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대에 나만이 유일한 마법사가 되었다-658화 (658/812)

〈 658화 〉 658화 대업

* * *

“싸우면 안 돼.”

“네?”

그때 차이링에게서 딱 잘라 들려오는 목소리에 하란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두 사람 싸우면 안 된다고.”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이에요?”

“그렇게 되면 그이가 위험하거든.”

“민준씨가요?”

위험하다라는 말에 저절로 다시 되묻게 되는 지나였다.

“안나라는 그 여자... 너희 둘이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더 무서운 여자라는 것만 알아 둬.”

이미 안나하고 한 차례 부딪혀 보았던 차이링인지라 안나가 얼마나 위험한 여자인지 알고 있었다.

거기다 그녀가 전직 CIA에서 활동 했던 요원이라는 것을 알고 있어 더욱 그러했다.

‘그이도 생각이 있으니 절대 싸우지는 않을 거야.’

자신보다 안나에 대해서 더 잘 알고 있는 사람이 이만석일 테니 차이링은 쓸데없는 마찰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사실 이만석에게 안나를 붙여 두는 것 자체가 좀 불안한 일이었지만 이제 그에 대해서 거론 하지 않기로 했으니 그 일에 대해선 어쩔 수 없었다.

‘그런데 그때 그건 도대체 뭐였을까.’

예전 일에 대해서 떠올리던 차이링은 문득 그때 찾아온 이만석에 대해서 의문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때는 경황이 없어 지나쳤지만 이만석이 어떻게 알고 거기를 찾아왔고 안나는 그때 왜 뒤로 물러났는지 의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바람이 불기는 하였지만 그것 만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 일이었다.

‘분명히 밀려나갔던 것 같은데.’

그냥 물러난 것이 아니라 안나는 무언가의 힘에 의해 뒤로 밀려났었던 것처럼 보였다.

헌데 생각을 해봐도 그게 알 수가 없으니 의구심만이 커질 뿐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 순간은 정말로 신기했다.

어떻게 그 찰나에 그런일이 벌어질 수가 있는 것일까.

‘그이는 또 어떻게 알고 온 걸까.’

이만석에게 말도 하지 않았고 입단속을 철저히 시켜 알고 찾아오는 것도 힘들었다.

그런데 그 장소에 어떻게 알고 찾아왔는지 그 또한 의문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잠시 동안 그때 있었던 일에 대해서 생각에 잠겨 있던 차이링에게 그때 지나가 말을 걸아 왔다.

“병원에 간일은 어떻게 됐어?”

“병원?”

“맞다. 언니 병원 다녀왔죠?”

차이링이 병원에 다녀온다고 한 것을 떠올리곤 지나도 그렇고 결과가 어떻게 나왔는지 궁금해했다.

병원이라는 말에 상념에서 깨어난 차이링이 웃음을 지었다.

“물론 다녀왔지.”

“검사 결과 어떻게 나왔어?”

다녀왔다는 말에 지나는 내심 속으로 긴장을 하며 물음을 던졌다.

‘임신이 맞을까?’

병원에서 검사를 받았다면 지금쯤 그 결과에 대해서 어떻게 나왔을지 차이링은 알고 있을 것이라는 얘기였다.

“글세~ 어떻게 나왔을까?”

농을 던지듯 차이링은 바로 결과를 말해주지 않았다.

“뜸들이지 말고 빨리 말해줘요.”

안나가 얘기를 하지 않고 뜸을 들이자 하란이 재촉하듯 말했다.

“알고 싶어?”

“설마 위에 이상이라도 생긴 거예요?”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어오는 하란이의 말에 차이링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런 거 아니야.”

“그럼 아무이상 없었다는 말인가요?”

“음...”

다시금 말을 끄는 행동에 하란이 웃음을 지었다.

한 번씩 차이링이 저렇게 놀리듯이 뜸을 들이며 말을 끌었던 적이 적지 않아 이번에도 그렇게 생각을 했다.

“뜸들이지 말고 말 해봐요~”

“뭐라고 해야 좋을까.”

그때 차이링이 조심스럽게 손을 들어 자신의 배를 쓰다듬었다.

그 행동에 귀를 쫑긋 새우고 차이링의 말에 집중하고 있던 지나의 눈이 크게 떠졌다.

“설마 맞대?”

“맞다니 뭐가?”

갑작스러운 지나의 물음에 차이링이 반문을 하며 바라보았다.

“산부인과에 다녀왔지?”

“너 어떻게 알았니?”

산부인과를 지나의 말에 차이링이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병원에 가서 자신이 산부인과에 갔을 것이라는 것을 어떻게 알았던 걸까.

‘설마 애가 내가 한 것이 입덧이라고 생각한 건가?’

그렇지 않다면 지나가 이렇게 물어볼 일이 없었다.

입덧이라 생각지 않는데 병원에 갔다고 산부인과에도 들었을 것이라 생각하는 것은 말이 안 되었다.

그렇다면 의심을 하고 있었다는 말이었다.

“산부인과는 또 뭐예요? 위 검사를 받는데 왜 산부인과에...”

뜬금없는 지나의 말에 하란이 알 수 없다는 듯 말하다 말고 그대로 몸이 경직되었다.

갑작스런 말에 놀란 하란이었지만 금방 눈치를 챈 것이다.

산부인가에 갈 일이 무엇때문인지.

“어, 언니... 설마.”

다시 고개를 돌려 차이링을 바라보는 하란이의 두 눈이 크게 떨려왔다.

“말할까 말까 망설였는데 들통나버렸네.”

쓴웃음을 지으며 말하는 차이링의 말에 지나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언니 임신이...맞구나?”

믿기지 않는 다는 듯 말하는 지나의 말에 순간 하란이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충격을 맛보았다.

“저, 정말로 임신이에요?”

지나의 말을 재차 확인 하듯 하란이 떨리는 음성으로 물어보았다.

“응...임신 5주래.”

부끄럽다는 듯 그렇게 말한 차이링이 손으로 자신의 아랫배를 쓰다듬었다.

“내 뱃속에 그이의 아이가 자라고 있었어.”

너무 놀라운 얘기라 예상을 하고 있던 지나도, 몰랐던 하란이도 입을 반쯤 벌리며 충격을 받은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둘 다 많이 놀란 모양이네?”

이미 예상하고 있던 반응이라서 차이링은 쓴웃음만 더 짙어질 뿐이었다.

“좋았어?”

침대에 누워 호흡을 고르고 있는 이만석의 가슴에 안기어 있는 안나가 감정의 고저가 없는 음성으로 물어보았다.

“좋은 정도가 아니라 다 빨려나가는 기분이다.”

“칭찬이야?”

“어.”

눈을 깜박이며 이만석을 바라보던 안나가 다시 고개를 숙여 가슴이 머리를 기댔다.

어깨를 감싸고 있는 팔에 힘을 주며 이만석이 안나를 꽉 안아주었다.

몸에 나있는 상처들이나 흉터, 그리고 건강미 넘치는 몸을 가지고 있었지만 이 순간 만큼은 이만석은 그녀의 몸이 힘주어 안으면 부셔질 것 처럼 가녀리게 느껴졌다.

‘명기를 가지고 있다고 무조건 좋은 건 아니군.’

안나와 관계를 가지면서 황홀한 경험을 한 이만석은 한 가지 느낀 것이 있다면 웬만한 남자들은 그녀와 관계를 가지면 감당하지 못 할 것이라는 것을 느꼈다.

자신조차 이렇게 황홀경에 젖어들어 절제를 하는 것이 힘들었는데 보통남자들이라면 말 할 것도 없는 일이었다.

만약 안나가 자신의 몸을 지키기 어려운데다 안 좋은 쪽으로 빠져 들었다면 상당히 힘든 경험을 많이 하게 되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적어도 그녀와 잠자리를 하게 된 다면 장담하는데 그 경험을 잊을 남자는 한 명도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되면 안나에 대해서 놔 주려고도 하지 않을 것이며 자신의 것으로 소유하려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만큼 황홀한 잠자리를 선사해 주는데 떠나보낼 사람이 있겠는가.

빠지면 헤어 나올 수 없는 늪과도 같은 여자였다.

“이제 돌이킬 수 없어.”

안나가 낮은 음성으로 이만석에게 말했다.

“네가 택한 거니까 후회하지 마.”

어깨를 감싸고 있던 이만석이 고개를 돌려 안나의 이마에 살며시 입을 맞췄다.

눈을 감고 있던 안나가 이마에서 느껴지는 뽀뽀에 이만석의 품으로 더욱더 깊이 파고들었다.

이만석이 말 했던 대로 그녀가 느끼는 감정은 이성으로써 좋아하는 마음일지 모르는 일이었다.

지금까지 그런 것과 전혀 관심도 두지 않았고 신경조차 쓰지 않았던 그녀라 연애를 하는 것도, 옷을 예쁘게 차려입는다는 것도 잘 알지도 못 할뿐더러 서툴렀다.

성관계만 그런 것이 아니라 연애라는 것 자체가 관심 밖의 일이라 잘 알지 못하는 분야였다.

지금까지 살아온 그녀의 인생을 보면 그런 쪽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 참 멀었다.

성관계 오늘 처음 경험을 해본지라 이게 좋은 것인지에 대해서 잘 알지 못 한다.

순식간에 질속으로 들어올 때 처녀막이 찢어지면서 찾아오는 고통도 사실 적은 게 아니었다.

이만석 물건이 작은 것이 아니어서 아무리 안나라고 해도 고통을 느꼈던 것은 사실이었다.하지만 지금까지 그녀가 겪어온 삶에서 느꼈던 고통에 비하면 이 정도는 참을만한 것이었다.

처음이라서 쾌감을 느끼지는 못 했지만 안나는 이만석과 관계를 느끼면서 마음이 충족되는 것을 느꼈다.

마음속에 허전했던 뭔가를 채워 주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평온하고 안정감을 느꼈다.

지금도 그의 품에 이렇게 안겨 있는 것이 안나로써는 어색할 것이다.

애교라는 것도 모르고 한 남자의 여자가 된다는 것은 그녀의 성미에 맞지 않은 일이었다.

남자의 품속이 안기어 평온함을 느낀다는 것 자체가 안나로써는 생각지도 못했다.

헌데 앞일은 알지 못 한다고 지금 이렇게 그의 품속에 안기어 있었다.

어깨를 힘주어 안아주는 이만석의 가슴에 안나는 더욱더 깊이 파고 들었다.

자신이 가지는 감정이, 이게 사랑이라고 한다면 이만석이 자신을 받아드린 만큼 안나또한 그렇게 받아드릴 생각이었다.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