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36화 〉 636화 대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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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구에서 불을 뿜자마자 그대로 리왕식 소장의 이마에 구멍이 뚫리더니 그 자리에 허물어지듯 즉사를 해버렸다.
그 모습에 여기저기서 말은 하지 못 하지만 괴성을 지르거나 공포에 질려 패닉에 빠져 있는 이들이 속출하기 시작했다.
경호군은 그럴 수 있다고 처도 리왕식 소장은 국방위원회 상무위원이자 인민무력부 소속으로 군 장성이자 수뇌부중에 한 명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랬던 그가 허무하게 죽음을 맞이 했으니 이를 보고 동요를 하지 않는 다는 것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만약 이만석이 사일런스를 쓰지 않았다면 여기저기서 비명과 함께 여러 말들이 터져나왔을 것이다.
허나 이 자리에 어느 누구하나 입을 열 수 있는 사람은 없었고, 혈향만 진하게 풍겨올 뿐 분위기는 처음과 달라진 것은 없었다.
“이자는 저 병사들에게 명을 내려 우리를 해하려한 죄를 지었다. 당신들의 방식이라면 그것 하나만으로도 반란분자이며 엄벌을 처해도 그에 합당한 죄로 당연한 일로 치부될 수 있는 일.”
죽어 있는 리왕식 소장에게서 고개를 들어 다시 모든 군상들을 둘러보았다.
이만석을 바라보는 이들의 눈동자는 제각기 달랐다.
무서움에 질려 있는 이들이 있는가 하며 패닉에 빠져 있는 이들도 보였다.
혼란과 공포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하는 자들도 더러 있었다.
또한 리왕식 소장과 가까이 지냈던 이들인 것인지 분노의 시선을 표출하는 이들도 있었다.
차례대로 그들의 얼굴을 둘러본 이만석이 다시 입을 열었다.
“마음만 먹으면 이 자리에 있는 모두를 쓸어버릴 수가 있다. 불가능할 것 같나.”
대답은 할 수 없지만 이만석의 이 말이 전혀 허언으로 들리지는 않으리라 생각했다.
리왕식 소장을 아주 간단한 명령 하나로 이 자리에서 사살을 해버린 이만석이다.
이것 하나만으로 충분히 공포에 질리게끔 동요를 일으킬 수 있는 상황이 연출 되었고 강한 위압감을 느끼는 이들도 있을 것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직도 공중에 떠서 타오르고 있는 화염덩어리가 그들의 시선을 떼지 못하게 함과 동시에 불안감을 느끼게 했다.
만약 저것이 정말로 터져버린다면 얼만큼의 폭발력과 살상력을 보여줄지 가늠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바라만 보고 있어도 저 화염구에서 나오는 열기가 그대로 전해져 오는 것 같았다.
“당신 나에게 상당히 불만이 많은 모양이군.”
리왕식 소장의 옆에 앉아 있던 60대 후반의 군복 차림의 남자가 살기가 가득한 눈으로 이만석을 바라보았다.
그 역시 가슴 왼편엔 수많은 훈장들이 부착 되어 있었고 계급장을 보면 리왕식 소장보다 더 높은 것도 같았다.
유독 살기가 가득한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그 남자를 향해 이만석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내 처분에 불만이 많은 모양인데 뭐가 그리 불만인지 말할기회를 주마.”
이만석이 손을 들었고 가볍게 중지와 엄지를 이용해 손가락을 튕겼다.
탁!
그 순간 제갈이 풀린 것과 같이 속사포 같은 언성이 흘러나오며 그의 입이 열렸다.
“이놈...! 지금 네놈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알고 있는 거이네!”
입이 열리자마자 그의 입에서 커다란 호통이 터져 나왔다.
“남조선 지도자가 나서도 돌이킬 수 없는 중죄를 저질렀어! 이건 전쟁이야 전쟁!”
“전쟁...?”
“종간나 새끼래! 당장 지도자 동지의 성전에 위해는 가한 행위를 당장 중단하지 않으면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어 버리갔어!”
“흥분했군.”
분노가 뇌 깊숙이 침투를 했는지 풀어주자 마자 호통과 함께 전쟁을 거론하며 김종일을 풀어주라는 말과 불바다를 거론하는 그이 발언에 이만석은 쓴웃음을 지었다.
“계급이 어떻게 되지. 중장쯤 되나.”
“당장 이 행위를 거두지 않으면 네놈의 모가지를 따버리는 것은 물론 사지를 찢어 개먹이로 던저 버리갔어!!!”
오히려 더욱 언성을 높이며 육성을 내지리는 그를 보던 이만석이 다시 입을 열었다.
“말이 안 통하는 자로군.”
그렇게 말한 이만석이 안나를 바라보자 그녀가 망설임 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푸슛!
“컥!”
촤아아!
“쿨럭!”
한 순간 숨을 들이마시는 듯한 소리를 내던 그가 피를 한 웅큼 토해내며 부르를 떨였다.
뚫려 버린 목구멍에선 피가 분수처럼 뿜어져 나오며 바닥을 적셨고 잠시 후 가래 끓는 듯 한 소리를 내지르던 그의 몸뚱이가 바닥에 힘없이 허물어졌다.
“기회를 줬는데도 헛소리를 내지르니 불쌍한 자로군.”
리왕식 소장의 죽음에 이어 크게 호통을 치며 흥분을 했던 이 자의 죽음으로 인해 지켜보는 군상들의 낯 잎이 파랗게 변했다.
‘가, 감참진 부장동지를 죽였어.’
‘미, 미친 자다! 이자는 미친 자가 분명하다우!’
‘사람이 아닌기야. 이건 현실이 아니란 말이네...!.’
‘ 나, 남조선이 괴물을 기르고 있었어...’
이 모습을 지켜보는 이들의 머릿속에 공포스러운 생각들이 가득 떠올랐다.
이게 절대 현실이 아니며 꿈이라 생각하는 이들은 갑자기 나타난 이만석과 잔인한 행각을 두고 사람이라 생각지 않았다. 그리고 정신이 돌아버린 미친 자라는 등 여러 생각들이 그들의 머릿속을 지배했다.
공통적으로 리왕식 소장의 죽음에 이어 감참진 인민무력부 부장의 죽음으로 확실한 공포심과 두려움을 그들의 가슴속에 심어주었다.
이만석의 말하는 언어와 생김새로 인해 그를 한국인이라는 것에는 의심하지 않았다.
다만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이 일이 너무 엄청나 패닉에 빠져 들어가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는게 중요했다.
“여기에 모두를 없애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들의 가슴속에 큰 충격과 공포심을 심어준 이만석이 반대쪽 손을 들어 올려 펼쳤다.
그러자 그 위로 놀랍게도 천천히 불꽃이 일기 시작하더니 원을 돌며 커져가며 결국엔 하나의 화염구가 더 생산되었다.
“이거 하나면 여기 순식간에 수십 명의 목숨을 앗아간다.”
상기시키듯 다시 그렇게 말한 이만석이 양쪽 위에 떠 있던 파이어볼이 서서히 서로에게 다가오더니 곧이어 뒤엉키며 하나로 합쳐지기 시작했다.
성인 머리통만하던 불덩어리가 뒤엉키기 시작해 하나로 합쳐가며 덩치를 불리기 시작했고 곧이어 이만석의 머리위로 몸통만한 불덩어리가 뜨겁게 이글거리며 타오르고 있었다.
“이게 터지는 순간 불바다가 되는 것은 서울이 아니야.”
앞자리에 차지해 앉아 있는 이들은 공중에서 타오르는 거대한 불덩어리를 보면서 압도적인 위압감을 느꼈고 이미 뜨거운 열기를 시각적 감각이 아닌 몸소 느끼고 있었다.
모두의 시선이 자신과 거대한 파이어 볼에게 쏠려 있을 때 이만석이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바로 이곳에 되겠지.”
이 말에 대해선 누구하나 동의하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이들은 물론이고 소름에 닭살이 돋은 이들도 있을게 분명했다.
지금 머리위에 떠 있는 몸통만한 저 불덩이가 터지면 순식간에 대의장이 화마에 휩싸여 타들어갈 것 같았다.
최고인민회의에 참석했다 재앙을 맞이한 것이나 다름없는 순간이다.
“하지만 난 이걸 이 자리에서 터트리지 않을 생각이다.”
고위급 장성을 처단하고 거대한 파이어 볼을 이용해 기세를 눌러버린 이만석이 선심을 배풀 듯 말을 이었다.
“그러니 불타죽는 것에 대한 공포를 느끼지 않아도 되는 일이지.”
이만석이 다시 가볍게 손가락을 퉁기자 머리 위에 떠 있던 거대한 파이어 볼이 순식간에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이유에 대해서 궁금하겠지?”
이만석의 물음에도 말은 할 수가 없고, 할 수 있다 해도 이런 상황에 대답을 하기 힘들 것이다.
이만석이 입을 열게 해주자 감참진 인민무력부장이 호통을 치다 성대 부분에 총상을 입고 죽어나가는 곳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내가 이곳에 온 목적은 깡그리 다 없애버리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게 말한 이만석이 고개를 돌려 김종일을 바라보았다.
떨리던 그의 두 눈동자의 동공은 어느새 갈아 앉아 있었지만 충격을 받은 듯 한 표정은 여전했다.
“여기서 깡그리 다 처단해 버린다면 그 뒤로 벌어질 급변사태를 난 바라지 않기 때문이야.”
북한의 사회질서가 무너지고 갑자기 체제가 무너진다면 혼란이 찾아오게 된다.
그러면 북한을 탈출하려는 수많은 사람들이 국경으로 몰려 들 테고 그렇게 되면 한국은 물론이고 위로 올라가 중국을 넘어가려는 이들을 막고 안정시킨다는 이유로 중국이 개입해 들어올 여지를 주게 된다.
국경안정을 빌미로 급변사태에 개입해 내부로 진군해 들어올 것은 예정된 시나리오라 할 수가 있었다.
그렇게 되면 통일을 하는데 상당히 복잡하게 돌아갈 것은 자명한 일이었다.
“내가 이 자리에 온 이유는 단 하나다.”
다시 시선을 돌려 군상들을 바라보며 단호한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이 불필요한 수작질을 내 손으로 직접 끝내기 위함이다.”
그렇게 말한 이만석이 다시금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한 쪽에서 크게 호흡을 고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만석이 아무 말 않고 여전히 정면을 바라보고 있을 때 잠시 동안 호흡을 고르는 듯 하던 그 음성이 사라지고 곧이어 평양 사투리가 섞이지 않은 굵은 목청이 들려왔다.
“그, 그대는 통일을 목적으로 이곳에 왔는가.”
“그건 덤이다.”
이만석의 목소리는 안나의 그것과 같이 무미건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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