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51화 〉 651화 대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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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가 한 번 연락해보면 안 돼?”
차이링도 일성회에서 일하고 있으니 그 사람들에게 연락처가 있지 않냐는 말이었다.
“그러는 거 그이 별로 좋아하지 않아.”
“하지만 걱정 되잖아.”
“지나 너 그이 못 믿어?”
“믿어.”
“그러면 걱정 말고 기다려. 어차피 내일 돌아올 건데 뭐.”
그렇게 말한 차이링이 백을 들고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사는 세계가 달라서 그럴까요?”
차이링이 원래부터 거친 남자들 틈에서 험한 일을 해온 것을 알고 있어 한 말이었다.
“그럴 수도 있고 정말로 민준씨를 믿고 있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어요.”
고개를 끄덕인 하란이 연락이 닿지 않는 이만석에 대해서 생각하며 한 숨을 내쉬었다.
방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온 차이링이 형광등 불을 켜고 침대에 백을 내려두었다.
그러고는 화장대 거울 앞에 서서는 다시금 자신의 배를 살펴보고 옆으로 몸을 틀어 볼록 튀어나왔는지 확인을 했다.
‘애들에게 말하면 놀라겠지?’
하란이도 그렇고 지나도 자신이 임신을 했다는 것을 알게 되면 상당히 놀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그럴 거야.’
자신도 하란이나 지나가 임신을 했다는 얘기를 들으면 놀랄 텐데 둘이라고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를 가진다는 건 가볍게 생각하거나 볼 수가 없는 일이었다.
그러니 놀라는게 어떻게 보면 전혀 이상한 일도 아닌 것이다.
“네가 그이를 닮은 남자 아이인지, 아니면 나를 쏙 빼닮은 여자 아이인지는 모르겠지만 별 탈 없이 무럭무럭 잘 자랐으면 좋겠어.”
사랑스러운 손길로 배를 쓰다듬으며 차이링은 자식에게 타이르는 엄마처럼 그렇게 말을 했다.
“이름은 뭘로 지을까...”
오늘 알았으니 이름에 대해서 생각을 해볼 틈도 없었다.
“그이의 아들이니 한국식으로 이름을 지어야겠지?”
차이링은 자신의 배속에 자리한 아가의 이름에 대해서 중국식이 아닌 이만석을 따라 한국식으로 이름을 짓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결혼도 하지 않았는데 아이를 가져버렸네.”
어떻게 보면 속도위반 이었지만 차이링은 결혼에 대해서 연연하지 않기로 했다.
하란이와 공식적으로 사귀고 있는데다 지나도 있는 상황에서 함부로 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아기를 가졌다고 해서 결혼을 하자고 하는 것은 다른 사람이면 몰라도 지금 같은 특별한 상황에서는 쉬운 것도 아니었다.
“내가 엄마가 되는구나...”
병원을 다녀온 뒤로 오늘 하루 종일 마음이 뒤숭숭한 차이링이었다.
자신의 배속에 새 생명이 자라고 있다니 지금 생각해도 믿기지가 않는 일이었다.
자신이 엄마가 된다는 게 아직도 실감이 나지가 않는다.
솔직히 생각도 하지 않았다가 엄마가 된다고 통보를 받았는데 당연히 기분이 뒤숭숭 할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태어나면 엄마가 널 정말로 많이 아껴줄게.’
차이링의 기억 속에 있는 부모님의 대한 추억은 좋은 게 아니었다.
딸을 돈을 받고 마음사람들에게 더럽히고 시창가로 팔아버린 부모님에 대해서 좋게 생각 할 수도 없는 일이다.
그래서 차이링은 만약 자신이 엄마가 된다면 누구보다 아껴주고 사랑해 것이라 다짐했었다.
자신 과 같은 똑같은 아픔이 아닌 사랑으로 좋은 부모가 될 것이라 다짐을 했었다.
그런데 지금 그녀의 배속에 아가가 자라고 있었다.
생각만 했던 일이 실제로 벌어져 버린 것이다.
입덧이라고 조차 생각을 하지 않았다는 건 임신을 하였을 것에 대한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는 얘기였다.
아이를 가지면 자신과 같은 아픔을 절대로 주지 않겠노라 다짐하고 생각했던 차이링이었다.
그러니 누구보다 사랑스럽게 이 아이를 키울 생각이었다.
침대에 걸터앉은 차이링이 조심스럽게 자신의 배를 감싸듯 안았다.
6시가 넘어서 들어온 룸서비스를 해결한 후 이만석은 다시 탕욕을 즐겼다.
30분가량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고 나와서 불린 때를 벗겨낸 후 말끔히 거품 칠을 하고 샤워를 끝낸 후 팬티만 입은 채 가운을 걸치고 나와 냉장고로 이동해 맥주를 꺼내어 마셨다.
벌컥이며 캔에 들어 있는 맥주의 반 정도를 들이켠 이만석이 입가에 묻은 거품을 닦아 냈다.
‘전화해서 한 번 더 부를까?’
외모도 그 정도면 됐고 대주는 행동도 그렇고 받드는 자세도 괜찮아 나쁘지 않았다.
‘허락만 한다면 한 번 더 만나고 싶다고 했으니.’
생각은 길지 않았고 이만석은 곧장 전화가 있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여자 부르려는 거지.”
막 수화기를 들려는 그때 뒤에서 안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런데?.”
자신을 바라보는 안나를 향해 이만석이 쓴웃음을 지었다.
“침실은 네가 사용해 난 괜찮으니까.”
오전과 마찬가지로 침실을 안나에게 양보를 해주겠다는 말이었다.
그렇게 다시 몸을 돌려 전화기를 잡으려는데 뒤에서 안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마.”
“응?”
하지말라는 안나의 말에 이만석이 고개를 돌려 쳐다보았다.
아까와 마찬가지로 차가운 얼굴로 바라보는 모습은 여전히 똑같았다.
“지금 나보고 전화를 하지 말라고 한 거야?”
“그래.”
망설임 없이 대답하는 그녀의 말에 이만석이 잠시 동안 눈을 깜박이며 바라보았다.
“하란이와 지나가 한 말 때문에 그래?”
아침 식사 자리에서 하란이와 지나가 한 말에 대해서 그러는 건가 싶었다.
“그것 때문이라면 신경 쓰지 않아도 돼. 마음을 주거나 하는 게 아니라 말 그대로 서로 즐기는 것 뿐이니까.”
그러고는 다시 몸을 돌려 전화기를 집어 들었다.
“이집트에서 했던 그 말 아직 유효해.”
“방금 뭐라고 했어?”
순간 이만석은 자신이 잘 못 들었나 싶어 그대로 고개가 다시 안나에게로 돌아갔다.
“그날 호텔에서 너에게 했던 그 말... 아직 유효하다고.”
수화기를 들고 있는 상태로 이만석은 또 다시 잠시 동안 안나를 바라보았다.
지금 그녀가 자신에게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고나 있는 것일까.
“유효하다는 게 설마 내가 생각하는 그건 아니겠지?”
“맞아.”
무미건조한 음성으로 대답하는 안나의 말에 이만석은 순간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이제 보니 말만 늘어난 게 아니라 농담이라는 것도 할 줄 알게 된 것 같군.”
그것에 대해서라면 이미 끝낸 뒤였다.
물론 시리아에 갔을 때 안고 싶을 때 안겠다고 하긴 했지만 그에 대해선 이미 확실하게 거절을 했었고 거론하지 않기로 했었다.
“내 말이 농담으로 들려?”
실없는 웃음을 터트리는 이만석을 향해 안나가 되물었다.
예나 차가운 표정을 짓고 있는 그녀의 입가엔 웃음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었다.
목소리에서도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특유의 무미건조함도 여전했다.
“그 건에 대해선 이미 끝난 일이다. 농담이 아니라 진심이라고 해도 그건 정리 된 거다.”
그러고는 이만석이 몸을 돌려 번호 1번을 눌렀다.
그러자 잠시 동안 신호음이 가는 듯 하더니 곧이어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배인입네다. 시키실 일이라도 있으십네까?]
“별거 아니야.”
막 여는 그때 어느새 옆으로 다가온 안나가 꺼짐 버튼을 눌러버렸다.
“이게 뭐하는 짓이야?”
마음대로 버튼을 눌러버린 안나의 행동에 이만석이 기분 나쁘다는 듯 나무랐다.
“너는 그럴지 몰라도 나는 아니야.”
“뭐가 아니라는 소리지?”
“엔더슨에 대한 거래조건으로 넌 아무것도 받질 않았어.”
“그래서 네가 내 비서로 제의를 받아 들였잖아.”
“그건 거래 성립이 될 수 없어.”
순간 이만석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그래서 뭐? 지금 이 자리에서 거래 성립을 위해서 널 안아라 이 말이야?”
어떻게 보면 황당할 수도 있는 말을 하고 있는 이만석도 방금 자신이 한 말에 대해서 어이가 없었다.
제대로 거래가 끝나지 않았으니 여기서 해결보자는게 참으로 웃기는 일이었다.
이만석은 이미 그날 스스로 거절을 했고 그 건에 대해선 통을 쳐버렸다.
“그래.”
이런 황당한 말에도 안나는 여전히 차가운 표정을 고수하며 그렇다는 대답을 했다.
“거절하지.”
“너 즐기고 싶다며.”
“그것과 이건 별개다.”
“내가 눈에 차지 않아?”
“뭐?”
“아니면 내가 무뚝뚝해서 그래?”
이만석의 안나의 질문에 뭐라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그녀의 이런 적극적인 모습은 처음이었기 때문이었다.
‘갑자기 애가 왜 이래?’
침묵을 고수하며 단 답만을 하면서 차가운 모습으로 일관되게 일정한 거리를 두던 그녀가 이런 모습을 보이니 이만석으로서도 조금 당황스럽지 않을 수 없었다.
“내 성격 때문이라면 어쩔 수 없어. 이게 나니까.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이유를 말 해봐.”
“뭔 이유씩이나 들먹여?”
“내 외모가 별로야?”
“너 정도면 빠지는 외모는 아니지.”
“그럼 뭐가 문제지.”
직설적으로 똑바로 눈을 쳐다보며 말하는 안나의 시선이 이만석이 한 숨을 내쉬며 머리를 긁었다.
“됐다. 전화 안 할 테니까. 여기서 관두자."
그러고는 들고 있던 수화기를 다시 원래 자리로 내려놓았다.
“이제 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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