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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에 나만이 유일한 마법사가 되었다-625화 (625/812)

〈 625화 〉 625화 여름

* * *

그 여자의 정체가 누구였는지 한 참을 그렇게 생각에 잠겨 있던 제이니가 답이 안나오는지 다시 전화를 걸었다.

잠시 간의 통화음이 가고 얼마 뒤 전화를 받았다.

“이봐요 당신 누구예요? 누군데 사적인 감정으로 접근 하라 말라....”

[지금 무슨 말이지?]

“오빠예요?”

[그럼 나지 누구겠어.]

이만석의 목소리에 순간 표정이 밝아진 제이니였다.

“오빠 목소리 들으니 기분이 좀 나아지네요, 그런데 조금 전에 전화 받은 그 여자 누구에요?”

[여자? 조금 전에 전화 걸었었나?]

“확인 안 해보셨어요?”

[지금 간단히 목욕 끝내고 막 전화 받는 길이야.]

이만석의 말에 제이니는 조금 전에 있었던 일을 이만석에게 그대로 말해주었다.

“들어보니까 여자 친구는 아닌 거 같은데 도대체 누구에요?”

[비서.]

“네?”

이만석의 말에 제이니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집에 도착했는지 확인전화 한 건가?]

“네... 잘 도착했는지 그래서 전화를 한 거예요,”

[도착했지... 지금 좀 해야 할 일이 있어서 말이야. 미안한데 다음에 통화하자.]

그러고는 이만석은 전화를 끊어버렸다.

“뭐야?”

제이니는 이만석의 말에 오히려 더욱더 의문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아니 좀 황당하기 까지 했다. 조금 전의 그 여자의 말도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비서라는 이만석의 저 답도 제이니로 하여금 의문을 품게 만들기 충분했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여자들에... 비서라니... 도대체 뭔 얘기를 하는 건지 감을 못 잡겠네.”

제이니는 앞서 받은 전화와 이만석의 비서라는 말이 여러 생각을 들게 했다.

말 그대로 받아들이면 되는 일이긴 한데 갑자기 생각지도 못한 여자에게 저런 얘기를 듣고 이어서 이만석에게 비서라는 말과 곧바로 바빠서 다음에 통화하자는 말이 좀 당혹스럽고 놀라게 했다.

뭔가 지금은 받을 수 없는 일이라도 있다는 것일까.

“지나라는 그 언니 말고 다른 여자라도 있다는 소린가?”

말 그대로 해석하면 그렇게 되는 것 같은데 갑자기 이런 얘기를 들으니 머릿속이 조금 복잡했다.

전화통화를 끝낸 이만석은 안방으로 들어가 추리닝 바지에 티를 찾아 입었다.

지금 막 차이링의 차량이 대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기 때문이었다.

‘적절하게 도착했군.’

평소 30분정도 탕에 몸을 담그는 이만석이었지만 이번엔 10분정도만 담그고 바로 씻은 후에 나왔다.

몸을 닦고 나오는데 진동소리가 들려, 가서 확인을 해보니 제이니에게서 전화가 왔고 그 와중에 대문이 열리며 차량이 들어섰던 것이다.

옷을 다 입은 후 이만석이 마중을 하러 나가기 위해 다시 안방을 나섰다.

신발을 신고 현관문을 열고 마당으로 나가니 주차장 쪽에서 문을 열고 내리는 그녀들을 볼 수가 있었다.

“차량이 많이 막혔나보지?”

“응... 고속도로는 괜찮았는데 서울에 들어설 때 좀 막혀서 애 쫌 먹었어. 오빠 혹시 샤워했어?”

이만석의 옷차림을 보고 하란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음을 던졌다.

“간단히 했지.”

“민준씨는 올 때 차량이 안 막혔나봐요?”

“운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차량이 막히면 뭐 어때. 어쨌든 이걸로 고속도로 두 번이나 타고 좋은 경험했잖아.”

“하란씨를 생각하면 그것도 그렇네요.”

“이제 운전 하는데 자신감이 좀 붙었어?”

“응... 여전히 초보운전이긴 하지만 그래도 자신감은 충분히 생긴 것 같아. 지나씨와 차이링 언니가 배려를 해준 덕분이지 뭐.”

처음엔 긴장이 되었던 것도 사실이었지만 하면 할 수록 느는게 운전이라고 하란이 역시도 별장에 갈 때와 다르게 이렇게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좀 더 안정적인 마음으로 운전에 임할 수 있었다.

그래서 하란이 입장에서도 기분이 좋을 수 밖에 없었다.

배려라는 말도 좋으라고 하는 말이 아니었다.

“후후훗... 배려랄 게 있니?”

웃음을 지은 이만석이 다시 입을 열었다.

“아이스박하고 대충 무거운 짐들은 내가 옮길 테니까 챙겨 갈 것만 챙겨서 들어가.”

“나도 도울게 오빠.”

“그래요, 같이해요.”

“짐이 많지도 않은데. 지나씨도 안 도와줘도 됩니다. 셋 다 가지고 갈 것만 챙겨가서 씻도록 해.”

그렇게 말한 이만석이 트렁크를 열고 아이스박스를 먼저 꺼내 들었다.

“안 무거워?”

“별로.”

간단하게 대답을 한 후 그렇게 박스를 들고 안으로 향했다.

“우리도 도와야 하지 않나요?”

“당연히 도와야지.”

“민준씨만 휴가를 즐긴 게 아닌데 혼자 하게 놔두면 안 돼요.”

생각 할 것도 없다는 듯 그렇게 결론을 낸 그녀들이 너나 할 것 없이 트렁크로 이동해 각자 무거울 만한 짐들을 하나씩 들어서 현관으로 향했다.

그러는 사이 아이스박스를 놔두고 현관을 나선 이만석은 개인 물품이 아닌 짐들을 들고 오는 그녀들을 보면서 눈살을 찌푸렸다.

“뭐하는 거야?”

“오빠 혼자만 휴가 즐긴 게 아니잖아.”

“뭐하긴... 짐 옮기는 거지.”

“이런 건 같이 해야죠.”

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은 이만석이 다시 트렁크로 향했다.

“괜히 우리가 도와줘서 기분 나쁜 거 아니야?”

고개를 가로젓는 이만석의 모습에 지나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입을 열었다.

“말은 저래도 속으로는 기분 좋을 거예요.”

“하란이 말이 맞아. 내가 그이 였어도 속으로 좋아했을 거야. 일단 옮기기나 하자.”

그렇게 말한 차이링이 다시 앞장서 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그녀들이 도와주니 금세 옮길 만 한 건 다 옮기고 빨리 트렁크를 닫았다.

“다 옮겼으니까 이제 들어가 오빠.”

“그래.”

그때 차이링이 손가락으로 이만석의 옆구리를 찔렀다.

“왜?”

“말은 그래도 막상 도와주니까 기분이 좋지?”

“좋아하는 거처럼 보여?”

“난 그렇게 보이는데?”

고개를 돌린 이만석이 지나를 바라보았다.

“지나씨도 그렇게 보입니까?”

“언니 말에 동의해요.”

“하란이 넌?”

“나도 동감해.”

그 말에 이만석이 피식 하더니 먼저 걸음을 옮겨 앞서 나갔다.

“저거 무슨 뜻이에요?”

“어이없어서 그런 거 아닐까요?”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뭐 어때~”

“가만 보면 언니는 진짜 어떤 게 본래 모습인지 모르겠어.”

“내가 왜?”

“상황에 따라 사람이 완전히 달라지잖아.”

“사람이 유들유들 해야지 딱딱해선 안 되는 거란다~ 그리고 예전의 내 모습도 나고 지금에 내 모습도 나니까 어렵게 생각하지 마.”

그러고는 앞서 걸음을 옮기는데 그 모습을 바라보던 하란이 입을 열었다.

“지나씨가 그런 말을 하니까 예전 일이 떠오르네요.”

“예전 일이요?”

앞서 걸어 나가는 차이링을 바라보면서 하란이 하는 말에 지나가 관심을 드러내며 물음을 던졌다.

“예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데요?”

“그때가 아마 오빠가 지나씨하고 만나고 있을 때일 거예요. 언니하고 들이서 외출을 해서 영화도 보고 쇼핑을 했었는데 좀 안 좋을 일을 겪었어요.”

그렇게 시작 된 하란이의 얘기는 중간에 건장한 체격에 불량해 보이는 남자 둘이서 길을 막아섰던 것과 거기서 차이링이 어떤 말을 했는지, 그리고 주차장 까지 따라와 살벌하게 말을 하며 협박을 하던 두 사람을 어떻게 처리를 했는지 얘기를 해주었다.

“그 자리에서 대놓고 손가락을 자르라고 했을 때 좀 소름이 돋았어요.”

“차이링 언니가 그런 말과 행동을 했었단 말이에요?”

지나가 믿기지 않는다는 듯 놀란 표정을 지었다.

“지나씨도 느꼈잖아요. 어떤 게 차이링 언니의 진짜 모습인지 모르겠다고. 사실 그 전까지는 예쁘고 사교성이 상당히 뛰어난 언니라 생각했고 이런 언니가 어떻게 그런 험한 일을 했을까 와 닿지가 않았어요. 그리고 삼합회에 지부장이었다는 갓도 실제로 신기하게 느껴졌던 것도 사실이에요. 그런데 그 일을 겪고 난 뒤로 언니가 어떻게 그런 곳에서 일 할 수 있었던 건지 바로 수긍이 되는 거 있죠? 그때 언니 모습은 지금도 생각하면 상당히 놀라워요.”

그 자리에서 뺨이라도 한 대 처 올릴 것 같던 그 남자들을 향해 살벌한 말을 내뱉는 차이링의 모습은 확실히 하란이가 모르던 그녀의 모습이었다.

허나 그보다 역시 진짜 충격을 받았던 것은 그 사람들의 선배라고 했던 일성회 사람의 손 가락을 그 자리에서 자르라 명한 것과 그걸 망설이지 않고 실행하는 모습이었다.

‘차이링 언니가 진짜 그랬단 말이야?’

하란이의 얘기를 들은 지나는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

물론 차이링이 종잡을 수 없고 조직에서 일해서 그런 분위기는 가지고 있다는 것은 느끼고 있었지만 지금까지 장난기 넘치는 모습에 언제나 가벼운 투로 미소를 짓는 모습을 봐와서 지금 이 말은 상당히 의외였다.

“믿기지 않나 보네요?”

“네, 좀 그래요.”

“그 일에 좀 놀라고 그땐 차이링 언니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긴 했는데 지금은 좋게 생각하고 있어요. 사실 그렇게 마음이 강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조직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겠어요?”

그렇게 말한 하란이 다시 말을 이었다.

“우리도 들어가요.”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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