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48화 〉 648화 대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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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둘 중에 한 명을 택하라면 중국에 영향을 많이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장남인 김정철 보다 그래도 냉정한 성격에 고집도 있어 보이는 김종은이 그나마 좀 더 괜찮아 보이긴 했지만 결정을 내리는 게 쉽지가 않았다.
후계자를 정하고 대를 잇게하는 건 그만큼이나 신중하게 결정을 내려야 할 사안인 것이다.
그래도 이대로 계속 시간을 끌 수 없는 노릇이고 자신이 살아 있을 때 빨리 후계자를 정해야 했는데 결국엔 이대로 가면 김종은을 택할 수밖에 없을 것 같았다.
헌데 지금 그것이 전부 틀어져 버리고 말았다.
‘어디서 그런 자가 튀어나왔는지...’
이만석에 대해서 생각만 하면 막막한 심정만 더 들 뿐이었다.
갑자기 아무도 없던 무대에 순간이동을 한 것처럼 갑자기 눈앞에서 나타난 것만 해도 놀라운 일이건만 그 후에 보여준 것들은 충격을 넘어 큰 두려움을 안겨주었다.
사람이 할 수 없는 그런 일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그 능력들은 분명히 초능력이라 불리는 비현실 속에 힘이 분명했다.
속임수나 마술이 아니라 실제로 초능력을 눈앞에서 사용을 한 것이다.
그리고 그 능력은 상상 했던 것 보다 더 엄청났다.
수류탄의 배 이상의 힘을 낼 것 같은 타오르는 머리통만한 불공을 만들어 내는 것은 물론 어떻게 한 것인지 몰라도 몸을 움직이지 못하게 경직 시키고 말도 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것도 한 두 명이 아니라 600명이 넘어가는 그 만은 이원 전체를 속박한 것이다.
이어서 함께 나타난 여인의 망설임 없는 총질에 경호군들이 당하고 리왕식 소장과 감참진 인민무력부장을 총살 시켰다.
그때가지는 그들이 돌이킬 수 없는 일을 저질렀다고 생각했다.
헌데 이어서 이만석이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서 권총을 꺼내 들더니 적대감을 드러냈던 이들을 반란분자라 칭하며 즉결처분을 해버리는 것이 아닌가.
허나 그 후에 벌어진 살생이 비하면 그것도 약과였다.
갑자기 앞으로 나선 여인이 등 뒤 허리춤에서 권총 하나를 더 꺼내 들더니 사정없이 방아쇠를 당기며 수십명을 총살시켜 버렸다.
모두가 하나 같이 적대감을 보였던 이들이라는 것이다.
그게 죽을 수밖에 없는 이유라 했다.
상당히 독선적이라 할 수 있었다.
이어서 둘이서 나누는 대화에서 김종일은 이들이 정상인이 아니라고 생각을 해버렸다.
그들을 죽인 것에 대한 한 점의 흐트러짐도, 불편한 기색도 없어 보였기 때문이었다.
한점의 흔들림이 없다는 것, 그 자체가 빈틈이 없다는 걸 말해주는 것이다.
그러나 충격은 그게 다가 아니었다.
이만석의 몸에서 나온 회색의 안개가 시신들을 하늘로 띄우는 기괴한 관경을 연출하더니 그대로 미라로 만들어 가루로 화해 없애 버렸다.
바닥에 낭자한 피와 살점, 그리고 뇌 조직들과 구토와 오물들을 순식간에 깨끗이 치워버리는 진풍경도 연출했다.
그리고 몸에서 나온 안개들은 순식간에 흡수 되듯 빨라 들어왔고 그 직후 금제니 족쇄니 하면서 벗어나지 못 할 것이라 했다.
이어 움직이지 못 하게 나머지 사람들을 전부 푸러주자 너나 할 것 없이 말은 할 수 없지만 동요가 일어나고 그중에 100명이 넘어가는 인원이 바닥에 쓰러져 학질에 걸린 사람처럼 떨면서 사지를 비틀어대었다.
도망가던 사람들도 몇 발자국 가지 못하고 픽 하고 쓰러져 버렸고 가만히 지켜보던 이들 중에도 쓰러지며 몸을 덜덜 떨어대었다.
왜 그런지 알 수 없었지만 이만석의 얘기를 들은 후 그들이 왜 그럴 수밖에 없는지 알게 되었다.
상황이 종료되고 이만석이 계속해서 최고인민회의를 이어가라 말하고 강수복과 함께 나갔지만 그 후로도 사지를 뒤트는 이들이 계속해서 속출하여 절망감만 더욱더 키워갈 뿐이었다.
그렇게 뭐 하나 제대로 이루어 진 것 없이 회의를 끝내고 만수대 위원장실로 돌아온 김종일은 심각한 얼굴로 앉아 있었다.
‘정녕 벗어날 방법이 없단 말인가.’
아무리 생각하고 강구해 보아도 방법이 없었다.
조금이라도 잘 못 된 마음을 먹게 되면 바로 바닥에 쓰러져 사지를 비틀어 되니 이건 정말로 벗어 날 수 없는 저주에 걸린 것 같았다.
순간 심장부근이 강하게 아려오는 것 같아 손으로 대며 천천히 호흡을 고른 김종일이 마음을 안정시키려했다.
‘초능력...’
설마하니 그런 미지의 능력이 실제로 존재 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영화나 소설에서나 나올 법한 능력이지 않은가.
실제로 그런 능력이 있었다면 제일먼저 개발하고 초능력자들을 키웠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에 그러한 능력자들이 존재하지 않기에 영화에서나 나온다.
그런데 허구가 아닌 현실에 초능력자가 있음이 증명되었다.
그것도 너무나 잔인하게.
지금 와서 그에 대해서 연구를 하지 않은 것이 후회스러웠고 해봤자 늦은 뒤였다.
물론 연구를 해도 그런 능력이 발현 될 수나 있을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쉬우면 벌써 초능력자들이 활개치고 다녔다.
“강수복이 오라고해.”
다시 인터폰 버튼을 누른 김종일이 이만석을 류경호텔로 안내 했을 강수복을 호출시켰다.
그렇게 약 10여분이 흘렀을까. 노크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더니 무수히 많은 훈장을 왼쪽 가슴에 부착한 60대 남자가 안으로 들어와 김종일에게 경례를 올렸다.
“여기 앉아.”
“예, 지도자 동지.”
걸음을 옮겨 소파에 몸을 앉힌 그가 김종일을 바라보았다.
“호텔엔 잘 안내해 주었어?”
“아무 사고 없이 무사히 안내해 드렸습네다.”
“따로 일은 없었고?”
“제 군관을 올려 접대를 해드렸습네다.”
“접대에 강수복 동지 군관을 올렸다고?”
“삼삼한 애로 골라서 올리려고 했는데 직접 지원을 하기에 제가 허락을 했습네다.”
“누구지?”
“황주화 대위입네다.”
“황주화라면 2군단장 황인승 대장 동지의 여식이 아닌가.”
“그렇습네다.”
“그런데 직접 접대를 하러 올라갔다고?”
“아무래도 그분의 외모를 보고 호기심이 일었던 것같습네다.”
이만석에 외모에 대해서 생각해보면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디까지 얘기를 해주었나.”
“지도자 동지를 모시듯 한 치의 실수도 없이 잘 모시라 하였습네다.”
“그랬군.”
조금이라도 잘 못 해 기분이 상했다가 무슨 사고가 또 벌어질지 알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방은 특실로 내주었겠지?”
“예, 지도자 동지.”
특실이란 한 나라의 정상급이니 특별한 귀빈들이 머물 수 있는 방이었고 강수복이 그 방으로 안내를 해주었다고 말한 것이다.
그렇게 잠시 동안 생각을 하는 듯 하던 김종일이 다시 입을 열었다.
“이만 물러가도 좋아.”
“예!”
자리에서 일어난 강수복이 김종일에게 경례를 올린 후 그렇게 위원장실을 나갔다.
“답답하구나...”
한 숨이 절로 나오는 순간이다.
“뭐? 그게 사실인가?”
정인철 회장이 상당히 놀란 표정을 지으며 차이링을 바라보았다.
“네... 사실이에요.”
수줍은 얼굴로 다소곳하게 말하는 그녀의 모습은 전형적인 새색시의 그런 모습이었다.
“허허허... 이런 경사가 다 있나......그 친구가 결국엔 일을 냈구만 일을 냈어.”
믿기지 않는 다는 듯 웃음소리를 낸 정인철 회장이 차이링의 아랫배를 바라보았다.
미끈한 몸매에 날씬한 체형을 유지하고 있는 그녀의 모습은 임신을 했다기엔 전혀 달라진 것이 없었다.
“이제 5주차라서 아직 티가 나지는 않아요.”
“그렇구만...”
대답을 하고서도 신기하다는 듯 자신의 배를 바라보는 정인철 회장의 모습에 차이링이 다시 입을 열었다.
“아이참 회장님 그렇게 뚫어 저라 바라보면 저 부끄럽잖아요~”
“이런 내가 실례를 했어.”
“아니에요.”
“그동안 속이 안 좋다고 하더니 그럼 그것이 결국엔 입덧이었다는 말이었군?”
“그랬나봐요.”
“허허허... 놀랍구나 놀라워.”
차이링이 저번 주부터 식사를 잘 하지도 못하고 과일이나 간편하게 허기를 채우는 것으로 대체 한다고 했었다.
소화제를 먹어도 음식 냄새만 맡으면 울렁거린다고 하더니 그게 결구엔 입덧이었다.
“그 친구는 아직 모르겠지?”
“병원에 가서 위와 내장 검사만 받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이 소식을 들으면 놀라겠어.”
“아마도 그럴 거예요.”
고개를 숙인 차이링이 조심스럽게 자신의 배를 쓰다듬었다.
‘차이링이 엄마가 된 다니...’
얘기를 듣고도 정인철 회장은 이게 정말인지 믿기지가 않았다.
허나 사랑스러운 눈길로 자신의 배를 쓰다듬는 모습을 보면 임신이 확실한 것 같았다.
‘이렇게 보니 벌써 엄마가 된 것 같구만...’
잠시 동안 그런 차이링의 모습을 바라보던 정인철 회장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할 거야?”
“어떻게 하다니요?”
“그 친구 출장 다녀오면 말해지.”
“그래야죠.”
“두 사람의 관계는 그럼 어떻게 되는 건가?”
“달라지는 건 없을 거예요.”
“없을 거라고?”
“그 사람 아이를 가졌지만 성격으로 봐서는 큰 변화는 없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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