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21화 〉 621화 여름
* * *
이어 그녀의 양쪽 어깨를 잡은 이만석이 망설이지 않고 이마로 안면을 찍어 버렸다.
퍼어어억!
푸화악!
순간 코뼈가 아작 난 안나의 코에서 많은 양의 피가 뿜어져 나왔고 비틀거리며 뒤로 두어 걸음 물러섰다.
“쿨럭!”
그 순간 기침 소리와 함께 아까보다 더 많은 양의 피를 입으로 토해내며 바닥에 뿌렸다.
흩뿌려지는 핏물을 양이 적지가 않았다.
강한 힘으로 꽂아 들어온 주먹을 복부에 세 방이나 허용 했으니 아무리 신체가 상당히 강화되었다고 해도 장기가 정상적일 리가 없었다.
이 정도의 충격을 받으면 내부가 상하는게 정상이다.
붉은 선혈을 바닥에 뿜어낸 채 코와 입으로 피를 흘리고 있는 안나가 숨을 몰아쉬며 이만석을 노려보았다.
눈빛이 여전히 강렬하다.
“상당히 고통스러울 텐데 잘 참는군.”
사나운 맹수의 눈빛을 한 채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안나의 시선이 마음에 든 것인지 이만석의 입가에 지어진 미소가 더욱더 진해졌다.
“퇫.”
입에 고여 있는 피를 바닥에 뱉어 낸 안나가 다시 망설이지 않고 재차 달려들어 이만석의 얼굴을 노리고 다리를 놀렸다.
아무리 그녀가 내장이 상해 피를 토할 정도로 부상이 크다지만 보통 사람의 시력으로는 쫓을 수 없을 정도로 순식간에 머리를 노리고 다리가 날아들었다.
허나 아쉽게도 그런 매서운 공격도 이만석의 손에 허무하게 잡혀 버렸고 거기서 이어 바닥으로 강하게 그녀를 내리 꽂듯 패대기 쳐버렸다.
콰당!
뿌연 흑 먼지가 다시금 피어올랐다.
잠시 후 흑 먼지가 사라졌을 때 역시나 깊은 구덩이가 파여 있었고 이번에는 그 자리에 안나가 쓰러진 채 거칠게 호흡을 고르고 있었다.
“하아..하아.. 쿨럭!”
빠르면서도 크게 호흡을 고르던 안나가 다시금 피를 한웅큼 토해냈다.
이번 공격으로 인해 다시금 상한 내장이 강한 충격으로 더 안 좋아진 것 같았다.
제대로 장기가 상한 것 같았다.
“오랜만이지? 그렇게 피 흘리는 게. 아니지... 이렇게 몸이 망가진 적이 있었나 모르겠군.”
오른 팔만 나간 것이 아니라 갈비뼈 또 한 세 개정도 부셔진 것을 이만석은 알고 있었다.
그 뿐 아니라 잡았던 다리 또한 크게 뒤틀려 무릎 관절이 완전히 박살이 나버린 상황이었다.
조금만 움직여도, 숨을 쉬는 것 자체만으로도 상당히 고통스러울 것이란 말이다.
이 고통을 참아낸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이라 할 수 있었다.
코뼈가 아작 나고 코로 숨을 쉬기도 힘든 상황에 갈비뼈가 나가고 한 쪽 다리의 무릎이 완전히 작살이 나버린 상황에서 장기마저 상해 이대로 안나가 죽는다고 이상 할 게 없었다.
실제로 이대로 시간이 지나면 그녀의 생명이 상당히 위독해 질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더 호흡이 가빠져 가는 그녀의 모습은 이대로 놔두면 정말로 위험해 보였다.
그만큼 다리를 잡고 바닥에 내리 꽂는 힘이 상당히 강했다는 증거였다.
“이대로 계속하면 죽어.”
이만석은 지금이라도 자신에게 달려 들 것 같은 사나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안나의 눈빛에 쓴웃음을 지었다.
“어차피 움직이지도 못 하겠지만.”
그렇게 말한 이만석이 걸음을 옮겨 얼굴 쪽으로 이동해 구덩이 앞에서 한 쪽 무릎을 꿇고 천천히 몸을 앉혔다.
“한국에 와서 그동안 몸이 많이 근질거렸던 모양이군.”
차이링과 잠시간의 마찰 말고는 총 한 번 제대로 잡아 본 적이 없는 안나였다.
총 뿐만이 아니라 몸을 사용할 일도 딱히 없었던 것이다.
그러니 혼자 하는 것만으로 부족해 이만석에게 상대가 되어 달라는 부탁을 해왔던 것이다.
“이제 죽을 지도 모르니 여기서 끝내도록 하지.”
이만석이 손을 뻗어 안나에게 회복마법을 걸었다.
그러자 순식간에 흘러내리던 피가 멎었고 몸에 나있는 상처와 멍들이 순식간에 아물고 사라지기 시작했다.
이어 주저앉았던 코“뼈가 제자리를 찾아 갔고 몸속에 상했던 장기들과 뼈들이 바르게 찾아 치유되어갔다.
아작 난 뼈와 상처들이 치료가 되는데 채 3분이라는 시간이 걸리지도 않았다.
한 쪽 무릎을 꿇고 있던 자세에서 일어난 이만석이 다시 입을 열었다.
“이제 괜찮을 거다.”
천천히 구덩이에서 몸을 일으킨 안나가 자신의 몸을 한 번 둘러보고는 뒤로 점프를 해서 구덩이에서 나왔다.
“이제 몸이 좀 풀렸나?”
“......”
안나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쓴웃음을 지은 이만석이 지저분해진 마당과 공터를 깔끔하게 원상복구 시켰다.
그러고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걸음을 옮겨 별장 안으로 들어갔다.
아니 들어가다 멈춰섰다.
“참... 여운을 느끼라고 근육통은 남겨두었으니 즐기도록 해.”
그 후에 다시 발걸음을 옮기는데 안나는 그제야 몸 여기저기에서 욱신거리는 통증을 전해져오고 있는 것을 깨달았다.
‘끝이 어디까지 인거지’
안나는 자신이 이만석을 이길 수 없을 것이라는 것을 당연히 알고 있었다.
그래서 죽이겠다는 마음가짐으로 달려들었고 실제로도 보통 사람은 도저히 쫓을 수 없는 그런 움직임으로 상대를 했다.
그러나 이만석은 그런 움직임도 다 보이는 것인지 잘도 막아내고 반격을 해왔다.
공격을 할 때는 그 또한 장난이 아니었다.
뼈가 부러지든, 피를 흘리든 상관없이 사정없이 달려들어 공격을 해왔다.
공격 하나하나에 실려 있는 힘이 장난이 아니었다.
그래서 팔을 들어 막는 순간 직접적으로 맞은 곳은 아작이 나버린 것이다.
어찌됐건 한국으로 오고 나서 안나는 자신이 상당히 풀어져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돌아가기 전에 그걸 다 잡고 싶었다.
그래서 처음으로 이만석에게 부탁을 했던 것이다.
몸이 심하게 다치고 망가지긴 했지만 결과적으론 성공이라고 했었다.
죽다 살아나니 전장에서 굴렀던 그때의 느낌이 다시금 돌아오는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한 편으로 죽어가던 몸에 상처를 깔끔하게 치유를 해버리는 이만석의 능력에 대해선 역시나 신비롭게 다가왔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는 것인지 경험해보니 놀랍다.
물론 이와 비슷한 것을 전에 무스타파나 다른 이들을 통해서 본 적이 있지만 직접 경험을 하니 느낌이 색달랐다.
갈비뼈가 아작 나고 코뼈가 주저앉아 입으로 겨우 숨 쉬고 있었고, 그것도 장기가 손상되어 흘러나온 피로인해 힘들었다.
거기다 이만석이 잡고 바닥에 내리 꽂는 순간 무릎도 아작이 나버려 완전이 맛이 간 상황이었는데 그게 치유가 되었던 것이다.
보면 볼수록 참으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는 사실이었다.
몸에서 느껴지는 근육통에 안나가 손을 말아 쥐었다 펴다를 반복하며 그 자리에 잠시 동안 서있었다.
“넌 최선을 다한 게 아니겠지.”
허나 무엇보다 안나가 놀라고 있는 것은 이만석의 그 파워와 힘, 그리고 움직임이 그가 낼 수 있는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물론 지금 만으로도 일반적인 사람은 도저히 볼 수조차 없는 빠른 움직임이었지만 안나는 그게 이만석의 최고의 힘이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
자신은 최선을 다해 달려들어 공격하고 방어를 했지만 이만석에게서 여유로움이 느껴진다는 것이 바로 그 이유였다.
여러모로 강하다는 말로 부족한 존재인 것만은 확실한 인물이었다.
크기 심호흡을 하며 숨을 들이마셨다가 내쉰 안나가 그제야 걸음을 옮겨 별장으로 향했다.
“그럼 한 숨 자볼까.”
침대에 몸을 누운 이만석이 조금이라도 눈을 붙이기 위해 잠을 청했다.
안나와 싸우기 전 몸의 피로를 풀어 주었다고 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잠을 통해 날려버리는 것이 좋은 이만석이었다.
침대에 누우니 얼마 지나지 않아 그렇게 이만석은 금방 잠이 들었다.
재밌는 시간은 금방 가고 즐거운 시간도 눈 깜짝하면 지나간다고 휴가 또한 다르지 않았다.
낮 11시쯤에 일어나 가볍게 점심을 먹고 계곡애서 잠깐 놀고 나니 금세 해가 지고 어둠이 내려 깔리고 있었다.
“벌써 돌아갈 시간이네요.”
“그러게~”
하란이의 말에 차이링이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별로 한 것도 없는데 금방 지나 간 것 같지 않니?”
“언니 말이 맞아.”
“사람들이 없으니까 더 편안하고 좋았어.”
“어제도 그렇고 오늘도 비키니만 입고 돌아다녔네.”
“그래서 별로였어?”
“아니.”
이만석이 충분히 좋아해 주었으니까 지나는 그에 대한 불만은 없었다.
“그럼 이제 출발하자.”
별장 문을 잠그고 나서는 이만석의 말에 차이리잉 웃음을 지었다.
“자, 여기.”
차이링이 스마트키를 지나에게 넘겨주었다.
“이번엔 내가 그이와 같이 타고 갈 차례맞지?”
“네.”
“맞아.”
“후후훗... 그럼 조심히들 따라와~”
입가를 가리며 웃음을 지은 차이링이 그렇게 지나의 스포츠카 차량으로 향했다.
“잘 부탁해.”
차에 오른 이만석이 조수석에 먼저 올라타 있는 차이링을 보며 이만석이 입을 열었다.
“이번엔 네가 탈 차례인가보지?”
“당연하지~. 나 같은 미녀를 태우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니까 조심해서 운전 부탁해~”
애교석인 표정으로 말하는 차이링의 행동에 피식 웃음을 지은 이만석이 차를 출발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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