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대에 나만이 유일한 마법사가 되었다-650화 (650/812)

〈 650화 〉 650화 대업

* * *

“그, 그분은 사람이 아닙네다. 그런 존재가 사람...일 리가 없습네다.”

최고인민회의장은 순식간에 여기저기서 이만석에 대한 두려움을 성토하는 장으로 바뀌어버린 것이다.

당연히 그 일을 겪고도 이만석이 사람으로 보일 수가 없는 일이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김종일은 이간의 공포가 극에 달하면 어떻게 변하는지를 알게 되었다.

대의원들 중에서는 같은 소리를 반복 하며 벌벌 떨고 있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멍하니 앉아 있는 이들도 있었다.

파랗게 질린 얼굴로 두려움에 떠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허공에 대고 절을 하는 이들도 있었다.

북한은 종교의 자유를 허용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종교에 대해서, 신에 대해서 모르지는 않았다.

지금까지 무신론자로 살아온 이들이라고 해도 이만석을 경험하고 난 뒤로는 그 생각이 바뀐 이들이 많아 진 것 같았다.

신은 정말로 존재할지도 모른다고, 설화 속에 나오는 인간의 형상을 한 악마는 실제로 존재했다고 말이다.

그들에게 있어 이만석은 인간을 넘어선 또 다른 존재일 수밖에 없었다.

‘다 끝났어.’

단상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는 김종일이 느낀 것은 끝없는 절망과 허탈함이었다.

이들의 태도에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확실하게 알 수가 있는 것이다.

북한을 이끄는 실질적인 수뇌부들이 이렇게 패닉에 빠져 두려움에 떨고 있는데 이 상황에서 도대체 뭘 할 수가 있단 말인가.

그리고 그렇지 않다고 해도 그에 대한 불결한 생각만 해도 바닥에 쓰러져 사지가 뒤틀리는 끔찍한 고통을 경험하게 되는데 뭘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북한이 바라는 진정한 통제가 아이러니 하게도 이만석을 통해 실현이 되었고 자신들이 그 희생양이 되어버린 상황이었다.

행동도, 생각도, 그리고 죽는 것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말 그대로 완벽한 통제.

이만석은 그걸 간단하게 그것을 실현시켜보였다.

드러난 효과는 가히 엄청나다는 말로 부족할 정도였다.

그런 상황에서 회의를 가질 수 있을리는 만무했다.

전체가 공황에 빠지지 않도록 다독이고 진정시키는 대만 시간이 허비 되었을 뿐이다.

이만석의 손에서 벗어나겠다. 복수를 하겠다는 생각은 11시가 넘어가는 시점에 완전히 머릿속에서 지워져 버렸다.

어떻게 알 수 있냐고 한다면 그 증거로 더 이상 사지를 뒤트는 이들이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라 할 수가 있었다.

거기서 이미 그런 분위기가 형성되고 암울한 상황에서 종료가 났는데 위원장실로 돌아와 혼자 고민을 한다고 해도 나오는 게 있을 리 없었다.

“어떻게 할 참인가.”

그런 상황에서 이렇게 류경 호텔로 찾아온 이유가 바로 이만석이 앞으로 하려는 일에 대해서 물어보러 온 것이었다.

속된 말로 수작질을 끝내려 한다고 했으니 체제를 무너뜨리겠다는 얘기였다.

그렇다는 것은 덤이라고 했지만 결국엔 통일을 이루겠다는 말인데 그 방법에 대해서 물어보는 것이다.

“나를 포함해 수뇌부들을 거르고 살려준 이유를 알고 싶어 물어보는 거네.”

급변사태를 바라지 않는다고 했으니 그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유추는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김종일은 이만석을 정상적인 인물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는 지금 혼자만의 생각은 상당히 위험한 행위였다.

“포기했나?”

“......”

이만석은 반대로 김종일에게 물음을 던졌다.

“빨라도 내일쯤에나 이와같은 반응이 나올 것이라 생각했는데 말이지.”

북한에서 왕처럼 군림해온 사람이 김종일이니 자신이 가진 권리에 대해서 상당한 집착을 가지고 있을게 뻔했다.

그런데 의외로 저런 말을 하니 이만석은 그에 대해서 물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다 끝났네. 모두가 그대를 두려워하고 있는데 내가 뭘 할 수 있단 말인가.”

두려움이 있다고 해서 전쟁을 치룰 수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문제는 시도조차 해볼 수 없게 되어버린 현실에 있었다.

허튼 생각만 해도 바닥에 쓰러져 발광을 떠는데 뭘 해볼 수 있겠는가.

그것도 한 두 명이 아니라 참석해 있는 모두가 다 그런데 말이다.

“거기다 난 길어봐야 네년을 넘기기 어렵네.”

“보니까 그리 좋아진 것도 없더만.”

“......”

선전을 통해 건강이 상당히 호전 되었다 건재하다는 등 지방시찰을 하는 모습도 보여주면서 대외적으로 과시를 했지만 이만석은 김종일을 안색을 보고 그의 몸이 상당히 좋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옅은 화장을 해서 혈색을 좋게 했다고 하지만 몸에서 나오는 생명의 기운에 파장도 약해져 있어 바로 알아 차렸다.

“그래서 포기했다?”

“약으로 겨우 생명을 여명하고 있을 뿐이네.”

아무리 강한 권력을 가졌다고 해도 피할 수 없는 것이 생노병사였다.

어떤 의사과 와도 이미 망가질 대로 망가진 그의 몸을 치료하기 어렵다고만 했고 이대로 쓰러져도 전혀 이상할 게 없는 몸이라 했다.

후계구도를 어느 정도 갖추는 것을 목표로 잡고 여기까지 온 김종일이었지만 이제 그마저도 끝나버렸으니 남은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었다.

“내가 당신을 살려준 이유는 단 하나다.”

“......”

“수작질을 완벽히 끝내고 성공적인 통일을 하는데 당신 손으로 제자리로 돌려놓으라는 것.”

즉 스스로 체제를 끝장 내버리라는 말이었다.

‘잔인하구나.’

예상은 했지만 실제로 이에 대해서 얘기를 듣게 되니 김종일은 가슴이 미어져 오는 것을 느꼈다.

스스로의 손으로 체제를 무너뜨리라는 것은 곧 북한의 군림하는 자에서 자신에게 진정으로 충성을 했던 이들에게 역적이 되어 무너뜨리라는 소리였다.

“그 자리에 참석했던 이들은 다 당신의 우군이 될 테니 어렵지는 않을 거야. 다만 그에 대해서 반기를 드는 자들을 색출해 내가 한 것처럼 숙청을 해야겠지.”

“날 위해 충성을 하는 자들을 처형시키란 말인가.”

“그자들이 곳 걸림돌이니 당연히 제거되어야지. 그리고 진정으로 충성을 하는 지방 각지에 있는 간부들에 대한 명단은 가지고 있을 것으로 알고 있는데 틀렸나?”

“......”

물론 김종일도 알고 있었다.

그저 강압적으로 무서워서 따르는 자와 진정으로 충성을 하는 자들에 대해서 분류를 하고 대우를 해주었다.

“그대는 나보고 역적이 되라는 소리를 하는구나.”

“충분히 호의호식을 했으니 생을 마감하더라도 제대로 일 한 번 하고 가야지.”

조소를 지으며 말하는 이만석의 얘기에 김종일은 등골이 서늘해지는 것을 느꼈다.

‘위험한 것을 넘어 무서운 자야.’

체제 안정을 위해 자신을 따르는 충신들에게 대놓고 비수를 꼽아라 말하고 있으니 참으로 잔인했다.

찹찹한 심정으로 입을 열지 못하는 김종일을 보면서 이만석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것 말고도 당신이 할 일은 더 많아.”

“뭔가.”

자조석인목소리로 말하는 김종일에게 이만석이 여기에 찾아온 본론을 꺼내었다.

“남북정상회담.”

“정상회담?”

“김현수 대통령과 만남을 가져줘야겠어.”

“나보고 국제사회에 다가 정치적 쇼를 하라는 말인가?”

“쇼가 아니라 국가의 미래가 바뀌는 일이지. 그걸 시작으로 남북의 운명이 새롭게 변하는 계기가 되는 거야.”

“......”

말이 없는 김종일의 모습에 이만석이 눈살을 찌푸렸다.

“설마 하지 않겠다거나 하는 그런 말을 하는 건 아니겠지?”

“알겠...네.”

“당연히 그래야지.”

그 후로 이만석은 김종일에게 그전에 분위기가 형성이 되어야 하니까 고위급 회담에 대해서 얘기를 나누었다.

주로 이만석이 자신의 의견을 애기하고 김종일은 그에 대해서 듣기만 할 뿐이었다.

이만석이 나가고 순식간에 수뇌부가 무너지고 절망에 빠지는 모습을 지켜본 것이 타격이 너무나 컸을까.

얘기를 듣고 있는 그의 몸이 힘이 없고 상당히 왜소해 보였다.

“오빠가 왜 전화를 받지 않을까요?”

저녁 5시가 넘어서 집에 돌아온 하란이 지나를 향해 그렇게 물음을 던졌다.

“저도 걸어보니까 받지를 안 던 걸요?”

“일이 바쁜걸까요.”

“아무리 그래도 지금 이 시간 까지 전화 한 통화를 받을 수 없는 게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역시 그렇죠?”

지나의 말에 하란이도 동감을 하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대화를 나누고 있는 사이 도어락 비밀번호를 누르는 소리가 들리더니 문이 열렸다.

“언니 다녀왔어요?”

정장 차림의 차이링이 하이힐을 벗고 들어서는 차이링에게 하란이 인사를 건넸다.

“응... 거기 서서 둘이서 뭐하고 있었어?”

“잠시 얘기 좀 나누고 있었어요.”

“애기?”

“응.”

고개를 끄덕인 지나가 하란이와 무슨 얘기를 나누고 있었는지 대해서 말해주었다.

“그러고 보니 좀 이상하네?”

“그렇다니까.”

“오빠에게 무슨 일 생긴 거 아닐까요?”

“설마요.”

하란이의 말에 지나가 그럴리 없다는 듯 말했다.

“비즈니스를 하다보면 연락이 안 되고 할 수도 있는거지 뭐.”

“언니는 걱정이 안 돼?”

“나야 왜 걱정이 안 되겠어. 나도 걱정 되지. 다만 그이도 남자고 하는 일이 그런 쪽이니 남자들 끼리 모여서 진탕하게 놀고 있겠지 뭐.”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