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42화 〉 642화 대업
* * *
‘도, 도대체 이 자는 누구기에 강수복 원수 동지께서 저리 대하는 거네?’
이만은 물론이고 서양인으로 보이는 안나에 대해서도 의문이 아닐 수 없었다.
“네 이번만큼은 넘어가 줄 테니 처신 똑바로 하라우.”
“충!”
군례를 올리는 군관들을 뒤로하고 강수복이 이만석을 향해 다시 입을 열었다.
“절 따라 오시면 됩네다.”
누가 보고 있든 강수복의 머릿속에 이만석은 감히 거역 할 수 없는 절대적인 존재로 각인이 되어 있었다.
이런 일로 체면을 구긴다는 것은 그의 머릿속에 있지도 않았다.
다만 그런 강수복을 지켜보고 있는 군관들은 이만석과 안나를 두고 도대체 이들이 어떤 이들이기에 저렇게 깍듯이 대하는지 의문일 뿐이었다.
한 가지 알 수 있는 건 절대 저들의 비위를 거스르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중앙계단을 다라 아래로 내려가니 천천히 검은색 벤츠 세단이 그들의 앞에 멈추어 섰다.
차량을 대기시키겠다는 얘기를 꺼냈을 때는 군용차량이 설 줄 알았는데 의외로 외제 승용차였다.
항상 군관이 열어주는 뒷좌석에 올라타거나 내리곤 했던 그였지만 지금은 자신이 군관들이 하였던 것처럼 뒷문을 열어주었다.
부동자세로 그 모습을 지켜보는 군관들이 상황이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도리가 없었다.
군부의 권력을 쥐고 있는 핵심 인물들 중에 한 명인 그가 직접 저 멀대 같이 큰 키의 젊은 사내와 역시나 훤칠한 키의 서양인 여자에게 깍듯이 대하는 모습은 가히 충격을 넘어 이게 현실인지 믿기지가 않을 지경이었다.
‘잘 못하다 가족까지 다 극형에 쳐해젔을뻔 했잖네. 다행이야...’
‘큰일 날 뻔했어.’
그 모습을 지켜보는 군관들은 조금전에 강수복이 권총을 빼든 것이 그저 나무라려고 그런 것이 아니라 정말로 자신들의 목숨을 죽이려 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강수복이 저렇게 깍듯이 모시고 대했던 인물은 단 한 사람뿐이었고 그가 바로 북한을 이끄는 지도자이자 국방위원회 위원장인 김종일이었다.
그런데 그와 같이 깍듯이 모시는 모습은 저 두 사람이 김종일과 마찬가지로 상당히 중요한 인물이며 방금 전의 그 일로 자신의 목숨뿐만이 아니라 가족들까지 전부 끝장 날 뻔한 아찔한 상황이었던 것이다.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 없으나 중요한 것은 강수복이 모시는 저 두사람은 절대 눈도 마주쳐서는 안 되는 그런 높은 위치의 사람이라는 뜻이기도 했다.
이만석과 안나가 차에 올라타자 강수복이 조수석의 문을 열고 올라탔다.
‘류경호텔로 가자.’
“예.”
“아주 귀하신 분들이니까니 정신 차리고 운전 똑 바로 해. 알갔어?”
“걱정마십시오, 원수 동지.”
군관이 아닌 직접 뒷문을 열어주는 모습을 보았던 운전관이었다.
조금만 실 수 해도 목이 달아난다는 것을 알고 있는 그는 정신을 똑바로 차리지 않을레야 않을 수 없는 일이다.
“류경호텔이라면 아직 착공중이지 않나?”
“그것이 제작년부터 다시 공사를 진행해서 작년 말 완공을 하였습네다.”
그러면 초에 개장 했다는 말인데 이집트에 있었을 때니 이만석이 소식을 못 들었을만 한 일이다.
“높이만 330m에 지하 4층, 그리고 지상 101층에 우리 북조선에서 제일 높은 건물이자 5억달러 이상 들어간 최고의 호텔입네다.”
“이번에 개장했으면 물건들이 새것이란 소리군.”
“외국에서 들여온 최신 가전제품들에 시설도 좋아 세계 어딜 내놔도 최고라고 자부 할 수가 있습네다.”
1980년대 후반 부터 착공을 진행하다 1990년대 초반에 차질이 생겨 착공이 중단되어 오랫동안 방치 되다가 2010년도부터 다시 진행되어 작년 말에 완공하여 올해 초 개장을 한 것이다.
최고액의 공사비와 돈이 투자되어 지어진 호텔인 만큼 자부심이 나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도착하면 얘기하지.”
“알갔습네다.”
조용히 운전을 하고 있는 운전관의 등에 식은땀이 나며 이마에서도 땀이 맺혀 흘러나오고 잇었다.
‘이 사람들은 도대체 누구지?’
김종일 말고는 강수복에게 이렇게 하대를 할 수 있는 인물은 없는데 지금 그런 일이 눈 앞에서 벌어지고 있으니 경악을 넘어 공포를 느낄 정도였다.
여기서 한 끗이라도 실수를 범했다가 자신은 물론이고 사돈에 팔촌에 전부 끝장 날 수 있다는 얘기였기 때문이다.
강수복의 운전관으로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큰 권력이 따라오는데 그만큼 실수를 했다가 목이 달아날 수 있는 위험한 자리이기도 했다.
상황이 그럴진대 그런 강수복이 저렇게 깍듯이 대하는 사람이라면 이건 숨 쉬는 것도 조심해야 할 판이었다.
그렇게 십여분을 달리자 저 앞에 원뿔 모양의 삼각형태의 높이 솟아 있는 커다란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여러 건물들 사이에서 혼자 우뚝 솟아 있어 101층의 높이가 절로 실감이 났다.
호텔에 다가갈수록 천천히 차량의 속도를 줄였고 호텔로 들어서는 대문을 지나 안으로 들어서 정문으로 다가갈수록 길게 늘어서 있는 호텔 직원들과 소좌 이상의 계급을 달고 있는 군인들이 일렬로 서있었다.
사전에 연락을 받고 나와서 대기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도착했습네다.”
창밖을 길게 늘어서 있는 직원들과 군인들을 바라보고 있던 이만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입단속 철저히 시켜.”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네다.”
조금이라도 잘 못 새어 나갔다가 큰 일이 벌어진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강수복은 이만석이 말하지 않아도 철저하게 단속할 생각이었다.
정문 앞에서 차가 천천히 멈춰서자 가까이 다가온 대좌 계급을 달고 있는 군관이 조심스럽게 뒷문을 열어주었다.
그렇게 문을 열고 내려서는 이만석을 보고 뒷 좌석의 문을 열었던 대좌는 물론이고 다른 이들도 모두 긴장하며 놀란 표정을 지었는데 160대에 키를 가지고 있는 그들로써는 185가 넘어가는 멀대같은 키의 이만석에게 순식간에 이목이 쏠렸다.
이어서 내려서는 안나 또한 170의 키라서 웬만한 군관들보다 더 키가 커 자연스럽게 다시 한 번 놀란다.
물론 거기에 안나가 서양인이라 생각해서 그런 것도 포함이 되어 있었다.
‘거 애미나이 진짜 이쁘구만 기래...’
‘선녀가 따로 없어...’
‘어떻게 저리 고울 수가 있을까.’
안나를 보고 신기한 것도 신기하지만 군관이나 남자 직원들은 모두 안나의 외모에 감탄사를 터트렸다.
그와 함께 여자 직원들은 이만석에게서 시선을 때지 못 하고 있었는데 멀대 같이 길게 뻗은 키도 키지만 시원한 이목구비에 호남형의 잘생긴 얼굴에 자연스럽게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은 물론 절로 시선을 빼앗겼다.
이만석이 내려설 때 조수석의 문을 열고 나서는 강수복을 향해 군관들이 모두 구령에 맞춰 경례를 올렸다.
“충!”
고개를 한 번 끄덕이는 것으로 경례를 받은 그때 40대 중반의 깔끔한 차림의 중년인이 강수복에게로 다가왔다.
“어서오시라요, 강수복 동지.”
“호텔은 잘 관리되고 있갔지?”
“물론입네다. 최고의 서비스를 위해서 열심히 직원들 교육을 시키고 철저한 관리를 하고 있습네다.”
“최고의 호텔에 걸맞게 지배인으로써 철저히 해야 한다는 걸 명심해야해 알갔어?”
“최선을 다하갔습네다!”
고개를 끄덕인 강수복이 다시 입을 열었다.
“안내해.”
“예.”
앞서 걸어가는 호텔 지배인을 두고 강수복이 다시 이만석을 바라보았다.
“그럼 가시지요.”
이만석과 안나가 강수복을 함께 일렬로 늘러서 있는 직원들과 군관들을 지나 호텔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회전문을 지나 안으로 들어서니 한 편엔 마련되어 있는 라운지와 안내데스크, 중앙에 시원한 물줄기가 솟구치는 분수대가 설치 되어 있어 보는 이로 하여금 더위를 가시게 해주는 듯 했다.
호텔 내부를 보면 여느 고급호텔과 다를 것 없이 깔끔하게 잘 되어 있었는데 대만 다른 점이 있다면 호텔 내부가 횡 했고 손님들이 눈에 띄지 않는 다는 것에 있었다.
“손님은 아무도 없나?”
이만석의 물음에 강수복이 눈 짓을 주조 지배인이 긴장 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손님을 받는 날이 정해져 있습네다. 보통은 평일 날에 머물지 아니하고 주말에만 받는데 내년부터 평일 날에도 받기로 되어 있습네다.”
“이유가 뭐지.”
“그것이 완벽히 전력난이 해결 된 상태가 아니어서 시일이 걸리고 있습네다.”
류경호텔은 개장을 했지만 층수에다 에어컨, 그리고 건물 전체가 소비하는 전력의 량이 적지가 않아 특별한 날이 아니면 평일에 손님을 받지 않고 있는 상황이었다.
북한의 전력난에 대해선 이미 티비로 통해 몇 번 본적이 있는 이만석이어서 더 이상 이에 대해서 묻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로비에서부터 시작해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빵빵하게 틀어져 있는 것을 보면 확실히 전기를 많이 사용하긴 할 것이었다.
“귀빈들을 모시는 특별한 방이 준비되어 있사온데 그곳으로 모시갔습네다.”
그렇게 지배인의 안내에 따라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끝층인 27층의 버튼을 누르자 잠시 후 문이 닫히더니 서서히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엘리베이터를 갈아 타야 하나보군.”
“층수가 층수인지라 끝 층 까지 올라 가려면은 3번 정도 갈아타야 합네다.”
고개를 끄덕인 이만석이 몸을 돌려 투명 유리로 된 밖을 바라보자 평양전경이 한 눈에 다 들어왔다.
높은 빌딩들과 꽉막힌 도로에 바쁘게 돌아가는 한국의 서울과 다르게 북한의 수도인 평양은 빌딩은 눈에 띄었지만 그렇게 층수가 15층이 넘어가는 건물들이 잘 눈에 띄지도 않았고 도로는 황량하기 그지없었다.
한 나라의 수도 치고는 참으로 분위기가 삭막하다는 느낌이 날 정도였는데 통제된 사회의 한 단면을 보는 것 같아 별로 좋은 모습은 아니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