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72화 〉 672화 집들이
* * *
“이 자식이 피해?”
그에 화가 났는지 데르말로가 다시 춘배에게 달려들려 했고 그에 샤킵이 손으로 앞을 막았다.
“그만.”
하지만 데르말로는 흥분상태라 이대로 그만두고 싶지 않았다.
“막지 말고 비켜봐.”
“주위를 봐.”
“응?”
턱짓을 하며 나직하게 중얼거리는 샤킵의 말에 데르말로가 주변을 살폈다.
그러자 많은 사람들이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이렇게 이목이 쏠리는 것은 좋지가 못 했다.
사고를 저지르는 걸 조심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여기서 싸움을 한 판 벌였다간 이슈가 되기 딱이었다.
그렇게 되면 어떻게 될까.
대번에 찍히게 될 거고 첫날부터 제대로 종치는 것이라 볼 수 있었다.
‘이런...’
그제야 상황을 인지한 데르말로가 입맛을 다시며 행동을 멈추었다.
“춘배 너도 그만해.”
이어서 춘배에게도 그만하라는 말을 전했다.
“나 아무 짓도 안했다.”
옷매무새를 바로 한 그때 폰이 진동을 하며 울리기 시작했다.
확인을 한 춘배가 볼 것도 없이 바로 전화를 받았다.
“너 지금 어디야? 어...그럼 바로 나가면 되냐?...알았어.”
잠시 전화 통화를 한 춘배가 일행들을 향해 다시 입을 열었다.
“지금 앞이라고 하니까 곧장 나오면 된다네.”
“그럼 지금 바로 가도록하자.”
이원종이 먼저 앞장서 나아가자 춘배가 따라 붙었다.
이어 현석과 안영만, 샤킵 등이 따라갔다.
데르말로 역시 사람들의 시선에 서둘러 캐리어를 끌고 뒤를 따랐다.
“형님, 여깁니다!”
춘배와 떡대가 비슷한 스포츠머리의 사내 한 명이 손을 흔들며 서있었다.
“민복이 인마 그동안 잘 살았냐?”
춘배가 반가운 얼굴로 안부를 물었다.
“저야 뭐 언제나 똑같지요... 그보다 형님이야 말로 몸이 좀 날씬해 진거 같습디다?”
“그래 보이냐?”
“예...”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 김민복이 안영만과 이원종을 바라보았다.
“형님들도 잘 계셨습니까?”
“우리야 뭐... 잘 지냈지.”
“원종이 형님도 좀 날씬해 진 거처럼 보입디다?”
“훈련이 좀 빡시더라.”
“역시...”
이해 한 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김민복이 이먼엔 현석을 바라보았다.
“현석이 너도 많이 탄 거 같다?”
“그래 보여?”
“어... 피부가 구릿빛이다 못해 까맣게 탔네.”
둘은 동갑내기여서 일성회에서 지낼 때 자주 말을 터놓고 지냈었다.
오랜만에 진인들과 상봉을 한 김민복이 충배나 이원종 만큼은 아니지만 딱 벌어진 어깨에 인상이 강해 보이는 두 외국인에 의아한 표정을 짓다가 춘배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형님... 이 두 사람은 누구입니까?”
처음보는 외국인에 당연히 관심이 갈 수밖에 없었다.
이집트에서 온 사람들일게 분명했다.
“이집트에 있는 우리 일성회 지부를 맡고 있는 사람들이다. 나와 말 터놓고 지내니까 잘 모셔.”
“아.. 그럼 이 분들이 바로!”
간혹 전화 통화를 할 때 얘기를 들은 적이 있었던 김민복이 감탄사를 터트렸다.
“데르말로.”
그때 잠자코 지켜보고 있던 데르말로가 자신의 이름을 말했다.
“내 이름이다.”
이어 어눌한 한국어로 자신을 소개하자 김민복이 크게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 사람들 우리말 할 줄 아는 겁니까?”
속삭이는 목소리로 물어오는 김민복을 향해 춘배가 씨익 웃음을 지었다.
“우리 식구인데 당연히 우리말도 알아야지. 아직 좀 부족하긴 하지만 기본적인 회화 정도는 할 수 있어.”
그렇게 말한 춘배가 데르말로와 샤킵을 향해 이젠 제법 유창한 영어로 얘가 누구인지 설명을 해주었다.
그에 김민복의 얼굴에 경악성이 묻어났다.
데르말로와 샤킵에게 설명을 해주는 춘배를 보고 경악한 표정을 짓는 모습에 이원종이 의아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넌 뭔데 그렇게 경악한 표정을 짓는 거냐.”
“아, 아니 지금 제가 보고 있는 게 사실입니까?”
“뭐가.”
“지금 춘배 형님이 믿을 수 없게도 지금 입으로 영어를 씨부리지 않습니까?!”
“뭐 씨부려?”
짧은 설명을 끝낸 춘배의 인상이 절로 찡그려졌다.
허나 춘배가 인상을 찡그리는 것 보다 김민복은 그가 영어를 했다는 것이 더 신기한 듯 보였다.
“와... 내 살다 살다 형님의 입에서 유창한 영어가 나오는 것은 보게 될 줄이야.”
“야 임마. 내가 일성회를 대표해서 국제비즈니스를 하러 갔는데 당연히 영어정도는 해야지...”
“아무리 그래도 무식하다고 소문난 형님이 영어...켁!”
순간 말을 하다말고 헤드락이 걸린 김민복이 당황한 목소리를 내뱉었다.
“무식? 이 놈 오랜만에 봤다고 아주 기어 오르는구만? 내가 왜 무식하냐? 엉?!”
“이...이것 좀...숨..이.....”
얼굴이 점점 붉게 변하는 김민복의 모습에 이원종이 입을 열었다.
“애 잡겠다, 풀어줘라.”
홍당무처럼 붉어진 얼굴에 그제야 춘배가 헤드락을 걸었던 팔을 놔주었다.
“한 번만 더 무식하다고 하면 죽빵 날라간다?”
“아무리 그래도 헤드락은 너무 한 거 아니요?”
“네가 자초한 거야.”
숨을 격하게 몰아쉰 김민복이 어느 정도 안정을 찾고 나서야 다시 고개를 들었다.
‘제대로 보지도 못 했어.’
춘배가 힘 하나는 장사라고 하지만 민첩성 하고는 거리가 멀었다.
물론 그건 춘배와 비슷한 과인 자신도 마찬가지였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헤드락을 거는데도 대응한 번 제대로 못 했다는 것에 김민복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양반들 도대체 거기서 무슨 훈련을 하고 온 거야?’
이집트에 가기 전에 합숙을 통해 훈련을 받아 몸이 어느 정도 좋아진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정도 까지는 아니었었다.
“네가 알던 형님이 아니니까 조심해.”
그에 현석이 쓴웃음을 지으며 하는 말에 긴민복이 목을 쓰다듬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자~ 그럼 차에 오르자고.”
이원종이 손 벽을 가볍게 치며 닫혀 있던 승합차 문을 열었다.
그렇게 차례대로 모두가 다 올라타고 김민복이 운전석에 오르고 나서야 유유히 공항을 빠져나갔다.
“그래도 오랜만에 네 얼굴 보니까 기분 좋다?”
“저도 좋습디다.”
“그런데 네가 운전해서 온 거냐?”
“오랜만에 형님들 보는 건데 당연히 직접 끌고 와야 하는 거 아닙니까?”
“크흐흐 그러냐?”
기분 좋게 웃음을 지은 춘배가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았다.
매일 같이 이집트에서만 생활하다 간만에 한국의 익숙한 풍경이 눈에 들어오자 고향에 돌아온 느낌이었다.
“지금 어디 가는 거지?”
데르말로가 좀 어눌한 한국어 발음으로 춘배에게 물어보았다.
“한국어 하기 힘들면 영어로 말해.”
그 말에 데르말로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한국까지 왔으니 배웠던 거 써먹어야지.”
데르말로의 말에 이원종이 동조를 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이 맞아. 배웠으니 이왕 왔으니 써먹어 봐야지.”
“그런 건가?”
이원종까지 저렇게 말하자 춘배도 곧장 수긍한 표정을 지었다.
“형님 그럼 일단 물 좋은 곳으로 모십니까?”
물 좋은 곳이라면 당연히 룸살롱을 말하는 것이었다.
허나 춘배는 고개를 가로졌더니 폰을 꺼내 들었다.
“잠만 기다려봐.”
춘배가 어딘가로 전화를 거는 모습에 이원종이 관심을 보였다.
“형님한테 전화 하냐?”
“왔으니 이제 신고해야지.”
“역시...”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이빨을 보이며 웃음 짓는 그때 폰 넘어 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무슨 일이지?]
“형님도 참 꼭 무슨 일이 생겨야만 전화를 해야 하는 거요?”
[그것도 그렇군.]
금세 수긍을 하는 듯 한 목소리가 폰 넘어 에서 들려오더니 이어 다시 말이 들려왔다.
[애들은 잘 있어?]
“별 탈 없이 짤 있수. 그에 대해선 걱정 붙들어 매도됩디다. 그보다 내가 지금 형님에게 아주 놀랄 만한 소식을 전해 줄게 있어서 이렇게 전화를 했수.”
[결국엔 일이 있어 전화를 한 거군.]
“크흐흐 그렇게 되나?”
조소를 지으며 웃음을 터트린 춘배가 다시 입을 열었다.
“듣고 놀라지나 마슈, 형님. 내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아시오?”
[한국에 온 건가.]
“어떻게 알았수?!”
깜짝 놀래켜 주려고 철저히 비밀에 붙였는데 바로 알아 맞추자 춘배가 눈을 크게 뜨며 놀란 목소리로 되물었다.
[그냥 찝어 본거다.]
“햐~ 거참 족집게시구만... 박수무당해도 되겠수다,”
[개소리하지 마라.]
[크흐흐.. 지금 인천공항에 막 출발한 참인데....”
[올라면, 와.]
혹시 만나러 가도 되냐고 물어보려던 춘배는 마치 자신의 속마음을 다 알고 있다는 듯이 대답하는 목소리에 절로 입이 귀에 걸렸다.
“어찌 동생의 마음을 이리도 잘 아실까~! 대단하시오 형님!”
[오버하지마라.]
“크흐흐흐흐~”
오버하지 말라는 말에도 기분이 좋아 절로 웃음이 터지는 춘배였다.
[너만 오지 않았을 테고 다른 애들도 함께 왔겠지.]
“예, 지금 원종이하고 현석이, 그리고 데르말로 샤킵도 같이 있수.”
[함께 오도록 해.]
그때 이원종이 춘배가 들고 있는 폰을 빼앗았다.
“형님, 저 원종이요! 그간 잘 지내신거요?”
[잘 지냈다. 올라 올 때 조심해서 와라.]
“사고 나지 않게 제가 주의를 주지요.”
[그래.]
그렇게 통화를 끝낸 이원종이 춘배에게 폰을 넘겨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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