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40화 〉 640화 대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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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말 못 하고 처다 보는 김종일을 보면서 이만석이 도발적인 말을 던졌다.
하지만 김종일에겐 이 말은 상당히 굴욕절일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할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저런 말을 한다는 것은 말 그대로 치욕을 주기 위해서 그런 것이다.
“당신들은 시선관리를 잘 했기 때문에 살아남은 것이니 운이 좋다고 할 수 있다.”
이만석이 공포와 기세에 질려 있는 이들을 향해 엄포를 놓듯 말했다.
“죽어 나자빠진 자들은 자신의 운명이 이렇게 될 것을 알고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그들에 비하면 목숨을 건진 당신들은 행운아라 할 수 있지.”
안나가 무차별적으로 총기를 난사하는 것으로 보여 자신에게 총구가 겨누어 질지 모른다는 생각에 공포를 떨었겠지만 실상은 죽일 자들을 이미 다 선별을 해놓은 상황이었다.
적개심을 드러냈던 이들만 골라서 처리를 해버렸으니 살아남은 자들은 표적에 들어가 있지도 않았다.
“원래의 자리로 돌아갈 때까지 당신들은 목숨을 건진 만큼 나의 수족이 되어 움직여야 할 거야.”
“노예로 부릴 참인가.”
“나름 존중해주는 차원에서 노예가 아니라 수족으로 부리니까 고맙게 생각해.”
그 말이 그 말이었지만 김종일은 그에 대해서 화를 낼 수도 따질 수도 없었다.
그때 이만석의 몸에서 뿌연 안개 같은 것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헉!’
‘저게 뭐야...’
‘드, 등 뒤에 저 연기는 뭐란 마이네?’
갑자기 이만석의 몸에서 피어오르는 뿌연 안개 같은 것에 지켜보는 모든 이들이 식겁을 하며 바라보았다.
‘도, 도대체 이자는...’
충격에 충격이 더해가는 상황에서 몸에서 피어오르는 저 기분 나쁜 안개에 김종일은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그렇게 끝없이 뿜어져 나온 연기가 천장에 올라가 대의장을 가득 채울 때 그것들은 순식간에 뻗어나가 군 수뇌부들부터 시작해서 대의원까지 모두의 몸속에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코와 입, 그리고 귀를 통해 들어오는 그 안개에 반항하며 막고 싶었지만 몸을 움직일 수 없는 그들은 그대로 받아 드릴 수밖에 없었다.
“허헉!”
갑자기 코와 입속으로 빨려 들어오는 연기에 놀라기는 김종일 또한 매한가지였다.
천장에 떠 있던 모든 안개가 몸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거부를 하려 해도 몸이 움직일 수 없고, 입을 다물고 있다 해도 코와 귀를 통해 빨려 들어가니 어떻게 막아보려 해도 그럴 도리가 없었다.
순식간에 안개들이 다 빨려 들어가는 모습을 지켜본 이만석이 패닉에 빠진 그들을 향해 다시 입을 열었다.
“이걸로 더 이상 허튼 수작질은 벌일 수 없게 됐다.”
“도, 도대체 우리에게 무얼 한 겐가.”
“금제를 가했지.”
“금제?”
“불순한 생각을 하는 순간 끔찍한 고통을 맛보게 되는 일종의 족쇄라 할 수 있겠군.”
지금은 몸에서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았으니 말로는 해서 그것을 느끼지 못 할 것이었다.
이걸 사용 하는 것이 처음이 아닌 이만석은 이에 대해서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
그래서 이들에게 금제가 뭔지, 족쇄가 무엇인지 제대로 느끼게 해줄 참이었다.
탁!
이만석기 검지와 엄지의 손가락을 가볍게 팅구었다.
말은 하게 할 수 없어도 몸은 자유롭게 풀어주었던 것이다.
그러자 곧장 반응이 나오기 시작했다.
털썩!
여기저기서 앉아 있던 이들이 바닥에 쓰러지며 몸을 떨기 시작한 것이다.
대의원들 사이에서 갑작스러운 동료들의 발작에 놀란 듯 고개를 돌려 바라보았고 그들은 기괴하게도 사지를 뒤틀며 괴로워하며 거품을 물기 시작했는데 소리를 지를 수는 없어 괴로운 표정만 짓고 있을 뿐이었다.
우드드드득!
“끓르르...!”
뼈가 어긋나는 소리와 함께 거품을 무는 소리가 함께 들려왔다.
그 모습에 놀라 도망치려던 이도 몇 걸음 옮기지 못 하고 바닥에 쓰러져 사지를 뒤틀기 시작했고 그런 기괴한 현상은 여기저기서 속출을 하기 시작했다.
“허어억!”
그 모습에 김종일이 경악하며 헛 숨을 들이켰다.
기괴하기 짝이 없는 모습으로 팔과 다리를 비틀며 미친개처럼 거품을 무는 모습은 말로 표현이 안 될 정도로 소름이 돋는 풍경이었다.
“조금이라도 불순한 생각을 하거나 반하는 마음을 먹는 지금과 같은 고통을 겪게 된다.”
괴로워도, 힘들어도 비명을 내지르지 못 하니 이만석의 목소리가 침묵 속에서 속속들이 귀속에 박히듯 들려왔다.
“설사 그게 적새심이 아니라 해도 나에 대해서 조금만 불순한 생각만 해도 저절로 금제가 발동하게 되는 법.”
이만석이 금제나 족쇄를 걸었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불안감은 컸지만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아 이에 무서움에 떨고만 있었을 뿐이었다.
허나 지금 이만석이 말한 금제가 무엇인지, 족쇄가 무엇인지 뼈 속까지 와 닿게 되었다.
그때 몇 몇이 무릎을 꿇더니 이만석에게 고개를 조아리기 시작했다.
갑자기 여기저기서 쓰러져 사지를 뒤트는 이들의 모습에 두려워 도망을 가려해도 몇 발자국 옮기기도 전에 쓰러져서 사지를 뒤틀어 벌이니 이건 오도가도 못 하는 상황이었다.
결국에 공포를 이겨내지 못하고 바지에 오줌을 지렸던 이들을 시작으로 이만석에게 무릎을 꿇고 살려 달라 머리를 조아리기 시작한 것이다.
“당신들은 죽고 싶어도 죽지를 못 할 것이다.”
금제 마법에 걸린 이상 스스로에 대한 목숨을 끓는 것도 마음대로 할 수 없게 되었다.
“조금이라도 자살에 대한 생각을 하는 순간에도 이 고통은 찾아오게 될 테니까.”
불순한 생각엔 스스로 목숨을 끓는 것도 포함이 되었다.
“이제 스스로에 대한 죽음도 당신들의 권리가 아니라는 소리다.”
작지만 또렷하게 들려오는 이만석의 말에 직위를 막론하고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
‘사, 사람이 아니야.’
‘빌어야 한다우... 무조건 빌어야한다우...!’
그들 중엔 더 이상 이만석에 대해서 같은 사람으로 생각지 않는 자들도 생기기 시작했다.
너무나 큰 충격과 공포를 느껴 공황에 빠져 빌어야 한다는 말을 속으로 계속해서 이만석에게 절을 하는 이들도 나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되니 시작이 지날수록 사지를 뒤트는 자와 무릎을 꿇고 절을 올리며 비는 자들로 속속들이 갈리기 시작했다.
굴욕이건 수치건 가릴 처지가 아닌 것이다.
인간이 사용 할 수 없는 그런 능력을 보일 때, 범접 할 수 없는 그런 존재로 각인이 되는 순간 절망감이 가슴을 뒤엎고 그 자리에 두려움과 공포가 자리하게 된다.
괜히 사람들이 신을 논하는 것이 아니다
전지전능한 신을 가슴에 품는 이들이 많은 것이 그저 우연이 아니었다.
그런 미지의 존재에 대해, 사람보다 고 차원적인 그런 존재에 대한 막연한 생각을 가지는 것이 절대 우연은 아니라는 것이다.
신을 믿지 않는 무신론자라고해도 거역 할 수 없는 능력과 신비로운 힘을 보여주면 그에 대한 충격과 두려움을 나타내었다.
이만석은 그러 모습을 이집트에가서 제대로 느꼈고 알라신을 믿는 무슬림 율법을 따르는 IS를 통해 제대로 확인을 하였다.
자신을 두고 신의사자라면서 메시아로 칭하는 이들까지 나타나고 있는 현상들을 경험을 하였고 지금도 중동에선 사원을 찾는 신도들의 숫자가 늘어만 가고 있는 상황이었다.
수십, 수백명이 사지를 뒤틀며 괴로워하고 있는 가운데 그렇지 않은 이들은 모두 무릎을 꿇고 이만석에게 종교에서 신에게 예를 표하듯 절을 올리기 시작했다.
‘어, 어떻게 이럴 수가...!’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김종일의 몸이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그에게 있어 이 모습은 꿈에도 생각지 않은 너무나 두렵고 공포스러운 관경이었다.
이만석은 한 동안 그렇게 서서 이들의 발작이 진정이 될 때까지 지켜보았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어느 정도 발작이 잦아들었을 때 이만석이 침묵을 깨고 입을 열었다.
“이제 철저하게 깨달았을 테지.”
무서움에 몸을 떨고 두려움에 절을 하는 이들을 바라보며 이만석은 이렇게 했다.
“조금이라도 허튼 생각을 하면 어떻게 되는지 알게 되었을 테니 두 말은 하지 않아.”
불순한 생각, 안 좋은 생각을 하면 어찌되는지 뼈저리게 느끼는 순간이었다.
“수작질 벌일 생각을 하면 고통을 받는 건 당신들이니 처신 잘해.”
하라면 하라는 대로 하고 기라면 기라는 소리였다.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이들 중에 이 말을 못 알아듣는 이는 것을 것이다.
“원래 자리로 돌아가 앉아.”
두려움에 몸을 떨고 있는 이들을 향해 그렇게 말하자 너나 할 것 없이 서둘러 몸을 일으켜 의자로 돌아가 몸을 앉혔다.
발작을 일으켜 고통스러울 텐데도, 공포에 질려 다리가 다 후들 거릴 텐데도 그들은 놀랍게도 이만석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몸을 일으키거나 돌아가 자신의 자리에 착석했다.
바지에 오줌을 지렸든 그런 것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이만석이 앉으라니까 앉아야 했으니 몸이 뒤틀리는 끔찍한 고통을 경험하기 싫으면 시키는 대로 따라야했다.
“보기가 좋지가 않으니 깔끔하게 정리를 해주마.”
이만석의 몸에서 다시금 아까 와 마찬 가지로 회색의 안개가 피어올랐다.
“헉!”
그에 김종일이 놀라 발작을 하듯 몸을 떨어 대었다.
이제 저 회색의 안개를 보기만 해도 진절머리가 나는 것이다.
그건 김종일 뿐만이 아니라 다른 이들 또한 마찬가지인 듯 보였다.
몸에서 나온 회색의 아지랑이들이 서서히 퍼져나가더니 죽어 있는 시신들로 향해 다가갔다.
아지랑이 들은 그렇게 시신들을 둘러싸더니 그대로 천천히 공중으로 들어 올리는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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