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41화 〉 641화 대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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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하늘로 떠오르는 시신들을 보면서 학질에 걸린 사람처럼 부들부들 떠는 사람들이 속출하기 시작했다.
죽은 시신들이 피를 흘리며 공중에 떠올리는 모습은 가히 공포영화의 한 장면을 넘어 기괴하기 짝이 없었다.
뒤통수가 터져나간 시신에게서 머리가 뒤로 젖혀지면서 곤죽이 된 뇌가 밖으로 흘러나와 땅으로 떨어져 뭉개졌을 때 여기저기서 토악질을 해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우웨액!”
“웩!”
후두룩!
너무나 끔찍한 관경에 비위가 약한 이들은 그대로 고개를 숙여 구토를 해댔다.
뒤통수가 터져나간 시신들이 천장으로 떠올라 있는 상황에서 그 사이로 흘러나온 남은 뇌들이 바닥에 떨어져 뭉개질 때마다 그걸 보지 않으려 고개를 돌리는 이들이 많았다.
저런 모습들을 보고 구토를 하지 않는게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너무 끔직했다.
수십 구의 시신이 떠올라 피와 살점, 그리고 뇌를 바닥에 흘리며 떠 있는 이 상황은 여기가 만수대 대의장이 아니라 말 그대로 지옥 그 자체였다.
혈 향이 가득 매우고 천장에 떠오른 시신에서 덜 빠져 나간 피가 흘러내려 바닥에 쏟아진다.
이러한 상황을 보게 될 것이라 이 자리에 있는 이들중에 이러한 일이 생길것이라 알았을까.
목구멍에 구멍이 뚫린 이들의 입과 코, 그리고 목에서 붉은 선혈을 사정없이 내뱉고 있는 것이다.
“보기 흉할 테니 정리해주마.”
무심한 목소리로 대답한 이만석의 말이 끝나는 순간 회색의 안개들이 몸 전채를 감싸기 시작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전부다 감싸버린 것이다. 그 순간 놀라운 일이 눈앞에서 벌어지기 시작했다.
시신의 발부터 시작해서 서서히 검은색으로 변하더니 몸이 미라처럼 말라비틀어져 가기 시작한 것이다.
털썩!
김종일의 다리에 힘이 풀렸는지 단상의 바닥에 저도 모르게 주저앉고 말았다.
시선은 공중에 떠 있는 시신들에게 향해 있었으며 바닥에 주저앉은 김종일에게 신경을 쓰는 사람은 없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수분이 사라지고 완전히 말라서 미라가 되어버린 시신으로 탈바꿈 되었을 때, 또 다시 놀라운 일이 눈앞에서 벌어졌다.
빠삭!
발 부분이 금이 가는 소리와 함께 서서히 부셔지기 시작한 것이다.
스으으!
그것은 몸 전체로 올라갔고 이어서 발끝부터 서서히 가루로 변하더니 주변으로 흩날리듯 날아가 버린다.
아래에서부터 시작된 가루는 점점 위로 퍼지기 시작했고 종래엔 모든 미라로 변한 시신 들이 바스러져 가루로 변하며 흩날리기 시작했다.
모든 시신들이 재가 되어 사라지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하지만 공중에 떠다니는 재들은 여전히 남아 있었는데 그것이 입으로 들어 갈 까봐 서둘러 코와 입을 막는 이들이 있었다.
“가루도 정리해야지.”
이만석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분진처럼 떠다니는 가루들이 한 순간에 불꽃이 튀기며 소멸하듯 사라져버린다.
그렇게 모든 시신들이 재가 되어 사라지는데 채 3분이 걸리질 않았다.
“대회장이 더럽군.”
대의장, 또는 대회장이라 불리는 이곳은 천 명 이상의 수용인원을 들일 수 있는 상당히 크고 넓은 회의 장소였다.
하지만 이 넓은 곳도 피와 구토로 뒤섞이니 밀폐된 공간이라 짙은 피 냄새와 쌉싸래한 구토냄새가 다 섞여 상당히 공기가 좋지가 않았다.
시신들을 처리한 이만석은 곧장 클리너 마법을 시전 했다.
그러자 더럽혀진 바닥과 남은 오물, 그리고 곤죽이 되어 떨어져 흩어진 뇌 조직들이 깔끔하게 사라지며 순식간에 깨끗해졌다.
그 뿐만이 아니라 탁한 공기를 순환시키는 것 또한 잊지 않았다.
시신이 정리가 되고, 피와 구토, 그리고 흩어진 뇌 조직들이 사라진 것도 모자라 짙은 혈 향과 역겨운 냄새들이 다 사라지니 마치 아무 일도 일어난 것 같지 않은 그런 모습으로 돌아가 버렸다.
다만 달라진 것이 있다면 이곳에 참석해 있는 인원들의 표정과 행동, 그리고 수십 개의 빈자리만이 처음과 달라진 점이라면 달라진 점이었다.
“위원장.”
“나, 날 말하는 겐가.”
“그럼 위원장이 당신 말고 누가 있어.”
김종일이 저도 모르게 마른 침을 삼켰다.
“최고인민회의 예정대로 계속해 진행시켜.”
“......”
“사라진 인원은 예전부터 늘 하던 대로 숙청을 하였다고 보도해.”
“......”
“당신은 나중에 나하고 따로 만나서 얘기를 나누지.”
모두가 이만석을 두려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가운데 손가락이 튕구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제 다시 말 할 수 있을 거다.”
대화를 할 수 있게 사일런스 마법을 풀어주었다.
허나 그 누구도 입을 열어 말을 하지 않고 꼭 다물고 있었다.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이들 중에 이만석에게 반항을 하는 것도, 거역을 할 말한 이들은 아무도 없었다.
끔직한 일을 경험하고, 믿을 수 없는 충격적인 일을 연이어 목격한 지금, 더 이상 그들의 눈에 이만석은 남한에서 올라온 북파공작원이나 암살자가 아니었다.
말 그대로 사람으로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이런 일을 겪어도 사실 인간이라 생각한다는 것 자체가 웃기는 일이다.
“뭐해?”
이먼석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무, 뭘 말인가.”
“직원을 불러서 그때까지 최고급 호텔로 안내해야 할 거 아니야.”
살벌하게 변하는 이만석의 표정에 기겁을 한 김종일이 서둘러 눈치를 주었다.
그러자 맨 앞줄의 중간에서 오른편 세 번째에 앉아 있는 60대 중반으로 보이는 남자가 자리에서 일어나 이만석에게 향했다.
“제, 제가 안내해 드리갔습네다.”
고개를 끄덕인 이만석이 다시 흘러가듯 말했다.
“내 신원이 밖으로 나가는 순간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벌어질 테니 알아서 하는 게 좋을 거야.”
알아서 언론이나 통제를 잘 하라는 말이었다.
"거, 걱정하지 말게."
이 상황에서 무엇을 거역 하겠는가.
김종일은 그리하겠다는 대답만을 할 뿐이었다.
이에 대해서 누구하나 건방지다거나 무례 하다고 호통을 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이 순간 부로 그들이 눈치 봐야 할 사람의 위치가 김종일이 아닌 이만석으로 바뀌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를 따라 대의장을 나서는 이만석의 뒤로 안나가 말없이 따랐다.
이만석이 무대를 빠져나갈 때까지 아무도 숨소리조차 내지 않고 가만히 지켜보기만 했다.
그렇게 이만석이 나가고 나서도 한 동안 아무런 대화도 오고가지 않았다.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이냐...’
김종일의 가슴에 절망감이 내려앉았다.
대의장을 나서는 순간 입구를 지키고 있던 인민군들이 큰 소리로 군례를 올리며 인사를 해왔다.
허나 그것도 잠시, 처음 보는 인물인 이만서과 안나를 보며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간나 새끼들 눈 깔지 못해?!”
호통 소리에 기겁한 인민군들이 서둘러 시선을 내리 깔았다.
“죄송합네다.”
이만석이 말없이 고개를 끄덕여 주자 눈치를 보며 다시 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복도를 나아가는 새 사람을 보면서 경계를 서고 있던 인민군들은 상황에 어떻게 돌아가는지 몰라 파랗게 질린 얼굴로 당황만 할 뿐이었다.
“이름이 어떻게 되나.”
“제, 제 이름 말씀입네까.”
이만석이 대답이 없이 서둘러 자신의 이름을 말했다.
“강수복이라고합네다.”
“직위와 계급은.”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자 제1군단과 수도방위군을 통솔하고 있습네다. 계급은 원수입네다.”
“원수?”
“예, 예...”
“통수권자 아래로는 대장이 제일 높은 직위가 아닌가?”
“그것이 남조선과는 직위체계가 좀 다릅네다. 장성급 말고 그 위에 원수들이 있으며 지도자 동지는 대원수로 생각하시면 됩네다.”
그렇다면 군 지휘부 내에서도 김종일 다음으로 높은 위치에 올라 있는 자라는 말이었다.
실질적으로 김종일 집안 식구들을 제외하면 제일 높은 위치에 있는 자라는 소리다.
쉽게 말해 북한 군부에서도 아주 핵심적인 인물 중에서도 손에 꼽히는 사람이라는 얘기였다.
그래서 그런지 마주치는 인민군이나 만수대 직원들은 감히 얼굴을 바라보는 것조차 황송해 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다 이만석과 안나를 보고 당황한 표정을 지었고 그에 강수복이 호통을 치면 극형에 처해 질지 몰라 파랗게 질린 얼굴로 고개를 숙이기 바빴다.
그렇게 정문 밖으로 나왔을 때 어느새 대기하고 있다 옆에 따라 붙어 보좌를 하며 함께 내려온 군관들을 향해 호통을 쳤다.
“왜 아직도 차가 대기해 있지 않네?!”
“죄송합네다! 다시 연락을...”
“이 애미나이새끼!”
대의장으로 들어가기 전에 맡겨 두었던 군관에게 다시 돌려받은 권총을 뽑아 들더니 이마에 겨누었다.
“정신 똑바로 안 차려?!”
“주, 죽을죄를 지었습네다!”
“그만.”
이만석이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저기 차가 오는군.”
“실례를 범했습네다.”
이만석의 말에 바로 꼬리를 내리는 강수복.
군관들이 보고 있는 것에 그는 신경을 쓰지 않는 듯 이만석에게 김종일에게 그러듯 깍듯이 대했다.
그런 그의 모습에 그를 보좌하는 군관들이 모두 아연실색하며 질린 표정으로 헛숨을 들이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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