말했던 여자가 누구인지 알아보았다.

이만석의 옆에 아무 말 없이 차가운 모습만 고집하고 서있던 그 여자였다.

“잠깐 있는 것도 아닌데 혼자 지내는 것도 그래서 방을 하나 내줬지.”

“그런데 교과...같이 지내게 된 겁니까?”

또다시 교관이라 말하다 안나와 눈이 마주친 춘배가 어떻게 불러야 할지 몰라 그냥 질문만 던졌다.

“내 수행비서로 고용하게 됐다고 말 안 해줬나?”

“해줬수? 원종아, 넌 기억나냐?”

“글세...?”

“이놈들이 잊은 걸 겁니다.”

“전에 훈련 끝나고 카이로에 갔을 때 알려줬잖아요.”

“아... 그랬나?”

“얘기 해줬었구나.”

지금 생각해보면 얘기를 해주었던 것 같았다.

“그동안 잘 지내셨습니까?”

춘배가 안나를 향해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훈련소에서 배운 것도 많지만 배우면서 맞은 것도 많아서 볼 때마다 긴장이 되었다.

안나는 별다른 대답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 차가운 분위기는 여전하구만...’

반년도안 얼마나 달라지겠냐고 하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은 안나의 모습에 춘배는 얻어터지던 옛 생각이 나서 가슴이 조렸다.

“후후훗...무슨 얘기들을 그렇게 재미나게 나눠?”

그때 차이링이 삼겹살이랑 한정살이 담겨 있는 고기 접시를 양쪽으로 들고 왔다.

“아이구 누님 이리 주십시오.”

서둘러 춘배가 자리에서 일어나 차이링이 들고 있는 것을 받아 불판 옆에 놔두었다.

“오늘은 손님이니까 그러지 않아도 돼.”

“맞아요.”

“멀리서 온 손님인데 편하게 있어요,”

공기 밥이 담겨 있는 그릇과 국, 그리고 따른 고기 한 접시를 가지고 오는 지나와 하란이 이어서 말하며 차례대로 하나씩 앞에다 놔주었다.

“이거 괜히 저희 때문에 형수님들만 피곤하게 한 거 같아 미안합디다.”

“미안해하지 않아도 돼요.”

“역시 미모가 뛰어나신 것만큼 마음시도 최고요 최고~! 안 그러야 현석아?”

“이번엔 맞는 말하시네요, 형님.”

“그럼 언제 내가 틀린 말 했냐?”

“틀린 말 보다는 이상한 말을 많이 했죠.”

“이놈이...”

“큰형님이랑 형수님들이 보고 계십니다.”

주먹을 들어 올렸던 원종이 순간 멈칫 하더니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다시 손을 내렸다.

“너 나중에 두고 보자.”

“두고 보자는 사람 무서운 거 못 봤는데요?”

현석의 능글맞은 대답에 이원종이 속이 끓어 올랐다.

‘이놈은 보면 볼수록 성질 긁는데 타고났어. 간이 보통 사람 보다 세 배쯤은 되나?’

이원종이 속으로 현석에 대해 투덜거리고 있을 때 데르말로가 비어 있는 잔을 들더니 조심스럽게 옆에서 있고 있는 하란이에게 입을 열었다.

“저... 사레가 되지 않는다면 여기 한 잔만 받아먹을 수 있겠습니까?”

“네?”

“저..흠흠...그러니까...사레.....”

“야, 먼저 형님에게 따라 드리고 부탁을 해도 해야지. 그리고 사례가 아니라 실례야 실례.”

“실례?”

“사레는 목이 뭐가 걸리는 걸 사레라고 하고 실례가 바른 말이야.”

“오~ 춘배 너 똑똑한데?”

“이 정도는 기본이지.”

이원종의 칭찬에 으쓱해진 춘배 와는 다르게 데르말로는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는 당황했다.

이어 급하게 양주병을 하나 들더니 마개를 따서 이만석을 바라보았다.

“내가 한 잔 따라줘도 될까, 보스?”

“술은 고기를 불판에 올리고 받도록 하지.”

무안한 마음과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술 한잔 따라 올리려던 데르말로가 이만석의 거절에 다시금 당황한 듯 보였다.

“크흐흐... 이놈 당황했다.”

그 모습이 웃겼는지 춘배가 조소를 지으며 바라보았다.

그에 피식 거린 이만석이 하란이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너에게 한 잔 받고 싶은가 본데 한 잔만 따라줘 하란아.”

“알았어, 오빠.

뒤에서 작게 쿡쿡거리고 있던 하란이 병마개를 딴 양주병을 들었다.

“한 잔 따라드릴게요.”

‘에, 예...감사합니다.“

데르말로 답지 않게 빨개진 얼굴로 잔에 술을 받았다.

“한국말 잘 하시네요?”

“아직 한 참 배우는 중이라... 부족합니다.”

“이렇게 대화가 되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거예요.”

그러고는 생긋 웃어주는 그 미소에 데르말로는 저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차이링이라는 저 분도 진짜 아름답지만 이 분도 진짜 귀엽네.’

생긋 웃어주는 모습이 뭔가 모르게 지켜주고 싶다는 마음이 들게 했다.

또렷한 눈동자에 갸름한 얼굴선은 생긴 것만 보면 20대 초반, 많이 봐야 20대 중반으로 보였다.

실제 나이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정말로 귀엽고 싱그러운 분위기를 가진 여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 처다 봐. 형수님 얼굴 닳겠다.”

“별 수 있겠습니까, 형님? 형수님이 좀 아름다워야지요.”

“그렇긴 하지?”

“과찬이세요.”

이원종과 김민복의 말에 하란이 손을 내저었지만 내심 싫지는 않은 듯 했다.

그렇게 상이 다 차려지고 나서 그녀들까지 자리에 합세하고 불판을 키고 고기를 구웠다.

“이제 한 잔 따라줘도 되지?”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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