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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에 나만이 유일한 마법사가 되었다-622화 (622/812)

〈 622화 〉 622화 여름

* * *

“비록 1박밖에 안했지만 오랜만에 제대로 휴가를 보낸 것 같네.”

“재밌었어?”

“푹 쉬다가 가는 기분이야.”

“그래?”

“전에 둘이서 올 때와는 또 느낌이 다르더라.”

“아마도 그렇겠지.”

“하지만 나쁘지는 않았어.”

차이링은 작년에 이 별장에 두 번이나 찾아 왔었다.

한 번은 작년 여름이었고 두 번째는 12월 말의 겨울이었다.

여기서 새해를 나고 다시 서울로 돌아갔었던 것이다. 두 번 다 이만석과 별장에 와서 좋았지만 재밌게 논 것은 이번이라 할 수가 있었고 므훗 하고 좋았던 것은 단 둘이서만 왔을 때라 할 수가 있었다.

“둘이서 오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여럿이서 오는 것도 좋은 것 같네.”

“둘 만의 추억의 장소가 사라졌군.”

“조금은 아쉽지만 괜찮아. 즐겁고 재밌으면 됐지 뭐.”

이곳에 가자고 했을 때 차이링은 둘 만의 추억의 장소가 사라지는 것 같아 솔직히 조금이 아니라 생각 이상으로 아쉬움은 컸다.

하지만 함께 와서 이렇게 재밌게 즐기고 나니 한 편으론 잘 왔다는 생각도 들었다.

추억의 장소로 남겨 두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즐거운 휴가를 보낸다면 그 정도는 충분히 양보해줄 용의는 있었다.

거기다 단 둘이서 올 때와 이렇게 여럿이서 같이와 놀고 즐기는건 또 달랐다.

좀 더 즐거운 분위기에서 제대로 노는 것 같은 기분이라고 할까.

여름휴가를 제대로 만끽한 것 같은 기분이기도 했다.

“하란이 운전시킨 거 차이링 너지?”

“운전면허도 땄으니까 이제 고속도로도 달려봐야지. 나중에 자기 한 번쯤은 태워보고 싶지 않냐고 하니까 하겠다고 하는데 귀여운 거 있지.”

“그래?”

“응.”

귀엽다는 차이링의 말에 이만석도 충분히 공감하고 있었다.

그런 하란이의 묘한 매력에 이만석이 처음에 빠져들어 계속 만나게 되었고 고백을 하여 사귀게 된 것 아니겠는가.

“수줍음이 많은 아이라 해도 역시 사랑 앞에서는 강해지나 봐.”

하란이를 생각하면 웃음이 나오는 모양이었다.

“넌 어때?”

“나?”

이만석의 물음에 의아한 표정을 지었던 차이링이 곧바로 손으로 뺨을 만지며 부끄러운 듯 한 행동을 취했다.

“대놓고 그런 질문 하지마~ 말하기 곤란하잖아.”

“연기 하지 마.”

“어머? 연기라니. 나 진짜 부끄러워서 그러는 건데.”

다소곳한 표정을 지으며 말하는 차이링의 모습은 조금 전과는 전혀 딴판이었다.

백색조의 얼굴을 가진 여자라고 할까.

수많은 남자들을 홀리게 만들 수 있는 위험한 여자이기도하다.

“예전부터 느낀 거지만 배우로 한 번 나가봐. 충분히 성공하겠네.”

“싫어.”

“왜?”

“난 만인의 연인 보다 한 남자의 여자이고 싶거든.”

“닭살 돋는 말을 잘도 하는 군.”

“이럴 땐 닭살이 아니라 무드 있다고 하는 거야.”

농을 던지며 한 말했지만 차이링의 이 말은 사실이었다.

일성회 내에서도 자신을 사모하는 이들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녀에게 있어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 남자가 자신을 어떻게 생각 하냐 였다.

삼합회 내에서도 상당히 인기를 구가하던 그녀여서 남자들 사이에 꽃으로 떠받는 것을 당연하게 즐겼지만 지금은 그보다는 한 남자의 마음이 자신을 어찌 바라보느냐가 더 중요하게 마음속에 자리한 상황이었다.

그 남자가 이만석은 것은 말할 필요도 없지만 말이다.

“다음 휴게소에 가면 하란씨가 운전 할래요?”

“네? 제가요?”

지나의 말에 조수석에 앉아 있던 하란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뭐 어때요~ 보니까 별장에도 잘만 찾아온 거 같은데.”

“아직은 많이 부족해요.”

“부족하니까 연습을 하는 거예요. 저도 처음엔 운전 잘 못했는걸요.”

어제 차이링이 하란이에게 휴게소에서 별장까지 운전대를 맡긴 것을 보았던 지나는 이참에 돌아갈 때도 중간 지점에서 운전대를 맡겨볼 생각이었다.

초보운전일 때 고속도로를 달리는 것이 긴장 되고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별장까지 잘 찾아왔으니 돌아 갈 때도 조심해서 운전하면 될 일이었다.

“늦게 도착하면 어떻게 하려고요?”

하란이가 걱정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괜찮아요. 하란씨 운전 실력도 늘고 하는 건 데 나쁠 게 있나요?”

그렇게 말한 지나가 생각이 났다는 듯 다시 입을 열었다.

“휴게소에선 차이링 언니도 함께 타는 거죠?”

“네, 휴게소에서 안나씨가 오빠하고 같이 가게 될 테니까요.”

안나는 뽑지를 않았지만 공정하게 하기위해 자연스럽게 4번째로 가게 되었던 것이다.

“그럼 됐네요. 언니도 있고. 하란씨가 운전해 봐요.”

“그럼 그럴까요?”

“네. 그렇게 해요.”

지나가 이렇게까지 말하니 하란이는 더 이상 빼기가 힘들었다.

사실 지나의 말대로 운전면허증만 가지고 있으면 장롱면허밖에 되지 않으니 이렇게 운전대를 잡고 운전을 해봐야 실전감각도 익히고 나중에 차를 뽑았을 때 잘 타고 다닐 수 있는 일이었다.

여기서 계속 뺀다고 나중에 운전을 안 할 것도 아니고 결국에 차를 뽑을 생각이라면 이 참에 속에 익을 때까지 익히는 것도 나쁘지 않을 일이었다.

그래서 하란이는 생각을 고쳐먹은 듯 알겠다는 대답을 했다.

“그런데 차이링 언니 체한 게 오래간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언니요?”

“네. 금요일도 그렇고 어제에 이어 오늘도 속이 좋은 편이 아니잖아요.”

점심은 물론이고 저녁도 화채로 대신 해서 먹은 차이링이어서 지나가 걱정스러운 말을 했다.

출발을 할 때도 속이 않좋았는데 지금도 그 증상이 계속되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저도 걱정이 되네요.”

지나의 말을 들어보니 하란이도 생각 이상으로 속이 불편한 것이 오래간다는 느낌을 받았다.

혹시나 큰 이상이 있는 것이 아닌지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이었다.

혹시나 병때문에 그런것일지도 모른다.

“나중에 언니에게 병원에 한번 가봐 라고 해야겠어요.”

“별거 아니라는 식으로 넘기던데... 가려고 할 까요?”

속이 괜찮냐고 물어보면 차이링은 이정도면 시간이 지나면 금세 괜찮아 질 거라면서 소화제만 먹었다.

겨우 이걸로 병원에 갈 정도는 아니라는 게 그녀의 말인 것이다.

“체한 게 아닐지도 모르지.”

그때 뒷좌석에 앉아 있던 안나에게서 무미건조한 음성이 들려왔다.

“네?”

그에 하란이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바라보았다.

허나 안나는 더 이상 대답을 하지 않고 그저 창밖만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방금 전에 한 말 무슨 뜻이에요?”

“말 그대로야.”

그에 하란이 다시 물음을 던지자 안나가 짤막하게 대답을 해주었다.

“알 수 없는 말을 하시네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하는 하란이와 다르게 지나는 생각에 잠긴 듯 해보였다.

‘체한 게 아니라고?’

말수가 적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를 정도로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는 안나였지만 지나는 안나가 괜히 저런 말을 했을 리가 없는 느낌을 받았다.

쓸데없는 말을 하는 성격이 아님을 알기에 방금 전에 한 안나의 말을 쉽게 흘려들을 수 없었던 것이다.

‘체한 게 아니라면 그럼...’

차이링이 체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면 다른 이유라도 있는 것일까.

“지나씨 왜 그래요?”

“네?”

“갑자기 표정이 진지해보여서요.”

“아, 아니... 아무것도 아니에요.”

하란이의 물음에 별거 아니라고 대답을 한 지나가 다시 앞서 달려 나가는 자신의 차량에 탄 이만석 쪽을 바라보던 지나의 머릿속에 번뜩하며 하나의 생각이 스치고 지나갔다.

‘설마 임신?’

체한 게 아니라는 말을 한 안나가 던진 한 마디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면 입덧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아니겠지...’

괜한 생각이라며 애써 무시하며 지나치려 했지만 사실 그것 말고 딱히 떠오르는 게 없었다.

‘하지만 체한 게 아니라면 다른 걸 생각해 볼 수 있을 만한 게 없잖아.’

물론 위쪽에 문제가 생겨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차이링의 말을 들어보면 속이 쓰리거나 그런 것이 아니라 음식에 대한 니글거림이 있다는 것이다.

지금은 그렇게 심하지 않다고 하지만 평상시엔 괜찮다가 음식 냄새만 맡으면 그렇게 속이 니글거린다는 것은 확실히 의심을 해볼 만 한 충분한 사유가 된다.

‘진짜... 임신이란 말이야?’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지나는 적잖이, 아니 상당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상황에서 더 놀랄만한 일이 있겠냐만은 임신은 또 다른 문제였다.

그 사람의 아이를 가지다니.

“지나씨?”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입덧이 분명한 것 같았다.

“지나씨?”

“네?”

그때 자신을 부르는 하란이의 음성에 지나가 반문을 하며 바라보았다.

“도대체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는 거예요?”

“아니에요 아무것도.”

“진지해졌다가 갑자지 놀란 것 같은데 별장에 뭐 놔둔 거라도 있어요?”

“그런 거 아니에요. 걱정하지 말아요. 그냥 잠시 잡생각을 했을 뿐이에요.”

“혹시 말 못할 고민이 아니라면 얘기해줘요. 혼자서 가슴에 앓고 있는 거 보다 함께 풀어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게 좋아요.”

“네, 그럴게요. 신경써줘서 고마워요.”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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