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74화 〉 674화 집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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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정도요?”
“아 말해 무엇 하겠어? 안 그래도 이거 다 팔고 새로 들어온 건데... 그때그때 바로 나간다니까요? 손님 참 운이 좋은 겁니다! 이렇게 팔리기 전에 왔으니 말입니다.”
“그럼 한 튼실한 걸로 세통 줘보쇼.”
한 통으로는 당연히 부족하다고 생각해 바로 세통을 질렀다.
“세통이요? 이야~ 잘 생각 하신겁니다! 손님이 아주 보는 눈이 있어 보는 눈이!”
단번에 수박 세 통이 나가게 되자 박홍식은 아주 날아갈 것같이 좋아하며 수박 세 통을 고르기 시작했다.
그때 뒷문을 열고 이원종이 내려서 다가왔다.
“과일 뭐골랐냐?”
“여기 수박이 아주 맛이 좋다고 해서 세통 샀어.”
“수박만 들고 가도 될까?”
그 말에 귀가 쫑긋한 박홍식이 이원종을 향해 상글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어디 여행이나 집들이 하십니까?”
“집들이 선물이요.”
고개를 끄덕인 이원종의 말에 박홍식이 참외 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럼 참외는 어떻습니까? 이 참외로 말할 것 같으면 성주특산품으로 우리 가게에서 제일 잘 팔리는 과일로 수박과 1등을 다툽니다.”
“참외?”
“여름하면 또 수박하고 참외지요. 특히 이 성주참외는 성주지역에서 내로라하는 과일상품으로 아주 지역의 효자상품입니다. 맛이 얼마나 끝내주는지 한 번 먹으면 가족 몰래 두 번 먹어 치운다는 과일이 바로 이 성주참외입니다!”
마치 입이 튼거서럼 가게주인은 모터가 달린 것 마냥 참외에 대해서 열심히 어필을 하였다.
“맛있소?”
당연히 설명을 듣는 춘배는 혹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맛? 말 도 마십시오. 아주 기가 막힙니다~! 한 입 베어 물면 과즙이 그냥... 장난 아니지요.”
엄지를 치켜들며 자신감 있게 표현 하는 모습에 이원종이 춘배를 바라보았다.
“야, 그럼 참외도 한 박스 사갈까?”
이원종도 들어보니 괜찮겠다 싶었는지 솔깃한 모습을 보였다.
“수박 세 통으로는 좀 부족할 거 같으니까 그럼 그럴까?”
“죄송한데 집들이에가는 손님이 몇 명입니까?”
“7명 정도요.”
“거기에도 가족이라 치면 한 3분정도 계실 텐데 그러면 이게 또 부족 할 테니 두 박스 어떻습니까?”
“2박스?”
“그 정도는 되야 한 박스는 선물로 주고! 한 박스는 사이좋게 갈라먹으면 되지요~!”
과일가게 사장님의 말이 일리가 있는지 이원종이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그럼 그 참외도 두 박스 한 번 줘보시오.”
“아이구... 잘 생각 하셨습니다. 손님! 아주 탁월한 선택이십니다. 이럴게 아니지. 서비스로 이거 한 번 맛 좀 보십시오.”
박홍식이 진열되어 있는 바나나 쪽으로 향해가선 두 개를 꺾더니, 껍질을 하나 까서 내밀어 넘겨주었다.
“내 손님들에게 특별히 드리는 겁니다.”
“공짜로 준다니까 잘 먹겠수.”
열공짜 마다않는 춘배였던지라 건네주는 바나나를 받아서 먹었다.
이어 하나 더 까서 이원종에게도 넘겨주었다.
“어떻습니까?”
“달달한 게 부드러운 것이 맛있네.”
“그렇지요? 사실 이게 이번 주에 막 물 건너 필리핀에서 들어온 바나나인데... 당도가 높아서 아주 제대로 뽑았습니다. 어딜 가도 이정도의 당도의 바나나는 찾기 힘들지요.”
고개를 주억거리는 춘배와 이원종을 보면서 박홍식의 사람 좋은 웃음이 더욱더 진해졌다.
“내 특별히 두 분에게 싸게 드리리다. 어떻습니까?”
“싸게 말이요?”
“예. 아주 덩치도 크시고 호탕해 보이셔서 제가 통 크게 쏘는 겁니다.”
“이 사장님이 사람 보는 눈이 있구만... 내가 또 한 호탕하지......!”
호탕하다는 말에 기분이 좋은 것인지 춘배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나는 어떻소?”
그에 이원종이 엄지로 자신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쪽도 두말 하면 잔소리지요. 대장군감입십니다~!”
“하하하! 내가 원래 장군감이라는 소리를 좀 들었소!”
“집들이를 할 때는 푸짐하게 하는 게 좋다고 과일도 두 종류 보다 알록달록하게 여러 종류과일로 사가면 맛도 좋고, 손도 묵직하고, 눈도 즐거운 아주 푸짐한 집들이 선물이 될 거라 보는데 손님들은 어떻게 보십니까?”
일리가 있어 보이는지 춘배와 이원종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저 바나나도 한 박스 줘보쇼.”
“아주 탁월한...”
“잠깐.”
한 박스 달라는 춘배의 말에 입이 귀에 걸릴 정도로 웃음을 짓던 박홍식은 갑자기 정색는 이원종의 모습에 속으로 긴장했다.
‘갑자기 왜 저러지? 생각이 바뀌었나?’
아부가 약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긴장하고 있던 김홍식은 안 그래도 험악한 얼굴이 정색을 하니 절로 식은땀이 다 날것같았다.
“왜?”
“한 박스로는 갈라먹으면 끝이니까 바나나도 두 박스는 사야지.”
“그렇구만...”
갑자기 말리는 이원종의 행동에 의아해 했던 춘배는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바나나도 두 박스 주쇼.”
박홍식의 입이 귀에 걸렸다.
“예예~! 바로 포장해 드리겠습니다요~!”
순식간에 긴장이 사라진 박홍식은 신바람이 났는지 콧소리를 흥얼거리며 과일들을 포장하기 시작했다.
‘제대로 대어가 걸렸구만~!’
오늘도 파리만 날리나 했는데 한 번에 수박 세 통에 참외 두 박스, 바나나 두 박스를 팔아 치워버리는 성과를 올렸다.
과일을 차에 싣고 계산을 끝낸 박홍식이 떠나가는 차량에 손도 흔들어 주었다.
“저런 손님들만 있으면 매일 같이 대박을 치는 건데 말이야.”
외모는 좀 험악해서 그렇지 마음만큼은 착해(?) 보이는 손님들이었다.
“아니 무슨 과일들을 이렇게나 많이 샀습니까?!”
뒤에 실려 있는 커다란 수박 세 통에 참외와 바나나가 담겨 있는 큰 상자 네 통을 보면서 현석이 혀를 내둘렀다.
“수박 한 통만 해도 다 못 먹을 것 같구만 뭡니까 이거?”
“야, 집들이 선물인데 이 정도는 사야지.”
뭘 모른다는 듯 춘배가 혀를 찼다.
“이게 그렇게 맛있다드라. 벌들도 꼬일 정도의 꿀수박에 혼자 먹다 몰래 둘이 먹는 참외라고 아주 정평이 났데.”
“몰래 둘이 먹어요? 혹시 둘이 먹다 하나 죽어도 모를 정도를 말하고 싶은 겁니까?”
“뭔 소리냐 그건 또. 여튼 아주 맛있다더라니까.
“바나나도 맛을 보니까 아주 달달한 게 좋아서 샀지.”
“아니 그럼 한 박스시만 사던 가 뭔 두 박스나 삽니까.”
“하나는 보관해 두었다가 먹는 거고 하나는 같이 갈라먹어야지. 그리고 맛도 좋고, 손도 묵직하고, 눈도 즐겁게 알록달록하게 사가면 좋잖아. 안 그러냐 원종아.”
“그렇지. 보기 좋은 떡이 더 맛있는 법이지.”
“선물을 할 때는 확실히 해야지.”
데르말로 또한 이에 동조하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하자 현석은 한 숨을 내쉬었다.
‘내 돈도 아닌데 신경 쓰지 말자.’
여기서 더 얘기 해보았자 돌아오는 것은 많이 컸다는 말 뿐일 테니 더 이상 이에 대해서 말하지 않기로 하고 신경을 껐다.
그렇게 다시 20여분을 더 달려 서초구에 위치한 이만석이 사는 단독주택들이 늘어선 골목에 들어섰다.
“이집입니까?”
현석이와 이원종, 그리고 안영만은 이만석이 사는 집을 처음 보는 것이기에 호기심을 드러내며 바라보았다.
“으리으리하지?”
“확실히 부자동네 사시는군요.”
고개를 끄덕이며 말하는 현석을 뒤로하고 춘배가 전화를 걸었다.
잠시 신호음이 가는가 싶더니 이만석의 음성이 들려왔다.
[도착했어?]
“예 형님! 지금 대문 앞이우.”
[알았어.]
“됐다 들어가자.”
김민복이 핸들을 돌리며 서행을 해서 조심히 안으로 들어섰다.
그러고는 길을 따라 주차장 공간으로 차를 몰아 이동해 세워져 있는 아우디 차량 뒤편에 조심히 차를 대었다.
손잡이를 잡고 옆으로 문을 연 춘배가 내려서자 이쪽으로 걸어오는 익숙한 얼굴의 한 사람이 눈에 들어왔다.
“아이고 형님!”
반가움을 숨기지 않은 채 서둘러 달려오는 춘배를 보고 이만석이 쓴웃음을 지었다.
“그렇게 뛰어오지마라 위압감 느껴진다.”
춘배의 외모로 뛰어오면 그거야 말로 상대를 위협하는 행위다.
“오랜만에 본 동생에게 위압감이 뭐요 위압감이... 그보다 이렇게 보니까 형님 신수가 훤한게 보기 좋수다.”
하지만 춘배는 서운하다는 듯 투덜거렸다.
“넌 더 많이 탄 것 같은데.”
“이집트가 참 햇볕이 강하지 않습디까?”
“그렇긴 하지. 어쨌든 오느라 수고 많았다.”
이어서 이원종과 안영만, 그리고 현석이 차례대로 내렸고 그 뒤를 데르말로와 샤킵이 내렸다.
“다들 오느라 고생했어.”
“간만에 형님 얼굴 보니까 기분이 좋네요.”
“오랜만에 뵙습니다, 큰형님.”
이원종과 현석의 어깨를 두 어 번 두드려준 이만석이 안영만이 말없이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건네 오는 안영만에게 고개를 한 번 까닥이며 받아주었다.
“오랜만이야, 보스.”
“정말로 왔군.”
전에 한국에 한번 가겠다고 했더니 이렇게 정말로 왔다.
“휴가 때 간다고 했으니까 와야지.”
“한국어 공부는 좀 했나보지?”
“아직 많이 부족해.”
어늘하긴 했지만 기본적인 회화가 되는 걸 보니 그동안 얼마나 착실히 공부했는지 알만했다.
“샤킵 너도 잘 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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