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23화 〉 623화 여름
* * *
그렇게 대답을 한 지나가 힐끔 미러를 통해 안나를 바라보았다.
창밖을 바라보는 그녀의 얼굴은 달라진 것 없이 여전히 무표정했다.
안나의 표정은 언제나 이렇듯 한결같았다.
‘쓸데없는 말을 했을 리 없어.’
미러를 통해 바라본 안나의 모습을 보면 그저 실없는 소리로 한 말이 아닌 게 분명해 보였다.
체해서 그런 게 아닐 수도 있다라는 말은 곧 차이링이 무엇 때문에 속이 좋지 않은지가 알고 있다는 듯 들렸고, 체해서 그런 게 아니라는 소리로 들려왔다.
다른 사람이 그랬다면 몰라도 안나가 한 말이니 그렇게 들리는 것이다.
‘임신이라니.’
정신이 번쩍 들면서 한 편으론 머리가 멍해지는 얘기가 아닐 수 없었다.
검사를 하기 전까지는 확신 할 수는 없는 일이다.
하지만 아니라고 할 수도 없는 일이니 여러의미로 생각이 많아졌다.
“아~!”
목적지인 중간지점 휴게소에 도착하고 차문을 열고 내린 하란이 기지개를 키며 굳어 있는 몸을 풀었다.
이어서 지나가 내리는 모습에 하란이 질문을 던지려는 그때 이번에는 뒷좌석 문이 열리더니 안나가 밖으로 나왔다.
“이번엔 나왔네요?”
별장에 갈 때처럼 차에서 기다리려는 줄 알아서 한 말이었다.
“다음 차례는 안나씨 잖아요.”
이어진 지나의 말에 하란이 웃음을 지었다.
“그 때문에 내린 거 아니야.”
그때 침묵을 깨고 안나가 지나와 하란이를 향해 이만석과 함께 타기 위해서 내린 게 아니라는 듯 말했다.
“알고 있어요. 그렇게 말하지 않아도 돼요.”
“혹시 신경 쓰여서 그래요?”
“......”
잠시 동안 두 사람을 바라보던 안나가 대답을 하지 않고 고개를 옆으로 돌려버렸다.
“아~ 아쉬워라.”
지나의 차량의 조수석의 문이 열리며 차이링이 걸어 나왔다. 그러고는 가볍게 기지개를 켠 그녀가 이쪽으로 다가왔다.
“생각보다 일찍 도착한 거 같지 않니?”
“예정시간대로 도착했어.”
“그래? 그런데 왜 이렇게 빨리 온 것 같을까.”
“언니가 민준씨하고 같이 타고 와서 그럴 거야.”
“역시 그 때문인가?”
시간을 보면 예정했던 대로 휴게소에 도착을 했다. 하지만 체감 상 생각보다 빨리 도착한 것 같은 느낌을 받는 것은 역시 조수석에타 이만석과 함께 와서 그런 것 같았다.
“어머? 안나씨 나왔네요?”
대화를 주고받던 차이링은 나와서 서있는 안나를 보고 놀란 듯 말했다.
힐끔 차이링을 바라본 안나가 다시 아무 일 아니라는 듯 고개를 돌려 버린다.
시동을 끄고 운전석에서 이만석까지 내리자 그제야 걸음을 옮겨 움직이기 시작했다.
역시 당연한 일이지만 이만석과 그녀들이 움직이자 절로 사람들의 시선이 그들에게 자연스럽게 쏠렸다.
타고난 외모가 뛰어나니 시선이 쏠리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인 듯 했다.
화장실도 다녀오고 가볍게 커피를 한 잔 하면서도 사람들의 시선이 떨어질 줄을 몰랐다.
이제 이런 시선에 익숙해져 있다고 하지만 그래도 지켜보고 있다는 것이 좋은 것은 아니니 마냥 편안하게 있을 수많은 없는 일이었다.
그렇게 아이스커피 컵을 들고 다시 차량으로 돌아온 이만석이 먼저 운전석에 올랐다.
“안나씨 타요.”
“뽑지 않았어도 공정하게 해야 하니까요.”
하란이와 지나를 잠시 바라보던 안나가 그렇게 이만석이 운전하는 차량의 조수석의 문을 열고 올라탔다.
그 모습을 당연하게 부러운 듯이 바라보는 그녀들이었다.
“참... 돌아갈 때 하란씨가 운전하기로 했어.”
“하란이가?”
“응.”
지나의 말에 놀란 표정을 지었던 차이링이 하란이를 바라보았다.
“괜찮겠어?”
“운전을 피하려고 면허증을 딴 게 아니니까요.”
“그래. 그런 자세 좋아.”
하란이의 말이 마음에 들었는지 차이링이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다.
그 말대로 운전면허를 땄으면 당연히 차량을 잘 몰 줄 알아야 했다.
언제까지나 초보운전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나중에 하란이도 차를 뽑을 것이 확실 한데 그때 가서 어색하게 자신의 차량을 운전하는 것 보다 지금 제대로 익혀둬서 자연스럽게 잘 몰 줄 알면 상당히 좋은 일이라 할 수가 있었다.
거기다 별장으로 갈 때 운전을 했었기에 긴장이 확실히 덜 되었다.
그렇게 운전석에 하란이 올라타 지나가 자신이 뒤에 탄다고 하고 조수석은 차이링에게 양보해 주었다.
별장에 올 때처럼 차이링이 옆에서 도와주면 좋을 것이라는 생각에 그런 것이다.
가르치는데는 확실히 자신보다 차이링이 더 나을 것이라는 것도 지나의 생각이었다.
물론 차이링도 그에 동감하고 있어 아무 말 없이 조수석에 올랐다.
“혹시 모르니까 안전벨트 잘 했는지 확인해 둬.”
뒷좌석에 오른 지나를 향해 차이링이 한 말이었다.
“언니 또 그러기에요?!”
그러자 하란이 새침하게 노려보며 입을 삐죽이자 차이링이 웃음을 지었다.
“농담이야.”
아까와 마찬가지로 이만석이 먼저 휴게소를 출발해서 빠져나왔다.
“요즘 자주 둘이서 타고 다녀서 그런지 별로 감흥은 없어 보이는군.”
조수석에 앉아 있는 안나를 바라본 이만석이 흘러가 듯 중얼거렸다.
아침에 출근 할 때나 중간에도 안나와 단 둘이서 차량을 타고 다니고 있어 딱히 특별한 느낌이나 그런 것은 없었다.
“근육통은 진정됐어?”
“어.”
이만석의 물음에 안나가 무미건조한 음성으로 대답했다.
몸 좀 풀었다는 체감을 하게 하기 위해서 이만석은 상처는 치료하되 근육통은 사라지지 않게 남겨 두었던 것이다.
그 느낌을 유지하기 위해 안나가 바랐던 일이었다.
“집에 도착하려면 30분 이상 걸리니까 한 숨 자둬.”
음악 볼륨을 낮춰 소리를 조정한 후 자기 좋게 해주었다.
분위기는 기본이었다.
그때까지도 해가 거의 지고 어둠은 밤이 찾아와 있는 창밖을 바라보던 안나가 고개를 돌려 이만석을 바라보았다.
“할 말 있어?”
운전을 하다말고 자신을 처다 보는 안나의 시선이 물음을 던졌다.
그러자 안나가 다시 고개를 창밖으로 돌려버린다.
‘싱겁긴...’
쓴웃음을 지은 이만석이 그렇게 차량의 속도를 높여 고속도로를 달려 나갔다.
“밤이라서 속도가 조금 떨어지지만 그래도 이정도면 잘 달리네~”
라이트를 키고 달려 나가는 하란이를 보면서 차이링이 칭찬을 해주었다.
올라갈 때는 밝은 대낮이었고 지금은 밤이라서 더 운전을 하기 힘든 상황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대도 잘 달리고 있으니 이렇게만 한다면 운전 실력이 금방 늘어나는 것은 시간문제인 것 같았다.
“언니.”
그때 뒷좌석에 앉아 있던 지나가 차이링을 향해 말을 걸어왔다.
“응?”
“속은 이제 괜찮아?”
“나쁘지는 않아. 커피도 마실 정도는 됐으니까. 이제 거의 다 나으려나 봐.”
“니글거리거나 그런 거 없어?”
“지금은 괜찮은 거 같은데?”
차이링의 말을 들으면서 지나는 정말로 입덧일까에 대해서 여러 생각이 들었다.
“흐응~ 지나 네가 이 언니가 걱정이 되는 모양이구나?”
“그렇지 뭐...”
“걱정하지마렴~ 이 정도는 뭐 별거 아니란다. 그리고 다이어트도 되고 좋지~ 아마 지금쯤 몸무게를 재면 못 해도 1kg정도는 빠졌을 걸?”
“언니 계속해서 속이 좋지 않으면 병원에 가봐야 하는 거 아니에요?”
“괜찮아, 괜찮아. 이정도 체한 거 가지고 병원에 가면 그거야 말로 엄살이라 할 수 있어.”
그러면서 다시 커피를 들어 한 모금을 마시는데 지나는 그런 차이링을 가만히 바라보다 다시 입을 열었다.
“그래도 며칠 동안 계속 속이 안 좋으니까 평일에도 계속 그러면 한 번가봐 언니.”
“너희들도 참~ 생각보다 걱정이 많은 아이들이구나?”
하지만 내심 자신을 신경써주는 것이 싫지는 않은지 차이링의 입가에 미소가 떠나가질 않았다.
“알았어~ 그렇게 걱정하는데 내일이 지나도 속이 안 좋으면 병원에 한 번 가볼게.”
어쩔 수 없다는 듯 차이링이 그렇게 하란이와 지나를 향해 계속 좋지 않으면 병원에 가보겠다는 약속을 했다.
그래도 함께 사는 가족이라고 체한 만으로 이렇게 걱정을 해주니 차이링은 가슴이 따스해 지는 것을 느꼈다.
‘지금쯤이면 도착 했으려나?’
저녁 먹고 씻은 후 방으로 돌아온 제이니가 얼굴에 스킨을 바르며 이만석에 대해서 생각했다.
지금쯤이면 가평에서 돌아왔을까에 대한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지나라는 그 언니는 좋겠네.”
둘이서 가평으로 여행을 가다니 질투는 하지 않지만 한 편으로는 부러운 것도 사실이었다.
“화장품 다 바르게 전화나 해볼까.”
스킨을 다 바르고 나서 로션까지 바른 후 그 후로도 차례대로 수분크림 등 다른 화장품까지 바르면서 피부를 가꾸어주었다.
아이돌은 외모관리도 상당히 중요하니 이렇게 작은 것 하나에도 소홀히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렇게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얼굴에 화장품을 다 바란 제이니가 폰을 가지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집이에요?/>
그러고는 간단하게 문자를 적어서 이만석에게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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