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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에 나만이 유일한 마법사가 되었다-647화 (647/812)

〈 647화 〉 647화 대업

* * *

양주병을 들어 두어 모금 마신 이만석이 비어 있는 잔에 따라 주었다.

“마셔.”

“감사합네다.”

거리낌 없이 가득 따라져 있는 잔을 들고는 고개를 옆으로 돌린 후 단번에 비워버렸다.

다 마신 빈 잔을 탁자에 내려놓은 그녀가 이만석을 바라보았다.

눈빛에 애정이 깃들어 있었다.

“한 가지 질문을 드려도 되갔습네까?”

조심스럽게 말을 건다.

“물어봐.”

이만석은 무심하게 대답했다.

“혹시 존함이 어떻게 되는지 물어보아도 되갔습네까.”

“서민준. 그게 내 이름이다.”

“높으신 존함을 알려주셔서 감사드립네다.”

다시 양주병을 들어서 한 모금 마신 이만석이 그녀에게 반대로 물음을 던졌다.

“내가 어디나라 사람인 줄 알겠어?”

“처음엔 몰랐는데 이젠 충분히 알 것 같습네다.”

“그런데도 충격을 받지 않은 것 같군.”

“충분히 놀랐습네다. 다만... 강수복 동지께서 높여 대하시는 걸 보면 다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을 뿐입네다.”

“내 소관이 아니다 이건가.”

“전 명령에만 따를 뿐입네다.”

고개를 끄덕인 이만석이 다시 입을 열었다.

“더 궁금한 게 있으면 물어봐.”

“남조선사람들은 전부다 서민준동지 처럼 키가 큰 겁네까?”

“다 그런 건 아니지만 나정도 큰 사람들은 제법 있지.”

“말해주셔서 감사합네다.”

“또 물어보고 싶은 건 없나?”

“없습네다.”

“한국은 어떻게 살아가는지 이에 대해서 궁금하지 않아?”

“남조선이 우리 북조선보다 아주 잘 산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습네다.”

“그래?”

“남조선이 잘 산다는 것에 대해서 쉬쉬하는 분위기 이지만 이미 소문이 많이 퍼져 있는 상황 입네다.”

북한이 경제와 국경을 아무리 통제를 한다고 해도 위험을 무릅쓰고 중국에서 밀수를 해오는 사람을 통해 장마담에서 무수히 많은 얘기들과 소문이 퍼져나가고 있는 상황이었다.

한국이 잘산다는 것에 대해서는 이제 숨길 레야 숨길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가고 있었고 그래서 더욱더 공안들이 탈북을 하지 못하도록 통제를 만전을 기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실제로 한국 드라마나 영화역시도 인기리에 장마담에서 거래가 되었는데 들키면 처벌을 받지만 그럼에도 몰래 숨겨놓았다가 연결시켜서 보는 이들이 많았다.

북한에서도 한류바람의 원동력들이 통용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게 잠시간 앉아서 대화를 나눈 후 자리에서 일어난 그녀가 이만석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저에게 모실 수 있는 기회를 주어서 감사합네다.”

이만석이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가 차렷 자세를 하더니 경례를 올린 후 몸을 돌려 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자신을 황주화라 밝힌 그녀가 나가고 혼자 남게 된 이만석이 남은 양주를 벌컥 이며 마셨다.

“샤워나 해야겠군.”

지배인이 알려준 욕실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 옷장 문을 열어 옷을 벗은 뒤, 또 하나의 문을 더 열고 들어서니 최고급 특실답게 5명도 넉넉하게 들어갈 수 있는 원형 욕조에 벽이 아닌 투명한 유리들로 벽을 대신하여 시야가 뻥 뚫려 있는 모습이었다.

90층이 넘어가는 고층이라서 사방이 확 트여 평양의 건물들이나 농경지, 그리고 산이 확 드러나 있었다.

샤워실의 욕조는 자동 시스템으로 되어 있는 것인지 입을 벌리고 있는 석상에서 물이 콸콸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김이 올라오는 것을 보아 뜨거운 물이 분명했는데 반 대 쪽엔 직사각형의 냉탕이 자리해 있어 마음대로 골라 들어 갈 수 있게 해 놓았다.

욕실 크기만 해도 20평은 넘어 보여 왜 이곳이 이 호텔의 특실이라고 하는지 알만했다.

벽에 붙어 있는 샤워기를 틀어 머리부터 발끝까지 간단히 씻겨 낸 뒤 뜨거운 김과 거품에 부글부글 올라오는 원형 욕탕에 발을 담궜다.

“나쁘지 않네.”

딱 좋은 온도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뜨끈뜨끈 한 것이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대체로 만족할 만한 그런 온도로 느껴졌다.

이어서 반대 쪽 발을 담근 후 천천히 앉아 어깨 부근까지 들어가 발을 길게 뻗은 뒤 머리를 기댔다.

한 판 하고 이렇게 뜨거운 물에 몸을 지지니 나른해 지는 것이 상당히 괜찮았다.

원래 뜨거운 물에 탕욕을 자주 즐기는 이만석이어서 이 또한 나쁘지 않았다.

술을 먹고 뜨거운 물에 들어가면 안 되지만 이미 이만석은 몸속에 남은 알콜 들을 전부 모공을 통해 배출한 뒤여서 상관없었다.

“잠시 눈 좀 붙일까.”

몸에 힘을 뺀 이만석이 그렇게 살며시 눈을 감았다.

그렇게 이만석이 뜨거운 탕욕을 즐기는 동안 침실에 있던 안나가 문을 열고 응접실로 나왔다.

“끝났나?”

조용해서 나와 보니 여기에 찾아 왔을 북한 여자는 안 보이고 소파에서 양주를 마시던 이만석도 보이지 않았다.

침실 문을 닫고 나선 안나가 주변을 둘러보다 잠시 서있었다.

‘어딜 간 거지.’

응접실에 없는 것은 확실해 보여 어디로 간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

그러다 자연스럽게 그녀의 시선이 향한 곳은 욕실이었다.

천천히 걸음을 옮겨 욕실로 다가간 안나가 문손잡이를 잡아 돌려 열었다.

그러자 옷장들과 함께 헤어드라이기, 수건 등이 비치되어 작은 세면대와 벽엔 거울이 부착되어 있었다.

이어 오른쪽 끝에 다시 문 하나가 더 있었는데 아무래도 여기서 옷을 벗고 저 문을 열고 욕실로 들어가는 것이라는 걸로 보였다.

안으로 들어선 안나가 망설임 없이 욕실로 향해 문손잡이를 자고 열어 젖혔다.

“음?”

머리를 욕탕에 기댄 채 눈을 감고 있던 이만석이 문이 열리는 소리에 고개를 돌려 바라보았다.

“잠 안 잤어?”

“......”

말없이 자신을 처다 보는 안나의 시선이 이만석이 입을 열었다.

“그렇게 보고만 있지 말고 목욕 하려면 너도 들어와.”

“보이지 않아서 확인하러 왔을 뿐이야.”

작은 목소리로 그렇게 대답한 안나가 다시 열었던 문을 닫았다.

‘싱겁긴.’

고개를 바로 돌린 이만석이 아까처럼 눈을 감았다.

7시부터 시작 된 최고인민회의는 11시가 되어서야 끝이 났다.

이번 5차 회의는 앞으로 펼칠 국가 정책과 국제사회에 대한 대응방안을 모색하려던 자리였지만 이만 그것은 이만석 등장으로 인해 물 건너 가버린 상황이었다.

그런 믿을 수 없는 큰일을 겪고도 회의를 진행 할 수 있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 일이었다.

이만석의 손에 숙청을 당하듯 죽어나간 이들만 해도 수십명인데 아무리 시신을 없애버리고 피와 살점, 그리고 혈 향을 지웠다고 해도 그것이 한 낯 헛것이 되어버리는게 아니었다.

이만석은 계속해서 회의를 진행해라 했지만 11시가 넘어 끝을 낼 때까지 제대로 된 회의는 진행되지도 않았다.

그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이 상황을 어떤 식으로 타개해야 할지에 대해서 대화를 나누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방법이 없었다.

이만석이 사라지고 그에 대한 쓴 소리를 내뱉으려던 이들은 또 다시 사지를 비틀며 학질에 걸린 사람처럼 침을 흘리면서 고통스러워했다.

아무 얘기도 꺼내지 않은 이들도 그와 비슷하게 사지를 뒤틀며 괴로워했는데 알고 보니 안 좋은 생각을 했기에 그렇게 된 것이라고 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더 이상 이만석의 손에서 벗어 날 수 없다는 절망감만이 대의장을 지배해갈 뿐이었다.

최고인민회의를 끝내고 김종일은 5층의 만수대 위원장실 향했다.

의장실 앞까지 보필하며 따라온 장성들과 수뇌부들을 물리고 혼자 안으로 들어선 그는 자리에 몸을 앉자마자 크게 숨을 들이 마시고 내쉬었다.

고혈압에 당뇨병, 그리고 심장 질안 까지 가지고 있는 그의 몸 상태는 방송에 나온 것처럼 그렇게 병색이 많이 호전되어 좋아진 것은 아니었다.

“약 가줘 와.”

소파 옆에 있는 인터폰의 버튼을 누르고 채 1분이 되지 않아 군관 한 명이 물 컵 하나와 약을 접시와 고급스러운 쟁반에 올려놓은 채 들고 안으로 들어왔다.

조심스럽게 건네주는 약을 심장병 약을 입에 넣고 냉수를 들이켜 비운 후 컵을 돌려주고 나가보라는 듯 손짓을 했다.

그러자 경례를 올린 군관이 다시 쟁반을 들고 조심스럽게 위원장실을 빠져나갔다.

“최악의 상황이야.”

대외적으로 자신은 아직 건전하며 국방위원장이자 인민군 대원수로써 이 나라를 이끌러 갈 수 있다고 선전방송을 통해 대대적인 보도도 하고 그랬지만 실질적으로 그의 생명은 길어야 2년을 넘기 힘든 상황이었다.

그래서 빠른 시일 내에 후계자를 내정해야 했는데 아들 김정철과 김종은을 두고 누구로 해야 할지 정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중국에선 은근히 개혁개방 정책 쪽을 바라보고 있는 김영철을 지지하는 것 같았지만 그렇게 되면 중국의 입김이 상당히 강해 질 것을 우려해 선뜻 장남인 김영철에게 마음이 기울지 않았다.

그리고 차남인 김종은은 말수도 적은데다 과묵한 편이고 성격도 냉정한 편이라 무슨 생각을 하는지 도통 알 수가 없어 이 같은 상황에서 김정철에게 기울지 않는다고 김종은에게도 선뜻 후계자로써 내정하기가 쉽지 않았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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