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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에 나만이 유일한 마법사가 되었다-660화 (660/812)

〈 660화 〉 660화 대업

* * *

숲속이라고 해도 서울에 위치한 산속이다 보니 멀리서 차량들이 다니는 소리들이 다 들려왔다.

한산한 평양의 분위기와 들려오는 소리부터가 완전히 달랐던 것이다.

“언제까지 그렇게 안고 있을 거야?”

어깨를 감싼 팔을 푼 이만석이 아직도 자신의 허리를 감고 있는 안나를 향해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내가 이러는 거 싫어?”

고개를 든 안나가 무표정한 얼굴로 물음을 던져온다.

어떻게 저런 말을 하는데도 무표정으로 할 수가 있을까.

그녀들이라면 그러러니 하겠지만 상대가 안나였다.

“싫은 건 아니지.”

이런다고 싫다거나 그러는 건 아니었다.

“그럼 뭐가 불만이지.”

직설적으로 불만이 뭐냐구 묻는 안나의 목소리는 표정과 똑같았다.

“불만이기보다 네가 이러는 게 익숙하지가 않아서 그래.”

차이링이나 지나, 하란이가 이런다면 자연스럽게 받아드릴 수 있겠는데 다시 생각해도 그 상대가 안나라서 그런지 이만석은 좀 어색한 느낌을 받았다.

“사실 차가운 눈으로 바라보면서 말하니까 그런 것도 있어.”

표정은 그렇다 처도 눈빛에서 애정이라는 것을 읽을 수가 없었다.

여전히 자신을 바라보는 눈빛은 차가웠기 때문이었다.

사실 어제도 안나가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면 이만석은 그녀가 자신에게 좋아하는 감정을 품고 있었다는 것을 알지 못 했을 것이다.

그만큼 안나의 마음을 읽은 것이 이만석으로서도 상당히 쉽지 않다는 얘기다.

“난 그녀들처럼 변 할 수는 없어.”

“알고 있어.”

이만석도 안나가 자신에게 애교를 부리거나 그러한 행동을 할 거라는 것에 기대도 하지 않았다.

안나가 코맹맹이 소리를 내면서 애교를 떠는 것은 사실 상상을 해봐도 전혀 어울리지가 않았다.

“이렇게 껴안은 상태로 내려 갈 수 없잖아.”

“아무 말 하지 마.”

난처한 듯 말하는 이만석의 말에 그렇게 대답한 안나가 천천히 눈을 감았다.

“잠시 동안 이대로 있어줘.”

낮은 목소리로 말하며 눈을 감고 가슴에 기대어 있는 안나의 어깨를 이만석이 다시 감싸 안아주었다.

‘이정도만 해도 참 놀라운 변화지.’

자신과도 일정한 거리를 두었던 그녀가 이러는 것만으로도 사실 놀라운 일이었다.

잠시 동안 그렇게 안고 있다가 3분정도 시간이 지난 후에야 이만석은 안나와 산을 내려올 수 있었다.

주차장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뒷산이라 금방 차량이 주차되어 있는 곳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10분당 2000원이라 1시간에 12000원이라는 돈이 나간 만큼 20만원이 훌쩍 넘어가는 돈을 지불해야 했지만 이만석은 별로 게의 치 않아 보였다.

그렇게 차량을 저택에 돌아왔을 때 아침 8시가 조금 지난 시간대였다.

대문이 열리고 안으로 들어가 주차장으로 서행을 하여 이동해 차량을 정차시켰다.

시동을 끄고 문을 열고 내려선 이만석은 안나와 함께 현관문으로 향했다.

도어락 번호를 누르고 현관문을 열어 안으로 들어서니 어느새 하란이와 지나가 마중을 나와 있었다.

“오늘 밤쯤에나 올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일찍 왔네?”

“그러게요. 어제 전화도 안 받기에 거하게 한 잔 한 줄 알았어요.”

“배터리가 다 돼서 말입니다.”

“민준씨 수상해요.”

새침하게 바라보는 지나의 시선에 이만석이 대답 없이 그저 웃어주기만 했다.

“안나씨 특별한 일은 없었어요?”

하란이가 이만석의 뒤에 서있는 안나를 향해 물음을 던졌다.

이만석이 지나 말에도 웃음만 짓고 있으니 안나에게 물어보는 것이었다.

허나 이만석처럼 안나도 별다른 얘기는 하지 않았다.

‘일이 있었다는 거야 없었다는 거야?’

이만석은 물론이고 안나까지 별 말이 없으니 하란이는 의문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두 사람 다 왜 이렇게 피곤해 보여.”

“응?”

“피곤해 보인다니요?”

“둘 다 밤잠을 설친 얼굴들인데.”

“그냥 좀 늦게 잠들었어.”

“그냥 좀 늦게 잠들었어.”

“저도 이것저것 생각을 하다니보 까 그런 거지 밤잠을 설친 건 아니에요.”

예리한 이만석의 물음에 하란이도 그렇고 지나도 조금 당황하며 말했다.

“자기 왔어?”

그때 방 쪽에서 모습을 드러낸 차이링이 이만석에게 인사를 건네며 다가왔다.

“안나씨도 잘 다녀왔어요?”

이어 뒤에 서있는 안나를 향해서도 인사를 건네주었다.

“차이링 너는 그래도 잠을 잘 잔 모양이군?”

두 사람과는 다르게 맑은 눈동자를 보니 차이링은 별로 잠자리를 설친 것 같지는 않았다.

“최대한 편하게 자려고 노력했어. 몸이 상하면 나만 피해를 보는 게 아니니까.”

“너만 피해를 보는 게 아니라니. 그건 또 무슨 뜻이야?”

알 수 없는 차이링의 말에 이만석이 반문을 했다.

그러자 하란이와 지나는 절로 긴장이 되는 것을 느꼈다.

“두 사람이 사실 밤잠을 설친 것도 나 때문이거든.”

“뭐?”

“어, 언니...”

“지금 말하려고요?”

지나와 하란이의 물음에 차이링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그이도 알아야 하니까 길게 끌어서 뭐하겠니?”

맞는 얘기였지만 그래도 당황스럽기는 매한가지였다.

‘무슨 일이 있었구나.’

이만석은 자신이 없는 하룻밤 사이에 집에 뭔 일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무래도 밤잠을 설친 것도 다 지금 차이링이 말한 그대로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 둘이서 얘기를 하고 싶은데 괜찮지?”

하란이와 지나에게 양해를 구한 차이링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고는 다시 몸을 돌렸다.

“얘기 해줄 테니까 내방으로 가.”

구두를 벗고 올라선 이만석이 차이링을 따라 그녀에 방으로 향했다.

차이링이 문을 열고 들어서자 뒤 따라 들어선 이만석이 다시 문을 닫았다.

그러고는 침대에 걸터앉은 차이링의 옆에 이만석이 몸을 앉혔다.

“간밤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이만석은 두 사람이 왜 밤잠을 설쳤는지에 대해서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차이링이 말해주려는 얘기가 가벼운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지 않다면 두 사람이 밤잠을 설쳤을 리가 없기도 했다.

“그 전에 나 어제 병원에 다녀왔어.”

“병원?”

“응.”

“가니까 뭐라고 하지?”

“위에 이상이 있는 건 아니래.”

“별 일이 아니라면 다행이네.”

차이링의 얘기에 이만석도 안심했다.

사실 위에 이상이 있다고 해도 이만석이라면 고쳐 줄 수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아픈 것 보다는 안 아픈 것이 나았다.

“하지만 아무 일이 없었던 것은 아니야.”

허나 이어진 차이링의 말에 이만석은 다시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무 일 없었던 게 아니라고?”

“응.”

“위 말고 다른 곳에 이상이라도 있다는 소리야?”

꼭 위에만 이상이 있으라는 법은 아니니 그걸로 찾아갔다가 다른 곳에 뭔가를 발견 했을 수도 있는 일이었다.

“그것도 아니야.”

“그럼 뭐지.”

다른 곳이 아픈 것도 아니라면 뭐가 문제라는 소리일까.

“나 당신 아이가졌어.”

“아이가졌구나.”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을 했던 그 순간 이만석의 몸이 멈짓 했다.

“잠깐, 뭐라고?”

“나 임신했다는 말이야.”

“임신?”

이만석의 두 눈이 살짝 크게 떠졌다.

“응.”

잠시 동안 방안이 묘한 정적이 감돌았다.

이만석도 그렇고, 그렇다는 대답을 해준 차이링도 별 말을 하지 않고 가만히 기다려주었다.

‘많이 놀란 모양이네.’

아무리 이만석이라고 해도 역시 임신을 하였다는 얘기에 놀란 듯 보였다.

그래서 차이링은 그가 다시 입을 열 때까지 아무 말 하지 않고 기다려 주었다.

“그러니까... 병원에 가니까 아픈 것이 아니라 아기를 가져서 그랬다는 얘기야?”

30초정도 시간이 지났을 때 이만석은 침묵을 깨고 다시 차이링에 물음을 던졌다.

그때서야 차이링도 다시 입을 열었다.

“위 검사도 받고 했는데 아무 이상이 없다고 하더라. 그러고는 나보고 축하한다고 하는거 있지? 왜 축하를 하는지 몰라 의아해 하니까. 아기를 가졌다고 하는거야. 자신의 소견으로는 임신이 맞데. 그래도 모르니까 산부인과에 가서 검사를 받아보라 해서 그렇게 했어.”

“거기서도 검사를 받으니까 결국엔 임신으로 드러났다?”

“응. 임신 5주차래.”

“......”

순간 이만석은 다시 말이 없어졌다.

“자기 많이 놀랐어?”

이번엔 차이링은 침묵을 지키지 않고 이만석에게 물음을 던졌다.

“좀 그렇긴 하네.”

“아무리 당신이라고 해도 역시 아기를 가졌다고 하니 놀라는구나.”

“아기를 가진다는 것이 작은 일은 아니니까.”

배속에 자신의 아기가 자라고 있다고 하는데 놀라지 않는 게 이상한 일이었다.

“자기만 놀란 게 아니라 실은 나도 많이 놀랐어.”

차이링이 손을 들어 자신의 배를 조심스럽게 쓰다듬었다.

“나도 내가 임신을 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믿기지가 않았어. 아니 믿을 수가 없었어.”

생각지도 않은 아기라서 차이링은 많이 당황스러워했다.

그래서 산부인과에 가서 결과가 나오기 전 까지 확신을 가지지 않으려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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